24장 출천환용(出天幻龍)
①
쿠쿠쿠쿵--
콰-- 르-- 르--
기어이 무림의 화약고는 터지고 말았다.
지옥삼겁천(地獄三劫天).
그 지옥의 핏빛 하늘이 중원을 돌모래처럼 휩쓴 지 어언 일 년 반, 철저히 유린된 중원무림은 주검만이 남은 전장(戰場)처럼 황량하게 변모했다. 처절한 호곡성은 하늘에 메아리쳤고 대지는 혈수(血水)로 물들여졌다.
천여 년 간 중원을 향해 야망의 눈을 번뜩이던 지옥삼겁천은 마침내 제 세상을 만난 듯 중원을 짓밟은 것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피에 굶주린 이리떼들의 행진이었다.
눈물겨운 항쟁!
그러나 지옥삼겁천을 물리치기에 중원의 힘은 너무도 미약했다.
의는 반드시 악을 제압한다는 천년 무림 정기의 기치는 땅에 떨어지고, 정문(正門)은 지리멸렬했다. 협사의 절규는 피눈물 속에 쓰러지고 열사(烈士)의 의기는 풍진 속에 볼품없이 산화되어 갔다.
아... 무림의 정기여.......
마도마저 등을 돌려버렸기에 중원 수호의 의기는 영원히 침몰된 듯했다.
그러나 태산에서부터 드디어 암흑을 몰아낼 힘이 폭발했다.드디어 암흑을 몰아낼 힘이 폭발해 올랐다. 중원의 정통마도를 부르짖었던 측천환마전의 노도와 같은 공세가 시작된 것이었다.
쿠쿠쿵......!
측천환마전과 지옥삼겁천, 그 최초의 격돌은 산동(山東)에서 전개되었다. 서북 무림을 초토화시키고 그들의 영토로 삼은 흑사풍은 환마전의 대대적인 기습에 수년 간 쌓아올린 중원진출의 기반까지 흔들리게 되었다.
서북무림 전역에서 정통마맥일 잇는 마도고수들은 흑사풍의 고수들과 엄청난 혈전을 벌였다. 그들은 가히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서운 기세로 흑사풍을 휘몰아쳤다.
검은 죽음의 바람 흑사풍, 중토를 유린한 그들의 광오한 진군은 삽시간에 허물어져 갔다. 무수한 패전의 급보가 흑사풍 총단으로 날아들었다.
흑사풍의 사전 계획은 측천환마전의 급습에 여지없이 궤멸되었고, 그들의 세력은 급속히 축소되어 갔다.
그것은 초초가 지옥삼겁천 곳곳에 심어둔 첩자들에 의해 수집된 정보를 다시 분석해서 그들의 기문진과 무공을 거의 파해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해진 것이었다.
대운은 지옥삼겁천으로 기우는 듯 싶었으나 기인총의 눈부신 첩인술과 기습, 양동작전은 기대 이상의 승과를 올리며 새롭게 중원의 희망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혈란(血亂) 속의 서북무림에 태평성대의 그날은 멀기만 했다. 그러나 무림 정기 회복을 위한 동귀어진의 횃불은 이렇게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중원 무림인들의 장렬한 죽음 속에 기사회생의 길이 열리고 있었다.
- 녹혈림(綠血林)의 출동.
중원최대의 녹림단체, 그 푸른 옷의 무인들도 깊은숲속에서 드디어 출진했다. 그들의 모든 작전은 만지화가 맡았다. 그들은 이제 대명천지에서 그들의 위명을 떨치게 된 것이었다.
혈우전(血雨箭)과의 충돌!
녹혈림의 고수들은 그들의 출신성분 답게(?) 전문적인 야습(夜襲)을 벌이며 무서운 혼전(混戰)을 전개해 갔다.
결국 변황의 삼겁천(三劫天)은 중원인들의 공분 속에 휘말렸다.
무림대혈란(武林大血亂).
그 전무후무한 대혈전은 단 하루도 그칠 날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중원을 집어 삼키려는 이족(異族)의 야망과 중토를 수호하려는 중원정기와의 대격돌이었다.
마침내 파죽지세로 중원을 유린하던 지옥삼겁천의 기세는 주춤해졌다. 중원의 녹림마도의 막강한 반격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녹혈림의 반격은 실로 대단한 기세였다. 그들은 대대로 범죄자, 부랑아 등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잡초같은 집단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원정기 회복의 대기치에 그들이 일조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들은 용기백백했고 늘 그늘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자신들의 입지를 변화시키려는 열망도 같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진정 커다란 변수였다.
중원전도(中原全圖), 아니, 그것은 전도(戰圖)였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전도는 온통 수많은 표기로 겹쳐져 있었다. 당금 무림의 전세(戰勢)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모두 표시해 두고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그는 당금 무림 정세를 손바닥 안에 놓고 보듯 환히 꿰뚫어 보고 있음을 그 전도를 보는 즉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
그 놀라운 전도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이 섭선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 있었다.
우문천릉(于文天凌).
그의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이제껏 잠잠했던 측천환마전과 녹혈림이 삼겁천을 공격한단 말인가?"그의 아름다운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전도 위에 표기된 밝은 부분은 그 동안 삼겁천이 장악한 지역이었으나 지금의 국면은 위태로우리 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삼겁천의 반 이상이 전력을 상실하는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과 힘들여 얻은 중토의 영지가 실지(失地) 상태에 놓인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 분명히......."
우문천릉의 차가운 음성이 무겁게 흘러나왔다.
"이제까지 그들 삼겁천은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나와의 계약을 제대로 해냈다. 그러나 이제 본가가 나설 때가 된 것 같군."아니 대체 이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지옥삼겁천은 여태 그의 조종에 의한 것이란 말인가?경악(驚愕).
실로 경천동지할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훗훗...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제왕천금신가(帝王天金神家)의 수백 년 숙원을... 이제부터 천하를 무대로 펼치는 것이다."그렇다. 우문학은 그의 아들 우문천릉에게 실전된 지 삼백 년이나 지난 마물 사영환의 독문무공을 알려주었다. 그는 조화풍운관에서 그의 마공을 수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옥삼겁천을 움직일 수 있는 신물을 얻었으니 그것이 바로 금마불(金魔佛)이었다.
금마불.
포달랍궁의 기인으로 승적에조차 그 이름 석자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광폭하고 괴기스런 삼안선사(森眼禪師) 교파파(巧巴巴)의 시신에서 얻은 영물(靈物)로써 변황마교와 흑도들의 조종임을 나타내는 신물이었다.
그는 조화풍운관의 제 사 연공관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마물 사영환이 자신의 후예를 위해 따로 안배해둔 세 집단, 즉 지옥삼겁천을 움직일 수 있는 신표이자 마물 사영환의 무서운 마공을 연공할 수 있는 무결이 적혀져 있는 마도 최대의 비급이기도 했다.
- 제왕천금신가(帝王天金神家).
바로 제왕오행신가(帝王五行神家)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 신비의 가문이 그의 입에서 말해진 것이 아닌가?우문천릉은 섭선을 접으며 가라앉은 음성으로 내뱉았다.
"무면자(無面子)!"
"옛!"
스스슥.......
마치 유령의 현신처럼 한 명의 중년인이 그 앞에 내려섰다.
"때가 되었다. 무혈강시군단(無血 屍軍團)의 출관일은 언제인가?""백일야(百日夜)!"
"계획을 수정하겠다! 측천환마전과 녹혈림의 기습때문이다. 그 변수들을 뒤에서 사주한 세력을 조사하라!""옛!"
"그리고 삼겁천주에게 지시하라! 회군(回軍)을 명한다!""존명--!"
억양없는 어조에 무표정한 그는 얼굴없는 인간인가? 흑의장포로 머리까지 휘감은 그는 얼굴이 칠흙같이 어두웠다.
스-- 스슥--
그는 발끝에서부터 사라져갔다. 무엇인가에 의해 지워지는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면자가 신묘한 신법으로 사라지자 우문천릉은 다시 중원전도로 시선을 돌렸다. 일순 그의 소매가 가볍게 펄럭였다.
파-- 파락--
전도 뒤의 석벽까지 흙먼지를 일으키며 튀어올랐고 잠시 후 전도 위에는 거대한 글자 하나가 새겨졌다.
금(金).
그것은 제왕천금신가(帝王天金神家)의 상징이었다. 중원천하를 천금신가의 이름으로 쟁패하겠다는 뜻일까? 그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폭광이 발출되고 있었다.
중원의 상황급변.
측천환마전과 녹혈림의 출동은 정도무림에게도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대정봉황성(大正鳳凰城).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정의 하늘도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한 것이다. 무황 단목신수는 마침내 중원무림을 향해 대포고령을 내렸다.
- 중원의 이름으로 고(告)하노니, 지옥삼겁천을 격멸하라!그 한마디에 광활한 대륙에 숨죽였던 무림정기가 용트림을 시작했다. 정도고수들은 끓는 가슴을 안고 봉황성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그들은 숨죽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오직 단목신수만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단목신수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는 당금 무림의 무황이지 않은가? 그들은 천군만마를 지닌 것보다 더 든든했다. 그들의 앞에는 오직 쾌승의 날만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구파 십방은 흩어졌던 수하들을 모두 모았다. 지옥삼겁천에 의해 그때까지 수하들은 의기와 용기를 모두 잃고 고향으로 산속으로 숨어 있었다. 실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오직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이었다.
수 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막강한 전투태세가 갖춰졌다. 봉황삼왕이 직접 나서 중원전사단(中原戰士團)을 조직했다. 집결된 고수들의 의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고조됐다.
전사단은 모두 삼단으로 조직됐다. 그 하나하나를 봉황삼왕이 단주가 되어 이끌었다.
환우대전( 宇大戰).
지옥삼겁천과의 대격돌은 이렇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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