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전곡-가칠봉(1,240m : 인제/홍천)
*일 시 : 2005. 10. 9(일), 제48차(33명), 날씨(구름이 낀 오전, 오후 잔비내림)
*코 스 : 구룡령-1100.3봉-1121봉 삼거리-치밭골령-갈전곡봉-1160봉-가칠봉
-삼봉휴게소 약수-주차장
*소 시 : 오전 11시 15분 ~ 오후 3시 55분(약 8.4Km, 소요시간 4시간 40분간)
지난 10월 5일 동아일보 ‘오늘의 날씨’에 실린 컬럼이다.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 아침 최저기온 7∼17도, 낮 최고기온 20∼24도로 어제보다 다소 높겠다. 송이버섯 한창이다. 청산은 발밑에 지란을 키우고, 소나무는 품 안에 송이를 기른다. 송이는 소나무가 키우는 동자승. 용 비늘 같은 소나무 껍데기는 부처님의 주름이다. 보송보송 송이 몸엔 솔잎 향기 가득하고 솔바람 소리 솔솔 난다. 새근새근 송이 보금자리는 마누라, 자식한테도 절대 비밀이다. 춘양목의 경북 봉화, 금강송의 경북 울진과 강원 양양 송이 풍년.’
1999년 8월 15일 삼봉약수와 가칠봉 산행, 2001년 16일 무박산행으로 백두대간 제49소구간(구룡령~조침령) 산행 후 오늘은 그 일부인 구룡령-갈전곡봉만을 만난다. 구룡령에서 백두대간을 따라서 갈전곡봉에서 백두대간은 북으로 달아나고, 일행들이 주파할 행보는 좌측 옆구리에서 뻗어 나간 서남쪽 능선을 따라 가칠봉으로 향한다. 이 능선은 응복산-구룡덕봉-방태산 등 1,000m 이상의 준봉을 일으키며 서북쪽 내린천에서 그 여맥을 마칠 때까지 기다란 꼬리를 보인다. 갈전곡봉(표고점:1204.0m)은 칡뿌리가 많다고 하여, 가칠봉(삼각점:1240.4m)은 산이 높아 거칠게 보인다 하여 가칠봉이라 각각 명명했다는 소개다.
제법 한습하고 여명이 남아있는 10월 초 새벽을 여는 발길은 경쾌하다.
예약대로 서보희 선생님께서 소개한 두 명의 70대 노장과 50년대 후반의 주부 한 분, 달포 만에 박관례씨가, 시산제 이후 모처럼 참여한 장용섭씨, 박00씨가 소개한 김송씨 부부와 백남정씨, 원주숙씨가 소개한 이성금씨 등 여덟 분의 새 얼굴이 동승했다.
경강국도 남한강변을 지나며 만나는 아침 물안개가 퍽 짙다.
홍천읍에서 서보희님께서 그의 군대 후배인 000씨로부터 캔맥주 두 박스와 빵 50개를 전달받아 싣고 56번 도로를 향한 줄달음이다. 오늘 먹거리는 풍성했다. 오이사님의 포도즙, 박관례님의 약주가 든든한 하루를 견디기에는 남을 양식이다.
홍천 휴게소를 떠나면서 산행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길치’인 김성현 기사님의 운행에 무심했던 게 착오였다. 그의 무작정에 가까운 운행이 구성포에서 행선지의 반대방향인 춘천방향 56번 도로로 잘못 타 약 25여 분간 에러가 있었다.
웃고 말 그의 요구대로 그와의 마지막 동행인 오늘이다.
오전 11시 11분.
서석-율전-창촌-광원을 거쳐 해발 1,013m 구룡령 정수리에 있는 휴게소 앞에 내렸다. 구룡령은 홍천군과 양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다는 해발 1,013m의 고개로 아홉 마리의 용이 앞 다투어 승천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과거엔 휴게소 겸 산림전시관으로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주차장은 일반차량이 주차를 못하게 막아버렸다.
56번 도로상의 들머리인 구룡령 마루 위를 도시의 육교처럼 가로지르는 생태로가 있다.
폭도 좁고 바로 옆에 설치한 휴게소 불빛과 차량소음 및 인파가 경계심 많은 야생동물들의 이동로지만 야생동물의 생태를 모르고 인간중심의 판단으로 빚은 한계로 제 구실을 할 리가 없다. 자연보호와 인간보호간의 시각 차이는 편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독선과 오만의 결과다. 교통단속의 명목으로 지방경찰관 여러 명이 보였다.
들머리인 구룡령 정상인 구룡령휴게소를 깃점으로 백두대간이 좌우로 갈린다.
그 우측은 약수산-응복산-만월봉-두로봉을 거쳐 동대산-진고개로 빠지고, 그 좌측인 제27구간이 갈전곡봉을 거쳐 초침령을 향해 북상한다. 도로이정표에는 구룡령이 1,060m로 표기되어 있다. 제27구간 입구 생태로 밑을 지나 양양쪽 도로에서 생태로를 좌측에 두고 소로를 따라 얕은 경사로를 올라갔다.
<구룡령 1,013m>
<출입금지. (중략) 20만원 벌금>
<미천골 자연휴양림17km>
해발 1,000m 고도의 구절초는 이미 제몫을 마친 상태다.
몇 개의 꽃잎만 남긴 상태다. 배초향-꼬리수영-진범-왜우산풀-금강초롱-투구꽃-단풍취꽃도 예외는 아니다. 생태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대간능선은 승천하는 용머리답게 갑자기 솟구친다. 대부분 활엽수들의 잎이 켜켜이 쌓인 능선 바닥은 2일에 내린 비를 스폰치처럼 머금은 탓에 미끄러웠고 사뭇 까다로웠다.
이곳에 서면 북쪽으로 설악산 대청봉과 서북능선의 준령들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 보인다.
11시 20분.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작은 봉우리다.
갈전곡봉 정수리가 저만치에 보이고 좌측에 가칠봉-응복산 능선이 좌청룡을 이룬다. 활엽수 종류에 따라 단풍이 든 나무도 보이지만 아무래도 다음 주말쯤이면 절정이 아닐까 생각됐다. 평지처럼 완만한 얕은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참회나무 가지 끝에 머물고 있는 붉은 열매가 탐스럽다. 아름드리잡목과 산죽이 나타나는 능선이다.
지난 5일자에 카페에 실은 여러 가지 광고내용이다.
<산행 변경 및 광고내용입니다 : 2005.10.05 >
1. 지난주부터 본 산악회 정식명칭이 바꿔 졌습니다.
<국민생활체육 서울시등산연합회 RTNAH 산우회> 입니다.
2. 제3회 연합회장기 국민생활체육 전국등산대회가 10월 8일(토 10시, 대전 계룡산 금수봉) 열립니다. 1개 산악회에서 남녀 7명씩 출전합니다.
본 산악회 참여자는 남자2명(김영주-김제범), 여자5명(이근자-정영애-장숙자-왕영주-이 복순)이 팀이 되고, 본부요원으로 정재근 감사님-김자연-기타 시간이 할애되는 분 이 옵서버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약 1,500여명이 참여하는 대회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더 라도 많은 성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3. 47차, 정선 5일장 산행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48차 갈전곡봉-가칠봉-삼봉약수 산행입니다. 금요일 오전까지 연락(011-243-5301)을 주세요. 예약 없이 나오셔서 좌석이 모자라 낭패스러운 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참작 바랍니다.
4. 제49차 사량도 지리망산 참여회원들의 예약은 <10월 12일>로 하겠습니다.
지난번에도 광고했습니다만 45명까지 선박대여비가 30만원입니다.
예약 및 음식준비가 있으니 기일 내에 연락주시면 집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5. 제51차 산행지 변경입니다.
변경 전--- 남덕유산-삿갓봉
변경 후---전남 담양의 병풍산
변경내용
: 병풍산행 (3시간 이내)-중식(담양시내)-메타세콰이어 도로관광-대나무테마공원
관람 순입니다. 대나무테마공원 입장료는 2,000원입니다.
울창한 죽림에서 죽림욕을, 그리고 대나무 식생 및 그 활용내용을 익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협조로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들이 차지할 수고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6. 강남회원이 확보되는 11월이나 12월부터는 차량경유지를 변경할 예정입니다.
-중부고속도로 이용시엔 당산역-서초구청-복정역-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코스로,
-경부고속도로 이용시엔 당산역-서초구청-경부고속만남의 장소로,
-강원도 및 경기도 이북지방일 경우는 당산역-서초구청-88도로-목적지
감사합니다. 00에서, 송채화 올림.
그 중 제2항에 관한 결과다.
남자2명(김영주-김제범), 여자5명(이근자-정영애-장숙자-왕영주-이복순) 등 7인이 팀이 되고, 기타 정재근 감사님-김자연씨가 다른 등산회와 혼성팀을 이뤄 참여했다.
전국 2위, 서울 1위로 골인한 우리 산우회의 성적을 토대로 강서구연합이 최우수팀으로 표창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어제 밤 8시 30분경 참여자를 중심으로 12명이 모여 간단한 소주파티를 갖은 바 있다. 그 덕분에 신생 1년생인 본 산우회를 대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주 신선한 산우회로 말이다.
10월 10일, 월요일 오전.
강서 연합회 김수길 회장, 고재환 사무장으로부터 감사의 전화를 받았다.
특히 근무시간을 할애해 산우회 대표로 팀 전체의 사기를 진작시킨 정재근 감사님과, 김영주-김제범씨의 팀 리드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피그말리온(Pygmalion)효과라고 말하지 말자. 인격과 덕은 항상 지키는 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事必歸正이다.
그 몫은 참여자 모두와, 격려해준 회원 모두의 영광이다.
영예와 영광은 公有할 때 보석처럼 빛난다.
11시 31분.
삼봉약수-가칠봉을 하겠다며 빠진 서보희씨 일행 중 최광오씨가 A그룹 능선행보에 끼었다. 어제 제3차 국민생활체육전국등산연합회(대전 금수봉)에 참가하고 오늘 재차 동행하는 70대의 노장 최광오씨는 표현 그대로 대단한 노익장이다. 산길은 한사람이 겨우 지날만한 폭의 완만한 환상의 능선이다.
11시 34분.
얕은 오르내림의 순탄한 능선을 따라 10여분 만에 능선이 잠시 열리는 1,100.3m봉에 올랐다. 스탠딩 휴식이다.
<백두대간 생태 복원조림>
날아버려 글자마저 희미한 안내판을 지나 이어지는 편안한 내리막이다.
무성한 산죽잎을 뜯으며 올라가는 능선안부에 서 만난 두 번째 안내판이다.
<백두대간생태조림>
안부 좌우로 갈라지는 소로가 보인다.
모처럼 참여한 장서방(장용섭씨)과의 대화다. 이달 말이면 새색시가 아이를 순산할 예정이다. 배우자를 못 찾아 노심초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어엿한 아버지가 되는 그의 마음은 표정만큼이나 든든한 어른이 됐다. 그 동안 게으름으로 산행이 뜸했던 그는 이웃에 있는 헬스장엔 열심이란다.
11시 59분.
1121m봉에 올라섰다.
후미를 기다리는 스탠딩 휴식시간이다.
일행 모두의 표정이 백두대간능선의 분위기에 젖었음인지 맑고 차분했다.
이어 우측으로 꺾어지는 내리막이다.
소슬한 가을바람을 맞은 이마가 서늘하고 땀에 적신 등에 한기가 든다.
山竹밭과 신갈나무 숲이다.
12시 24분.
오늘 코스 중 가장 신경 써야 할 지점이다.
완만한 내리막이다. 관중-단풍취 꽃대가 생존을 마감하고 있다.
그 옆구리 광활한 투구꽃밭도 예외없이 생존의 끝을 보인다.
그토록 무성했던 투구꽃 밭을 지나며 2001년 9월의 후기 일부를 옮긴다.
「현삼과(미나리아재비과) 다년생초 투구꽃.
위쪽의 꽃받침이 투구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이름 붙인 것이다.
심산 고원에 옛 병사들이 머리에 쓰던 투구처럼 생긴 보라색․흰색․황색꽃 등이 총상화서나 복총상화서로 피어난다. 주로 산지의 음지에서 만날 수 있으며 백두산에서 남부지방까지 분포한다.
투구꽃 덩이뿌리는 늦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이나 불에 쬐여 말려 뒀다가 한방에서 草烏, 烏頭, 土附子라 하여 강심, 진통, 진경의 효능이 있어 관절통, 관절염, 신경통, 두통, 위통, 복통, 임파선염, 손발이 찬데, 여름철 냉으로 인한 배앓이 등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맹독성이 있는 만큼 약효도 뛰어나다. 어린 싹을 나물로 알고 잘못 알고 먹었다간 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진 보라색 투구꽃은 옛 귀부인이 쓰던 남바위 같아 고귀한 귀티가 난다. 투구꽃은 지상에서 가장 완벽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인디언 고대 벽화에도 등장하며,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사냥 전 투구꽃 뿌리의 독을 묻힌 독화살을 준비한다고 한다. 투구꽃을 직접 먹으면 중독되지만 혈액을 통과한 몇 시간 후엔 독성이 없어진다. 때문에 사람은 투구꽃 독화살로 사냥한 짐승고기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 권력획득을 위해 후궁이 왕자를 암살할 때 투구꽃 독화살을 썼다한다. 그래서 투구꽃 독을 ‘계모의 독’이라 부르고, 독일에선 ‘악마의 꽃’이라고 두려워했다. 그 독성에는 아코니틴Aconitin이란 알카로이드계로 사람 치사량은 2~3mg이니 귀이개 하나 정도면 깨끗이 해결된다고 한다. 독은 잎에도 있지만 특히 뿌리에 진하게 모여 있다. 지름 1~2Cm정도 뿌리 하나면 된다.
영어로 수도승들이 쓰는 외투모자Monks hood라하고, 한자로 附子, 烏頭즉 까마귀 머리다. 뿌리를 그대로 말리면 生附子, 소금물에 담갔다가 석회를 뿌려 말리면 白河附子, 120도로 쪄서 독성을 많이 없앤 것을 炮附子라 한다. 옛날 죄인에게 내린 사약이 바로 투구꽃 달인 것이다. 제독 방법은 소금물에 담갔다가 씻어내기를 반복한 후 석회를 발라 처리하는데 의사 처방 없이 사용은 금물이다. 」
문득 ‘兩極相通’이란 말이 생각난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뜻인데 투구꽃의 약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어디 하나라도 버릴 것은 없다.
비록 우수마발(牛溲馬勃)이라도 말이다.
山竹 소로 오르막이다.
옅어진 활엽수수림 사이로 비친 하늘을 쳐다봤다.
청자 빛보다 짙은 푸른 깨끗한 가을 하늘엔 구름이 끼어있다. 서늘해진 하늘아래 순결한 햇살을 맞는 고산식물의 노년기를 완상하며 오르내리는 능선은 천국이다. 모든 것을 생각하는 사람에겐 비극이란 표현은 세상을 읽을 줄 아는 慧眼일 것이다.
봉우리 남쪽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은 명지리다.
삼거리봉에서 우측 표지리본이 매달린 평탄한 능선길로 5분정도 걸으면 능선길은 완만한 내리막이다. 단풍나무 숲 능선이다. 커다란 고목이 쓰러져 길을 막아선 곳이 나온다.
12시 44분.
<치밭골령>
2001년 9월 당시엔 누군가 ‘치밭골령’이라고 종이에 手記해 비닐봉지 안에 넣어 소나무 줄기에 매단 표지 대신 높이 40Cm 정사각형콘크리트 기둥이 박혀있다. 스탠딩 휴식시간이다. 갈전곡봉 정상이 눈 끝에 걸려있다. 잠시 후 완경사를 올라섰다.
12시 44분.
드디어 <갈전곡봉> 너른 공터에 올랐다. 구룡령을 떠난 지 1시간 30분만이다.
<구룡령3.4km(2시간소요) ↔ 쇠나드리12.7km(6시간30분소요)>
예서 좌측방향 직각으로 꺾어 남서릉을 타고 가칠봉까지는 3km 거리다.
이 지점이 백두대간 갈림길이다. 대간능선을 버리고 좌측에 뚜렷하게 열린 가칠-응복-구룡덕-방태산 능선 방향으로의 이동이다. 이 능선은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마루금이다. 갈전곡봉에서 대간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점봉산으로 이어진다.
오대산 두로봉이 남쪽 멀리 활엽수림 사이로 비친다.
널따란 공터를 이루고 있는 편안한 정상은 잡목이 많아 대체로 조망은 신통치 않다.
행동식을 나누는 사이 후미일행 모두가 합류했다. 어제 대회에 참여했던 정재근-이근자-김영주-정영애-김자연씨 모두의 행보가 경쾌하다. 모처럼 반대방향에서 일행 중 3명을 제외한 30명 모두가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이례적 기회도 가졌다. 박관례씨와 산죽 잎을 따면서 산죽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2시 56분.
갈전곡봉을 떠났다.
여전히 평화롭고 유순한 육산능선이다. 진달래 나목길이다. 단풍낙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붉은색-노란색-갈색으로 대별되는 단풍낙엽은 활엽수림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생강나무 노란 단풍을 가장 아름답다는 개인적 생각이다. 30여명이 산돼지 식구들처럼 일렬종대로 이어가는 능선에 저마다 쏟아내는 잡담이 퍽 요란하다. 우리 일행들만을 맞은 갈전곡봉~가칠봉의 능선의 소음공해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평화로운 산에 대한 불손(不遜)인가. 작은 바위지대를 우측으로 돌아서면 1,160m봉이다.
오후 1시 15분.
1,160m 봉이다. 예서 산길이 서북쪽인 우측으로 꺾이며 완만하다가 급박한 내리막을 보인다. 멀리 가칠봉 上體와 정수리가 잡힌다. 길 가운데 넘어진 고사목을 안고 돌았다.
서북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선 안부다.
1시 22분.
거리낌 없이 안부를 지나면 만나는 오르막이다.
절벽에 가까운 오르막에 다시 한 번 뜨거운 가을 땀을 흘렸다.
1시 27분.
1,128m 봉우리다.
서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다.
산길은 고도차가 적어 큰 부담이 없는 대화의 길이다.
완만한 능선은 분명 하나의 축복이며, 꿈과 낭만의 코스다.
1시 48분.
이제 정상을 오르기 직전의 안부다. 가파른 오르막 능선이 가슴을 막는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아침가리골(=조경동계곡)로 내려가는 산길이고, 좌측으로도 명지리 쪽 계곡방향 하산로다. 하산로 자체가 희미하다.
안부에서 가칠봉정상까지는 15분 내외 거리다.
오늘 코스 중 가장 힘이 부치는 깔딱고개 구간이다.
잠시 오른 완만한 스텝에서 10여초 숨을 고르고 가칠봉 정상을 향한 오름이다.
하늘이 열리며 곧이어 가칠봉 정상이 指呼之間에서 손짓한다.
2시 05분.
5평 내외의 가칠봉 정상이다.
<가칠봉 정상 해발 1,240.4m>
<삼각점(현리23/1990재설)>
정상 안내판 남쪽방향 왼편에 선 안내판이다.
< ←휴양림 내려가는 길 >
우측으로 방태산 방향의 내리막 직진 능선이 열려있다.
검은 구름이 정상 百會穴에 몰려있다. 한 소나기 할 기세다.
이례적으로 일행 30명이 정상을 가득 메우며 모인 시각은 2시 20분이었다.
노익장 최광오씨가 쳐지지 않고 당당히 올라섰다.
산이 높아 거칠게 보인다 하여 명명한 가칠봉이다.
가칠봉 정상은 산행구간 중 조망이 가장 시원하게 터지는 곳이다. 보이는 사방은 산이다.
북쪽으로는 구룡령에서 보았던 설악산의 조망이 더욱 완벽하게 보인다.
북쪽 방면으로는 우측엔 대청봉이, 중앙에는 귀때기청봉이 우뚝하고, 서북능선이 선명한 마루금을 이룬다. 그 좌측으로는 가리봉과 삼형제봉 등 남설악의 모습도 선명하고 대청봉의 앞쪽에는 꿈의 동산인 점봉산이 또렷하다.
서쪽으로는 방태산 정상이 바로 앞이고, 동남쪽으로는 장쾌한 백두대간을 타고 흐른 오대산의 줄기가 산겹을 이룬다. 대자연을 조망하며 心心相印(마음과 마음으로 서로를 새김)으로 오가는 대화는 敎外別傳(석가모니의 설법 외에 석가의 마음으로 심원한 뜻을 전함)의 경지다.
“에게 조오기도 산, 요오기도 산이네!”
주부회원 누군가가 내뱉은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것이 왜 그렇게 아름다운건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삼봉자연휴양림과 삼봉약수로 내려서는 길은 좌측 90도 꺾인 능선길로 접어들 시간이다.
2시 35분.
약 30분을 체류한 셈이다. 삼봉약수 방향 급경사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
3분정도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 ←산장, ↓가칠봉0.2km, →산장 >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돌무지위에 꽂혀있다.
우측길도 삼봉약수로 이어지지만 두 배가 넘게 계곡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좌측 선길로 접어들어 급경사내리막길을 잠시 내려선 뒤 완만한 능선길로 11분정도 내려서면 다시 급경사내리막길이 시작된다.
4분정도 더 내려오면 거대한 고사목이 쓰러져 길을 막아선 곳을 지나고, 완경사의 능선길로 이어진다. 4분정도 더 내려와 만난 이정표다.
원주숙씨.
지난 소계방산 이후 두 번째 참여다.
언어구사와 그 표현이 직선적이고 풍부하다.
능숙하고 부담없는 재치와 화술이 그네의 장점인 모양이다.
학운위 참여와 아이들 얘기, 그리고 산행에 관한 두서없는 대화다.
오후 2시 48분.
<산장0.9km ↔ 가칠봉1.0km>
이정표를 지나 전나무 숲이 우거진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하는 내리막이다.
나무계단 턱을 보전하기 위해 지름 1.5Cm의 쇠막대를 박아놓은 급경사계단길이다.
단풍나무 단풍이 곱게 익었다. 등산화 뒤끝이 무딘 것도 아닌데 몇 차례 미끄러졌다.
왕사나 다습한 바닥 때문인가. 계류소리가 들린다.
기어이 검은 구름이 흘린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진다.
3시 16분.
삼봉약수 산장 뒤의 주차장과 화장실 옆에 내렸다.
산장 앞 나무 식탁에서 휴양림을 찾은 일련의 손님들이 손수 만든 매운탕을 즐긴다.
산장의 해발 높이가 약 700m이니 지형상 가칠봉 정상에서 해발 540m 차이인 급경사가 될 수밖에 없다.
가칠봉은 삼봉약수로 더 유명한 산이다.
원 삼봉약수는 이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서북쪽 개울가다. 약수터에는 "삼봉약수"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샘터 위에 지붕을 씌운 조그마한 가건물이 있고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로 세 개의 구멍(孔)에서 기포를 힘차게 밀어 올리며 철분이 많은 약수를 떠 올리는 기분도 심상치 않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무색투명한 색깔이지만 톡 쏘는 특이한 광물질의 물맛이 서로 다르다.
일명 ‘실론약수’라고 불리는데, 철분-탄산성분-불소-칼슘 등 15가지의 약수성분이 함유된 명천으로서 위장병·신경통·빈혈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 물은 조선조 문종의 왕후였던 현덕왕후의 아버지 권전이 단종 폐위 후 이곳에 와서 칩거하다가 발견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역사가 깊은 약수터다.
산장 앞 다리를 건너 ‘新삼봉약수’터로 이동했다. 벽돌색깔로 변한 약수터 바닥은 약수가 흐르면서 남긴 철분 때문이다. 한 바가지 목을 축이고 준비한 패트병에 가득 담았다. 그리곤 계곡류에 땀에 절인 머리를 적셨다. 빗방울이 다소 굵어졌다. 이러다 이내 그칠 여우비다.
잣나무 숲으로 들어찬 삼봉약수터 일대는 삼림욕의 적지다.
삼봉약수를 안고 있는 삼봉자연휴양림(0366-32-8536)은 1992년에 개장했다.
휴양림에는 산막 6동, 산장 19실, 단체숙소 등이 있다. 산막 7,8인용 하루 이용료가 4만원, 14인용이 5만원 단체숙소엔 80명이 숙박할 수 있다. 30명 이상의 단체손님이면 학생이 2천원, 성인이 4천원이다.
3시 30분.
약수터 주차장이다. 후미 일행이 닿은 시간은 3시 55분이었다.
구룡령을 출발, 1100.3봉-1121봉 삼거리-치밭골령-갈전곡봉-1160봉-가칠봉정상- -삼봉휴게소 약수터를 지나 주차장에 내린 거리는 약 8.4Km, 소요시간은 4시간 40분간이다.
4시 00분.
일행을 챙기고 약수터 입구 삼봉통나무산장(신교봉 033-435-2829, 011-9925-2829, 공원리 662-4)식당으로 이동했다. 미리 준비한 식탁은 먼저 하산한 서보희씨 일행을 제외한 30명이 두 방으로 갈라져 구수한 된장찌개를 들었다. 무난한 젊은 주인네의 반찬 덤도 훌륭했다.
4시 43분.
귀로에 올랐다. 운두령-영동고속도로를 예정을 포기하고 마지막 운행을 담당한 김기사님의 제안대로 오전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서보희님이 전한 어른 새끼손 굵기의 더덕뿌리 5개로 희석시킨 더덕주를 김병찬-원주숙씨의 리드로 순배시간을 가졌다.
녹색연합과 ‘사람과 산’지 기자인 서보희님의 둘째 아들 서재철군에 대한 소개시간도 가졌다. 그가 등산용 수건 5개를 봉사자들에게 전하라는 배려도 남겼다.
적당한 음주와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過猶不及이다.
《列子》에 전하는 ‘지음(知音)’에 관한 고사를 덧칠해본다.
본 의미는 절친한 친구.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뜻한다.
春秋時代 晉(진)의 大夫에 兪伯牙(유백아)라는 사람이 있었다.
본디 楚나라 사람으로 거문고의 達人이었다. 祖國 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때마침 秋夕 무렵이라 그는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구성지게 거문고를 뜯었다. 그때 몰래 그의 연주를 엿듣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젊은 나무꾼이 있었었다. 놀랍게도 그는 그 음악을 꿰뚫음을 당한 伯牙는 깜짝 놀랐다. 그가 山의 웅장한 모습과 激流의 우렁찬 기상을 표현하자 나무꾼은 정확하게 맞혔다. 伯牙는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이야 말로 진정 소리를 아는(知音) 분이군요."
나무꾼의 이름은 種子期다.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헤어졌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서. 이듬해 伯牙가 種子期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죽고 없었다. 種子期의 묘를 찾은 伯牙는 너무도 슬픈 나머지 최후의 한 곡을 뜯었다. 그리고는 거문고 줄을 끊고 산산조각 냈다. 種子期 같은 知音이 없으니 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故事)의 유래다. 이때부터 '知音'은 마음까지 통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를 뜻하게 되었다.
여인은 자신의 얼굴을 보여줄 님을 위해 고운 단장을 하고, 무릇 군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 부처님과 마하가섭간의 ‘염회시중(의(拈花示衆) 미소’는 일종의 종교적 知音이다.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은 괴로움을 읊는데)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에 참된 벗은 적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 밖 깊은 밤에 비가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 앞에서 만리를 향하는 이 마음)
羅末의 대문호 孤雲 최치원(857~?)의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한시(漢詩)에 실린 ‘知音’이다. 한문학사의 명작으로 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시절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이 시간에 知音을 자꾸 되새김되는 이유가 나변에 있는 게 아니다.
그리움보다 더 무서운 회한이다.
김성현 기사와의 마지막 운행에 대한 제반 설명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차주부터는 새로운 차량과 기사로 대체된다. 그 동안 빚었던 여러 가지 갈등보다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기억하는 헤어짐을 갖자는데 동의했다. 만남보다 더 소중한 것은 헤어짐이 아니던가. 비록 그것이 죽음일 경우도 동일하다. 가치기준과 그 판단의 乖離에서 오해와 불신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잊을 것은 빨리 잊자.
會者定離요, 離者定會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生者의 순리다.
아린 부분이 있다면 관심과 배려로 치유해 보자.
동호회는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이해하면 편안하다.
동호회의 질서와 규칙은 인간관계로 이끌어 가는 덕이 바람직하다. 내가 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권력과 재산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금새 한계를 보인다. 상대방의 인격과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며 대화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우리의 타성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 인색하거나 습관화되지 않았다.
작은 틈새가 결국 거대한 방죽을 무너트린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放氣 이야기다.
‘삼봉통나무산장’에서 식사도중 일어난 자신의 생리적 현상의 주인공을 두고 뒷좌석에서 설왕설래하며 우스개 삼아 한참 웃었나보다. 지루한 지체구간을 털어버리려는 작은 의미일러라. 그래서 웃고, 그래서 오늘을 버리자. 그래야 지루한 현재가 조금이라도 편할 게 아닌가.
그건 오늘의 우리들의 원만한 여유였다.
양평을 지나 양수리-팔당대교 사이의 차량홍수로 인한 지체는 한마디로 ×랄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개같은 길로 변한다.
무의미한 시간과 정열이 아스팔트 위에 녹아내리고 있다.
휴일의 이 길은 정녕 혐오와 증오의 대상인가?
밤 9시 35분.
홀로 목을 축이는 시간을 뒤로하는 귀로에서 내일 아침을 생각했다.
가을밤은 여전히 서늘하게 흐를 뿐이다.
홀로라는 사실 앞에선 언제나 정직해져서 좋다.
*교통 :
1) 영동고속도로 속사IC(31번 국도)→운두령→창촌(56번국도)→삼봉주유소 (좌회전)→삼봉자연휴양림
2)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444번 지방도-동면 방면)→어론 삼거리(56번 국도-우회전)→서석→율전삼거리(우회전)→창촌삼거리(좌회전)→내면→삼봉주유소(좌회전)→삼봉자연휴양림
*숙식
-삼봉자연휴양림(033-435-8536)
-삼봉통나무산장(신교봉 033-435-2829, 011-9925-2829, 공원리 662-4,
www.dagaya.co.kr/sambong )
........................................
깨진 '장밋빛 인생'… 여자도 책임있다 (위기의 주부 탈출작전 1)
부스스한 머리에 추리닝… 입만 열면 돈… 밤일이라도 잘하라고?
바람의 원인은 배우자에게서 얻은 상처
무시하거나 명령하는 어투는 '자해행위'
♥ 넣은 문자메시지·존대말 쓰면 좋아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이현진 인턴기자·연세대 경영학과 4년 : 2005.10.05(조선일보)
결혼 10년차 박종현(40·비비안 홍보실장)씨는 아내 전혜선(37·란제리 디자이너)씨의 머리가 곱슬머리라는 사실을 신혼 초에야 알았다. 연애시절엔 하루가 멀다하고 즐겨 입던 치마도 결혼 후엔 임부복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단연 ‘추리닝’. 그것도 무릎 위까지 둘둘 말아 올린 ‘모내기’ 스타일이다.
물론 맞벌이 주부 전씨는 할 말이 많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오면 저녁밥 지어야죠, 아이들 씻겨 숙제 봐줘야죠. 꾸밀 시간 있으면 10분이라도 잠을 더 자겠네요.” 그러자 남편, 고개를 젓는다. “매일매일 드라이해서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펴라는 주문이 아녜요. 최소한의 성의라는 게 있잖아요. 남편은 남자가 아닌가요?”
란제리업계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들이 이럴진대, 보통 부부들 말할 것도 없다.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적당한 긴장,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권태?바람?이혼’으로 이어지는 허망한 ‘장밋빛 인생’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소하고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방귀는 되도록 참으세요?
김병후 ‘부부클리닉 후’ 대표는 바람의 근본원인은 ‘상처’에 있다고 진단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안 듣고 자기 화난 것만 강조하다보면 상처만 남지요. 배우자에게서 얻은 상처가 바람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 이런 경우 바람을 피우면서도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말 잘하기, 서로의 마음 들여다보기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 있다. 그렇다면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산다는 대한민국 남자들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는 말들은 어떤 게 있을까.
지난주 조선일보와 홍보대행사 PR게이트가 직장인 기혼 남성 50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를 참조하자. ‘아내가 나에게 던진 가장 끔찍한 말?’ 복수응답 중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단연 ‘돈’(32명)과 관련 있다. ‘돈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돈을 못벌면 밤일이라도 잘하든가’. 2순위는 ‘시댁, 시어머니 욕할 때’(17명)이다. 다른 남자와 비교당하는 것에도 남편들은 쉽게 상처받는다. 13명의 응답자는 ‘당신이 원래 그렇지’ ‘얘가 누굴 닮아 이래?’ 하는 식의 아내의 빈정거림에 억울해했다.
‘아내에게 정이 똑 떨어지는 상황?’도 물었다.
‘방귀 뀌고 그 냄새를 손에 남겨 내 코에 댈 때’
‘부스스한 모습으로 집안을 어슬렁거릴 때’
‘술 먹고 들어가는데 문 안 열어줄 때’
‘세수 안하고 밥 먹을 때’
‘내 이름으로 보험 들었다고 했을 때’….
▲ "너무 윽박지르지 마세요. 때로는 부드러움의 역공이 남편을 두 손 들게 합니다." 란제리업계 잉꼬부부로 소문난 박종현(아래)·전혜선(위)씨가 부부싸움 풍경을 코믹하게 연출해냈다./이덕훈 기자
#전화공세 대신 문자메시지를
그러나 알면서도 내뱉는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주부 이선희(35)씨는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하려는 노력도 시작이 반(半)’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도록 사업하는 남편과 허구한 날 말다툼을 벌이던 이씨는 부도를 맞아 가정이 위기에 처하자 부부간 튼실한 믿음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후로 대화법을 바꿨다.
“진우(아들)랑 수영장 같이 가. 알았지?”
하는 식의 명령형 어법을
“진우가 아빠랑 수영장 가고 싶어서 방학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어. 같이 가줄 거죠?”
로 바꿨다.
전화로 직접 통화하는 것보다는 문자메시지를 활용한다.
“바쁘면 본심이 아닌데도 전화를 빨리 끊게 되고 그럼 오해만 생기니까요. 문자로는 하트 모양 하나만 답장으로 받아도 기분이 좋아져요.”
가능하면 존대말도 섞어 쓴다. 처음엔 소름이 돋더니 서로 습관을 들이자 ‘존중’의 마음이 생겼다. “부부 사이라도 서로 생활 패턴이 다르니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만취상태로 들어온 남편에게 ‘집에는 왜 기어들어왔냐?’고 호통치는 대신 꿀물 한 잔 타주는 게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더라구요.(웃음)”
..............................
"몸은 못 속여"… 남자가 이럴 땐 거짓말 하는 중 (박은주기자 : 2005.10.04)
‘난 거짓말 못해’. 남자들의 이 말은 어쩌면 진실일지 모른다. 미국 잡지 코스모폴리탄이 ‘Let me see your body talk’의 저자 잰 해그레이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자의 거짓말은 ‘사인’을 동반한다. 이 잡지가 전하는 ‘거짓말 하는 남자 잡아내기 노하우’.
▶눈 비비기
눈은 마음의 창. 거짓말을 할 때 상대의 눈을 보고 하기란 쉽지 않다. 집게손가락으로 눈 바깥 쪽을 비비면서 말하는 것, 코·귀를 만지거나 비비는 건, 심리적 죄책감을 덜려는 행동.
▶아랫입술 깨물기
입술을 윗니로 깨물면서 이야기 할 경우, 진심이 아닐 확률이 크다. 진심이 튀어나올까봐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입술을 깨물게 된다는 것.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거나
어린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때, ‘양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팔을 비비꼰다. 이건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귀 당기기
습관적으로 귀를 당기면서 말을 하는 건, 자신의 내면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욕망의 표현. 거짓말을 할 때 피가 얼굴의 말단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말을 하면서 코나 귀를 긁는 것 역시 의심스런 행동.
................
남편을 '남 편' 아닌 '내 편' 만들려면… : 2005.10.04
한 달 전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을 발표했다가 뭇 남성들의 지지와 원망을 한 몸에 받았던 김상득씨(조선일보 9월7일자 보도). 그가 이번엔 ‘대한민국 유부녀 헌장’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유부녀 헌장>
-자주 남편을 칭찬해라. 남자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힘은 바가지에 있는 게 아니다.
- ‘남자구실 못한다.’는 욕은 삼가라. 정말 그러려면 어쩌려는가?
남편이 그대를 기쁘게 하면 잊지 말고 바로 보상해 주라.
-남편을 옆집 남자나 친구 남편과 비교하지 마라.
-남편이 설거지를 미루더라도 꾹 참고 더 기다려라.
-남편에게 “청소하라”고 시키는 것은 좋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청소할까?”라고 남편이 생각하게끔 만드는 일이다.
-남편이 여자만나는 것을 과민하게 여기지 마라. 많이 만날수록 아내 귀한 줄 알게 된다.
-남편을 세뇌시켜라.
“당신은 ‘남 편’이 아니라 ‘내편’ 이야”라고.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 데게 오래 걸렸어요 ~~~~~ㅋㅋ 즐감하고 유익한 정보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