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안에서도 스타일이 다 달라유. 안면도는 꽃게를 다 으깨서 넣고. 태안은 국물을 좀 싱겁게, 게는 토막내유. 쓰는 젓국도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별로 다른 맛이 나유."
충남 태안군 태안읍 '전주영양돌솥밥' 주인 고순옥씨가 설명해준 건 '게국지' 만드는 법과 맛이다. 게국지는 간장게장 국물에 절인 배추를 김치찌개처럼 끓여 먹는 충남 해안지역 토속음식이다. 맵지 않고 약간 새콤하면서 개운하다. 태안 그리고 서산 일부 지역을 빼면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더 많을 법한데, 서울보다 좁은 태안군(약 505㎢) 안에서도 이토록 다르단 것이다.
- ▲ ‘전주영양돌솥밥’고순옥씨가 촬영 전날 만들어둔 게국지. 이 집에선 게국지에 늙은 호박을 넣는다. 이걸 팔팔 끓여 찌개로 먹는다.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정숙희씨가 미리 절여둔 배추를 나눠줬다. "김치 하듯 소금에 4~8시간 절인 배추예요. 배추 세 포기면 간장게장 국물 1리터를 부어요. 고춧가루는 봐서 넣었다 할 정도로만 넣으세요. 원래 고추는 마지막에 달린, 덜 익은 고추를 씨도 다듬어 내지 않고 절구에 거칠게 빻아 썼어요. 게는 꽃게도 넣고 참게도 넣고 '사시랭이'도 넣고 막 넣었어요. 주꾸미, 낙지도 있을 때는 넣고. 우리 어머니는 절구에 대충 찧어서 쓰셨어요. 아, 사시랭이요? 꽃게 새끼처럼 작은 게가 있어요."
언뜻 보기에 해산물을 잔뜩 집어넣고 담그는 김치 비슷하다. 민물새우가 날 때는 민물새우도 넣고, 대하가 날 때는 대하도 넣는다. 다진 마늘, 파, 양파도 들어간다. 국물이 자박자박 한 게 김치보다는 훨씬 흥건하다. 한참 버무리던 정씨가 간을 보더니 "싱거우면 액젓으로 간을 맞추라"고 한다.
얼마큼 숙성시켜 먹는지도 제 맘이다. 정숙희씨네 식당에선 3년까지도 삭힌 게국지를 찌개로 끓여서 낸다. 설탕을 넣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달다. 모두 게에서 우러난 맛이다. 곰섬나루에선 "게국지는 3년은 돼야 제 맛이 난다"고 주장한다. 고순옥씨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해서 바로 먹어야 해유. 삭히면 (배추가) 질겨서 먹간유? 전날 하면 다음 날 먹어유. 액젓은 멸치액젓이 들어가야 시원해유. 까나리액젓은 텁텁하고."
"집에서 끓일 때는 쌀뜨물 좀 넣고 김치찌개 끓일 때보다 국물을 넉넉하게 잡고 끓이세요. 조개 있으면 같이 끓여도 국물이 시원해요."(정숙희)
갓 만든 게국지를 비닐봉지에 담는 생활개선회 회원 주부들의 얼굴이 밝았다. "내일 저녁거리는 해결했다"는 표정이었다.
-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