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2005. 10. 8
산행 참가자; 允峰, 宗山, 惠珍, 裕峴, 寸哲, 明谷, 柳溪, 慈某
높은 하늘에 구름이 간간이 떠 있는 산행하기 좋은 날씨다. 도봉산 만남 장소에 도착하니 宗山 부부, 裕峴 , 寸哲 , , 柳溪가 보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明谷은 화장실에 갔다가, 오자 마자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말레이지아 사바주 山 통후추다. 4박 5일간 말레이지아 4000미터 고지 산행에 가서 선배들 딱가리 하느라고 정신 없는 와중에 통후추 챙겨 온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 친구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노라! 그런데 누구네는 좋겠다. 두 통 씩이나 받았으니.. 다음 번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땐 와이프를 데려와?! ? 하나.? 9시 30분 崔某가 전화를 해 급한 일이 생겨 못온단다. 대장과 총무 모두가 전화를 안 받아 慈某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지난 번 산행 중 암릉 코스에서 山行 高手인 南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新銳인 그를 보고 싶었는 데..
慈某가 제안한 도.북 2산 산행은 도봉산 쪽에서 가자면 신선대에 점 찍고 하산해서 다시 북한산을 올라야 하므로 약 10시간 코스가 되 오늘의 출발 시간으론 좀 늦었다고 신대장이 차근차근 설명한다. 도.북 2산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설악산 용호장성(?) 등반에 대비한 사전 적응 훈련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니 널지막한 공터가 있는 데 K 대학교 동문 등반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다. 머리 좋은 某君이 넉살 좋게 도시락 나눠 주는 데 가서 한 봉지 받아 온다. 이 친구는 절에 가서도 새우젖 얻어 올 친구고 혹시 우리 팀이 산에서 먹고 마실 것 떨어지면 주변 다른 팀에 가서 이것 저것 풍성하게 조달해 올 보배 같은 친구다.
K대학교 외에도 여러 직장 단체가 많이 온 듯 오늘의 도봉산은 유난히 북적거린다. 짧은 가을 정취가 사라지기 전에 그 맛을 보기 위해 너도 나도 만사 제쳐 놓고 찾아 온 것이리라. 인파를 피하기 위하여, 다락 능선 좌측 능선을 타고 다락능선 꼭대기에서 포대능선, 신선대로 갔다 우이암을 경유 우이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포대 능선 입구에 도착하니 예상 했던 대로 여러 단체 팀들이 쇠난간 시작 되는 곳에 속속 도착한다. 慈某가 농담 비슷하게 옆에 바위를 타고 우회 하자고 하니 신대장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즉시 오케이를 한다. 긴가 민가 해서 뒤를 따르니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裕峴은 잠시 망설이다 자기는 쇠 난간 붙들고 올라가는 정코스로 가겠다고 빠진다. 정씨 부인 포함 나머지 인원은 모두 신대장 뒤를 따른다. 慈某도 얼떨결에 대열에 합류한다. 다행히 이 코스를 잘아는 아저씨 하나가 일행에게 홀드 잡는 위치와 오른발 왼발 순서를 뒤에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그다지 어럽지 않게 초입의 어려운 바위를 가로 질러 포대 능선 1차 코스를 우회하여 올라 간다. 휴우~ 慈某 도 장족의 발전을 했다.
1차 코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공터에 자리를 잡고 마음에 점을 찍는다. 柳溪가 큰 피처통에 들은 맥주를 따라서 돌린다. 산 위에서 마시는 맥주는 역시 ‘이 맛이야’다. 某君이 특허 낸 방울 토마토가 보이지 않아 섭섭하다. 식사가 끝날 무렵 중에 어떤 착하게 생긴 젊은이가 慈某에게 다가와 신문지 좀 얻을 수 없냐고 묻는다. 식탁 대용으로 깔아 놓았던 것을 줄까 생각하고 주섬주섬 챙기는 데 누군가 내 옆에 새 신문지가 있다고 한다. 만남의 광장 커피집에서 裕峴이 버리는 것을 아까워서 가져온 것이다. 그 것을 주니 너무 좋아하면서 가지고 간다. 明谷이 참! 지 못하고 한마디 내 뱉는다. “산에 올 때는 그런 것 정도는 준비해 와야지” 寸哲이 한 마디 거든다. “나 같으면 신문지 땅에다 패대기 치고 그냥 간다”. 젊은이가 가는 곳엔 일행 몇이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위해 이 젊은 이가 대표로 온 것이다. 이 젊은이가 크면 아마도 비상시 金某같이 팀의 물자 조달 책임을 질 인재가 될 것이다.
2차 포대 능선을 지나 자운봉, 신선대에 이른다. 신대장과 柳溪는 신선대 암벽을 타기로 하고 나머지는 우회코스를 택하여 우이암을 향한다. 뜀바위에 이르러 신대장이 앞장을 선다. 오늘 유난히 몸을 사리는 裕峴이 우회 하기로 하고 여독이 안 풀려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明谷과 寸哲이 그 뒤를 따른다. 裕峴이 곧 출장을 가기 때문에 몸조심 하는 것이리라. 바위 타기는 오르는 것 보단 내려가는 게 어렵다. 빨간 해병대 티셔츠 입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암벽을 간신히 내려오니 간밤에 비가와 고수 들도 우회하는 판이니, 이름 그대로 뜀 바위에서 뛰기는 힘드니 우회하라고 충고한다. ?! ? 말을 들어 모두 우회하기로 한다. 나중에 우회해서 뜀바위 앞에소 구경하니 산을 10년 다녔다는 몽고족처럼 생긴 아줌마와 일행 남자 2인은 기계적으로 공식에 따라 힘 안들이고 내려 오더만. 난 언제나 저 공식을 터득하려나….
칼바위를 지나서 배꼽 바위에 다가선다. 이 역시 하강코스가 만만치 않은 바위들이 기다리고 있다. 신대장, 정씨부인, 종산이 무사히 내려가고 慈某가 내려 가려하나 중심이 안 잡히고 발 딛을 곳이 마땅치 않다. 뒤에서 기다 리던 柳溪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다시 기어 올라가니 뒤에서 하강하던 팀의 어느 아줌마가 내려 오는 거냐 올라 가는 거냐 해서 내려 가는 중이라 하니, 柳溪와 慈某 둘 다 신발이 릿지화가 아닌 데 어떻게 내려 가나 고소하다는 듯이 비아냥 댄다.. 일행중 남자 아저씨 하나는 ‘여기를 못내려가 헤매면 다음 코스는 더 어려운 데 어떻게 해’ 하며 자기들끼리 입으로 까불며 기계적인 동작으로 쉽게 내려가 버린다. 慈某 때문! 에 柳溪도 도맷금으로 넘어 가니 ‘아! ‘친구여 미안하다. 이 못난 친구를 용서해라’. 조금 헤매다 어찌 어찌 내려 왔지만 정말 다음 코스가 걱정이다. 온 코스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이판사판 가는 수 밖에. 마지막 내려 가는 바위에 이르니 우회팀이 기다리고 있다. 裕峴은 내려 오는 신대장, 정씨부인, 宗山 등을 향하여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다. 아이구, ‘나두 우회팀에 합류하여 裕峴처럼 사진이나 찍을 걸’ 후회가 가슴을 친다. 裕峴 너 팔자 좋구나! 바위 틈을 살살 내려가 몸을 돌려 계단처럼 생긴 곳을 밟고 내려 와야 하는 데 몸을 돌리는 게 쉽지가 않다. 일차 시도에 실패하고 이차 시도에 성공해서 간신히 내려왔다.! 다시는 이 짓 하지 말자. 누가 훈장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 말대로 벌어 놓은 것 두 없는 데.. 오늘 산행은 寸哲의 얼굴을 제일 많이 본 산행이란다.
우이암을 바라보는 바위 위에 선다. 지그시 감은 부처의 눈과 오뚝한 코, 부처의 긴
귀가 보인다는 柱峰이 보이고 저 멀리 상장 능선 그 뒤로 북한산 줄기가 펼처저 있다. 인수봉, 백운대, 만장봉과 보현, 문수봉. 시계 방향으로 돌아 가면 오봉, 칼바위와 도봉산 더 돌아 가면 수락산, 내가 사는 곳과 성냥갑 같은 아파트촌이 보인다. 이 웅장한 자연 속에 나는 누구인가?
우이능선인가를 내려오며 하산길에 접어 드니 해가 지려고 한다. 삼각산과 상장 능선 중간 위에 걸려 있다. 바로 일주일 전까지도 여름의 이글거리던 태양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힘없고 처량한 落照다. 서글픈 마음이 든다. 나도 저 落潮처럼 지고 있지 않는가? 이외수의 글이 생각난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 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산을 내려오니 저녁 6시다. 길가의 ‘백마강’에 들어간다. 집 옆에 운치 있는 물레방아가 두 개 돌아 간다. 뒤로 돌아 들어 가니 넓은 마당이 나오고 마당에 수도물 나오는 곳도 있다, 손님이라곤 두 사람 한 팀 뿐이다. 학생들 MT 하는 방도 여럿 있어 총 대지가 1,000평은 되는듯 한데 손님이 두 사람 뿐이라니.. 주인 아주머니가 요즘 손님이 없단다. 마당에 원형 테이블 3개와 의자 8개를 펼치고 둘러 앉는다! . 백숙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신대장, 裕峴, 慈某 등은 부지런히 씻고 옷을 갈아 입는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寒氣가 몰려 온다. 계절이 이리 금세 바뀌는가? 明谷을 제외하고 모두 가을 점퍼를 겹쳐 입는다. 明谷은 10월22일 동기회 산행 시 동기들에게 증정할 기념품 모자 샘플을 3개 가져 왔는데, 그 것들 찌그러질까봐 점퍼도 안가져 오고 모자도 적게 가져 온 모양이다. 아 明谷! 총동창회와 土山會의 영원한 총무, 당신같이 말없이 다른 이를 위하여 베푸는 인물이 있어, 우리 사회가 지탱되는 것 아닐까?
또 다른 말수 적은 일꾼 신대장이 구루마에 장작을 잔뜩 싣고 온다. 날씨가 추워 모닥불을 피우려고 한단다. 주인 아저씨가 불쏘시개를 들고 나타난다. 간 밤에 내린 비에 장작이 젖어 불이 잘 안 붙고 연기가 많이 난다. 한참의 씨름 끝에 불이 붙고 모닥불이 피어 오른다. 정씨부인이 불이 더 잘 붙도록 이리 저리 장작을 뒤집으며 아궁이 상궁을 자청한다. 타오르는 모닥불에 밤은 깊어가고 국가 공인 폭탄주 제조면허를 가진 凡川이 없어 정씨부인이 이번엔 제조상궁으로 승천한다. 제조상궁의 지시에 따라 러브샷이 계속된다. 제조상궁의 러브샷 인터벌은 인간적이라 서서히 취기가 오른다. 裕峴이 조용히 읊조린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모두들 젊은 시절 바닷가나 산에 놀러 가서 삥 둘러 앉았던 그때를 회상했으리라.. 다들 천천히 그러나 거나하게 취한 뒤 일어나니 9시가 조금 넘었던가? 그린파크 쪽으로 걸어와 慈某 홀로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한다. 2차의 사나이 劉某가 바람을 넣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향했으면 모두들 별 일 없을 텐데….
2005. 10. 9
慈 秀 明
P.S: 이 번 마지막으로 산행기 흉내 내는 걸 접을까 합니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 山兄 여러분의 심기를 흩으리고 싶지 않고,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치느라 너무 힘들기도 하고(컴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목이 매우 아프요). 그러니 이번에 산행기 쓰라고 압력을 가한 金某와 劉某는 향후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劉某도 상당한 수준의 글을 쓰는 걸로 아는 데 자기는 안쓰고 金某와 합세하여 慈某에게 압력을 가한데 점에 대해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