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머무는 곳(제 5부)
현관 밖을 나서자 문 닫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며느리 임신 축하하러와 오히려 며느리 면박만 받고 돌아서는 꼴이 되었다. 최교수는 며느리에게 왜 이런수모를 당해야 하는가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아내가 며느리 흉 볼 때 마다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들의 아버지로써 며느리의 시아버지로써 그리고 어른으로써의 도리를 지키려면 누구를 편애하고 누구를 미워 할 수 없어 침묵을 지키는 수 밖에 없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고부간의 갈등으로만 생각하고 언젠가는 고부간 관계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 며느리 무례함을 직접 보고 난 후 최교수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 동안 며느리로 인하여 아내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오랜기간 함께 살아왔지만 아내는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큰 며느리로써 집안 일을 빈틈없이 잘 처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특히 가족사랑 만큼은 남달랐다. 자신의 주장이 뚜렸하였으며 시류에 영합하는 가벼운 여자가 아니었다. 아내가 며느리 험담 하는 것도 어쩌면 자식 사랑에서 시작됐는지 모른다. 삼 십년을 키워온 아들을 며느리에게 뺐겼다는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도 자신이 아들에게 바쳤던 사랑 그대로 며느리가 이어주길 바랬던 것이다. 신혼여행 갔다온 후로 며느리 행동면면이 눈에 거슬리기시작하면서 아내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아내는 며느리의 부족한 점을 시어머니의 권위와 사랑으로 다스려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고자 희망했던 것이다.
최교수는 앞서 3층 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이층을 내려와 1층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았다. 뒤 따라 내려오든 아내가 2층 계단 복도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아내 곁으로 급히 올라갔다. 큰 대자로 뻗어있었고 실신했는지 의식이 없었다. 신발은 벗겨지고 가방은 내동댕이 쳐졌다.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최교수는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하여 "여보,여보" 외치며 왼팔로 아내 목을 감아 들어오리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누구 없어요.도와 주시요" 당황한 목소리로 여러번 소리를 질렀다.
"여보, 여보, 정신 차려요"
최교수의 절박한 목소리가 대낮의 조용한 아파트 공간으로 퍼져 나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러자 이층 계단 가까운 곳에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최교수의 절규하는 소리에 아주머니는 말 한마디 걸어 볼 여유도 없었다.
"아주머니 가까운 병원에 전화하여 엠블란스를 좀 불러주세요. 부탁합니다 "
아주머니는 사태의 긴박성 느끼고 다시 집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조금 뒤 도착한 경비원의 도움으로 아내를 경비실로 옮겨놓고 엠블랜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응급실 안에는 간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한 시간 쯤 후 간호사가 최교수를 불러 진찰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방금 현상한 X -레이 사진을 보면서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넘어지면서 다소 충격을 받아 뇌진탕 증상이 조금 있습니다만 다행히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릅, 팔목, 발목 상처가 있는 부위를 촬영했으나 시노비얼 멤버란스(무릎 부분) 부위에 금간 흔적과 발목 인대가 늘어진 것 같습니다."
의사는 무릅부위와 발목부위를 가리키며 설명을 마쳤다.
"발목에 깁스를 하고 일주일정도 입원했다 삼 사주 정도 통원치료 하면 될 것습니다. 환자분이 많이 놀랬을것 같아 신경 안정제를 주사했으니 한숨자고 나면 좋아지실 겁니다."
최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진찰실에서 나와 응급실로 들어갔다. 링거주사를 맞고있는 아내 곁으로 다가가니 아내는 잠들어 있었다.이만 하기 다행이라 생각하며 작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세 네시간이 흘렀다.
아내는 정신이 돌아왔는지 눈물고인 눈으로 최교수를 바라보았다.
"여보 괜찮아요." 미소를 지으며 아내를 위로하며 말했다.
"여긴 우리 동네 XX 외과 병원이요. 당신이 발을 헛딛뎌 계단에서 넘어져 여기로 왔소. 의사선생님이 발목만 삐었을 뿐이라 했소. 하마트면 홀애비 될 뻔 했소"
아내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오전에 며느리한테 당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듯했다.
" 여보, 조금 있으면 진우,진경이 퇴근하고 병원으로 바로 오라했소.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진우집에 갔다오다 계단에서 넘어졌다고만 이야기합시다.그들이 알면 무어라하겠소.며느리 임신도 했다하니 조용히 이겨냅시다.다 우리 어른들 잘 못으로 생각하고 이제부터 당신과 같이 우리가정이 잘 되도록 노력 해 볼테니 날 믿어요. 우리가 잘 처신하면 모든게 해결 될 거요. 아이들에게 아무 말 하지 않기로 약속합시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 거렸다.
최교수는 일주일간 병원에서 함께 지내면서 아내가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아무에게 알리지 않았다.
퇴원하는 날까지 며느리는 병원에 한번도 들리지 않았다.
일 주일후 작은 아들이 일찍 퇴근하여 퇴원시켰다. 날이 저물 즈음 이모가 병 위문차 집에 들렸다.
이모는 오랫만에 엄마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정하게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이모 우는소리가 들렸다. 처음에 다쳐 누워있는 엄마가 애처로와 이모가 우는 줄 알았으나 귀 기울여 들어보니 엄마가 다친 것은 형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며느리에게 당한 봉변과 서러움을 못참아 이모가 울었던 것 같다. 작은아들은 갑자기 속이 뒤집혀 질 것만 같아 가슴을 지어박으며 방바닥에 대굴대굴 굴렀다. 방안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형에게 전화하여 따져 보려했으나 형이 알면 더 시끄러워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바로 술집으로 향했다. 형집에 같다오다 다쳤다는 말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버지 말을 그대로 믿를 수 밖에 없었다.
형수로 인해 단란하게 살아왔던 가정에 분란이 끊이지 않자 형수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형까지 원망했다. 다음 날 결근을 하고 대낮부터 술을 마셨다.술에 만취한 동생은 엄마와 형이 불쌍해 한참이나 술상에 엎드려 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안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할 것 같았다.형 대신 형수 교육을 시켜보기로 결심하고 형집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다정했던 형제관계를 끊게하고 엄마마저 눈물 흘리게 만드는 형수를 보는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형수 머리채를 휘어잡고 실 컨 두들겨 팼다.
이미 형수의 얼굴은 퉁퉁 부어 올랐고 하얀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살기를 느낀 형수는 무릎을 꿇은채로 두손을 비비며 빌기 시작했다.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용서해주세요"
그 모습이 가증스러웠던지 동생은 다시 형수 뺨을 갈겼다.뺨을 맞은 형수는 바닥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야, 네 시집오기 전에 우리집이 얼마나 다정한 집이였는지 아냐, 네 때문에 집안이 풍지 박살이 났어.
그래 놓고 살려 달라고 빌어, 건방진 년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야, 일요일 교회는 왜 다녀. 네 하느님이 시집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어. 넌 교회 다닐 자격이 없는 년이야.
그런 교회 나가려면 네 혼자나 다녀, 왜 형까지 다리고 다녀, 형 마져 그런 하느님 만날까 겁난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벌떡 일어나 현관 문을 열고 "사람 살려주세요" 라며 고함 지르며 계단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조금 후에 경비원도 오고 이웃 사람들이 하나 둘 현관문 앞에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웅성되는 소리를 듣고 동생은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큰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집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나 오늘따라 집이 너무 멀어보였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회사 출근 했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들을 보고 깜짝 놀라
"회사는"
"엄마, 오늘 회사에 안갔어. 형수 사람되라고 실컨 두들겨 패주고 오는 길이야"
그리고 방에서 나와 바로 창고로 갔다. 아버지가 나무에 뿌리던 하얀 농약병을 홧김에 통채로 마셔버렸다.
남은 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두고 동생은 다시는 못 올 길로 가고 말았다.
얼마 전 이웃집 아줌마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테레사는 그 사건도 있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지만 두 노인네를 방치한 사건이 더 잔인하고 불행한 사건같이 느껴졌다.정말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태어나 생부, 생모를 이지경 되도록 방치해온 그 아들과 며느리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혹시 정신병자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지하실 문이라도 열어두고 도망칠 것이지 문을 걸어 잠근 채 도망 칠 만큼 정신이 없었단 말인가. 이건 존속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가슴이 답답한 테레사는 “주님께선 이런 사람들도 용서를 해 주시나이까” 하고 묻고 싶었다.
테레사는 죽 두 그릇을 담았다. 그리고 김치도 잘게 썰고 계란도 쪄서 상에 올렸다. .
“할아버지 할머니 진지 드세요. 초췌해진 눈을 뜨고서 테레사를 바라보았다. 테레사가 상을 방바닥에 놓자 할머니는 일어나보려고 안간 힘을 다 써고 있었다. 힘겹게 일어나 흩어 진 머리를 두 손으로 쓸고 틀어 비녀를 꼽고 난 후 테레사 쪽으로 힘겹게 돌아앉았다. 할머니는 기력이 빠질 대로 빠져있었다. 죽 그릇을 끌어당겨 숟가락으로 힘들게 저어가며 식히기 시작하였다. 죽이 식었는지 몇 번씩이나 입가에 대고 확인을 한 후에 영감 가까이 다가가 한 숟갈씩 퍼서 영감 입에 넣어주기 시작했다. 영감이 삼킨 것을 확인하고 먹이기를 반복하였다. 영감에게 먹이는 동안 할머니는 한 숟갈도 먹지 않았다.
할머니의 애틋한 모습을 지켜보는 테레사는 눈시울이 젖고 목이 메어서 차마 가야겠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더 늦어지기 전에 가야하는 테레사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말았다.
“할머니 제가 시간이 없어 이만 가 봐야겠네요. 내일 다시 올게요. 죽은 오늘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드실 수 있도록 충분히 끓여두었는데 배가 고프시면 조금씩 데워서 잡수세요.”
할머니는 테레사를 힘겹게 바라보며 머리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 모습에는 감사의 뜻까지 새겨져 있었다.
현관문을 나오려 하는데 백발이 성성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영감 할마이 어째 됐노, 어째 살아났나” 큰 목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두 분께서는 큰방에 계십니다.”
“색시는 누구요.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이웃에 삽니다. 죽을 쑤어 놓고 가는데 지금 식사중이십니다. 방으로 들어가 보세요.”
찾아온 할머니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아 테레사는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오늘저녁은 어떻게 보내실까. 아무 탈이 없어야 할 텐데 생각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도 몇 번이나 뒤 돌아 보았다.
일요일이었다. 그 사이 남편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남편이 먼저 말을 끄집어내었다.
“당신 그 두 노인네 어떻게 알게 되었지”
테레사는 꿈을 꾼 이야기와 그 집에 가게 된 내용을 전부 다 이야기했다. 남편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남을 도와준다는 것은 반대는 안 해, 그렇지만 피곤 한 몸으로 그분들을 언제까지 도울 수 있겠어.”
“나도 그게 제일 걱정거리야. 무슨 방법이 있겠지. 당신이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나.”
“노인네들이 그 집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지 그걸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 그 것부터 좀 알아줘”
“그리고 다른 것은 없어”
“저분들을 어떻게 언제까지 도와 드려야 할지 나도 잘 몰라. 외부의 도움을 받기는 받아야 할 텐데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좀 알아 봐야겠어. 동 사무소와 성당에는 내가 가서 알아볼게”
그 날 오후에 남편과 함께 그 집으로 갔다. 할아버지 머리도 잘랐고 면도도 해주고 목욕도 시켰다. 목욕 후에는 준비해간 내의로 갈아입혔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원기가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약간 부축만하면 화장실까지 다닐 수 있게 되었고 할머니는 식사까지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테레사는 노인네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이 생각되어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매일 시장에 갔다 오는 길에 필요한 반찬을 조금씩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는 일을 잊지 않았다.
오랜만에 할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색시, 한 밤중에 영감이 항상 춥다는데...”뒷말을 흐렸다. 테레사는 보일러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몰랐다. 집에 있는 전기담요를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할머니 오늘만 고생하세요. 우리가 쓰던 전기담요를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밖에 젊은 남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목소리를 듣고 방에 있던 테레사가 밖을 나와 보았다.
“누구시죠”
“00은행에서 나왔습니다.”
“실례지만 아주머니는 K사장님과 어떤 관계입니까.”
테레사는 며칠째 드나들며 보고 들은 내용을 있는 데로 이야기했다. 그들은 노인네의 슬픈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이 집 주인 되는 분이 부도를 내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어쩔 수없이 채권확보를 위해 경매절차를 밟으려 찾아왔습니다.” “그렇군요.”
테레사는 마음이 급해 “언제까지 집을 비워드려야 하나요.“하고 물었다.
“집이 경매 될 때까지는 은행에서 직접 관리를 하게 됩니다. 무어라 말씀은 못 드리지만 살림을 하고 있을 경우 집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경매가 끝나 채권회수 되는 날까지 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정이 어려운 것 같으니 지점장님과 의논해서 결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경매기간이 오래 걸리나요.”
“육 개월 정도 걸립니다.”
테레사는 은행직원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노부부는 테레사의 보살핌으로 살아가고 있다. 데레사는 며칠에 한번 씩 들렸다. 갈 때마다 시장에 들려 필요한 것을 구입하여 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할머니가 밥도 짓고 요리를 했다. 테레사는 “할머니 잡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미리 말씀 해주세요. 다음에 올 때 사 가지고 올께요.” 할머니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색시 충분하다고”만 이야기한다. 미안해서 그럴 것이다. 가끔 가계에서 구운 통닭도 가지다 드렸다.
노부부의 앞날이 걱정되었다. 3개월 후면 집도 비워 줘야하고 살집도 마련해야 한다. 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누구하고도 의논 할 사람이 없었다. 오직 남편뿐이다. 남편과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한 달 전부터 노인네의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가계 문을 30분 더 늦게 닫아왔다. 테레사는 3개월째 전기세, 수도료 및 생활비를 지불해왔다. 어떻게 노부부를 걱정 없이 살아가게 할 수 없을까 하고 남편하고 여러 번 의논도 해 보았다. 의논을 해보아도 현제까지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외부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생각만하다 차일피일 미루어오다 3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동사무소를 찾았다. 담당자는 서른 가까이 보이는 지체부자유한 아가씨였다. 그녀의 책상 옆에는 목발이 세워져 있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것 같았다.
주민 등록부에는 노부부가 부양가족으로 되어있었다. 테레사는 알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 아가씨는 매우 적극적이고 테레사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난 후에 조목조목 규정을 찾아가며 설명을 하였다. 일단은 부양할 자식이 있으면 지원대상이 안된다고 하였다. 동사무소에서는 극빈자로 등록 되어있는 경우에만 양식과 조금의 현금이 매달 지불된다고 했다.
테레사의 딱한 사정을 다 듣고 난 아가씨는 “차 상급 지원자 규정”이 있기는 한데 현장을 방문하고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에 문의하고 난 후에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테레사는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곧이어 성당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잘 아는 마르셀리노 사무장을 만났다. 사무장은 노인네가 비신자라고 이야기하니 빈첸시오회 회장을 만나 보라고 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