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소울...에서 강조하는 가장 큰 특징은 흑인다움입니다. 속된 말로 쉽게 말해서, "블랙스럽다"라는 느낌이 들어야 소울이라고 할 수 있죠. 뭐 영혼으로 노래한다는 건 블루스나 다른 민족 음악들도 비슷한 맥락인데, 그 중에 흑인 티가 딱 나는 음악을 가리켜 소울이라고 하죠. (일반 명사를 독점해버렸죠... 음;; -_-)
따라서, 소울 음악의 보컬 역시 누가 언제 어디서 들어도 흑인 같으면 소울입니다. 근데, 만약 흑인이 불렀는데 백인 성악가 처럼 들리면 그건 절대 소울이 아닙니다. 그래서, 백인 R&B 아티스트는 있어도 백인 소울 싱어는 거의 드물죠. 왜? 목소리가 흑인이 아닌 티가 딱 나 버리니까... 뒤집어 얘기해서, 동양인이 부르긴 불렀는데, 완죤 흑인 톤이 나온다... 하면 소울입니다. 성대 구조상에서도 거의 드물죠. ^^
그럼 R&B는 흑인 티가 안 나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다만, 리듬 앤 블루스는 역사적으로 볼 때 백인들의 카피(커버 레코드라고 부르는)가 많이 있었고, 정말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으며 즐겨 들을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컬 뿐만 아니라, 멜로디, 화성, 리듬 등에서...)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아무리 R&B에서 쓰이는 바이브레이션과 음정 꺾는 창법이 이용되도 흑인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면, R&B를 불렀다고 할 수 없죠. 이건 기본적으로 있어야 되는 요소입니다... ^^
다음으로 기교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죠.
소울에는 기교가 안 들어가 있다... 정말 그냥 듣기에 저두 그렇게 느껴진 적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다면 R&B의 기교는 어디서 왔을까요???
보통 R&B를 흑인의 블루스적인 요소, 노동요, 재즈 등에다가 유럽 음악적인 요소가 섞여 대중화된 음악 장르라고 많이 이야기하지요. 이 유럽 음악의 성악 중에서 '콜로라투라(Coloratura)'라고 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현란하게 목을 꺾어대면서 음정을 악기마냥 콘트롤하는 고난도 테크닉이죠. 이 콜로라투라는, 어느 민족에서나 나올 법한 5음계 안에서 보통 쓰입니다. 신기한 일이지만, 흑인들의 블루스에다가도 접목시킬 수 있었던 거겠죠. 물론 원래의 블루스에는 이런 테크닉이 안 쓰였겠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가스펠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 음악이 흑인 음악과 만난게 블루스보다도 가스펠이죠.
흑인영가 + 유럽 교회 음악 = 가스펠...
암튼, 성가대가 가스펠의 후렴구 멜로디를 노래하면, 그 중에 노래를 잘하는, 예를 들어 1초에 음을 5~6개 꺾어내고 바이브레이션 살벌하게 하는 한 사람이 나와서 리드 보컬과 애들립을 하죠. R&B가 바로 이 요소를 얻어갔습니다. 원래 R&B와 가스펠은 앙숙이었는데, R&B 가수들이 가스펠 곡을 대중음악으로 개사해 부르고, 또 많은 R&B 아티스트가 기독교인이다 보니 그냥 섞여 버렸죠. 따라서, 이제는 R&B에서도 후렴 부분은 리드 보컬이 거의 안 부르고 성가대에 해당하는 백그라운드 보컬이 부릅니다. 대신 그동안 리드 보컬은 현란한 애들립의 테크닉을 선보이는 거죠. 바이브레이션도 비슷한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소울은 생성 배경 자체가 조금 저항적이었죠. "Black Is Beauty!"라는 구호가 그 모든 설명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 음악적인 요소 대신에 좀 더 흑인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의 노래를 원하던 시대의 요청이 소울을 만들어 냈죠. 원래 '흑인 냄새가 나는'이라는 뜻으로 'funky'도 쓰였는데, 팝이나 퓨전 재즈에서도 이 단어를 써버리고,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해졌습니다. 그래서 조지 클린턴이 하는 것도 funk고, 심지어 동양의 일개 아이돌 스타가 하는 음악도 funk가 돼버렸죠. 따라서 "소울"이란 말을, 흑인임을 대변해 주는 거의 유일한 단어처럼 쓰는 듯 합니다. (혹시 다른 설명 아시는 분은 리플을...)
제가 처음 소울을 알게 됐을 때, 소울 보컬을 그냥 절규하는 듯한 창법으로만 인식을 했었죠. James Brown의 외침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D'Angelo의 'Untitled' 맨 후반부의 샤우팅도 연상이 되죠.그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신(新) 소울 (Neo Soul)에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Musiq Soulchild나 Erykah Badu는 왜 미친 듯이 소리를 안 질러대는가에 대해 답을 못합니다. 또 가성을 많이 쓰는 창법이라고도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두 있더라구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흑인적인' 보컬이면 다 소울이라는 겁니다. 휴~ 길게 방황해서 여기까지...
근데 요즘에는 이 R&B와 Soul의 구분이 또 힘들어 집니다. 어느 뮤직 사이트를 가도 같이 묶여 있는 데가 많죠. Brian McKnight의 'Love of My Life'같은 거 들어보면 R&B 아티스트도 언제든지 취향에 따라 소울적으로 부르고, David Hollister같은 아티스트는 어느 쪽인지 분간이 안 가고, Eric Benet의 'Spiritual Thang'같은 거 들어보면 살벌한 꺾기 테크닉은 기본으로 갖추고 자제할 뿐이죠... Angie Stone의 'Brotha' 맨 끝부분 소리 크게 하고 들어보세요. 뒤집어 지는 기교~ -_-
저는 보통 아티스트나 음악 스타일로 R&B와 Soul을 구분해 놓죠. 그래두 CD장에는 몰아 넣습니다. Single / R&B, Soul / Gospel / Funk, Fusion Jazz / O.S.T. 뭐 이렇게... ^^
암튼 부족하나마 구분을 해 봤습니다. 혹시 잘못된 내용 있으면 리플 달아 주시고요, 앞으로 더 많이 들어보면 또 다른 걸 발견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