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내와 함께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봤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메디와는 다른 차원을 볼 수 있게 되어 오랫만에 신선함을 맛보았다.
겨울이 추워 따듯한 방안에서만 생활하다 하루 밖에 나가 시원한 찬바람 쐬고 정신이 확 깬듯한 그런 시원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포스터 카피에 나온 말처럼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적이 있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사랑을 어떻게 하고, 연애와 결혼, 만남의 의미를 새롭게 되돌아 보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만난지 500일에 대한 기록인 이 영화는 만남의 첫날부터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갔다 다시 앞으로 왔다 때론 기대치(expectation)와 현실(reality) 비교하는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런 류의 전개방식은 어떤 분 블러그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는 것은 이 영화가 한 쌍의 남녀가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겪는 과정에 특별한 무게를 두지 않는 것이다. 당장은 없으면 못 살 듯 애가 타도 지나고 보면 앨범 속 사진처럼 삶의 셀 수 없는 순간들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말이 공감된다.
무엇보다 기존의 영화 전개 방식을 깬 새로운 방식이 좋았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순수 남 톰과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쿨하게 오직 친구로 지내자며 선을 분명히 긋는 수수께끼 여자 주인공 썸머가
우리의 일반적 성향과는 반대로 역할이 바뀌어 나오는 영화여서 더 좋았다.
마치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드러나는 현실적인 남자와,
이상적인 만남이나 결혼을 꿈꾸는 여성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듯한 상황......
그 상황이 마치 내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와서 ㅎㅎ....
영화 줄거리는 리뷰나 시놉시스를 참고하시길....

500일의 썸머 영화는 남자 주인공 톰이 썸머를 만나는 500일을 말한다.
(500)은 톰이 썸머를 만나 느끼는 짝사랑의 설렘, 사랑의 행복, 냉각기의 외로움과 두려움, 다시 잘되거라는 희망, 체념과 극복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500일 '의' 썸머 라는 한 가운데 '의'자 위에 영어로 (500) days of summer라고 쒸워져 있다. 괄호( ?)의 의미는 꼭 500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썸머를 만났던 탐처럼 연애와 사귐이 있는 자마다 그 날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 남아 있는 날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가 다양한 시간과 날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금여기에 있듯이 나와 우리의 사랑의 날을 말한다.
톰은 오직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하는 썸머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그러면서 썸머 또한 자기가 선언한 대로만 되어지 않음을 느낀다.
서로 친구로 만나든지(여자 입장) 애인이든지(남자입장) 자주 만나면서 몸과 마음이 가까워진다.
가까워지면서 다가오는 또 다른 느낌 들에 둘은 혼란스러워한다.
왜냐하면 서로가 처음 상대방을 대하는 존재방식이나,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아직 상대를 애인이나 결혼 배우자로 인정되지가 않는다.
내 선언이 그랬기 때문이다.(물론 그 선언에는 여러 이유들이 존재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심지어 결혼한 부부라도 해도 충분할 지경까지 가 버렸다.
그러니 둘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설정을 해야 하는 시점을 만난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할 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신나던 그 때,
그런 사랑이 내 사랑이 아니 될까봐 두렵고 불안해 자신을 다스리고 수행하지 않고,
문제와 책임, 심지어 믿음까지 상대를 통해 확보하려는 무리수가 죽을 만큼 아픈 모습으로 비교되어 표현된다.
연애로 인해 좋은 때 vs 죽고 싶은 때
좋은 감정에 푹 빠져 매일 보고 싶을 때 vs 싫은 감정에 죽기만큼이나 보고 싶지 않을 때
연애 처음 하던 시절 vs 연애가 시들해진 헤어지기 전
이 사람 아니면 안 되는 시절 vs 그 사람이라서 너무 부담되는 느낌
500일을 반으로 나눠 생각해 볼 때 250일 내에 시간 vs 250일 이후 시간
...............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자기 입장에는 충실해 보인다.
흔들리 않으려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톰은 더 불안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할 때 분명 좋은 것 같은데 입으로 나오는 표현은 아니라고 할 때,
때론 계속해서 처음 선언했던 변하지 않는 입장만을 고집한다고 느낄 때 괴로워진다.
적어도 남자의 입장은 그래 보였다.
우리가 연애하고 사랑할 때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그 남자가 자기에게 강하게 대쉬해 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남자입장에서는 그 여자가 너무 무정하고, 냉정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서로 나를 좋아하고, 싫어한다는 분별심이 상대방의 지금 고백보다 앞서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물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 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 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톰이 그렇다. 상대방이 지금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도 썸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서로 좋고 행복하니 그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착이다. 왜냐하면 여자쪽에서는 아직 그 수준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데도 계속 프레스를 준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고, 그러다 서로가 한 마음이 되어 둘이 같은 결정을 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 때 건강함이 회복되고, 서로에게 믿음이 커져 기존의 선언을 바꿀 때가 온다.
그때 결혼하자고 합의 되면 그때가 때다.
하지만 대부분 연애하다 헤어지게 되는 경우는 자기 방식을 집착하기 때문이다.
남자도 잡착하지만 여자도 사실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엔 쿨해 보이지만 여자도 남자가 좋음에도 자기의 기경험에서부터 자유하지 못하고
그 기억속에 집착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들 남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로 칩착한다. 만남은 소중하지만 이별도 소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중한 만남에만 집착해 이별을 아프게만 받아들이는 집착이 있다.
만남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왔듯이 이별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를 더 풍성하게 하고, 사상과 행동의 지평을 넓혀주는 많은 것들을 선물한다.
결국 둘은 헤어진다.
여자가 먼저 결혼한다. 나중에 톰을 찾아와 자기도 그럴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운명이다 말한다.
그렇다. 삶은 운명대로 가는 것이다.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따라 사랑하면서 받아들이고, 거부하면서 살아간다.
그러기에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톰은 결국 카피라이터 일을 접고, 마지막 자기가 좋아했던 건축일을 찾게 되면서 과거 썸머와의 일들을 추억으로 점점 잊는다. 새로운 직장 입사 면접 장소에서 '가을'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이 때 톰은 변해 있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그저 여자 입장만을 배려해 주던 그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다. 전엔 상처 받을 까봐 못했던 말들을 쏟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썸머와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헤어지고 만나는 일, 자연스럽게 대하자.
집착하지 말고.....
사실 우리 모두 썸머와 사귄 적이 있지 않는가?
그래서 지금처럼 멋진 인생을 살고 잇는 것이 아닌가?
지난 날을 연애의 상처, 헤어짐을 너무 아프거나 힘들게 내 자리에 두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아마 우리 모두가 거처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해야 되지 않을까!
이 사람 아니면 안될 것 같고, 필경 죽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랑도 때론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위해 나는 '500일의 썸머'를 보고 난 뒤 '1000일의 윈터'를 만나러 간다. 그 사람 아니면 결코 안될 것 같은 또 다른 운명의 사람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