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거실ㆍ방 등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구조 변경이 쉬운 아파트에 용적률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아파트 평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다양해지는 추세에 따라서다.
이에 따라 수십 년간 주된 아파트 건축공법인 벽식구조로 지어진 아파트가 점차 물러나고, 벽을 털 수 있어 리모델링이 쉬운 새로운 건축방식 도입이 잇따른다.
‘가변형’우대=아파트 구조에서 튼튼함보다 가변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00년 이상 가는 콘크리트의 수명에 맞게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각종 장려책을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5월부터 리모델링하기 쉬운 구조로 지은 아파트에 대해 용적률ㆍ높이제한 등을 최고 20%까지 완화해주기로 하고 최근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위 아래나 옆 세대와 통합 가능 ^구조체와 설비, 내부와 외부 마감재 분리 가능 ^개별세대 내 공간 가변성 등이다. 집 크기를 조절하고 건물 전체를 헐 필요 없이 파이프 등 설비나 내부 평면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설비가 콘크리트 속에 묻혀 있는 탓에 낡은 설비를 교체하기 위해 다시 헐고 지어야 해 자원 낭비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용적률 등의 완화 범위와 세부적인 적용기준은 각 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에서도 구조를 바꾸기 쉬운 아파트의 등급이 높게 매겨진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세대 내 전체 벽ㆍ기둥의 길이 가운데 내력벽ㆍ기둥 길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중을 떠받치기 때문에 허물어서는 안 되는 내력벽이 적어야 유리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구조안전과 직결되는 뼈대부분을 제외하고는 맞춤형 가구처럼 쉽게 바꾸고 뜯어 고칠 수 있는 아파트로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해 12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가변형 내부구조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고 말했다.
새 건축공법 속속 도입=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건축기법으로 벽과 슬래브(벽과 벽 사이 연결하는 바닥과 천정)로 짜여 지는 벽식구조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을 부수면 구조안전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하기 쉬운 대표적인 구조가 기둥과 보(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수평재)로 무게를 견디는 라멘조다. 하지만 고층건물에 적합한 대신 건축비가 벽식구조에 비해 15% 가량 비싸 경제성이 떨어져 주상복합아파트 등에만 활용돼왔다. 보가 슬래브보다 30cm 정도 더 두꺼워 같은 층고제한에서 지을 수 있는 층수가 낮아진다. 그만큼 가구수가 줄어 분양수익이 감소하고 벽식보다 철근이 더 들어간다.
때문에 업체들은 벽식구조와 라멘조의 단점을 보완한 구조의 개발에 적극 나섰다. 대한주택공사는 지난해 슬래브의 강도 등을 보강한 무량판과 내력벽을 사용하는 무량판구조를 개발해 대구 율하지구와 청주 성화지구에 분양한 1500여가구에 적용한 데 이어 올해 수도권 분양단지들에 확대해 적용키로 했다.
주택공사 주인돈 차장은 “공사비는 벽식구조와 비슷하고 비내력벽으로 벽체를 짓기 때문에 라멘조처럼 거실ㆍ방 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주공은 10평형대의 임대 아파트에는 위 아래나 옆 세대와 합칠 수 있도록 내력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조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 이재홍 상무는 “벽식구조로는 획일화된 평면만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건축기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분양하는 단지들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처음 적용한 무량판구조를 올해는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벽산건설은 지난해 12월 인천 도림지구 아파트 분양 때 무량판구조와 비슷한 구조를 적용한 5가지 타입의 평면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