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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지 : 2011. 9. 4(토) / 방배역5번출구 (10시)
▣ 동 참 자 : 11명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전작, 조문형, 한양기)
▣ 동 반 시 : "석산꽃" / 박형준
▣ 뒷 풀 이 : 전어 맟 광어 세꼬시회에 맥주, 막걸리 / 낙성대 골목시장
8월에는 비가 많이 내렸고 나도 일이 겹쳐 두 번 산행을 동행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11명의 산우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경식 회장은 한 사람의 산우라도 더 만나고 싶어 연신 핸드폰에 눈길을 주고 확인을 하고 있었다. 총무인 내가 할 일인데 미안했다. 10시20분을 넘기고서 11명이 전부였음을 알고 출발을 했다.
한참 오르다가 전망대가 있어 한숨 쉬어가자고 했다. 얼른 이재웅 산우가 무거운 짐을 덜겠다고 맛있는 과일을 내놓았고 전작 산우는 모시떡을 돌렸다. 맛있게 먹으면서 농사짓는 일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이경식 회장은 요새 도시농업 전도사로 강의도 한단다. 예쁜 아줌마 회원들과 농사짓는 게 기쁨이 가득한 듯 보인다.
세상이 하수상하니 자신의 먹거리를 손수 재배하여 먹는 게 좋은 일이다. 나는 유기농 퇴비 만드는 방법을 신문에서 보고 얘기했는데 깻묵과 쌀겨, 커피를 내리고 남은 원두커피가루, 그리고 요구르트를 고루 섞어 맛있는 냄새가 날 때까지 발효를 시켜 화분이나 밭에 뿌리면 좋다는 이야기였다.
암사동 정수장 정문 쪽에 150평에 15가지 정도의 작물을 심어 맛보고 있는데 처음 2년간은 부모님을 따라 농사에 입문하였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혼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그럭저럭 농사를 짓는 중이다. 땀을 흘리면서 몸 속의 노폐물 청소도 하고 푸성귀를 싱싱하게 뜯어다가 삼겹살에 싸서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쉬는 동안 수다가 길어졌고 또 걸으며 땀을 흘려야 한다. 날씨가 서늘하고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니 산행하기가 매우 좋았다. 오늘 글짓기는 자주 빠진 죄로 총장이 써야 한단다. 이 회장의 명령이라 얼른 그러마고 했다. 지금까지 솔선하여 고르게 돌아가며 산행기를 써준 산우들께 고맙게 생각한다. 올해는 산행기를 쓰는 것을 누가 순서랄 게 없이 잘 진행되어 온 것 같다. 김정남 왕회장의 문장력을 전수받아 시산회 산우들은 작가 수준의 산행기를 쓰고 있다.
한참을 오르니 체력단련장이 있어 쉬자고 한다. 그러자! 목도 마르니 맛있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올라가자. 나는 안주로 포도 2송이를, 한양기 산우는 1억짜리 갓김치를 내놓고 뭔가 그 사연을 설명하였는데 내 기억이 가물거려서 생각이 나지 않지만 맛있는 돌산 갓김치였다. 앞으로 자주 가져 오시게나.
막걸리가 잘 팔리니 차별화한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효소가 살아있다 해서 3백원을 더 받더라는 ‘우국생’. 그래도 맛이 더 좋으니 비싸도 좋다. 막걸리는 우리 것이니 말이다. 관악구청이 산행인들을 위해 탁자와 의자를 마련해주어 좋은 휴식이 되었으니 구청장을 칭찬해 주고 싶다.
또 흠뻑 쉬었으니 마당바위 쪽으로 출발이다. 위윤환 산우가 내게 요새 산행을 안 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한다. 자신은 국내에서 좋은 사람이 바닥났으니 해외원정도 가능한 지를 물으면서 자신은 자식들 농사가 안 끝나서 불가능하다니 어쨌든 국내서 조달해야 될 일이다. 산우들이여!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빨리 신고하세나.
마당바위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쉼터로서는 좋은데 한 곳에서 홍어회를 먹는지 냄새가 약간 거시기했다. 먹거리로 우리끼리 있을 때는 홍어회가 좋았는데 다른 지역사람이나 여자들은 싫어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니까 쉼터에서 냄새가 나는 좌판을 벌려 놓은 무리들이 나쁘다는 거 아니겠는가. 마당바위에서 홍어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3백 미터쯤 올라가다가 배꼽시계가 소식을 보내오고 이리저리 자리를 찾았다.
남들의 눈을 피해 약간 높은 자리에 자리를 깔고 떡과 다과를 놓고 막걸리 파티를 즐겼다. 마시고 먹을 때는 늘 즐겁다. 정남이표 한과와 두부 김치, 여러 산우들의 떡과 손두부, 과일로 적당히 배를 채웠다.
조문형 산우의 속궁합론으로 즐거운 부부사이가 어떤 것인지 소개되었다. 지금도 외출할 때 늘 손을 맞잡고 다니는 염재홍 산우가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K20마을에서 많은 부부관계 지식을 배우고 실습도 해본다. 그래서 참 좋은 까페라고 생각하며 내 초등학교 까페로 스크랩도 자주 해 간다.
정상이 가까이 보여 내친김에 정상까지 오르자는 이경식 회장의 의견이 있었으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이정표는 5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지만 그 시간은 더 걸리고 시산회의 ‘빛나는 전통’인 ‘먹었으니 내려가자’가 대세로 굳혀진다. 마당바위로 내려와서 시낭송의 시간에 오랜만에 참석한 위윤환 산우에게 낭송을 권하고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박형준의 ‘석산꽃’을 읊는다.
시낭송이 끝나자 이재웅 산우가 스마트폰을 꺼내들더니 단호하게 자신이 시를 한 수 더 읊겠다고 한다. 의아했으나 반대할 일이 아니다. 검색을 하더니 서정주 시인의 ‘신부’를 다시 읊는다. 전작 산우와 재웅이는 미당 문학관에서 설명회의 말미에 관장이 읊던 이 시가 가슴에 남아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까지 그 시를 잊지 못하고 부를 것인지 두고 보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니 오래갈 것 같다.
신원우 동창회장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감동을 함께 나누며 읊기를 원했지만 이 회장은 조용한 곳을 원한다. 어쨌든 양 회장의 의견은 달랐으나 앞으로 잘 조율하기 바란다. 내려오면서 10월의 졸업 40주년 기념행사에 대하여 신원우 동창회장은 특히 시산회원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아무튼 배를 충분히 채우고 나니 2시경이 되어 하산이다. 뒤풀이는 사당역근처에서 하려고 선두에서 열심히 발길을 옮겼는데 이 회장, 신 동창회장, 등반대장인 김 왕회장 등이 더우므로 짧은 코스인 낙성대역 쪽으로 내려가자고 하니 대세가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시장을 들어서서 횟집을 찾았다. 마침 전어철이라 전어회와 광어세꼬시회를 시켜 혀와 배를 즐겁게 했다. 이 회장이 회비 만원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산행을 하고, 이렇게 맛있고 푸짐하게 제철에 난 두 가지 회를 먹을 수 있는 모임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를 치는 이유는 많이 참석하여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권유의 말로 들린다. 불만 제로, 100% 만족스러운 뒤풀이였다.
다음 산행은 남북으로 한 번씩 갔으니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자고 하여 청평 민물고기연구소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김종화 산우가 추천한 강촌역 근처에 있는 검봉으로 정했고, 9월18일(일요일) 10시 상봉역 플랫홈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추석절 가족들과 잘 보내시고 많이 동행하세.
산에 오르기 좋은 10월에는 3번의 산행을 하고, 한 번은 광고20회 40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무등산(산장 쪽 원효사-서석대-정상-입석대-중봉-원효사 코스)을 오를 예정이니 모두 함께 가세. 고교시절에는 겨우 중봉까지만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며, 서석대와 입석대는 6각형의 기둥인 주상절리로서 까마득한 옛날에 바다였다.
솟아 산으로 변한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정해도 좋은, 멋진 곳이라는 김 왕회장의 설명이 있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는 산우들이여! 늘 자기건강을 잘 챙기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날 때까지 행복해 보세나.
< 2011년 9월 7일 박형채 씀. >
< 동반시 >
"석산꽃" / 박형준
한몸 속에서 피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 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