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파주’(교하-운정)을 기록하다<2021 파주 기록학교>
1. 2021년 파주 중앙도서관에서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20-30년간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는 파주의 교하, 운정 지역의 사라진 모습을 기억하고 기록할 뿐 아니라,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인터뷰함으로써 과거의 역사지리적 가치와 현재의 모습이 지닌 가치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이다. 일명 <파주기록학교>는 파주의 아카이브 활동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기본적인 활동방법과 기술을 안내한 후 4개의 팀으로 나눠 각자의 주제에 맞춰 파주의 교하, 운정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을 실시하였고 2022년 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 각 팀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① <안녕, 돌곶이> ② <파주에서 부모로 살다> ③ <움직이는 풍경들> ④ <삽다리에서 시작한 동패리의 라온> 등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만난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누구나 자신과 관계된 시간적, 공간적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개인적으로 추구하기에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접근 방법에서도 막연할 수밖에 없다. 이때 공공기관의 선도와 전문가의 지도로 이루어지는 지역 아카이브 활동은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 뿐 아니라 그것을 확인하는 지역 사람들에게 현재의 실존적 의미를 부여한다. 내 지역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정보를 알게 되면 누구나 애정은 깊어지고 공간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 작업의 결과를 천천히 살펴보는 일은 현재의 나를 점검하는 일과 일치하는 즐거움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3. 이번 아카이브 활동은 먼저 교하의 대표적인 심학산 주변 마을인 ‘돌곶이’마을의 유래와 역사를 추적한다. 이 마을은 ‘해주 최씨’의 작은 집성촌으로 출발하였지만 심학산 관광지 개발로 인해 외지 사람들이 유입되고 많은 상업시설이 생김으로써 급격하게 변화하는 곳이다. ‘돌곶이’라는 지명은 예부터 이곳에 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때 이 곳에서는 ‘꽃축제’도 열렸지만 기후변화에 의해 꽃이 피지 않아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거주한 사람들은 현재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망가지고 있는 심학산 주변 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 또한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심학산 중턱에 만들어진 거대한 주택촌을 바라보며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의 심각한 훼손을 걱정하였는데,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더 큰 아픔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4. 또 다른 아카이브 주제는 파주와 고양의 경계선에 있는 삽다리의 과거와 현재이다. 삽다리는 작고 초라한 다리이지만 현재도 이 다리는 운정 신도시와 심학산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로 교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였고 제법 중요한 상업시설도 많았지만, 파주와 고양의 경계라는 애매한 위치가 지역적 발전에 어려움을 초래하였다고 한다. 항상 경계는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결국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삽다리 주변도 그런 모습인 듯하였다. 주변에 운정 3지구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아파트를 연결하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도 낡은 과거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운치있고 아름다운 삽다리는 그 속에서 낡아지고 있을 뿐이다.
5. <파주 기록학교>의 아카이브 주제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운정역과 소리천>에 관한 내용이었다. 경의선의 간이역이었던 운정역은 오랜 전부터 운영되던 곳이었다. 교하에서 고양이나 금촌 쪽으로 이동할 때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기관이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역사만 있고 주변은 개방된 공간이어서 운정역 양 쪽 방향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운정역은 역이 만들어지고 한 쪽에는 운정 신도시라는 거대한 아파트 군단이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반대쪽은 오래된 거주지로 쇠락한 모습으로 분할되었다. 사람들은 인터뷰를 통해 과거 간이역이던 시절의 낭만을 이야기했다. 특히 운정역과 소리천 사이에 있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상당히 긴 거리를 연결한 가로수길은 지역을 대표하던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결국 개발이라는 미명 속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6. <파주 기록학교>의 아카이브 기록물은 사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도록 공개되지도 않고 도서관에서도 일부 도서관에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는 기록학교 운영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차, 우연하게 방문한 도서관에서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 도서관 사무실을 찾아 개별적으로 구한 자료이다. 좋은 자료를 만들어놓고 좀 더 많은 경로를 통해 보급하지 않는 것이 조금은 아쉬었다. 홍보비나 자료비 책정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료는 개발 못지않게 보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공공기관에서 만난 좋은 자료가 다만 도서관 자료실에서 잠들어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7. 이번 파주 기록학교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대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파주는 다른 지역보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주변에 출판단지가 있고 많은 문화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제대로 된 도서관이 많고 그 시설이 우수한 것도 파주의 장점이다. 최근 각 지역을 기록한 작업을 보면 흥미를 느낀다. 특히 기차와 물길을 따라 형성된 지리적 정보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어느 지역이든 각 지역에서 그 곳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삶은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만나는 공간에 대한 특별한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때 만들어진 자료는 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여행자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첫댓글 - 기록하는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