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 심문모 전-외팔이 검객]
(82)
“올라가세.”
문모가 손바닥을 마주 털며 준호더러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종대 쪽으로 돌려
“저어 올라가시지요.”
했다.
“말씀 놓으십시오. 후배나 마찬가진데.”
종대가 그렇게 말했다.
“아이, 그라지 말고 우리 여게서 다 놓고 지내자. 나이로 따지마 문모가 종대보다 두 살 맏이인 형뻘이지만도 ……모두 한 살씩 터울이네. 문모 니가 양해해라. 원래 형한테 아우가 반말하는 거 여사 아이가.”
준호가 이렇게 제안했다.
“그라지 뭐. 그거 내가 한두 살 더 젊어진 기분으로 살마 되는 거 아이가. 덕분에. 하하하.”
“아, 이거 졸지에 공 나이 먹는군요. 형들하고 맞대거리 하게 되었으니 오늘 뭔가 수지 맞은 기분입니다.”
“기분입니다가 아이고 기분이다 캐야제. 이 인간아.”
“맞다. 자. 올라가자. 자전거는 그 한쪽에 세워놓고.”
그렇게 해서 그들은 마루로 올라섰다.
“무슨 일 났다고 여겔 다 찾아오고 그카노?”
“와아? 내가 못 올 데 왔나? 우째 이 노무 무도관이 왜놈 신사를 갖다 옮겨 놓은 거 같네.”
“왜놈들 건물이 다 그렇지 뭐. 자 올라가거라. 다다미 몇 장 더 들어내고 이리 올게. 오늘 바닥이 헐어버린 다다미에 새 자리로 갈라 칸다. 인자 다다미쟁이가 올 기다. 한 스무 장을 갈아야 할 낀데 인자 열 장 쯤 꺼내 놨다.”
“혼자서 다하나?”
“누가 할 사람이 있어야제?”
“그라마 니가 없었시마 우짤 뿐 했는공?”
“그라이 나 겉은 사람이 여게 필요했던 기제. 하하하.”
두 사람을 강단(講壇) 같기도 하고 무대 같기도 한 쪽으로 안내하더니 아무 것도 없는 다다미 바닥에 그냥 앉으라고 했다.
도장의 천정은 정말 강당처럼 아주 높고, 다다미를 깐 바닥은 웬만한 중학교 강당보다 더 넓어 보일 만큼 훤했다. 준호는 깔린 다다미가 백 장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다다미들을 여기저기 군데군데 들어 올려놓기만 한 곳도 있고 아예 들어내버려 다다미 밑바닥을 받치고 있던 판자들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그 판자들은 마루처럼 잇대어 있지 않고 판자 한 장 폭만큼씩 건너뛰며 깔려 있었으므로 판자들 사이로 동굴 같아 보이는 아래가 캄캄했다. 얼마나 깊은 걸까 싶을 만큼.
“그냥 앉아 있기 머 하마,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기다리거라.”
하고는 다시 넓은 도장 중앙으로 혼자 뚜벅뚜벅 걸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