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
김윤선
지금은 새벽 네시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상상하기 조차 무서운 사라호 태풍보다 더 무서운 힌남노 태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제 남해안에 상륙을 하고 있는 힌남노가 곧 부산으로 온다는 예보를 하고 있다. 해마다 겪는 무서운 재해를 맞이하며 갈수록 자연에게 죄의식을 느끼는 시간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 시간 지난 날 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 하던 한 여인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 날도 비람이 몹시 불어오던 날 온 얼굴이 멍투성이와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우리 가게 옆으로 들어오는 여인이 있었다.
물에 빠져 강아지 같은 모양으로 횡설수설하더니 “야이 새끼야 나가라 너는 개돼지 같은 놈이다.” 무슨 말인지 혼자서 열을 올리더니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순간 내 가슴이 출렁 내려앉아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두 놀라 한참을 보고 있으니 온 몸을 비틀며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 하늘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 씩 하며 그냥 두라고 하지만 곁에서 차마 볼 수 없는 한 여인의 사지 앞에 말문이 막혔다. 입에 침을 흘리며 사경을 헤매는 듯한 몸짓을 모두가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만 볼 뿐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늘의 병은 시간을 다 치러야 끝이 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과 이웃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디서 맞았는지 부딪쳤는지 손에 피가나고 얼굴이 퍼렇게 핏자죽에 주먹만큼 부어오른 뺨이 내 가슴을 쓰리게 했다. 곁에서 간이 조마조마 하여 어떻게 할까,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약 20분간 사죽을 비틀어 대더니 서서히 일어났다. 온 몸이 흙투성이에 넋이 빠진 눈동자로 계속 횡성수설 하였다.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휴~우 하며 한숨을 쉬더니 서서이 일어나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 하며 꺼이꺼이 울어 댔다. 그리고 몇 걸음을 가다가 멈추다가 하더니 “가슴아프게 가슴 아프게” 자기 혼자 만의 속울음을 울어대며 뿌리빠진 나무처럼 돌아 다녔다.
저 여인도 한때는 자식을 낳아 얼마나 사랑으로 키웠을까? 아들딸이 몇이나 되며 몇 살 정도 되었을까? 몹쓸 병이 침투하여 사람을 함정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한 여인의 모습에서 온몸이 저려 왔다. 어떻게 차를 타고 시장까지 왔을까, 그 아이들은 엄마를 잃고 얼마나 엄마를 기다릴까?” 다 같은 여자로 태어나서 왜! 하필이면 저 몹쓸 병이 침투를 하였을까? 자신의 혼은 이미 저세상을 떠났는데, 자식들의 생각은 어느 엄마들 처럼 가슴 깊이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자신들이 좋아서 만나 자식을 낳고도 아무 책임 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사랑을 먹고 자란다. 한 생명을 잉태하여 낳기까지 고귀한 생명 앞에 온 정성을 바쳐 자녀를 키워야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냥 낳아서 버리는 파렴치한 요즘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다. 자식이 거치장 스럽고 장애물로 여기니 갈수록 아이들이 없어지고 결혼도 하지 않는 세상이 왔다. 물질 만능시대에 사람을 저울질 하며 인성이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도 그 여인의 자식에 대한 사랑 앞에 온 몸이 저려왔다.
엄마는 죽음 앞에서도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순하고 착한 사람들은 어떤 상대를 잘 못 만나 평생을 억압받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 당장 모든 것을 버리고 숨이 막히는 삶의 현실에서도 자식들 때문에 참아야 하는 것이 엄마다. 남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서 아내에게만 요구하며 온갖 행패로 휘둘러도 엄마는 자식을 위해 육체적 고통과 감정의 노동을 참아야만 가정이 편하다. 아내가 남편처럼 행동을 같이 한다면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은 평생을 가슴에 뺄 수 없는 못이 밖혀 세상을 포기 할 것이다. 엄마의 희생 없는 자식들은 바로 설 자리가 없다. 모든 것은 부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고 바른 가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자기 자리도 모르는 채 아내만 고생시키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금수저 흙수저를 가르며 내 자식들에게는 흙수저로 물러 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질 만능의 시대 힘들고 어려운 희생은 하지 않겠다는 주인공들이 오늘의 사람들이다. 병들고 폐인이 된 한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편에게 버림받고 사람구실을 할 수 없는 여인은 상대의 억압 속에 오랜 아픔이 분 출 했던 것이 아닌지 혼자서 괜시리 쓸모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나타난다. 평범한 사람도 어느 날 가슴에 응어리가 쌓이면 어떤 병이 침범 할 수도 있다. 밖에는 바람 소리가 윙윙 들려오는데 지난 날 여인이 어떤 충격을 받고 병이 났을까? 그 여인의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비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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