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귀한 자리에 저를 초청해주시고, 또 이른 아침 시간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랜 가뭄 때문에 국민들이 모두 고생했는데, 이번엔 또 큰 비가 와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불안한데, 최악의 수재까지 겹치니 지금 국민들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이럴 때일수록 정치권과 정부가 잘해야 하는데,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여러분!
저는 오늘 우리 경제를 주제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만, 경제를 걱정하기 이전에 과연 이 나라가 이대로 가도 좋은지 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이 정권은 지금 반년이 넘도록 언론탄압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답방에 마치 이 나라의 모든 운명이 걸린 듯이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이럴 때입니까?
우리 서민들의 민생, 이 나라의 경제, 그리고 교육 -- 이런 중요한 일들은 지금 대체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언론사세무조사, 김정일답방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시급한 문제들을 제쳐두고 정부가 여기에만 매달려 정국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까?
물난리가 난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큰 비가 왔다고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21명이나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나라가 도대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어처구니 없는 감전사고로 시민들이 비명에 가도, 이 정부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는 점만 강조하기에 바빴습니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본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는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김정일 답방을 성사시키는 데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우리의 민생과 경제, 교육이 온통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걱정은 오직 민생과 경제와 교육 뿐입니다.그런데 정부는 국민이 걱정하는 민생, 경제, 교육은 돌보지 않고 엉뚱한 일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심각한 고비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는 먹구름이 잔뜩 덮여 있는 상태입니다.
작년부터 저는 "이대로 가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으니, 정부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경고해왔습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불안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져놓아야 한다"고 이 정부에게 여러번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대통령은 "올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안이한 자세를 보여왔습니다.
지난 3년반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돈만 풀면 경제는 좋아진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7월에 들어 정부가 연일 발표하고 있는 경제대책이란 것도 결국 또 돈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국무회의에서도 김대통령은 돈을 더 풀어서 문제를 덮으라고 아예 노골적으로 지시했습니다. 벌써부터 물가불안은 심각한데, "물가를 안정시키는 범위내에서 경기를 활성화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동안 말로만 하던 [구조조정]마저도 이제는 완전히 포기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결코 돈만 풀어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또 무한정 쏟아 부을 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구조조정 없이는 앞으로 닥쳐올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는 대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와 우리 당은 우리 경제가 지금 매우 위험한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99년에 10.9%, 2000년에는 8.8% 성장했던 우리 경제는 작년 가을부터 또다시 급속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은 시늉만 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지지 못하고, 3년반 동안 임시변통으로 돈만 풀어 문제를 덮으려 했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실물경제지표를 보면 생산, 투자, 수출은 예상보다 더 부진하고, 물가는 갈수록 불안하기만 합니다. 금년 들어 설비투자는 계속 마이너스입니다.수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그나마 유일하게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것이 바로 수출이었는데, 이 수출이 지난 4월에는 -10.2%, 5월에는 -7.7% 감소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월에 들어서는 수출감소가 정말 심각한 상황까지 와서, 이제는 무역수지마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대통령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대는 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국내외의 권위있는 예측기관들이 모두 한국경제의 전망을 나쁜 쪽으로 고치고 있습니다.
물가는 4월과 5월, 연속으로 5%대로 오르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니 서민생활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습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니까 이자소득에 의지하던 많은 사람들은 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정부는 실업률이 3%대로 내려왔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이 안되면 앞으로 실업이 얼마나 늘어날지 참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보도를 보셨겠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엄청난 감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빈부격차는 사상 최악으로 가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재건하는 방식으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복지를 확충하더라도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국민 모두의 부담도 더 늘어날 뿐입니다.
여러분!
실물경제만 문제가 아니라, 금융불안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우리 금융시장은 계속된 불안 때문에 이 신뢰라는 게 없습니다. 대우, 현대와 같은 대규모 부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니까, 금융시장이 만성적 부실과 만성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이 정권은 출범할 당시 "수십년 누적된 관치금융 때문에 외환위기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과거보다 더 심한 관치금융으로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국유화된 금융기관들의 경영은 지금 엉망입니다. 능력이 아니라 출신지역, 권력에 대한 충성심이 인사의 유일한 기준이 되니 금융기관의 경영이 잘될 리가 없습니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금융기관을 합병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같이 정부는 말했지만, 그 결과는 작은 부실을 합쳐놓아 큰 부실덩어리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시장경제가 잘 되려면 금융시장부터 자원배분 기능을 잘 해줘야 하는데, 현대와 같은 부실기업에 특혜금융을 퍼붓느라고 다른 생산적인 용도로 갈 돈이 없습니다.이런 식으로 나라경제를 경영하니까, 그 동안 조성된 공적자금 150조원을 다 쓰고서도 우리 금융은 조금도 개선된 것이 없습니다.
근시안적 경제정책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여러분!
시장경제에서 경기변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호경기가 있으면 불경기도 있는 법이고, 불경기가 오면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입니다.
또 미국 등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으니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현 상황이 이런 자연스러운 경기변동의 결과이거나 단순히 대외여건의 악화 때문이라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 경제는 깊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병은 바로 경쟁력의 위기, 성장잠재력의 위기입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성장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저의 진단입니다.기술력과 두뇌력의 차원에서도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으며, 기업과 금융의 경영이라는 차원에서도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경기변동이라면 금년, 내년의 문제지만, 경쟁력의 위기라면 10년후, 20년후에 우리 국민들이 뭘 먹고 사느냐가 달린 문제입니다.
저는 중국, 일본,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이 세 나라 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는 사례도 없을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지만, 지금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소위 [default])의 위기에 빠져 있고, 일본은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장기복합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유독 중국 만큼은 올해도 8%의 고성장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그렇다면 우리의 경쟁력에 왜 문제가 발생했습니까? 저는 현 정부의 근시안적인 경제정책, 정치논리가 압도하는 경제정책이 그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부가 가야 했던 길은 [경기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구조조정을 하는 길]이었습니다.이것은 분명 어려운 선택입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힘들고,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길입니다.그러나 정부는 그 길을 외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 정부는 돈을 풀어 "1년반 만에 IMF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하기에 바빴고,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말 뿐이었습니다.
과거 20%를 밑돌던 통화량 증가율이 이 정권에 들어서 30% 가까이 된 것이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정부예산과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쓴 것이 그 단적인 증거입니다.
이런 정책이 모두 제가 말하는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입니다.
그 근저에는 5년후, 10년후는 알 바가 아니니 임기 동안만이라도 좋은 성적표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근시안적인 정책으로는 임기내의 성적표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 정부의 구조조정이란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본연의 모습이 아니었고, 기껏 재벌을 길들이고 관치금융을 더 심하게 만드는 잘못된 구조조정이었습니다. 재벌개혁을 예로 들어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재벌개혁은 왜 하는 겁니까? 바로 우리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정부의 재벌개혁은 미운 재벌에게는 가혹하게, 예쁜 재벌에게는 뒤봐주기 식으로, 철저히 정치적 고려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빅딜]이니, 부채비율 200%니, 퇴출기업 판정이니 하는 정책들이 모두 그랬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도 그랬습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잣대가 달랐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나타난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삼성이나 LG와 같이 정권에게 당한 재벌들은 지금까지도 오히려 살아남아 있고, 정부가 뒤를 봐준 대우와 현대는 우리 경제의 큰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정부가 대우와 현대에게도 처음부터 부채비율 200%, 퇴출기업 판정과 같은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했다면 대우와 현대가 오늘날과 같이 되었겠습니까?
무원칙한 재벌정책, 정치적인 재벌정책 때문에 이 정부는 자승자박을 하고 만 것입니다.
대우와 현대의 대규모 부실을 전부 국민의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오늘의 이 불행한 사태는, 전적으로 이 정부의 잘못된 재벌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부실재벌과 이 정권 사이에 검은 정경유착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진실이 이런데도 이 정부는 아직도 걸핏하면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재벌을 과감하게 정리해서 국민의 부담을 막고 우리 경제에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 바로 이런 정책이 올바른 재벌개혁입니다.
금융, 노동,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더 긴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이 정부의 4대부문 구조조정이 경쟁력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경제가 사는 길}은 무엇입니까?
첫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에 착수해야 합니다.
경제정책은 여야를 떠나, 그리고 정권의 임기를 떠나, 10년후, 20년후를 내다보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당장 올해와 내년을 무사히 넘겨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버리고 경쟁력 강화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정책만을 선택해야 합니다.지금 이 정부에게는 "자신의 임기내에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천만다행"이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런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1%라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경제정책입니다. 재정과 금융의 위기 때문에 우리 경제 전체의 위기 가능성이 점점 커져도 정부는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나라살림은 거덜이 나는데 예산을 절약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없습니다. 현대를 살리는 데 돈을 퍼붓고, 걸핏하면 추경예산을 만들어 한푼이라도 돈을 더 쓰겠다는 식의 정책은 이제 국민을 위해서 그만둬야 합니다.
세금이 걷히면 국민의 빚을 갚는 데는 쓰지 않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용 사업만 벌이는 식의 정책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돈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의 적자를 메꿔야 하고, 우리 국민은 갈수록 가난해지는데 북한의 정권에 퍼주는 식의 정책도 그만둬야 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이 가능하려면 대통령과 경제각료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그 동안의 실정을 반성하고 정책전환을 주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국정쇄신입니다. 물론 야당의 역할과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통령과 경제장관들이 올바른 경제정책으로 일대 전환하겠다면 야당은 적극 도울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경제장관들부터 현재의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둘째, 올바른 경제정책을 수립하려면 우리 사회의 중지를 모아야 하고, 일단 정책이 채택되고 나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경제는 더 이상 대통령 1인의 경제학을 실험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됩니다.마음을 열고 비판론자들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의 올바른 비판을 反개혁으로 몰아서는 올바른 정책을 구할 수 없습니다.그리고 일단 정책을 채택하고 나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임기말까지 책임질 사람들이 정책담당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3년반 만에 60명의 장관을 경질하는 식의 인사정책으로는 정책의 일관성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오늘만 무사히 넘겨보겠다'는 정책담당자가 있다면 과감히 교체하고 책임을 질 사람에게 끝까지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찾아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다음 정권은 누가 되든지 그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저와 우리 당이 항상 주장하지만, 어렵더라도 [올바른 구조조정이 전제된 경기정책]을 펴야 합니다.
저는 경기부양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부양책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돈을 풀어야 합니다.그러나 이 정부가 해온 것처럼 구조조정은 포기하고 부양만 하는 정책이라면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문제란 무엇입니까?
대우문제, 현대문제, 한보철강 문제, 수많은 워크아웃기업의 문제, 대한생명, 서울은행 등 수많은 부실금융기관의 문제가 바로 그런 문제입니다.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해결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인천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최대관심사인 대우자동차 문제만 하더라도,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래 2년이 넘도록 아직도 해결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당연히 정부의 책임 아래 치밀한 매각전략을 세워 이 문제를 처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실패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많은 협력업체들이 도산했고 대우자동차와 남은 협력업체들도 하루 하루를 정말 어렵게 버티고 있습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지 않으면서 채권단에게만 미룬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부평공장의 경우 정부가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지켜야 할 목표가 있다면, 정부가 채권단에게 유인을 제공해서라도 정부가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합니다.그리고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과 해직근로자에 대한 배려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원칙을 세워서 정권의 임기에 관계없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처리되어야 할 문제입니다.이런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고 미루기만 하니까 우리 경제의 내일이 매우 불안한 것입니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정리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할 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튼튼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문제와 같이 시장의 신뢰에 미치는 상징적인 효과가 큰 문제부터 과감하게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는 급속하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야당으로서도 이 정부가 올바른 구조조정의 길로 나온다면 노동계나 국민정서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넷째, 산업정책을 새로 세우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3년반 동안의 경제정책은 재무구조만 생각하는 정책이었고, 기업의 기를 꺾는 정책이었습니다. 기업은 부채비율에 가장 신경쓰게 만들었고, 은행은 BIS비율에만 신경쓰게 만들었습니다.물론 과거 수십년 동안 관행화된 무분별한 차입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그러나 재무지표만 강조하다 보니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없었습니다.
사람을 자르고 현금을 확보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분위기하에서는 인재를 기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노력이 솟아날 수 없습니다.
기업의 기술개발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서도 인력난 자금난 때문에 고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인력과 자금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책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예컨대 외국인근로자와 관련된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부실대기업을 살리는 데 동원되는 자금을 생산적인 곳으로 전환하도록 물꼬를 트는 일은 정부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입니다. IT, BT도 중요하고 벤처도 중요합니다만, 우리의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IT, BT, 벤처 못지 않게 중요한 산업정책의 과제입니다.
동북아물류기지의 건설,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중소기업의 IT화, 해양산업의 진흥,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등도 새로운 산업정책이 담당해야 할 과제들입니다.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불합리한 규제를 철저히 개혁해서 기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고,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하고, 그리고 기업가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규제만 보더라도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작년에 몇 건, 금년에 몇 건 규제완화를 했다고 발표하는 식의 건수 위주의 규제완화는 전시행정에 불과합니다.건수를 셀 것이 아니라 현장을 방문해서 기업들을 가장 못살게 구속하는 불합리한 규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런 규제를 없애야 합니다.
금융, 토지, 물류, 수출입통관 등의 분야에 있어서 아직도 수많은 규제들이 기업활동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제시대에 도입된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라면 당연히 없애야 하고, 꼭 필요한 규제라면 투명화하고 객관화함으로써,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규제라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중앙정부로서는 예산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지방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도록 유도해야 합니다.그리고 지금처럼 부패가 만연된 현실에서는 결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정부가 규제권한을 가지고 이를 재량적으로 남용하는 한, 부패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패의 근원이 되는 규제와 재량권의 남용을 막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권력형 부정부패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지금과 같은 풍토 하에서는 부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검찰과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그리고 기업가를 죄인시하는 정책이나 풍토도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다섯째, 노동정책이야말로 불편부당한 원칙을 정해두고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법집행으로 자율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장 없이는 고용도 없다]는 당연한 원리가 우리 사회에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王道가 있다면 그것은 경제성장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업대책을 써봤고 정부예산도 엄청나게 투입했지만, 지난 3년간 늘어난 일자리는 12만개 뿐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純增).
이 정부가 조성했던 벤처붐도 코스닥에서 수많은 투자자의 희생으로 소수의 졸부를 만들었을 뿐, 최근 거품이 꺼지면서 닷컴기업의 몰락과 함께 또 다른 좌절을 주고 있습니다.정리해야 할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을 살리는 데 150조원의 국민 돈을 퍼붓는 원칙없는 정책으로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실업대책도 필요하지만 실업대책에 쓸 돈도 성장이 되지 않으면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5% 내지 6%의 잠재성장률을 꾸준히 실현할 수만 있다면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당장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권이라면 결코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신뢰]입니다.
아무리 겉으로 좋은 정책이라도 무원칙한 정책은 국민과 기업, 노동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신뢰받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원칙과 신뢰는 [법의 지배]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바탕 위에서 비로소 설 수가 있습니다.
법의 가치는 정의의 실현입니다. 정의로운 법의 정신과 인치가 아닌 법치의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승복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공정한 경쟁과 신뢰에 터잡은 시장경제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우리는 법의 지배를 반드시 정착시킬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오늘 많은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저와 우리 당은 과연 어떤 길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어떤 것이 [국민우선의 정치]인지를 계속 고민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당은 지난 5월부터 [국가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현재 이 나라가 처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국민우선정치]의 비전과 대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도 아울러 드립니다.
여러분!
제가 누차 말씀드린대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도 없고, 정권의 임기도 없어야 합니다.
올해와 내년, 경제문제 만큼은 여야가 정쟁을 떠나서 위기관리와 성장잠재력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 저는 이 정권에 대한 충고를 또 한번 강조하면서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 이 정권은 언론사세무조사와 김정일 답방이 국정의 핵심과제인 양, 여기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그러나 국민이 진정으로 이 정부와 우리 정치권에게 애원하는 것은 무너진 경제와 민생, 그리고 교육을 다시 살려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정부가 이제 그만 국민이 간절히 요구하는 그 곳으로 돌아올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면서,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