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500대 부자들 |①재벌가 富 증여통해 2·3세로 이전 중
<이코노믹리뷰> <재벌닷컴> 공동
188개 기업, 대주주·친인척 3800명 보유주식 평가
2006 富의 지도, 재벌총수 지고 2·3세 대약진
소용돌이 치는 재벌가 富…
증여 통해 2·3세로 이전 중
김준기·정재은·정몽근 등 지분 큰폭 하락 눈길
상위 500대 주식부호 중 억만장자 7명, 1000억대 77명
삼성그룹, 평가총액 6조원대…재벌그룹 중 최고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
우리나라 재벌 중에서 억만장자 주식부자가 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500위 중에서 가장 많은 주식부자를 배출한 곳은 LG그룹이고,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그룹인 것으로 타나났다.
이 같은 조사는 <이코노믹 리뷰>가 재계 전문 뉴스채널인 <재벌닷컴>의 DB를 분석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를 위해 본지는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 1800여곳의 대주주 및 친인척 3800여명의 보유 주식(비상장주 제외), 평가액 등을 넘겨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위 500위 주식부호 중에서 1위를 차지한 인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2조1692억원)이다. 정 회장은 그 동안 현대차 비리 검찰수사에 따른 구치소 수감, 1조원 사회 환원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상장한 글로비스 주식이 높게 평가되면서 전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조8548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 회장의 경우 그 동안 모든 순위에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삼성장학재단에 4000억원(故 이윤형양 지분 포함)의 사재를 출연한 데 이어, 또다시 삼성전자 주식 20만주(4000억원 상당)를 삼성장학재단에 증여함으로써 2위로 내려앉았다.
정몽구, 글로비스 상장효과 1위
뒤를 이어 ‘젊은피’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사장 형제가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올 초 단행된 롯데쇼핑 상장 효과로 인해 주식 평가액이 6개월 전 조사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부호 5위와 6위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모자가 나란히 올랐다. 특히 정 부회장은 최근 아버지인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으로부터 거액을 증여받으면서 순위가 10계단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부호 7위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1조1001억원)이 차지했다. 정 고문의 경우 올해 3000억원 이상 평가액이 상승하면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상장사 보유주식 평가액이 9300억원(원/달러 환율 1달러=930원)을 넘는 이른바 ‘억만장자 클럽’에도 처음으로 가입하게 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9878억원)도 올해 1400억원 이상 주식 평가액이 늘었지만, 정용진 부회장과 정몽준 고문의 약진에 밀려 두 계단 하락한 8위를 차지했다. 서 사장은 아쉽게 ‘억만장자 클럽’ 가입에도 실패했다.
이건희, 삼성장학재단 증여로 2위
이밖에도 허창수 GS홀딩스 회장(7055억원)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951억원)이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해 주식부호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특히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은 올해 1300억원 가까이 주식평가액이 상승하면서 윤석금 회장,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을 제치고 9위로 뛰어 올랐다.
그룹별로 나눠보면 두산, 금호 등 신흥 그룹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해 주식부호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LG家(GS그룹 포함)다.
LG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61명이 500대 주식부호에 포함돼 있었다. 뒤를 이어 현대(18명), 삼성(17명), 두산(13명), 금호(8명), 효성 및 한화(6명), 한진(5명), 롯데(4명) 순으로 조사됐다. SK, 동부, 대상, 농심그룹의 경우 상위 500위 안에 포함된 주식 부호가 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총액으로 계산해 보면 또 상황이 달라진다. 보유주식 총액이 가장 높은 그룹은 역시 삼성. 삼성그룹의 경우 주식 부호의 총액이 6조7216억원에 달한다. 뒤를 이어 현대(6조3193억원), LG(5조6889억원), 롯데(4조1177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한화(9665억원), 한진(9213억원), 효성(9143억원), 동부(8139억원) 등은 1조원에 조금 못미쳤다. 숫자 면에서 두각을 보였던 두산과 금호의 경우 총액이 각각 2865억원과 3249억원에 머물러 눈길을 끌고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사장은 “그룹별 주식부호 수와 시가총액의 차이가 나는 것은 상위 10위 이내에 기존 재벌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자료에서도 그룹별 문화나 특성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기업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위 500명 중에서 여성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명. 이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인물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의 재산 규모는 1조6191억원으로 여성부호 순위 1~100위를 모두 합한 금액 5조6457억원의 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 회장의 올케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 관장(6942억원), 장녀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4217억원)의 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절반 가까이 사실상 범삼성家에서 싹쓸이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재벌2세들의 재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부호 3위와 4위를 차지한 롯데가 2세들이 대표적인 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경우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식총액이 1조6451억원(5월30일 종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평가액이 1100억원 이상 늘어난 1조7519억원으로 불어났다.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사장도 1조5822억원에서 1조6950억원으로 1100억원 이상 주식총액이 늘어났다. 지난 2월 단행된 롯데쇼핑 상장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 6개월만에 10계단 ‘껑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남매의 경우 증여를 통해 순위가 상승한 케이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평가액 5057억원으로 전체에서 1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주식 총액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경영권 상속을 염두에 둔 주식 증여가 가속화되면서 평가액이 1조1119억원을 차지했다.
동생인 정유경 상무도 올해 4218억원의 평가액을 기록, 순위가 100위권 밖에서 23위(4218억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신 정씨 남매에게 7.8% 지분을 증여한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은 주식총액 순위가 10위(6461억원)에서 5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한전선도 고 설원량 대한전선 명예회장의 상속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 대한전선은 지난 2004년 3월 타계한 설 창업주명예회장의 주식 1297만여주(32.44%) 중 22.45%를 장남 윤석씨에게 배분했다. 미망인인 양귀애 고문과 학생인 차남 윤성씨에게는 각각 6.81%가 배분됐다.
이후에도 증여가 계속돼 윤석씨는 지난 5월 평가에서 47위(1825억원)를 차지했다. 12월 4일 현재 순위는 48위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평가액은 1959억원으로 13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씨는 현재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29위)과 정교선 기획조정본부 상무(91위) 형제도 아버지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증여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장남과 차남에게 계열사 주식을 대거 증여하면서 보유주식이 줄어든 정 회장은 순위가 59위에서 116위로 내려앉았다.
500위 중 코스닥 기업인 105명
이 밖에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남호씨(31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54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인 광모씨(57위), 박정구 전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철완씨(65위), 박성용 전 금호그룹 명예회장 장남 재영씨(73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동관씨(80위), 이임룡 태광그룹 창업주 장손 원준씨(93위) 등이 증여나 주식 매수를 통해 주식부호 100위권에 랭크돼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사장은 이 같은 판도 변화에 대해 “막대한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을 우려해 이미 주식을 증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증여세나 상속세 문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벌가 재력도 적지 않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코스닥 기업인의 두각이다. 상위 500위에 랭크된 코스닥 기업인은 총 105명. 500대 주식부호 중 5분의 1 이상이 ‘벤처 재벌’로 채워진 셈이다.
서울반도체 이정훈 사장 40계단 점프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장은 최근 백열등보다 30배 이상 밝은 차세대 LED 조명의 양산을 시작해 80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로 인해 이 사장의 전체 순위도 6개월 전 79위에서 30계단이나 뛰어오른 49위를 차지했다.
신동수 (주)평산 대표는 지난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지 불과 4개월만에 1000억원대의 주식부호로 떠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금속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태웅 허용도 사장은 부인인 박판연씨와 함께 나란히 1000억원대와 600억원대 부호에 랭크돼 눈길을 끌었다.
베스트 넘버 3
1.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100위권 ▶ 23위)
2. 이재웅 다음 회장(65 ▶ 52위)
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61위 ▶ 44위)
vs
워스트 넘버 3
1.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10위 ▶ 500위권 밖)
2.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59위 ▶ 116위)
3.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29위 ▶ 46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