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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연휴 기간이나 휴가 기간을 이용해 등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설악산 리지 등반도 1년에 한두 차례에 그칠 뿐, 리지 등반에 대한 목마른 갈증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97년 초에 속리산 문장대로 이어지는 산수유리지가 개척돼 충북권 리지 등반지로 조금이나마 갈증을 풀어줄 수 있었다. 충북권에 리지 등반할 곳이 한곳밖에 없자 청주의 케른 산악회(회장 김웅식)는 난이도가 있고 산행도 겸할 수 있는 리지 등반지를 올 봄부터 찾아 나섰다. |
그러던 가운데 영동의 갈기산(539m) 산행을 하던 본지 김웅식 청주 주재기자가 갈기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리지 를 발견하고 개척등반에 들어갔다. 이 산악회는 개척이 끝나자 '케른B리지'라고 이름지었다.
갈기산 동쪽의 세 봉우리를 잇는 케른B리지는 슬랩과 크랙, 침니가 있어 다양한 등반을 할 수 있다. 이 리지는 난이도가 5.7급에서 5.9급에 이르는 중급 리지로, 중급 클라이머가 등반 하기 알맞은 리지이다.
네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리지는 여느 리지들과 달리 정상에서 하산 하면서 보는 금강이 일품이다.
이번 리지 등반에는 신림역 부근에서 음식점 '은행나무집'을 운영하는 이준훈씨(45세)를 비롯해 KBS 탤런트 14기인 김성희 최지영씨가 동행했다. 청주에 도착한 일행은 월악산에서 밤늦게 합세한 방송드라마 작가인 김운경씨(46세) 일행까지 합세해 총 13명으로 늘고 말았 다.
새벽녘부터 부산을 떠는 학생들 탓에 배낭을 챙기고 김웅식 기자의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청주를 빠져나간 승합차는 고속도로를 타고 영동으로 달리다 3번 지방도로를 따라 학산면으 로 향했다. 오전 8시, 갈기산관광농원(대표 김태헌)에 도착했다. 배낭에 간식을 나누어 넣고 김웅식 기자의 안내로 오전 8시 30분 산행에 나섰다.
최근에 지은 관광농원의 민박 건물을 끼고 뒤로 돌아 산으로 향했다. 온통 바위덩이인 듯한 갈기산은 정상 부근의 바위 들이 마치 말의 갈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관광농원 주인인 김 태헌씨(68세) 말에 의하면 계곡도 크지 않다는 이 산에는 여성신이 산다고 한다. 또한 굴이 많아 한국전쟁 때나 그 전에 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이 굴에 숨기도 했단다.
말의 갈기를 닮은 갈기산 농원 뒤로 이어진 개울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던 취재진은 개울을 건너 비로소 산으로 접어 든다. 이내 밭으로 닿았다. 밭 왼쪽의 좁은 길은 서서히 경사가 심해지더니 지능선의 안부로 이어졌다. 김웅식기자는 안부에서 '등산로2번'이란 표지판이 가리키는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의 좁은 길로 들어섰다. 급한 산사면을 깎은 이 길은 능선을 반바퀴 정도 돌아 뱀그물과 너덜 지대를 지나 계곡으로 다시 붙었다. 좁은 계곡길 오름이 영 쉽지 않은지 불만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이 곳에서 왼쪽으로 약 1분을 올랐을까. 비박지로 적당한 동굴을 만났다. 굴에서 원래 있던 곳으로 내려와 계곡을 따라 올라가자 1미터 정도의 평평한 바위가 나오고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오르자 길 오른쪽에 깨져나간 바위덩어리들이 모인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이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올라 리지 출발 지점에 이르렀다. "처음인데 그냥 바위해도 되요?" 김성희씨와 최지영씨가 바위가 처음이라며 큰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리지 첫마디 앞에서 즉석 등산학교가 열렸다. 안전벨트 착용 법, 등반 자세, 하강법 등 2명의 수강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강의에 몰입한다. 충북대학산악연맹(회장 허재성)의 허재성씨(26세)가 선등으로 나서 첫째마디에 화보용 볼트 작을 시작하자 2봉으로 우회해 올라간 조현용씨(28세)의 해머질 소리가 응답하듯 골짜기를 울린다.
개척하며 등반한 케른B리지 30여분만에 볼트와 하켄을 설치하자 하나둘 오름짓에 나선다. 첫마디는 홀드가 양호해 쉽게 오를 수 있는 슬랩으로, 아래의 7미터 부분이 약간 경사져 있다. 김운경씨가 먼저 오른 뒤, 김성희 최지영 이준훈씨가 올랐다. 무료 특강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많은 것을 얻었는지 두 명의 탤런트는 아주 쉽게 첫마디를 넘어섰다. 특히 드라마<파랑새는 있다>에서 영자역을 맡아 '막춤'을 춘 김성희씨는 첫마디를 단 3분만에 끝내 버렸다. 예상외의 속공을 펼쳐 모두 첫마디 넓은 테라스에 모였다. 이미 두명의 대원들은 볼트 위로 난 직벽을 타고 올라 소나무에 확보한 상태였다. 김운경씨가 주마링으로 둘째마디를 올랐고 이어 김기섭기자가 등반해 올랐다. 둘째마디에 있던 서준영기자가 시계를 보더니 12시가 넘 었다며 이 인원으로 끝까지 못 갈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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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던 두사람은 둘째마디에서 조금 올라간 오른쪽으로 탈출을 시작했다. 이어 김성희씨를 비롯한 4명은 리지 출발 지점으로 하강시켰다. 크랙과 반침니로 된 둘째 마디는 처음 디딜 곳이 약간 오버행을 이뤄 레이백 자세로 달라붙어 우측의 발 디딜 곳을 찾다보니 그만 몸이 돌고 말았다. 그나마 왼손으로 잡은 곳이 확실해 다행이었다. 겨우 디딜 곳을 찾아 몸을 비벼가며 올라서서 확보용 소나무를 잡았다. 둘째마디 이후로는 평평한 바위지대를 걸어올라 5미터 정도의 벽을 올라야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구간으로 바위손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걸었다. 낙석이 심해 잡을 곳을 확인하며 잡아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