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푸드’의 진화
골목골목 거닐며 맛 기행,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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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한 추로스 가게 앞. 이곳에서 추로스를 사먹기 위해서는 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메뉴판을 보며 주문할 음식을 고르는 사람부터 음식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짓거나 가게를 배경으로 셀피(자신 얼굴을 스스로 사진촬영하는 행위)를 남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편안하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카페들을 제쳐두고 좁은 길목에 서서 30여 분씩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도심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스트리트 푸드(Street Food·길거리 음식)’ 때문이다.
스트리트 푸드는 말 그대로 거닐면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대표적으로 떡볶이·순대·어묵·붕어빵 등이 꼽혀 왔다. 떡볶이나 어묵은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평범한 먹거리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트리트 푸드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비주얼적인 감각도 더해졌다. 이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먹으러 찾아갈 정도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낯선 비주얼과 이색적인 맛의 스트리트 푸드는 당장 맛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색 메뉴, 개성 있는 매장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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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푸드를 파는 공간도 각양각색이다. 주로 트럭이나 노점에서 음식을 팔던 과거와 달리 실내에 제법 큰 규모의 주방을 마련해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세련된 용기로 포장해 줘 테이크아웃하기에도 편리하다. 톡톡 튀는 매장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Remicone(레미콘)’은 일반 건물 코너에 있는 매장이지만 ‘푸드 트럭’처럼 외관을 꾸며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매장 백여진 매니저는 “트럭인 줄 알고 손으로 여기저기 만져보기도 하고, 어린 시절 동네를 돌아다니던 아이스크림 트럭이 생각난다며 즐거워하는 손님도 많다”며 “단지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나누고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레스토랑 못잖은 신선한 식재료
‘재료의 고급화’도 스트리트 푸드의 전성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값싼 재료 대신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자재를 사용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요리해 판매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랍스터 샌드위치와 롤도 스트리트 푸드로 등장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해부터 랍스터를 이용한 음식이 길거리에 등장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는 랍스터를 넣은 샌드위치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과 이태원 경리단길 등에서 맛볼 수 있다. 100% 자연치즈만 사용하는 프리미엄 샌드위치 가게도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지만 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고품격 스트리트 푸드다.
각양각색의 음식 정보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SNS에 올라온 스트리트 푸드 사진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여유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됐고,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사진 속 공간을 찾아 푸드 투어를 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 트위터를 통해 쿠바 샌드위치 ‘쿠바노’가 알려지고 사람들이 푸드 트럭이 있는 곳을 찾아 모여들게 되는데, 이제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속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번개 맞은 아이스크림, 입 벌린 붕어빵
맛볼 음식을 미리 알고 가면 한 골목만 따라 걸어도 여러 종류의 음식을 차례대로 맛볼 수 있다. 한 손에 음식을 잡고 다음 먹거리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맛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서울 가로수길·경리단길·홍대 일대 ‘1등 거리 메뉴’를 모아봤다.
#가로수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한 공간이다. 최신 유행하는 물품으로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달콤한 디저트의 집결지로 꼽힌다. 아사이볼
브라질 리우와 상파울루 거리에서 인기 있는 디저트가 서울에 상륙했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건너온 야자열매 아사이베리를 얼린 뒤 곱게 갈았다. 그 위에 바나나, 청포도, 딸기 같은 각종 싱싱한 과일과 견과류를 토핑으로 올려준다.
인공 재료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 크기는 작은 순서대로 핸디, 레귤러, 라지가 있다. 길거리를 거닐며 먹기에는 손바닥 크기의 핸디 사이즈가 좋다.
보뚜아사이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 161길 59
가격 핸디 5500원, 레귤러 7500원, 라지 1만2500원
썬더밤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먹구름을 연상시키는 회색 솜사탕을 얹었다. 회색 솜사탕 위에는 번개 모양의 초콜릿이 놓인다. 번개 치는 입안을 상상하며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안에 파핑슈거가 들어 있어 씹을 때 톡톡 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솜사탕을 먼저 손으로 뜯어먹은 후,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소다 시럽이 들어가 알싸한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하와이안 비치’도 인기 메뉴다.
레미콘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4길 24
가격 썬더밤 6100원, 하와이안 비치 5300원 스페셜 망고 셰이크
마실 때마다 부드러운 망고가 씹히는 망고 100% 음료다. 상호명 망고레이로 제주도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페셜 망고 셰이크’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선보인 것. 음료는 일반 테이크아웃 컵이 아닌 작은 페트병에 담아 준다. 뚜껑 가운데에 빨대를 꽂아줘 휴대하며 마시기에 편리하다. 망고 셰이크 외에도 방부제나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은 망고코코넛쿠키와 생망고를 낱개로 살 수 있다.
리치망고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 157길 55
가격 스페셜 망고 셰이크 6500원,
망고코코넛쿠키 2000원, 생망고 3500원
#경리단길
서울 이태원동은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외국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음식점이 많다. 아츄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먹구름을 연상시키는 회색 솜사탕을 얹었다. 회색 솜사탕 위에는 번개 모양의 초콜릿이 놓인다. 번개 치는 입안을 상상하며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안에 파핑슈거가 들어 있어 씹을 때 톡톡 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솜사탕을 먼저 손으로 뜯어먹은 후,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소다 시럽이 들어가 알싸한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하와이안 비치’도 인기 메뉴다.
레미콘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4길 24
가격 썬더밤 6100원, 하와이안 비치 5300원
B+플러스
그릴에 구워 주는 치즈 샌드위치다. 천연발효한 빵 사이에 100% 자연 치즈 네 가지와 베이컨을 넣었다. 끊어질 줄 모르고 계속 늘어나는 치즈가 특징이다. 치즈 사이에는 매콤한 할라피뇨가 들어 있어 치즈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가게 앞과 옆에는 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어 잠시 앉아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테이크아웃 컵에 따라 주는 크림생맥주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멜팅몽키 위치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16
가격 B+플러스 5500원, 크림생맥주 4000원 하바나 스위트콘
노릇하게 구워진 옥수수 위에 파마산 치즈를 듬뿍 뿌려준다. 멕시코에서 처음 개발된 음식으로 미국 뉴욕 거리에서 스트리트 푸드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산 옥수수로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이 매력적이다. 하나를 구입하면 양쪽으로 꼬치를 꽂아 두 개로 나눠준다. 먹기 전 티슈와 이쑤시개는 꼭 챙기자. 먹을 때 치즈 가루가 옷으로 떨어지기 쉽고 옥수수가 이 사이로 껴서 다 먹은 후 이쑤시개로 꼼꼼히 입속을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컨그라운드 위치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9-1
가격 하바나 스위트콘 4000원
#홍대
서울 서교동 일대 젊은 예술가가 모이는 개성 넘치는 거리다. 인디 밴드의 거리 공연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색적인 모양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롱플
흔히 볼 수 있는 둥글거나 네모난 와플이 아닌 꼬치에 꽂은 긴 모양의 와플이다. 40㎝에 달하는 와플 위에 생크림과 달콤한 크런치를 올려준다. 맛은 초코,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중 선택할 수 있다. 두 가지 맛을 절반씩 올려주는 ‘반반롱플’도 있다. 꼬치를 세로로 들어서 먹으면 안 된다. 양손으로 긴 와플 끝을 잡고 수평을 유지하며 먹어야 흘리지 않는다.
롱플 위치 서울 마포구 홍익로 3길 25
가격 초코,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각 1990원 오짱
반건조 오징어를 통째로 튀겨준다. 긴 꼬치에 꽂아주는 ‘오짱’은 오징어 다리부터 뜯어먹는 것이 재미있다. 기본 맛인 플레인, 달콤한 스윗어니언, 살짝 매운 스파이시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스윗어니언 맛이다. 오징어는 세로로 길게 반으로 잘라져 두 사람이 나눠먹기 좋다. 주문 후 그 자리에서 튀겨주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이 뛰어나고 풍미가 좋다.
오짱 위치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79-1
가격 플레인 6000원, 스윗어니언 7000원, 스파이시 7000원
아붕
붕어빵이 입을 벌리고 있는 이색적인 음식이다. 입을 벌리고 있는 큼직한 붕어빵 안에는 팥과 슈크림 중 한 가지 소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한 소 위에는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묻힌 과일꼬치가 얹어진다. 먹는 순서는 함께 꽂아주는 플라스틱 수저로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과일 꼬치를 먹은 뒤 마지막으로 붕어빵과 초콜릿을 함께 묻혀가며 먹으면 된다.
아붕 위치 서울 마포구 홍익로 3길 39
가격 아붕 3000원
#그 밖의 새로운 스트리트 푸드
술 아이스크림
신분증을 지참한 성인만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캐러멜 맛이 나는 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베리, 코코넛, 바닐라 케이크, 마시멜로 등 스무 가지 토핑 중 두 가지를 골라 얹어 먹는다. 북촌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잡은 푸드 트럭 위에서 판다.
막끌리죠 위치 서울 종로구 계동길 37 북촌한옥마을 거리
가격 술 아이스크림 4000원
프랑스에 다녀온 붕어빵
얇은 층의 빵이 겹겹이 있는 페이스트리 붕어빵. 식감이 바삭한 파이와 쫄깃한 크루아상 두 가지다. 붕어빵 속 토핑은 팥·고구마·크림치즈·애플망고 등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프랑스에 다녀온 붕어빵 위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본점)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65, B1층
가격 플레인 2900원, 팥 3200원, 애플망고 3500원
테이크아웃 컵 와인
꽃집에서 테이크아웃 컵에만 판매하는 와인. 꽃과 와인만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와인은 한 손에 잡히는 크기인 10oz의 테이크아웃 컵에 따라 준다. 주인의 선택에 따라 와인 품종은 매일 달라진다.
시에가 위치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길 14
가격 테이크아웃 와인 6000원
와사비 아이스크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33가지 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 막걸리·와사비·흑임자·생강·모히토·얼그레이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에 들어가는 과일은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다.
So’ft33 위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162길 18
가격 와사비 아이스크림 3600원
●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출처 : 중앙일보 / http://joongang.joins.com/article/627/17830627.html?c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