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산행일지 : 이런 휴가 해 보셨나요?
(경북 청송군 주왕산)
일시 : 2010년 7월 31(토)
날씨 : 맑음, 더위
하나 남은 가까운 곳을 더 아껴두고 싶었으나 청죽이 일이 많아 함께할 수가 없게 되어 먼 곳을 함께 가기로 하고 오늘은 주왕산으로 후퇴하였다.
모두 함께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일거리가 많다는 것은 축복으로 여길만하다.
모처럼 만촌동에서 만나 수성 IC, 북영천 IC를 거쳐 35번 국도로 북쪽을 향한다.
삼자현 휴게소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 하려하였으나 물경 3,000원이라는 바람에 오란다 과자 한 봉으로 얘기를 나누며 쉬다.
가족 휴가객들이 다문다문 다녀간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가 절정의 휴가기간이 아닐까?
주왕산 입구의 사과모양의 가로등이 예쁘다.
주차비 5,000원을 아끼려 민박촌 길가에 주차하고 빨갛게 익어가는 복숭아밭을 지나 식당 즐비한 입구로 들어서니 판촉전이 치열하다.
얼음물과 아오리 사과를 얻고 어너리 나물전 시식까지 거쳤으니 마음 여린 우리로서는 내려올 길이 종일토록 부담으로 짓누를 것 같다.
주차비도 아꼈고,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고, 그리고 수확물까지 챙겼다고 흡족해 하고 있는데 대전사 입구에서는 다소 마음이 상했다.
입장료를 인당 2,800원이나 징수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전에처럼 국립공원 입장료라도 내면 덜 억울할텐데 절과 전혀 관계없이 산행하는 대다수 등산객들에겐 너무나도 부당한 일이다.
대전사 입장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길을 찾았을 터인데 여기까지 와서는 너무 늦은 일이다.
가족끼리 온 한 아주머니는 애완견 입장불가라는 입구 직원의 말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임시 보호소가 없다” 등으로 목청을 돋우고 있었는데 그들이 되돌아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대전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지나니 우측 '주왕산 2km' 이정표를 따라 드니 곧 오르막길이다.
다행이 바람도 불고 구름도 간혹 해를 가리어 주지만 금방 땀이 흘러내린다.
약 1km 정도를 오르면 주왕산 중요부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자두를 먹으며 땀을 식히고는 뒤이어 오르는 4인 가족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이번엔 다소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면 칼등고개인데 ‘낙뢰다발지역’이라는 주의간판이 있다.
우측 계곡으로 잘 자란 소나무들이 멋있고 바람도 시원하다.
정상까지 500m 정도가 산행의 마지막 고비이다.
힘들어 올라왔지만 정상은 참으로 허탈하다.
사방이 막혀 조망도 전혀 없고 그 흔한 바위도 없이 평평한 맨땅이다.
이정표와 지도에는 해발 720m로 적고 있지만 남근석을 닮은 정상석에는 722m라고 적고 있다.
땀을 훔칠 여유도 없이 정상 인증샷만 하고 서둘러 후리메기 삼거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곧 우측으로 비켜서 점심식사, 아침엔 비싸서 못 먹은 커피까지 맛있게 마시고 12시 30분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이곳은 푸른 소나무(靑松)들의 세상이다.
큰 키에 잘생긴 소나무들이 온산을 메웠다.
청송군이 왜 靑松郡인지 웅변해 주는 그런 곳이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울진, 봉화 등이 유명한데 정작 소나무를 군의 이름으로 차용하고 있는 곳은 청송군이 유일하다.
울진은 소광리의 금강송이 유명하고 봉화는 ‘파인토피아’라는 브랜드를 선점하고 있다.
한때 청송군에서 소나무연구소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진척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뭏튼 청송의 이름이 부끄럽지는 않은 곳임에 분명하다.
다만 과거 없던 시절에 송진채취를 위해 칼을 대었던 소나무의 상처가 깊어 안쓰럽다.
소나무 구경에 정신을 놓았었는데 어느 듯 계곡에 내려섰으나 정작 물이 없다.
후리메기 삼거리 아래쪽 소(沼)에는 그런대로 가족들과 연이들이 물가에 앉았다.
해가 나서 힘들지만 300여 미터를 다시 올라 맞은 제3폭포는 비록 수량은 적지만 보기에는 좋았으나 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목책과 경고성 현수막으로 막고 있었다.
폭포위로 올라가 보았으나 적당한 쉴만한 장소가 없어 다시 내려오던 중 우측 계곡으로 빠져 계곡으로 결국 내려섰다.
적당한 넓이의 沼, 적당하게 가려진 곳, 바람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안성마춤 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교매는 계곡물에 들어갈 요량으로 아침부터 수영복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웃통만 벗고 그대로 잠수하여 나의 부러움을 샀다.
매송은 바짓단을 걷고 들어가 둘은 지천에 널린 씨알이 굵은 다슬기 잡이에 몰두, 나도 옷을 걷고 따라 들어가니 물고기 떼가 몰려와 ‘이것들이 겁도 없이’ 다리와 발을 간질인다.
곧 물에서 나와서는 혼자서 셀카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매송과 교매는 꽤 많은 다슬기를 잡아 두었다.
둘 다 “부모님들께서 좋아하실”거라며 흐뭇해한다.
교매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침에 주차해 두었던 차를 빼달라는 내용이다.
참고로 교매는 부모님, 처, 중고생인 두 딸 모두 손전화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도 손전화를 가져본 적 없이 사는 보기 드문 현대인이다.
제2폭포는 생략하고 이른 1폭포에는 가족단위, 노인이나 아이들, 연인들까지 휴가 온 사람이 많다.
폭포의 주변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장관이지만 수량이 적어 감동도 적다.
산을 거의 내려오니 8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국립공원그린포인트제도’ 안내간판이 눈에 띄인다.
내용은 산행 시작 시 쓰레기 봉투를 나누어주고 마칠 때 수거한 쓰레기를 무게를 재어 포인트로 지급하고 그 포인트로는 국립공원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예전부터 우리가 생각하던 제도였고 간혹 공원지킴이에게도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제도가 시행되게 되어 반갑다.
대전사 마당을 질러 물을 마셔보았으나 미지근, 이제는 식당을 통과할 일이 눈앞의 현실이다.
세 군데여서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두 곳은 그냥 모른 척 지나쳤고 오직 사과를 얻은 식당 앞에서 그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난 고개를 끄덕이며 지났으나 교매는 고개를 홱 돌렸다고 매송이 전해준다.
식당을 지나니 이젠 차가 걱정이다.
못 듣는 체 한다며 수화를 준비해 보기도 하였으나 차주 교매는 씩씩하게 혼자 가서 해결해오는데 정작 아무도 없더란다.
아침과 다른 것은 ‘주차금지 표시가 쓰여 졌고 우리 차 앞에는 다른 차가 그리고 뒤에는 타이어가 놓여 있었단다.
도평 시내를 두리번거렸으나 먹고 싶던 팥빙수 대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는 영천을 향한다.
보현산 청소년 수련원 조원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꼭 들렀다 가라”기에 등고선 회원들에게 수련원과 원장을 소개도 해줄까 해서 들렀더니 저녁준비를 이미 마쳐 두셨다.
산삼배양근 비빔밥과 약초 육수와 함께 내어온 백숙, 그리고 직접 장기간 절여 만든 갖가지 절임류들, 5년 동안 숙성하였다가 어제 꺼냈다는 송엽주까지, 정말 보통으로는 구경할 수도 없는 특별한 밥상이었고 그 맛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식사 중 히말라야 트레킹, 비박, 인도, 지리산 종주 등 조원장은 정말 다양한 경험을 이미 마친 교매 말을 빌자면 “무림의 고수”로서 우리와 코드가 잘 맞았다.
식사와 대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자양호를 둘러 북영천 IC를 지나며 우리의 한결같은 소감은 “정말 멋진 휴가”였다.
登?苦?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