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학교(1학년에서 10학년까지의 하이 스쿨을 기준으로 )에 관하여
(1)학교의 종류
인도의 학교는 정부학교와 사립학교 그리고 사립학교이지만 정부 보조를 받는 학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부 학교는 오랜 사회주의 전통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여 무료 교육을 시켜 주는 학교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완전 무료가 되기보다는 수업료 학비만 무료이고 나머지 교복 값과 학용품 책값 등은 학생들 개인 부담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신학기 초에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한 학생 당 1-2 천 루피 씩 들어가는 위의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 놀랍게도 인도의 학생들은 신학기가 되면 많은 경우 새 가방 , 새 신발, 새 교복을 구입하게 된다. 그 까닭에 대해 의문을 가진 필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가방, 신발, 옷 등이 한국과는 달리 품질이 많이 떨어져서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 쓰기에는 겨우 몇 개월 밖에 못 가는 저질품이란 이유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시골의 경우 마을들에 있는 학교들이 거의가 정부 학교이고 도시에도 주로 슬럼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 학교가 있게 된다.
정부 학교의 특징은 저소득층의 자녀들을 가르치다 보니 지역 언어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남인도의 경우 타밀어나 텔루구어 말라얄람어, 카나다어로 학교 공부를 하게 된다. 이러니 영어는 한 과목이 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많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학교들이 한국어로 공부시키고 영어는 한 과목이 되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영어를 말하고 듣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이 곳 정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두 번째 정부 학교의 특징은 영어 교육 뿐 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의 학부모들은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자기 자녀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부모가 대개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치든 별 탈이 일어나는 경우가 없고 정부로부터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라 따라서 가르치는 일에 열심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자가 목격한 예들을 들면 다음과 같다. 한번은 대도시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지역에 갈 일이 있어서 갔는데 마침 그 곳이 정부 학교 바로 앞에 있는 곳이었다. 아침 11시 가량이 되어 가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안하고 밖에서 놀기만 해서 이유를 알아본즉 아직 선생님들이 아무도 학교로 안 왔고 학교 문은 잠겨 있고 선생님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데 선생님이 와야 학교 안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 한가지는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우리가 도시의 약간 외곽 지역에 살 때 우리 집 뒤에 정부 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이들이 살았다. 이 아이들은 비만 오면 학교를 안 간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비가 오면 교실의 지붕으로 물이 새는데 그 물이 돌과 시멘트로 만든 책상 위로 떨어져서 공부를 할 수 없고 비가 오면 아예 선생님들도 학교로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부 학교 교사들의 월급은 사립 학교 교사들에 비해 많고 교사들은 공무원에 해당되어서 신분 보장과 함께 은퇴 후 연금까지도 받을 수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일부 사립 학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주로 이전에 서양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들이 선교사가 철수하고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서 지탱하기 힘들지만 이들 학교들이 교육 면에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크고 계속 운영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정부에서 재정적으로 이를 떠맡고 학교 운영은 서양 선교 기관으로부터 인수받은 인도의 단체에서 해온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사립학교는 인도의 근대 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학교들이 효율적으로 2세들을 가르치지 않고 있을 때 경쟁의 원리에 근거한 사립학교들은 정부학교에 비해 좋은 결과를 가지고 학생들을 배출해 내었고 학생들에게 나은 기회를 제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름지기 오늘날 인도에는 사립학교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정부학교의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시의 웬만한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정부 학교로 보내기 싫어하고 가능한 사립학교로 보내기 원한다. 시골에도 이런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 첫째 이유는 보다 나은 영어 교육이고 둘째는 자녀들을 정부 학교에 보냄으로써 자기 자녀들이 저소득층의 자녀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을 원치 않고 학부모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저소득층 부류에 들어간다는 평가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교육을 기대하고 자녀들을 사립학교로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사립학교는 인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작은 집을 가지고도 학교를 시작할 수 있고 운동장이니 교육 시설이 전혀 없이도 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들 가운데 담장이 있고 운동장이 있는 학교들은 운영이 잘 되고 학생 수도 많은 학교이다. 참고로 인도의 사립 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야 좋은 학교이고 운영이 잘 되는 학교이다.
2000년 12월 11일 Outlook Magazine은 인도의 사립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입학 기부금 문제를 다루었다. 이 기부금은 많게는 2-4십만 루피에서 몇 만 루피, 몇 천루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기부금이 아니고 하이스쿨에 들어가기 위해서 심지어는 한국의 유치원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일단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 간 이후에는 드러내 놓고 많은 수업료를 받을 수 없기에 당국이 학부모들에게 입학을 조건으로 하는 기부금 명목으로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돈을 받고 난 이후에 영수증을 주지도 않는다는 보도이다. 학교 당국과 학부모 사이에 브로커들이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일단 브로커를 만나는 일부터가 문제이고 종종 브로커들의 농간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델리 마던 스쿨의 브로커는 학교 주변에 있는 한 가게 주인이라고 동 잡지는 고발하고 있다.
물론 학교당국자들이 자녀들의 입학을 위해 인터뷰를 하러 온 학부모에게 얼마를 내라고 직접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회적으로 질문하기를 당신이 당신 회사를 통해( 혹은 당신의 비즈니스가) 우리 학교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만약 이 때 학부모가 대답하기로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그런 정책이 없다고 하는 식으로 대답한다면 자기 자녀는 단연 입학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델리 파블릭 스쿨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학교 당국자들과 인터뷰하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고 대답을 사실대로(?) 말하는 바람에 자녀 입학에 실패한 사람의 고발이 동 잡지에 실렸다. 이같이 사립학교들은 또 나름대로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한편 한국 사람이 인도에 거주하면서 자기 자녀들을 정부학교에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줄 안다. 어떤 형태로든 사립학교를 보내고 있는데 한국 학생이 인도에서 무슨 학교를 다니든 현재 인도의 학제로 하면 7학년과 10학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치르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힌디어와 지역 언어도 물론 통과해야 한다.(가끔 지역 언어 대신 불어를 선택할 수 있는 학교도 있다.) 현재 점점 7학년 시험을 없애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10학년 시험만 치르게 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과목 특히 힌디어를 통과하지 못하면 10학년 졸업이 안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인도 학제대로 따라 가기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제외되는 학교들은 미국의 학제를 따르는 어메리칸 스쿨이나 인터네셔널 스쿨(코다이카날,우드스탁)이 있고 영국의 학제를 따르는 브리티쉬 스쿨, 헤브론 스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