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의 텍스트 Parklife의 주인공! 사고뭉치(Song 2)에서 차분한 성가대(Tender)까지 변화무쌍한 사운드메이킹을 보여주는 화학자들!! 상기된 점들의 주인공 블러가 그들의 6번째 정규앨범으로 팝신에 복귀신고를 했다. 90년대 중반 오아시스(Oasis)와 더불어 영국음악중흥기의 양대산맥이었던 이들은 초창기 백화점식의 뉴웨이브 사운드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브릿팝의 살인자들 라디오헤드(Radiohead), 신예 콜드플레이(Coldplay), 트래비스(Travis)등의 감성 록에 자리를 내주며 정권이양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집대성한 브릿팝이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끝없는 사운드로의 우주여행을 떠났기에 그 모습은 처량하지 않고 아름다웠다. 이런 이들의 그간의 행보는 음악과 더불어 많은 사회적 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먼저 Best of Blur(2000)라는 베스트앨범을 내놓았다는 것, 그리고 밴드의 프런트맨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 이번 앨범을 세상을 바라보는 블러의 시각이 담긴 작품이라고 언급했듯이 반전캠페인에 참가하며 전쟁에 대한 규탄을 벌인 점(이는 반전아티스트 밴스키(Bansky)의 작품을 사용한 새 앨범자켓에서도 나타난다), 밴드 전체는 뮤지션의 권리수호운동을 전개했던 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뮤지션십과 더불어 뮤지션의 주요덕목중 하나인 애티튜드(Attitude)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4년간 장외활동의 보증수표로 손색이 없다.
그런 와중 드디어 4년만의 신보 Think Tank를 내놓았다.
먼저 충격적인 소식은 데뷔앨범때부터 동고동락했던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의 탈퇴였다. 이번 앨범에 참가한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의 노먼 쿡(Norman Cook)이 녹음 도중 흘렸던 소문이 사실이 된 셈이었다. 그레이엄의 탈퇴는 블러의 아기자기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데이먼의 말처럼 그레이엄의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3명만의 사운드는 자신감에 넘쳐있다.(후임 투어 기타리스트로 더 버브(The Verve)출신의 사이먼 통을 맞이하게 되었다니 버브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듯하다.) “Parklife이래 우리의 가장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한 앨범” 이라는 정의가 그들의 제2의 탄생의 자신감을 입증한다.
그럼 전작 13 에서 가스펠을 용해한 사운드를 보여주었던 이들이 이번에는 어떤 방법론을 들고 나왔을까? 그것은 놀랍게도 일렉트로니카와 월드뮤직의 결합이었다. 테크노 아티스트 노먼 쿡(Norman cook),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명 프로듀서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과 손을 잡았다는 점, 데이먼 알반이 모로코 여행중 아랍음악에 심취했다고 밝힌 점, 이 요소들이 앨범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마이너성의 몽환적 사운드 인듯하나 그로테스크한 사운드가 혼재하는 독특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여러 사운드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로서 꽉 뭉쳐져 있다. 전반적으로 블러특유의 연주중심의 미학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비트의 탄력성이 돋보인다. 거기에 데이먼의 나직하게 읊조리는 탁성이 스크래치되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첫 곡 Ambulance는 골디(Goldie)의 드럼 앤 베이스를 연상시키는 비트가 인상적이며 첫 싱글인 Out of time은 차분한 데이먼의 보컬과 곡의 마무리부분의 코란을 읽는 듯한 익명의 육성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와 펑크의 만남을 보여주는 Crazy beat는 ‘앨범의 비트가 바로 이것이다’ 라는 것을 암시한다. 라이브 공연시 크게 어필할만한 곡으로 2번째 싱글커트가 예상된다. 가스펠적 사운드배킹이 신선한 Good song은 전작의 Tender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으며 On the way to the club은 베이스 주도하에 노래가 아닌 연주중심의 블러사운드를 잘 축약한 곡이다. 현대인의 약물중독을 고발하는 Brothers & Sisters는 곡의 주제답게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데이먼의 축 늘어지는 듯한 보컬이 잘 합치되고 있다. Caravan은 색소폰소리에 고대 페르시아의 정취를 물씬 담아내고 있으며 Song 2를 연상시키는 1분여의 짧은곡 We’ve got a file on you는 원조펑크의 감성을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앨범의 백미로 손색이 없는 Moroccan peoples revolutionary bowls club은 아프리칸 포크 리듬의 블러의 탁월한 전자적 해석이 돋보인다. 피아노 사운드와 데이먼의 차분한 보컬이 귀에 감기는 Sweet song은 가장 이질적인 사운드지만 앨범의 윤활유로 적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주부분의 비트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Baby one more time의 그것과 유사한 비트를 들려주는 Jets는 후반부 색소폰 연주가 압권이다. Gene by gene 은 다채로운 배킹 사운드에 데이먼의 보컬이 초창기시절과 가장 닮아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어 앨범을 마무리하는 Battery in your leg는 쉴새없는 비트의 몽롱한 향연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데 결로서 안성맞춤의 곡이다. 마치 산란끝에 앨범을 완성한 멤버들이 석양진 템즈강 어귀에서 담배 한 모금을 유유히 내뱉는 여유가 느껴진다.
3인조로 재편된 영국의 국민밴드 블러의 4년만의 신보 Think Tank는 단도직입적으로 결코 대중적이라고 볼수는 없다. 시각차이에 따라선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앨범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쁜 멜로디의 노래중심의 사운드가 아니라 비트를 비롯한 다채로운 연주를 연구하는 그들에게는 어쩌면은 가장 이상적인 앨범인 것이다.
브릿팝이라는 거대한 이권을 내던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로의 고행길을 걷는 이들은 국사(國師)의 직책을 버리고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 삼장법사처럼 고결하고 아름답다. 일렉트로니카에 펑크 게다가 제 3세계의 음악까지 뒤섞는 이들의 음악적 욕구와 범위는 정말 왕성하고 방대하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서 유연한 사고로 관용과 용인의 진정한 ‘톨레랑스(Tolerance)’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블러!! 이들의 음악을 동시대에 같이 호흡할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크나큰 축복이다. 영국의 관록있는 융합이론가들 블러!! 두드려라! 음악안에서 그들은 언제나 열려있다!!
첫댓글 블러의 비트!
아쉬운 그레험의 탈퇴...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레코드샵에서 블러의 새앨범을 집어든..ㅡㅡ;;
헉..귀염둥이..탈퇴라니..안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