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굴에 뜨는 해>
이번 몽골여행을 같이 할 대학생 윤정이를 통해 길음동의 쥔장님 여행사에 들러 7명 비자를 신청 발급 받았다.
몽골행 비행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고>선생님을 통해 예약했다.
가능하면 단체팀에 끼워서 예약해 보신다고 했지만 몽골 여행객이 줄어서인지 단체팀 구성이 잘 안된다고 한다.
몽골 국내선도 같이 부탁했는데 처음엔 왕복 훈누항공으로 예약했지만 결국 갈 때는 훈누항공,올때는 에어로 몽골리아로 예약하게 되었다.
8월2일 훈누항공 울란 돌아오는 비행편이 갑자기 오후 7시로 변경되엇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는(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만)오후 4시 40분 에어로 몽골리아로 바꾸엇다.
혹시라도 그날 비행기가 결항하면 무릉에서 차를 대절해서라도 울란으로 돌아와야 다음날(3일)아침 인천으로 출발하는 미야트를 탈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항시 여유있게 느긋하게 일정을 짜야하지만 말을 하루라도 더 탈 욕심에....
이번 여행에도 울란바타르 시내는 안 들어가기로했다.
처음엔 공항근처의 칭기스후레 캠프를 예약할까 했는데 <고>선생께서 공항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리조트>가 있다고 하신다.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져 파라다이스 캠프에 전화를(한국인 김사장님)해서 공항 픽업, 첫날과 마지막날 숙박,투그릭환전을 부탁했다.
이번 여행은 가이드도 없고 통역도 없는 속칭 무대뽀여행이다.
자칭 가이드는 나이고 통역은 <송>보살이다.
송보살이 옆집 사는 몽골 아줌마<통가>한테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하지만 나이들어 배우다보면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니던가?
은행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 100달러짜리 신권으로 4000달러를 환전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7월26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식구들을 깨워 4개의 이민가방같은 짐을 싣고 차를 몰아 순천에서 익산IC까지 단숨에 내 달린다.
익산IC인근 주유소에 가면 전주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행<대한리무진>을 탈 수 있다.
전에는 차편이 안 맞아 인천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야 했으나 <대한 리무진>을 알고부터는 이곳을 애용하고 있다.
익산에 사는 몽골 초행길의 박보살과 그녀의 딸 유정이를 만나 같은 버스로 인천으로 향한다.
1년에 한번 가보는 인천공항은 여전히 사람들이 넘쳐난다.
공항출국장 앞에서 서울 사는 나를 맨처음 몽골로 인도한 <김수>형님 부부를 만난다.
이제 우리 일행 7명은 성원 되었다.
공항은 유목민이 넘쳐나는 곳이다.
모든 사람들이 쉬지 않고 나가고 들어오고....
정착민이라 해봤자 편의점이나 면세점직원에 비행기표주고 짐실어주는 직원,여권 검사하는사람....
우린 그렇게 공항에서 수많은 유목민 틈에 끼어 유목민의 나라 몽골로 향한다.
면세점에서 말 가이드에게 줄 니코틴 함량이 제일 많은 한국담배를 샀다.
나도 그 담배를 같이 1주일 내내 주구장창 피운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 1주일간은 금단현상으로 비몽사몽(한국이 몽골인거 같기도 하고 ,몽골 아닌거 같기도 한것 같은-비몽사몽)하였다.
드디어 미야트에 몸과 마음을 싣고 내겐 청량제 같은 초원의 나라 여름 몽골로 간다.
어느덧 비행기 날개 사이로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본듯한 짙푸른 양탄자가 보이고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한 톨강과 울란 외곽의 판자집과 중간중간에 게르가 보이기 시작한다.
덜거덕 거리는 바퀴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손목시계를 1시간 늦추었다.
칭기스칸 공항은 대륙의 영웅호걸 칭기스칸이 그랬던것처럼 여전하다.
칭기스칸이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호령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전사들의 용맹성이나 기동력과 지구력을 갖춘 몽골말들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승리의 전리품을 혼자 챙기지 않고 골고루 나누어 준것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입국장으로 나오니 손팻말을 높이 들고 우리를 픽업해야할 김사장님이 안보인다.
20분쯤 후에 낯타나신 호리호리한 김사장님은 비행도착시간 착오로 늦으셨다한다.
렉스턴 지붕위로 큰가방 4개를 올리고 세명은 좁은 맨뒤 의자에 짐짝처럼 태워진다.
울란과 반대방향으로 포장도로를 10분 정도 달리다 비포장에 아직도 남아있는 나무다리를 건너가니 <파라다이스 리조트>가 나온다.
톨강 인근 저지대에 위치해서 비가 많이 올때는 강이 범람 한다고 말한다.
요즘도 비가 많이 와 바로 옆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18홀 골프장(구글 지도에 "골프 에어리어" 라고 나옴)은 잠시 문을 닫았다고 한다.
게르 3채를 예약했지만 김사장님은 10불 더 주고 통나무집 2개를 쓰라고 강력 추천하신다.(게르40불,통나무집45불.픽업은 40불이라고 하셨지만 사장님 직접 나와서 20불)
우리는 통나무집을 선택했다.(화장실과 샤워시설,난방히터가 있던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몽골은 대지,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게르가 숙박의 참맛인데 비가 많이온 탓인지 날파리 모기가 극성을 부려 통나무 집을 선택했다.
통나무 집을 선택한것을 다행으로 생각한건 그로부터 5시간후의 일이다.
여장을 풀고 몸풀기 승마를 하기로 했다.
파라다이스 소유 2마리와 인근에서 가져온 말을 탓는데 내가 탄 파라다이스 회색말은 정말 부드럽게 잘 달리는 말이었다.
막장승마 10년이 다 되어가니 정말 여름만 되면 말안장이 그립다.
막장승마란 한국의 승마크럽에서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몽골 마부들한테 어깨너머로 배운 승마를 흔히 지칭한다.
말을 탈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말과의 스킨쉽과 소통과 사랑이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말을타고(말을 처음 타는유정이 고삐가지 내가 잡고가는데) 톨강지류의 개울물을 건너는데 진흙수구렁이 나타나자 내 말이 벌러덩 자빠지는게 아닌가?
덕분에 나는 말에서 떨어지며 신발과 옷을 뻘색으로 염색하였다.
그러나 애지중지 말고삐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말은 전혀 악의가 없이 모기등등으로 온몸이 가려워 머드팩을 즐기려고 그랬던거 같다.
첫날부터 승마 신고식을 멋지게 하였다.
우리는 저녁에 제육볶음을 먹으며 몽골 계획에 대해 <김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사장님>은 일단 우리의 계획이 무모하고 황당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통역이나 가이드가 없는것도 문제이고 야영중에 혹시 늑대가 나타나면 워쩔거냐는게 제일 걱정거리란다.
나는 설마 늑대가 사람을 공격하리라고는 예상 안했다.염소나 양을 공격하겠지...
더군다나 몽골 마부들도 같이 가는데....
우리는 그날밤 늑대 퇴치에 관해 황당하지만 진지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첫 방어선인 살신성인조,토치램프로 겁을주는 중간조, 맨 마지막 방어선인 막내의 막대기 퇴치법 등등에 관하여...)
<김사장님>은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가르켜주며 흡수굴에 가서 문제가 생겼을땐 바로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흡수굴 가서 물어보니 흡수굴에 늑대는 없단다.....
해가 넘어간후 붉은 노을이 한껏 사람을 감동시키더니 저 멀리서부터 밤을 밝히는 번개불이 콩을 굽기 시작한다.
점차 천둥 번개 돌풍 소나기로 변화무쌍 해진다.
급기야 통나무집 옆 게르에서 자고있던 몽골인 가족 나들이객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통나무 집으로 피신하는게 보였다.
오늘 통나무 집의 선택은 짱이다.
뭔가 이번 몽골 여행은 잘 풀릴거 같은 느낌이다.
여행뒤에 한국에 와서 우연히 들은 얘기인데 같은 지역에 아는 분이 가족들과 함께 그날(26일)대한항공으로 왔는데 칭기스공항 상공의 난기류 때문에 1시간을 선회하다가 내렸다고 한다.
정말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느꼈다는데 그시간이 대략 대한항공 착륙하는 시간이었던거 같다.
혹시 그날(26)일 대한항공타고 가슴 졸이신분은 손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몽골의 첫날밤은 천둥번개의 요란한 환영을 받으며 지나갔다.
<그림같은 파라다이스 리조트 앞동>
<파라다이스의 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