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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께서 지적하신 대로 이번 장마는 '징검다리식 초(超)국지성 물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 기록을 보면 강우량이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얼마나 큰 차이를 보였나 알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선 127㎜의 비가 온 반면, 강북구 수유동은 7.5㎜의 비가 온 것입니다.
특히 이날 내린 비는 비구름이 생긴 지 30분 만에 갑자기 내리붓는 스콜(열대성 소나기)과 유사한 '게릴라 폭우'였습니다.
16일 부산에도 큰 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산 안에서도 부산 남구 대연동은 282.5㎜의 비가 온 반면, 금정구 장전동은 185.0㎜(오후 8시 현재)의 비가 와 100㎜ 가까운 차이가 있었습니다.
국지성 폭우는 ▲지형 ▲바람 ▲호수·바다 ▲기온 등이 영향을 끼쳐 발생합니다. 한 군데로 바람이 불다가 산 등 주위가 막힌 지형 때문에 바람이 갑자기 상승하면 국지적으로 비가 많이 내립니다. 보통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면 기온이 낮아져 기체가 응결해 비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상층과 하층 공기 덩어리의 온도 차도 국지성 집중호우의 원인이 됩니다. 따뜻한 공기는 가벼워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는데, 낮 동안 달궈진 공기가 갑자기 상승하려다 보면 공기 상·하층이 뒤집히며 상승기류가 생기고 집중호우가 옵니다. 여기에 주변에 호수·바다가 있으면 공기 안에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가 더 많은 국지성 호우를 뿌릴 수 있습니다.
국지성 집중 호우도 근본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원인 제공을 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지표면 온도가 빨리 달궈져 한 번에 상·하층 공기 덩어리가 서로 뒤바뀌어 상승기류가 생기고, 해양 온도가 높아져 해양 대기가 수증기를 더 머금어 한 번 비가 쏟아질 때 폭우가 내리는 일이 잦아진 겁니다.
조선일보 2009.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