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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제도의 개관 III: 공소제기 및 재판제도등
ⓒ cgw 2001/ 형사사법체계론
1. 공소제기의 기본원칙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공소제기와 관련해서 국가소추주의, 기소독점주의가 적용된다.
국가소추주의와 사인소추주의 공소제기는 누가 하는가에 따라 국가소추주의와 사인소추주의가 있다. 공소제기의 권한을 국가기관에게 전담하게 하는 것을 국가소추주의(國家訴追主義)라고 한다. 이에 반하여 개인에게 공소제기를 인정하는 것을 사인소추주의(私人訴追主義)라고 한다. 국가소추주의에서도 검사가 공소제기를 담당하는 것을 검사기소주의라고 한다. 사인소추주의에는 피해자소추주의(被害者訴追主義)와 공중소추주의(公衆訴追主義)가 있다. 우리의 형사사법체계에 있어서는 공소의 제기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여(형사소송법 제246조), 국가소추주의를 취하고 있다.
기소독점주의 국가기관 중에서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하고 수행할 권한을 갖는 것을 검사의 기소독점주의(起訴獨占主義)라고 한다. 국가소추주의는 기소독점주의와 사실상 표리일체(表裏一體)의 관계에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국가소추주의와 함께 기소독점주의를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소독점주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통일된 조직체를 이루고 있는 검사에게 소추권을 독점케 함으로써 공소제기의 적정을 보장하고,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개인적 감정이나 지방적 특수사정 또는 일시적 흥분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고 국가적 입장에서 공평하고 획일적인 소추를 할 수 있게 한다.
[참고] 검사동일체의 원칙 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에 따른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권의 행사가 전국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하여 공정을 꾀하려는 데 주된 이유가 있다. 이 외에도 검찰사무의 내용인 범죄수사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수사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 이로써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하여 단독제의 관청인 검사는 분리된 관청이 아니라 전체의 하나로서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① 상명하복의 관계(검찰청법 제7조 제1항), ② 직무승계권, ③ 직무이전권, 및 ④ 직무대리권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의 효과로서는 ① 검찰사무의 취급 도중 검사의 교체가 있더라도 동일한 검사가 행한 것과 그 효력에 변함이 없다. ② 검사에 대하여는 제척 또는 기피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법정주의 국가소추주의를 취할 때 소추기관이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갖는가에 따라 기소법정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있다. 우리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에 따라 기소편의주의를 택하고 있다. 검사가 범죄의 혐의가 충분하고 소송조건을 갖춘 때에도 재량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기소유예처분이라고 하는 바, 이러한 기소유예처분을 인정하는 법제를 기소편의주의(起訴便宜主義)라 한다. 이에 반하여 기소법정주의(起訴法定主義)는 검사의 재량을 인정하지 않는다.
[참고] 형벌의 목적과 기소 형벌의 본질에 관하여 응보형주의(고전학파)와 목적형주의(근대학파)가 대립하고 있다. 독일의 관념론에 기초를 둔 법치주의적 응보형주의에서는 기소재량의 인정은 '법 앞의 평등'에 반하고 법적 안정성을 깨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독일 형사소송법 제152조 제2항 참조). 기소편의주의가 형벌의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키고 국가소추주의·기소독점주의와 결합하여 권위주의적 사법의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형의 입장에서는 기소가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는 기소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목적형주의자들은 법적 안정성도 형사사법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약할 수 있고, 권위사법의 폐해도 엄격한 법적 규제와 검찰조직의 독립성 및 질적 향상을 통해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근대 이후 일정한 제한을 전재로 기소에 대한 검찰의 재량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추세에 속한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은 나라에서는 중한 죄에 대해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독일 형사소송법 위의 조항 참조).
기소편의주의와 기소유예 기소유예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고 피의사건에 대하여 소송조건이 구비하고 있음에도 검사의 재량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없거나 소송조건이 구비되지 않을 경우에 내리는 기타 불기소처분이나 피의자 또는 중요한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절차를 일시 중지하는 기소중지처분과 구별된다. 기소유예는 당해 사건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검사의 의사결정을 내용으로 하는 검사의 종국처분(終局處分)이다. 따라서 기소유예처분은 확정판결의 경우와 같은 확정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번 기소유예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시 같은 죄로 기소하지 않는다. 만약 기소유예 후에 또 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경우 등의 사정이 있으면 검사는 기소유예 처분한 범죄에 대하여 새로 기소를 할 수 있다. 즉 검사가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을 재기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도 기소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고,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하여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66.12.29, 66도1416; 대법원 1983.12.27, 83도2686; 대법원 1987.11.10, 87도2020).
기소유예제도의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다: ① 기소법정주의에 비해 비교적 형식성과 경직성을 지양하고 탄력 있는 형사정의의 실현을 꾀할 수 있다. ② 기소여부를 결정할 때 형사정책적 고려를 할 수 있다. 예컨대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막는 한 방법으로 기소 전 단계에서 사회복귀를 유도하는 기능을 꾀할 수 있다. ③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기소함으로써 형사사법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하여 공소 자체의 일반예방효과와 특별예방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④ 법원 및 교정시설 등의 형사사법기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① 기소단계의 행정처분적 작용에 의하여 사법적 판단이 좌우된다는 것은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에 일반인의 검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② 무죄결정이 아닌 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기소를 유예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기소유예기간 동안 피의자는 불안한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되며, 이러한 피의자의 불이익 때문에 유예제도는 오히려 형벌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③ 실무적으로 기소유예는 피의자의 교화·개선가능성보다 검사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성이 있다.
[참고] 검사와 검찰청 검사란 검찰권(檢察權)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검찰권의 행사를 그 직무로 한다는 점에서 법관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검찰권은 범죄의 수사, 공소의 제기·유지, 재판의 집행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형사사법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검찰권 행사의 적정히 요구된다. 이에 현행법은 임명자격의 제한, 강력한 신분보장 등 검사에게 법관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사는 준사법기관(準司法機關)이라고 한다. 검찰청(檢察廳)은 검사의 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이다(검찰청법 제2조 제1항). 단독제의 관청인 검사의 검찰사무를 통할할 뿐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런 권한을 가지지 않는 관서에 불과하다. 검찰청은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및 지방검찰청지청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의 설치는 각각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에 대응하여 설치한다. 각급 검찰청 및 지청의 관할구역은 각급 법원과 지방법원지원의 관할구역에 의한다(같은 법 제3조).
2. 공판절차와 재판
가. 공판절차의 개념정리 및 기본원칙
넓은 의미로서 공판절차(公判節次)란 공소가 제기되어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이후 그 소송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법원이 행하는 심리와 재판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공판절차는 공판기일에 공판정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와 재판을 말한다.
공판절차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무죄를 가리는 판단이며, 그 진행은 당사자의 공격과 방어에 의해 전개되어 나간다. 여기서 공판절차가 공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을 통하여 정의와 법적 안정성 및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법치국가의 이념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의 기본원칙으로는 공개주의(공개재판의 원칙), 신속한 재판의 원칙,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등을 들 수 있다.
공개주의 공판절차의 심리과정 및 재판결과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공개주의를 통하여 ① 재판의 투명성을 보장하여 형사사법의 국민적 신뢰를 확고히 할 수 있고, ② 사법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며, ③ 재판에 대한 외부세력이나 외적 상황의 영향을 차단하는 기능을 꾀할 수 있다. 공개주의는 누구나 공판기일에 공판과정의 방청이 허용된다(직접적 공개). 또한 재판과정 및 그 결과를 구두 또는 서면으로 다른 사람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간접적 공개). 공개주의는 재판과정을 공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절차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또한 소년보호사건의 심리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개주의가 적용되지 아니한다(소년법 제24조 제2항). 재판을 공개한다고 할지라도 수용능력의 한계 및 퇴정명령에 의한 경우, 특수사건인 경우에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공개주의의 한계).
신속한 재판의 원칙 헌법은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함께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27조 제3항). 이의 원칙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충돌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지 아니하면서 피고인의 이익보호를 꾀하려는 상대적 기본원리로 인정된다.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각종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은 2월로 한다.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하여 갱신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92조).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는 기록의 송부를 받은 날로부터 4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한편 약식명령은 원칙적으로 그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및 제22조).
구두변론주의 법원은 당사자의 구두에 의한 공격·방어를 근거로 하여 심리·재판하는 주의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37조 제1항). 구두변론주의는 구두주의와 변론주의를 그 내용으로 한다.
구두주의(口頭主義)는 말로써 진술하여 제공된 소송자료에 의해 재판을 행하는 주의를 말한다. 법관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고 진술내용을 명백히 하여 심리를 신속히 진행시킬 수 있는 장점에 공개주의나 직접주의의 요청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구두주의를 일관할 때에는 시일의 경과에 따라 기억이 애매하게 되고 변론의 내용을 증명하기 곤란하다는 문제가 있다. 구두주의를 취한다고 하여 서면의 중요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두주의는 실체진실의 발견을 이념으로 하기 때문에 실체형식행위(實體形式行爲)에 대하여만 타당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절차형성행위, 그 형식적 확실성이 요청되는 분야에서는 서면주의에 의한다. 예컨대 공소의 제기는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소송당사자(피고인과 검사)의 변론, 즉 주장과 입증에 의하여 심리한다는 주의를 변론주의(辯論主義)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민사소송의 원·피고의 경우에 그 전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전형적인 변론주의에서는 법원은 당사자가 상호간에 주장·입증한 내용만으로 심판한다. 그러나 국가의 형벌권을 개인들 간의 이해관계나 능력에 따라 차별을 둘 수는 없으므로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형사절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과 같은 유형의 변론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변론 이외에도 직권에 의한 심리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형사소송법은 검사 및 피고인의 출석(제275조 제3항), 검사의 모두진술(제285조), 피고인의 이익사실진술(제286조), 검사 및 피고인의 증거신청권(제294조), 검사의 논고(제302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최후진술(제303조) 등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나. 재판
검사가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재판을 한다. 재판(裁判)이란 피고사건의 실체에 대한 법원의 공권적 판단을 말한다. 법원에 마련된 공판정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이 재판에서 피고인은 자기의 억울함이나 정당함을 주장할 수 있고 또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은 사건에 따라 판사 한 사람이 하기도 하고,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하기도 한다. 원칙으로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은 합의부의 관할로 한다. 단독판사가 한 재판에 관하여는 지방법원의 항소부, 합의부에서 한 재판에 대하여는 고등법원에 각각 항소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시 대법원에 각 상고할 수 있다.
재판의 종류 재판의 내용에 따라 실체재판과 형식재판으로 나뉜다. 또한 재판의 기능에 따라서 종국재판과 종국전 재판으로 구분된다. 한편 재판의 형식에 따라 판결, 결정, 명령으로 나누어진다.
실체재판(實體裁判)이란 피고사건의 실체적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재판을 말한다. 형식재판(形式裁判)은 절차나 형식의 법률관계를 판단하는 재판이다. 즉 소송의 절차면에 관한 일체의 재판이다.
종국재판(終局裁判, prozesserledigende Entscheidung)이란 소송을 그 심급에서 종결시키는 재판을 말한다. 유·무죄의 재판, 관할위반의 판결, 면소판결, 공소기각의 판결, 공소기각의 결정 등이 이에 속한다. 종국재판은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재판을 한 법원이 취소 또는 변경을 할 수 없다. 종국재판에는 원칙적으로 상소가 허용된다. 종국전 재판(終局前 裁判, laufende Entscheidung)이란 소송의 종결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에 관한 재판을 말한다. 예컨대 보석허가결정, 증거신청에 대한 결정, 공소장변경의 허가결정 등이 이에 속한다. 종국전의 재판은 합목적성이 지배하므로 그 재판을 한 법원이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종국전의 재판에는 원칙적으로 상소가 허용되지 않는다.
판결(判決)은 종국재판의 원칙적인 형식이다. 판결에는 유·무죄의 판결, 관할위반·공소기각·면소의 판결이 있다. 판결은 원칙적으로 구두변론에 의하여야 하고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 결정(決定)은 수소법원이 행하는 종국전 재판의 기본형식을 말한다. 결정은 구두변론을 요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상소를 불허하는 결정을 제외하고는 결정에도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 명령(命令)은 법원이 아니라 재판장, 수명법관, 수탁판사로서 법관이 하는 재판이다. 명령은 종국전의 재판에 해당한다.
(종국) 재판의 효과 무죄·면소·형의 면제·선고유예·집행유예·공소기각 또는 벌금이나 과료(科料)를 과하는 판결이 선고된 때에는 구속영장은 효력을 잃는다(형사소송법 제331조). 선고와 동시에 구속영장은 효력을 잃으므로 그 확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검사는 즉석에서 석방을 지휘하여야 한다. 압수한 서류 또는 물건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같은 법 제332조). 압수한 장물로서 피해자에게 환부할 이유가 명백한 것은 판결로써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선고를 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333조 제1항). 법원은 벌금·과료 또는 추징의 선고를 하는 경우에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집행할 수 없거나 집행하기 곤란한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벌금·과료 또는 추징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할 수 있다(같은 법 제334조 제1항).
재판의 확정과 효력 재판의 확정이란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어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태에 있는 재판을 확정재판이라 한다. 일단 재판이 확정되면 재판의 구속력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재판의 집행력을 위시하여 그 외 여러 가지의 대내적, 대외적 효과가 발생한다.
[참고] 확정재판의 효력 ①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의하여 다툴 수 없는 상태를 형식적 확정이라 한다. 재판의 형식적 확정에 의하여 불가쟁적 효력(不可爭的 效力)을 형식적 확정력이라 한다. 즉 형식적 확정력은 소송절차가 확정적으로 종결되는 소송의 절차면에서의 효력이다. ② 재판이 형식적으로 확정이 되면 그에 따라 법원 또는 법관의 공적 판단인 재판의 의사표시 내용이 확정된다. 이를 재판의 내용적 확정이라 한다. 재판의 내용적 확정에 의하여 그 판단내용인 법률관계를 확정하게 하는 효력을 재판의 내용적 확정력 또는 실체적 확정력이라 한다. ③ 실체적 확정력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실체법적 법률관계(유죄·무죄)를 확정하는 것이다(실체적 확정력의 내부적 효력). 판결이 실체적 확정력의 내부적 효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판결에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후에 동일한 사건의 실체에 관하여 재차의 심리를 행하여 그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효력을 일사부재리의 효력이라 한다.
3. 형의 집행과 실효
형의 집행 집행, 가석방,
형집행정지가 있다. ①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선고된 형은 검사의 지휘하에 집행된다. 징역형이나 금고형은 교도소에서 집행한다.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납부하여야 한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1일 이상 3년 이내의 범위에서 노역장에 유치하게 된다.
②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복역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있는 때에는 무기의 경우에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그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가석방을 할 수 있다. 가석방 후 아무런 잘못 없이 나머지 형기를 경과하면 형의 집행이 종료한 것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무기형에서 가석방된 경우에는 10년이 지나면 무기형을 모두 복역한 것으로 보아준다. 한편 유기형의 경우에는 잔여형기를 경과한 때에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한다.
③ 형집행정지에는 '사형 집행정지'와 '자유형 집행정지'가 있다. 사형 집행정지라 함은 사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거나, 잉태 중에 있는 여자인 때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으로 심신장애가 회복되거나 출산 후까지
사형집행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자유형 집행정지라 함은 검사가 징역·금고·구류의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이를 석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는 검사가 법률상 반드시 집행을 정지해야 하는 경우와, 그 재량에 의하여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참고] 가석방의 취지 및 대상자의 선정 가석방제도는 수형자들에게 형기 이전에 나갈 수 있다는 자극을 줌으로써 수형자들의 교화를 촉진시키고, 수형생활 중 교육형의 결과로 재범의 우려가 적어진 자를 사회로 복귀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적응시킨다는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석방 중에 행실이 나쁘거나 다시 죄를 저지르면 가석방이 취소 또는 실효되어 남은 형기를 복역하여야 한다. 가석방 대상자의 선정에 관하여는 행형법(行刑法)에 규정되어 있다.
형의 실효 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기간 죄를 저지르지 아니하면 전과를 말소하여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형의 실효(失效)는 형의 소멸의 한
경우로서, 재판상 형의 실효, 법률상 형의 실효가 있다.
① 재판상 형의 실효: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면제된
자가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음이 없이 7년을 경과한 때에는 본인 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그 재판의 실효를 선고받을
수 있다(형법 제81조).
② 법률상 형의 실효: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신청절차 등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종료 또는 면제받은 후 일정기간 동안 자격정지 이상의 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형이 실효된다.
4. 시효제도
법률에는 시효라는 제도가 있다. 민법에서는 일정한 기간이 끝나면 권리를 소멸시키거나(소멸시효), 권리를 인정한다(취득시효).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서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검사의 공소권, 법원의 재판권, 국가의 형집행권이 소멸되는 시효제도가 있다.
가. 형의 시효와 공소시효
국가 형벌권의 행사와 관련한 시효제도에는 형의 시효와 공소시효가 있다. 형의 시효는 형법(제77조 내지 제80조),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제249조 이하)에 규정하고 있다.
형의 선고를 받은 자가 재판이 확정된 후 그 형의 집행을 받지 않고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형의 시효'라 한다. 공소시효(公訴時效)란 범죄행위가 종료한 후 일정기간 검사가 그 범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또는 못하면) 검사의 공소권이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는 범죄가 있으면 검사는 법률이 정한 일정기간 내에 반드시 공소를 제기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의 시효는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 확정된 형벌의 집행권을 소멸시키는 제도임에 반하여, 공소시효는 미확정의 형벌권인 공소권(公訴權)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면소(免訴)의 판결을 해야 함에 대하여, 형의 시효가 완성된 때에는 형의 집행이 면제된다.
[참고] 형의 시효기간과 공소시효기간 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그 집행이 면제된다(형법 제77조).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일정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하여 완성된다(형법 제78조): ① 사형은 30년, ② 무기형과 징역은 20년, ③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는 15년, ④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는 10년, ⑤ 3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5년, ⑥ 5년 미만의 자격정지, 벌금, 몰수 또는 추징은 3년, ⑦ 구류 또는 과료는 1년이다. 공소시효는 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②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 ③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7년, ④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는 5년, ⑤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다액 1만원 이상의 벌금에 해당하는 죄에는 3년, ⑥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년, ⑦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다액 1만원 미만의 벌금,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년이다.
5. 기타 형사사법제도
즉결심판 경미한 범죄사건에 대하여는 정식 수사와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간략하고 신속한 절차로 처벌을 마침으로써 법원과 검찰의 부담을 줄이고 당사자에게 편의를 주려는 제도가 즉결심판제도(卽決審判制度)이다. 이에 따라 형사재판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식재판, 약식재판 그리고 즉결심판이 그것이다.
즉결심판절차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경미한 범죄가 그 대상이다. 예컨대 행정법규위반사건(도로교통법상의 자동차정차금지위반, 향토예비군설치법상 예비군훈련불참자 등), 형법위반 사건(단순폭행·도박죄 등), 경미범죄처벌법 위반사범 등을 들 수 있다.
즉결심판은 경찰서장이 법원에 청구한다. 즉결심판은 판사의 주재하에 경찰서가 아닌 공개장소에서 열린다. 피고인이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벌금·과료를 선고하는 경우나 피고인이 불출석 심판을 청구하여 이를 허가한 경우에는 불출석재판도 한다. 판사는 피고인에게 사건내용을 알려주고 변명의 기회도 주고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다. 신속·간편한 심리를 위하여 경찰의 조서만을 증거로 삼아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판사는 보통 구류·과료 또는 벌금형을 선고하지만 즉결심판을 할 수 없거나 즉결심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함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결심판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청구 기각된 사건은 경찰서장이 지체없이 검찰에 송치하여 일반의 형사절차에 따라 처리하게 한다. 즉결심판에 불복이 있는 피고인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면 정식재판을 받을 수 있다.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게 된다.
간이공판절차 피고인이 법정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경우에 이를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간주하여,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증거조사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피고인의 법정 자백은 동시에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음을 피고인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와 제도를 간이공판절차(簡易公判節次)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소된 사건의 상당수는 바로 이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처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이공판절차에 있어서는 정식의 증거조사방식에 의할 필요는 없고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하면 족하다(형사소송법 제297조의2). 따라서 증거조사절차를 완전히 생략하는 영미법상의 기소인부절차와 구별된다.
[참고] 기소인부절차 기소인부절차(起訴認否節次, arraignment)는 피고인이 배심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판사가 피고인에게 검사의 기소내용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먼저 묻는다. 여기서 피고인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답변(plea of guilty)을 하면 이는 배심원(jury)이 복잡한 공판절차를 거친 끝에 내리는 유죄평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여 판사는 곧 바로 피고인에 대한 양형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기소인부절차는 사건의 경중을 불문하고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배상명령제도 절도나 상해를 당한 경우에 그 범인이 절도죄나 상해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따로 민사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신속·간편하게 보상을 받도록 해주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가 있다. 그 제도가 곧 배상명령제도(賠償命令制度)이다.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사건은 ① 상해를 당했을 때, ② 상해를 당하여 불구가 되거나 난치의 병에 걸린 경우, ③ 폭행을 당하여 상처를 입거나 죽었을 때, ④ 과실 또는 업무상 과실로 상처를 입거나 죽었을 때, ⑤ 절도나 강도를 당한 경우, ⑥ 사기나 공갈을 당한 경우, ⑦ 횡령이나 배임의 피해자일 때, ⑧ 재물을 손괴 당했을 때로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만이 신청할 수 있다. 범인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법원에 2심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배상명령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그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할 때에는 구두로 신청할 수 있다.
배상명령의 신청범위는 범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에 한정된다. 그 이상 예컨대 위자료까지 신청하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문은 민사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따라서 강제집행도 할 수 있다.
형사보상 범죄인으로 인정되어 구속되었다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그 구속되었던 기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형사보상제도(刑事補償制度)라고 한다(헌법 제28조 참조).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자는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무죄판결을 한 법원에 보상을 청구하여야 한다. 법원은 보상청구가 이유 있을 때 보상결정을 하게 된다. 청구인은 보상결정이 송달된 후 1년 이내에 보상결정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보상금지급을 청구하여야 한다. 피의자로서 구금된 후 기소되지 아니한 자는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불기소처분을 한 검사가 소속하는 지방검찰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1일 보상금 상한가는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년도의 일급 최저임금금액의 5배 이내에서 결정한다. 전체보상금은 1일 보상금에 구금일수를 곱한 금액이 된다.
범죄피해자구조제도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해하는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당하고도 가해자를 알 수 없거나, 가해자에게 아무런 경제력이 없는 관계로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지 못하고, 그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국가에서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일정한 한도 내에서 구조금(救助金)을 지급하는 제도가 범죄피해자구조제도(犯罪被害者救助制度)이다. 이 제도는 범죄피해자구조법(犯罪被害者救助法)에 근거한다.
구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자는 ① 유족구조의 경우는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의 유족 중에서 피해자의 사망당시 피해자의 수입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배우자, 자, 부모, 손, 조부모, 형제자매 등이다. ② 장해구조의 경우는 피해자로서 신체장해등급 기준상 1급 내지 3급의 장해에 해당하여 노동능력을 100% 상실한 자이다. ③ 다만 피해자와 가해자간에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사실상 혼인관계 포함), 피해자에게 당해 범죄피해의 발생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기타 사회 통념상 구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구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④ 또한 범죄피해를 원인으로 국가배상법 또는 기타 법령에 의한 급여 등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경우나,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때에는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구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구조금을 지급 받고자 하는 자는 그 주소지 또는 범죄발생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범죄피해구조심의회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범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거나, 범죄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는 신청할 수 없다. 이의 기간을 제척기간(除斥期間)이라 한다.
법률구조제도 자신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그 권리를 구제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판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판을 하려면 비용과 시일이 소요되고 또한 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변호사까지 선임하여야 하므로 생활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재판절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에 이러한 자들을 위하여 재판에 필요한 소송비용을 대신 내주고 또한 변호사도 선임하여 재판을 대신하게 함으로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법률구조제도(法律救助制度)이다.
월수입 70만원 이하의 근로자, 농·어민, 6급 이하의 공무원·위관급 이하의 군인, 국가보훈대상자, 물품의 사용 및 용역의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기타 생활이 어려운 자 등이 법률구조를 신청할 수 있다. 법률구조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각 법률구조공단지부 및 출장소에 구두 또는 서면으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인의 주장에 대하여 사실조사를 한 다음, 구조의 필요성 및 피해가 인정되면 즉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제기토록 한다. 신청인이 피해를 완전히 구제 받게 되면 신청인을 위하여 지급되었던 소송비용은 상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