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방
신 준 수
이 방에서 나는 몇 개의 눈을 만들어 냈고 몇 십 개의 손가락들을 만들어 냈다 이 체내수공업으로 한 가계를 건축했고 최초의 뛰는 심장을 구해냈다 어떤 실수가 이 방의 문을 안에서 잠그게 했을까 어떤 얼룩이 이면의 생을 키우게 했을까 MRI가 지나가고 지느러미처럼 예리한 칼날이 방을 비웠다 봉합의 자국이 지퍼처럼 가두어 놓은 곳엔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못할 빈 허공만 남았다 생장점을 끊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수면엔 모든 문들이 사라졌겠다
그러고 보면 싱싱한 것들은 다 상처가 키우는 후생들
달이 차고 기우는 때때로 꼭꼭 눌러 채웠다 가는 온갖 목숨들 한 잎 베어문 여름, 그 신맛의 한 철 만으로도 나팔꽃 한 송이 거뜬히 피울 수 있다니
상처를 모신 기억이 불어오기도 하는 빈 집 더 이상 풋것들을 탐하지 않는 月이 빈둥대는 빈 집 내 몸의 크기에 맞춰지며 나를 기다릴, 지금은 사라진 방
넓은 그늘의 방을 키우는 나무들 스스로 그 방에 드는 葉葉의 순리, 가장 가벼워진 때에 이르러
- 계간 <다층> 2010년 봄호에서 발췌
*1961년 강원 영월 출생 *계명대 유아교육과 졸업 *아동복지교사 * 201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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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태원의 늘 푸른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김 태 원
첫댓글 시 복사를 못하게 해 놓았네요.
이미 발표된 시는 복사를 할 수 있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듯 한데요....
아, 이 글은 스크랩한 글이므로 복사가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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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으로만 읽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복사는 복사를 불러 정작 작가는 모르는 곳에 쓰일 수가 있으니까요.
저같으면 한번 내손으로 타자를 해봅니다 . 또다른 되새김의 효과가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