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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작가
 
 
 
카페 게시글
회원 詩 스크랩 싱싱한 방 / 신준수
김태원 추천 0 조회 114 11.05.08 01:3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싱싱한 방

 

 

 

                                      신 준 수

 

 

           이 방에서 나는 몇 개의 눈을 만들어 냈고

           몇 십 개의 손가락들을 만들어 냈다

           이 체내수공업으로 한 가계를 건축했고

           최초의 뛰는 심장을 구해냈다

           어떤 실수가 이 방의 문을 안에서 잠그게 했을까

           어떤 얼룩이 이면의 생을 키우게 했을까

           MRI가 지나가고

           지느러미처럼 예리한 칼날이 방을 비웠다

           봉합의 자국이 지퍼처럼 가두어 놓은 곳엔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못할 빈 허공만 남았다

           생장점을 끊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수면엔

           모든 문들이 사라졌겠다

 

           그러고 보면 싱싱한 것들은 다 상처가 키우는 후생들

 

          달이 차고 기우는 때때로

          꼭꼭 눌러 채웠다 가는 온갖 목숨들

          한 잎 베어문 여름, 그 신맛의 한 철 만으로도

          나팔꽃 한 송이 거뜬히 피울 수 있다니

 

          상처를 모신 기억이 불어오기도 하는 빈 집

          더 이상 풋것들을 탐하지 않는 月이 빈둥대는 빈 집

          내 몸의 크기에 맞춰지며

          나를 기다릴, 지금은 사라진 방

 

          넓은 그늘의 방을 키우는 나무들

          스스로 그 방에 드는 葉葉의 순리,

          가장 가벼워진 때에 이르러

 

                                         - 계간 <다층> 2010년 봄호에서 발췌

 

 *1961년 강원 영월 출생
*계명대 유아교육과 졸업
*아동복지교사

* 201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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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5.09 07:16

    첫댓글 시 복사를 못하게 해 놓았네요.
    이미 발표된 시는 복사를 할 수 있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듯 한데요....

  • 작성자 11.05.17 01:58

    아, 이 글은 스크랩한 글이므로 복사가 불가합니다
    복사 및 스크랩을 하시려면 <원문보기>를 클릭하셔서 복사 및 스크랩을 하시면 됩니다

  • 11.05.17 10:20

    그냥 눈으로만 읽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복사는 복사를 불러 정작 작가는 모르는 곳에 쓰일 수가 있으니까요.

  • 11.05.19 03:42

    저같으면 한번 내손으로 타자를 해봅니다 . 또다른 되새김의 효과가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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