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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09,06.06.
작성일 : 2009,06.08.
한라산 하면 어레 정상을 밟아야 한다지만 2년전 2월의 설산을 밟으며 그 장관을 본 터라
이번 기회엔 남은 한 코스를 산행 하기로 일찌기 마음 먹었다.
물론 6월초이니 만큼 산철쭉의 장관과 영실의 비경을 볼 속셈도 있었지만 말이다.
정상을 가려는 39명의 회원들과 나뉘어진 윗세오름팀 24명이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하니 07:00시.
전날 부산에서 설봉호에 몸을 싣고 밤을 친구 삼아 제주도로 온 터라 이른 시간에 다달았다.
실록은 여린 옷을 벗고 짙은 녹음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도 이시간 이곳은 썰렁하다.
고도 탓일까? 아님 기온 탓 일까? 아무튼 낮은 기온으로 바람막이를 입는다.
윗세오름 경유 영실 주차장까지는 약 5시간이 소요 될 예정인바 저녁배 타기 까지 여유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 관계로 본격 산행전 몸풀기 산행을 어승생악에서 하기로 한다.
해발 960m인 주차장에서 해발1169m인 어승생악까지는 표고차는 200m 내외지만
거리는 1.3km이다. 소요시간은 오르내림에 각각 25분 내외 정상에서 조망 10분 정도.
들머리는 관리사무소 옆으로난 포장도로에 어승생방향을 크게 표시해 두어 찾기 쉬웠다.07:15경.
얼마간의 사각나무로 만든 계단에 이어 목테크가 이어진다. 오름의 9부이상까지 숲으로 되어 있고
숲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길 이외는 출입이 금지 되었다. 목테크는 거의 8부능선까지 설치 되어 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 아니 제주도의 신선한 공기가 코 끝을 간지리고 뭔지 모를 향기에 마음이
편해진다. 어디서 나는 향기 일까? 도무지 알수 없다. 각종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건만
생각은 온통 숲의 향기에 가 있다. 고로쇠나무의 생김이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인것을
알아챈 것을 빼고 말이다. 각종 활엽수에 더해 수많은 곤충들의 행차는 생태가 건강하다는 뜻이리라.
등줄기에 땀이 배일 무렵 발걸음은 어느듯 오름의 정점에 다달른다.
제주시 방향인 북쪽은 구름이 내려 앉아 희미하다 못해 분간이 되지 않는 반면 어승생악의 남쪽에
위치한 한라산 정상과 오늘의 목적지인 윗세오름 그리고 만세동산을 비롯한 여러 오름의 조망은 일품.
또 그리로 향하는 산행로가 숲에 가렸지만 길 모습의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백록담 보다야 작지만 어승생악이 군주인 한라산의 '일산지하 만산지상'의 위치에 있는것을
확인 시켜주는 분화구도 어엿하게 자리 하고 있다. 한라산 정상에 비하랴만은 조망도 맹주의 위치다.
추억을 위한 행위를 마치고 망원경으로 한라산정상을 바라본다. 달콤한 과일도 한 입.^^.
주차장으로 되돌아 내려오니 08:15경.
이제 본격 산행이다. 들머리에 '해발 970m' 표지석을 보고 간다.
잠시후 나무로 된 아치형 다리를 건너간다. 어리목 계곡을 건너는 것이다.
완만한 오름의 산행길이 숲속으로 계속이어진다. 중간중간에 쉬어가라고 평상도 있고 표고석도 있다.
시간이 여유로룬 탓인지 밤배를 타서 몸이 피곤한 탓인지 아님 숲의 정취에 빠진 탓인지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하지만 등줄기로 타고 내리던 땀이 이제는 앞 가슴으로 전이 되어 상체는 땀으로 다 젖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쉬면 숲속의 한기가 몸으로 파고든다.
물론 내가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남보다 추위를 많이 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에 숲속의 한기는 꽤나 차갑다. 두어번의 멈침 끝에 눈앞이 확 밝아진다.
사제비동산 입구다. 목테크로 된 길이 다시 이어지지만 길은 동산의 정점은 피해 좌측 사면으로 나 있다.
사제비약수터의 약수는 시원해 갈증을 싹- 가시게 한다. 다시 이어지는 돌길. 저언덕을 넘으면 목적지가 보일까?
아니다 오르니 또 오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 기생분화구를 오름 이라 했을까? 길은 다시 나무테크.
한고비를 올라서니 평원이 나타난다. 만세동산 옆으로 난 산행로는 들판 가장자리에 나 있다해도 과언은 아닌듯.
일명 고산대평원. 사제비동산에서 만세 동산을 이어 윗세오름 아래까지 펑퍼짐한 널디너른 평원지대다.
조리대 일명 산죽이 이 평원을 뒤덮고 그사이에 산철쭉이 간간히 선홍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조리대가 전부는 아니고 속칭 풀들이 너른 들판의 주인이다.
헌데 조리대가 왜 이모양인가? 모든 잎이 누렇게 물들었다. 어승생악에서 바라볼때 누런 들판이
보이길래 당연히 초원의 풀이 말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올라 와보니 풀보다는 조리대가 주범이다.
왜 색깔이 누렇게 되었을까? 도대체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혹 아시는 분 댓글 바랍니다.^^.)
산철쭉의 배경이 녹색이어야 선홍빛이 더욱 아름다울텐데 누런색이니 그 느낌이 반감이다.
또한 산이 훼손 된 것을 복구하느라 인공식생의 모습도 보는 이로 하여금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털털거리는 모노레일의 차량 소리는 벌써부터 들려 오건만 막상 차는 보이질 않는다.
그모습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라 꽤 기다려지건만 속도가 무척 느린가 보다.
이런저런 생각과 주변의 풍광에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진다. 그래도 어떠하리 예상 시간보다는 빠른데...^^.
오름약수터를 지나 마지막 고개를 넘자 윗세오름대피소. 널다란 터에 대피소와 나무 앉음터가
계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참았던 볼일을 해결하고 허기를 달랜다.(10:30~11:15경)
모노레일 차는 한참 식사를 하는 중에 컵라면을 잔뜩 싣고 대피소로 들어 온다. 그나마 볼 수 있었던게 다행이다.
이곳 대피소는 밥 종류의 음식은 팔지 않는다. 오로지 컵라면과 커피가 전부다.
또 쓰레기통도 없다. 모든 쓰레기는 산꾼들이 반듯이 되가져가야 한다. 일회용 컵라면용기/종이커피잔 마저도.
윗세오름 정점을 향하는 길은 막혀있다. 대신 그곳에 해발 1700m의 표지석이 대신한다.
표지석에서 추억을 남기고 표지석을 보고 오른쪽으로 난 나무테크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곧이어 노루샘. 그리고 너른 평원. 한라산 정상에서 시작하는 능선이 윗세오름을 지나 머무는 곳,
바로 그곳 부터 시작되는 선작지왓. 표고가 1600m를 넘는 고산지대다.
노루샘은 윗세오름과 1701,1712오름 사이로 난 좁고 짧은 협곡의 끝에 있고 두오름의 남쪽이
또한 선작지왓의 시작 지점이다.
전체로 보면 만세동산 아래서 시작된 고산평원은 1701오름을 오른쪽으로 돌아 이곳
선작지왓의 평원과 연결 되니 과히 대평원이라 하겠다. 그 선작지왓에는 산철쭉이 허드러지게 피어 있다.
배경을 누런색으로 깔고 덤성덤성 그리고 빽빽하게 퍼져 있는 선홍빛 산철쭉이란~~!
그냥 보고 있기만 할 뿐 말로 형언하기가 두렵다. 정말 아름답다. 그이상 뭐라고.......
선작지왓이 끝나는 1701오름의 남서단 부터는 다시 숲이 시작 된다.
그런데 제일 키큰나무의 높이가 채 3m도 안되는 나지막한 숲이고 구상나무(주목)가 군락을 이루었다.
다른 종류의 나무도 숱하게 엉켜 있다. 화산석과 낮은키나무 그리고 올망졸망 이어지는 산행로.
누군가 이야기한 인공적 정원의 한 모습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원이라기에는 너무나 자연적인 모습이다.
아마 인간이 이런 아름다운 전경을 본따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정원을 꾸미기를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자연은 인간 이전의 모습 아니던가. 참으로 예쁘다. 자연의 정원이..... 그저 그말 밖에는....
숲이 끝날 즈음 길은 가파르게 내리막을 형성 한다. 그리고 길 왼쪽 건너편 능선이 보인다.
무수한 바위들이 키자랑이 한창이다. 저~ 아래 영실 휴게소 까지 뻗친 능선의 마루금에 서서
마치 한라산을 수호하듯이 줄줄이 서 있다. 오백나한상.
말로 들을 때는 몰랐다. 왜 오백나한상인지. 하지만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 그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장관이다.
가파른 내리막이 다소 평탄 해진다 싶은 곳. 바로 눈앞에 신기한 모습의 바위 형상이 서 있다.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곳이 병풍바위가 시작 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발아래가 병풍바위의 정점이라니. 오백나한에 눈을 빼앗기 버리는 동안 병풍바위가
시기라는 하는 듯 말 없이 다가 선 것이다. 하지만 발 아래 있으니 그 장관을 알길이 없는데...
병풍바위 정점들로 이어지는 산길은 표고를 낮출수록 왼쪽으로 휜다. 점점 보인다.
뭐가? 병풍바위의 장관이.금강산의 만물상이 여기 또 있구나. 좁은 소견으로 표현하자면
성냥개비가 키재기하듯이 줄줄이 서있고 각 성냥개비에 기괴한 형상이 아로새겨져 있는 모습.
한마디로 장관이다. 건너편 오백나한이 서있는 마루금 아래는 또 다른 절경의 절벽이 형성 되어 있다.
비폭포 절벽. 제주도의 특성상 비가 오다 그치면 금새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기에 이 폭포 역시
비, 아니 쏟아지는 비, 폭우가 내리는 때가 아니면 그 모습을 볼 수없다하니 아쉽기 그지 없다.
그래서 혹자는 한라산 산행은 비가 내릴 때 해야 한다고 했던가~!
다시 숲길이 시작 되고 나무들에 가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비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접어야 했다.
그저 눈에 아로새기고 가슴에 깊이 담아 갈 뿐. 그렇게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숲길을 내려서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두개 건너고 다소 평편한 길을 나서니 영실휴게소.(12:40경)
영실매표소는 여기서부터 포장된 2차선 아스발트길을 따라 다시 2.5km 거리에 있단다.
역시 숲속에 난 길이라 신선하기 그지 없다. 다만 승용차,승합차와 택시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빼면...
지친 다리를 풀어 줄겸 신나게 내달리듯 걷는다. 여러번의 S코스를 돌아돌아 드디어 매표소.(13:20경)
신선이 거쳐 하는곳 영실(신선 영, 집 실)계곡을 그렇게 벗어나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남는 시간은? ICC(국제회의장)- 이번 아세안정상과 MB가 정상 회단을 한 곳, 주상절리층, 그리고
산방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용머리 해변 산책( 사암층이 편상으로 적층을 이루고 있고 사암이 침식에 약하니
그로인해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절벽이 형성되어 있고 해안선도 복잡해 볼거리가 꽤 있다.)
그리고 용두암해변의 횟집..:~17:00경. 각종 회와 한라산소주에 심신을 달래고 여객터미날 행.18:00경.
또 다시 설봉호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19:00~6/7 06:00. 부산 여객터미날 해산. 06:30경. 이상.
참고로 정상산행팀은 07:00 성팍악 출발 - 진달래산장을 거쳐 -동능정상10:30~11:20경-삼각산휴게소-관음사 15:00경.
용두암해변의 횟집 16:30경-17:00경 전 회원 합류. 끝
첫댓글 멋진 글 솜씨 부럽습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 . 산죽의 잎 끝자락이 누런빛을 띤건 왜일까요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도 온통...날씨가 가물어서 수분 부족이 아닐런지...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저도 그기까진 생각 했는데 정도가 심해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산랭기 즐감 하고 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