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말국
보말국을 끓였다. 지난 여름 지인이 장만해준 보말을 냉동해 두었었다.
사방 천지 하얗게 눈 덮인 날 보말국이
라니! 과학이 놀랍고 좋다.
보말은 돌, 바위가 많은 갯가에 서식하는 연체동물 중 하나로 고둥을 말한다.
비틀린 껍데기 속에 사는 고동류라도 소라는 커서
비교적 물이 깊은 바다에 서식하고 상품 값을 한다.
그러나 보말은 주로 조간대 바위나 돌멩이에 붙어산다.
물이 많이 빠지는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하여 사람들은 보말잡이를 한다.
맑은 바닷물은 바위틈이나 돌에 붙어 있는 보말을 환히 보여주니까 아랫도리만 적시면 된다.
한 소쿠리 잡아다가 삶아놓고 밤 마당에서 까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야말로 섬사람들의 특별한 식재료이며 간식이다. 배고픈 시절의 영양제였다.
전복, 오분자기, 소라, 성게는 돈 있는 사람들이나 먹고 보말은 아무나 잡아오는 수고로움만 있으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향토식이라고 보말국, 보말죽, 보말칼국수하며
상품이 되고 나니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찾는 사람도 많고 이렇게 냉동 저장해서 아무 때나 먹자면 씨가 마를 지도 모르겠다.
보말을 물에 담가 가볍게 씻으면서 모래를 걸러내고 냄비에 넣었다.
끓기 시작하자 얼었던 갯내음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보말국에는 미역을 따라올 게 없다. 말린 미역을 불려 썰어 놓고 어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콩으로 만든 간장도 맛있지만 생선이나 보말 같이 바다에서 온 재료들은 어간장이 맛을 더 받쳐준다.
바다가 품인 재료들은 바다 것끼리 어떻게 갖다 맞추어도 서로 맛이 잘 어우러진다.
보말국은 깔끔한 바다 맛이 제일이다.
엄지손 한 마디만 한 것에서부터 블루베리 열매 만큼 한 크기의 바다 것.
나선형껍질 속에 나선형의 몸집. 창자 끝까지 오롯이 나와도 3~4센티를
넘지 못하는 저 먹거리. 수두리보말, 먹보말, 참보말, 쓴보말, 메옹이, 깅이(게)…
갯바위 틈에 사는 저들의 맛을 알아 낸 이는 누굴까.
미래의 식량은 곤충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료를 덜 들이고 많은 식재료를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리라.
다된 국에 저며 썬 마늘과 매운 풋고추 몇 조각을 넣었다. 얼큰한 바다가 되었다.
고드름을 핥던 햇살이 킁킁거리며 문틈으로 들어온다.
2016.1.20
첫댓글 갯내음이 봄 햇살과 함께 들어옵니다. 삶은 보말을 바늘로 찔러 돌돌 나선형으로 돌리면서 빼면 똥까지 올라오는데, 전 그 똥이 싫어서 일부러 직선으로 빼내곤 했죠. 그러면 허리춤에서 잘려 똥은 그대로 있고, 윗부분 만 올라오는데 그 쫄깃한 맛이라니...^^ 언제 보말잡으러 가야겠어요. ^^
바다 없는 동네 살아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데려가 줘요, ㅎㅎ
과수원에서 일하다 실프민 가게 마씀^^ 연락허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