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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스크랩 교황 프란치스코 1세/ 윤효
들꽃처럼 추천 0 조회 15 14.08.17 01: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교황 프란치스코 1세/ 윤효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로 떠날 때

몇몇 신부가 돈을 모아

그의 낡은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꿔 신겼다.

 

번듯한 공관을 마다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밥을 짓고 옷을 깁던

이웃들과 가난을 나누던

그였다.

 

하느님께서 물으실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답이라고 응답하던

그였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네 차례 검은 연기가 번지고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 세계에서 온 115명 추기경들이 뽑은 새 교황의

이름은

베르골리오 추기경.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골랐다.

 

가난한 이를 위한 겸손과 청빈으로 성자가 된

바로 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그날,

교황청 리무진을 물리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들면서

추기경들에게 건넨 건배사는

이러하였다.

"하느님께서 나를 뽑은 당신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 76세.

 

- 시집『참말』(시학, 2014)

........................................................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 시절에 보여준 청빈한 삶과 교황선출 과정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이 시를 쓴 윤효 시인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리고 유서 깊은 오산중학교의 교장으로 재직 중인 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해 교황 선출 관련 기사를 신문을 통해 꼼꼼히 읽고서 청빈하고 겸손한 삶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아 시를 쓰게 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교황의 행동 하나 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감동적이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인류에게 축복이 되시는 분"이라고 했다.

 

 세계인이 교황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행동하는 사제이기 때문이리라.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성과 소년원 재소자, 이슬람 신자의 발을 씻어주는 등 관습을 깨고 기득권을 버리는 일에 나섰다. 이는 지금까지의 모든 교황이 성당 안에서 가톨릭 신자인 남성 사제들만을 대상으로 세족식을 해온 관례를 파격적으로 깨트린 것이다. 더구나 교황께서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레 발을 씻기고 입을 맞추는 그 성스러운 행동을 지켜본 많은 이들에 의하면 너무도 진실하여 마치 예수께서 재림한 듯 느껴져 절로 눈물이 고이더라고 했다.

 

 교황께서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교회 역할을 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으로 사는 것”이라며 “자기희생, 나눔과 봉사의 실천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정의로 평화를 구현할 때 비로소 교회 쇄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웰빙 문화에 젖어 타인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무감각하고 ‘무관심의 세계화’ 속에 남의 죽음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비판하면서 “세속성이 우리에게 허영과 오만, 그리고 교만을 가져왔다”고 지적하였다.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는 없습니다. 사제나 수도자, 주교, 추기경, 교황이라 하더라도 이 세속성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살인자의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물질 중심의 세속성은 영혼도, 사람도, 교회도 죽일 것입니다. 사제나 수녀가 최신 모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저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결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며 세속성의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사제의 존재 이유는 바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명을 ‘기쁜 삶’으로 표현한 그는 주님의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인간적인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짐짓 지금까지 거창한 ‘사명감’에만 빠져 더 큰 일, 멋있는 일, 대단한 일만 좇다가 정작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도구란 존재 이유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하느님의 어린양의 제자는 ‘포위된 요새’에 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유와 기쁨을 주시는 예수님을 따라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개방적인 사제가 될 것을 권고했다.

 

 교회는 지상의 소금과 빛이 되고 무엇보다 삶을 통해 형제애, 연대감, 나눔 등 삶의 증거로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전하라는 불림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로 '양 냄새 나는 사제'였다. 그는 “목자는 양 떼들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저 울타리 안의 양에 만족하고 그 털이나 매만지는 미용사가 될 게 아니라 그들의 고통과 짐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도 거리로 나가 불평등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빈자를 위한 낮은 행보로 일관한 교황은 이웃의 가난을 외면하는 문화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공동체가 닫혀 있을 때, 언제나 맘에 맞는 우리끼리만 이야기하고 있다면, 더는 생명의 공동체가 아닙니다. 어둠을 밝히는 징표가 될 수 없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계속 나아가십시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습니다." 이번 교황의 방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이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여 자신을 열고 내어놓는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한민족의 참다운 화해와 평화는 요원하리란 메시지다.

 

 같은 선상에서 교황은 이슬람교도들과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슬림을 우리의 형제라고 지칭했다. '우리들 모두 상호존중이 모든 인간관계, 특히 종교적 신념을 고백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것'이라며 '상호존중을 통하여 진실하고 지속적인 우정이 자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께서는 '신앙이 없으면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라고도 하셨다. 신을 믿지 않거나 믿음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을 신이 용서할지를 묻는 한 무신론 사회지도자가 교황께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무신론자는 그들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 된다면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땐 죄가 되겠지만 양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지키는 것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늘 판단한다는 뜻이고 이것은 하느님의 주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자본주의의 독재 권력에 대항하고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되, 기업가나 다른 기득권층에 배타적인 태도가 아닌 모든 이들을 공동선 안에서 하나로 묶는 통합의 대안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을 높이고 사회정의를 이뤄가는 것이 미래를 약속하는 새로운 통합의 창출이라고 했다.

 

 자유 시장경제는 자본의 노동 착취나 권력의 시민 억압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배제, 즉 배척과 소외를 초래하는 비인간적 체제라는 경제관이고 하느님과 윤리에 대한 거부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교황은 즉위 이래 줄곧 '야만적 자본주의'와 '가진 자들에 의한 경제적 독재'를 비판해왔다. "돈과 권력을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행복에 대한 환상일 뿐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서 사회악과 생태악을 초래한 무지막지한 자본주의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사랑의 실천과 방향을 확대한 생명 경제를 지향한다.

 

 오늘 대중미사를 통해 하신 말씀들이 대부분 감동으로 와 닿았다. 다른 곳에서 행해진 박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는 여러모로 차원이 다르고 비교가 되었다. 연설 내용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연설문의 한 문장 한 센텐스, 종결어미이거나 1초를 쉬어가는 지점에서 거의 예외 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는 다 무언가. 투명 프롬프터를 읽는 19분간의 연설 동안 42번의 박수를 받았다니 이게 과연 자랑일 수 있을까. 연설을 경청하기보다 아예 박수를 치러 작정하고 나온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야만적인' 박수가 어디 있나.

 

 여기가 저 북쪽도 아니고 이런 걸 흐뭇하게 여기고 자랑으로 으스댄다면 그야말로 말씀의 독재가 아니겠는지. 차라리 대통령께서 "창피하게 왜들 그래요, 연설 중에 덮어놓고 박수치는 거 불편하니 좀 말려주세요"라고 하신다면 그야말로 감동 먹을 일 아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를 넘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그의 진정성과 더불어 소탈함과 솔직함이다. 그는 분주한 사교적 삶을 즐기지는 않으나 탱고와 축구와 문학을 좋아한다. 호세 루이스 보르헤스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를 좋아하며 가끔 시도 읽는다.

 

 그의 복음 같은 '말씀'들은 아마 사회적 포용력과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뽑은 당신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우리 대통령께서도 교황 프란치스코 1세를 벤치마킹하신다면 업어드리겠다고 나설 국민들이 한 둘이 아닐 터인데...

 

 

권순진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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