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까? 앞이 막막할 때는 쉽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답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쯤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 장소는 나오지 않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힘든 그 순간, 좌절하지 않고 한 고비만 넘기면 된다. 그럼 새로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잘 보면 길은 분명히 있다. 어디에 있을까? '령(嶺)' '재(岾)' '현(峴)' '고개(古介)'라는 말이 붙은 지명들이 있다. 우리말로 고개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시원하다.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통(通)하기 때문이다. 바람길이 되고 사람이 통하는 곳이 길이 된다. 그래서 통로(通路)라는 말이 생긴다. 고개는 넘는 곳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는 고개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다.
헤매고 있을 때는 쉬운 곳을 골라야 한다. 넘기 쉬운 지점부터 일단 넘어야 한다. 꼭대기가 아니라 능선의 가장 낮은 지점을 찾아야 한다. 고개만 넘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고개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장소이다. 이곳에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다. 고개에 세워진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영영 닫힌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문을 찾아 나서면 열린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우리 땅에도 영동과 영서, 전라도와 경상도, 경상도와 충청도 등 지리적 장애와 심리적 장애들이 놓여 있다. 대관령을 넘고, 추풍령을 넘고, 문경새재, 철령고개를 넘으면 소통이 가능하다. 고개를 넘으면 마음의 벽도 넘을 수 있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데도 얼마나 많은 장벽을 만나는가? 인생의 고비나 고개를 만나면 일단 길을 찾아 넘어야 한다. 돌아갈 수는 없기에 그나마 쉬운 지점을 골라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