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bitt은 "대세에 순응하는 속물근성을 가진 중산층 실업가"다. 1920
년대에 미국인의 물질 만능주의와 순응주의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가 싱클
레어 루이스(Harry Sinclair Lewis, 1885~1951)의 1922년 소설
『배빗(Babbitt)』에서 비롯된 말이다. 루이스는 이 소설에서 "귀족 계급
의 여러 등급들이 영국 가족의 지위를 결정했던 것과 똑같이 자동차는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썼다. 『배빗』의 주인공인 조지 폴란
스비 배빗(George Follansbee Babbitt)은 자신이 속한 골프클럽이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라는 점에 언짢아한다.
미국인의 속물근성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척도는 자동차였다. 배빗이
되지 않고서 자동차를 사랑하긴 어려웠다. 아니 미국인은 배빗을 긍정
했다. 노골적으로 특정 자동차를 찬양하는 노래가 히트송이 되곤 했으니
말이다. 〈포드 자동차를 사주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을래요(You Can't
Afford to Marry Me If You Can't Afford a Ford)〉나 〈뷰익을
타고 신혼여행 가요(Take Me on a Buick Honeymoon)〉는 CM송
이 아니라 1920년대 중반의 인기 가요였다.
오늘날에도 속물적이면서 거만을 떠는 사람은 누구든지 배빗으로 불릴
수 있다. 〈레인맨(Rain Man)〉에서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여피 역할을
맡은 톰 크루즈(Tom Cruise)의 영화 속 이름이 찰리 배빗(Charlie
Babbitt)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지만 '배빗'이 순응주의적 속물의 대명사로 쓰이는 건 소설의 원래
뜻과는 좀 거리가 있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속물이 될 것을 강요하는
주변 환경에서 탈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몸담은 지역사회
에서 왕따당하는 것이 두려워 그 시도를 도중에 접기는 하지만, 문제는
배빗 개인에게 있다기보다는 속물이 되게끔 강요하는 집단의 획일화된
가치에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메시지다.
소설 『배빗』의 결말에 흥미로운 반전이 있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배빗의 아들 테드(Ted)가 자신의 여자 친구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자 양 가족 모두가 테드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단 한
사람만이 은밀하게 테드에게 "가족을 겁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그가 바로 아버지인 배빗이었다. 자신은 어쩔
수 없이 기성 질서에 순응해 살았지만, 아들만큼은 그런 굴레를 벗어나
마음껏 자유롭게 살라는 격려였다. 하긴 누군들
꼭 배빗이 되고 싶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