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라온제나 정기연주회 관람후기 by 김중옥

[류혜경(플루트)]

어제 저녁 부산교대에서 "라온제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의 정기연주회를 류혜경님의 배려로 관람을 하게되어 무척 뜻있는 초여름의 이상 열기를 달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었보다 감회가 남다른 것은 --중략--  특히 "라온제나 심포니"의 연주 솜씨나 지향하는 목적, 그리고 특징적인 대중성이 관객을 매료시켜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미래의 미국의 저 유명한 "아서 휘들르의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를 보는 듯한 착각에 젖기도 했답니다.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하고, --후략--수고많았습니다. 09.06.28 23:16

위의 글은 현업에서 은퇴하신 후 현재 '부산교통공사 전동차 음악방송 제작단장'으로 계시며 

부산문화회관 월간 문화예술 정보지 '예술에의 초대'에 '나의 애청음반'이라는 제목으로 6월호부터 글을 연재하고 계시는

김중옥님이 제게 남겨주신 글입니다.

아무튼...

우리의 연주가 미국의 유명한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를 연상케할 정도로 훌륭했다는 칭찬을 듣고 보니 여러분과 같이 나누지 않을 수 없어서 이렇게 긴 글까지 퍼와서 올립니다.

우리 잘하긴 참 잘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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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옥님이란 분에 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부산일보에 났던  소설가 김곰치의 인터뷰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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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치의 아름다운 인터뷰] <8> 대가없이 음악 나누는 사람 김중옥 님
"수백살 된 음악에서 삶의 지혜를 걸러냅니다" 　　　　　　　　　
클래식 들으면 머릿속 환해져
온마음 깔끔하게 '정리정돈'
집에서 감상모임 자주 열어
팸플릿 만들고 설명 곁들이죠

40여년 전 연주홀 밖에서 음악을 '주워'듣던 가난한 공대생 김중옥 씨는 "고전음악을 모르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이웃들에게 음악을 '나눠'주기 위해 매주 화요일이면 집에서 음악감상회를 연다. 사진=문진우 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

"죽는다는 것은 클래식 음악을 못 듣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이 세상 사는 지혜의 전부다."

김중옥 씨가 내게 건네준 6장짜리 '팸플릿'에 적혀 있는 말이다. 법정 스님의 수필에 있는 말이라고 한다. 스님의 멋진 말씀에다 김중옥 씨는 친절하게 토를 달아놓았다. "생각이 부드럽고 유연해지려면, 음악을 들읍시다."

김중옥 씨는 고전음악 '안내자' 또는 '해설자'다. 아니 순수한 '애호가'다. '독서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는 음악 '감상가'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환갑을 넘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음악을 들어왔다. 하모니카 말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나도 없다지만, 그의 진짜 악기는 '귀'인지 모른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고전음악을 모르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몇백 년이 된 음악을 지금도 듣고 있는데, 이 좋은 걸 모르고 산다는 것만큼 불행한 게 어딨습니까."

'팸플릿'으로 돌아가자. 집에 있는 프린트기로 출력하여 스테이플러로 찍은 몇 장짜리 종이일 뿐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그의 집으로 열 명가량의 사람들이 모인다. '한살림'과 인근 독서회 모임에서 인연이 된 40대 무렵의 아주머니들이다. 거실에는 가정집 치고 위용이 대단해 뵈는 오디오가 있고, 작은 텔레비전이 있고, 시디, 엘피, 엘디 음반이 빽빽하게 서 있다. 그는 손수 제작한 '팸플릿'을 나누어주고, 1시간 40분가량 동영상이 있는 음악을 튼다. '안내, 해설'을 해주고, 같이 '감상'한다. 아내는 차와 떡을 나르며 분위기를 도운다. 구서동의 우성아파트 12동 507호에서는 이런 소박한 음악감상 모임이 벌써 31회째 진행되고 있었다. 김중옥 씨는 음악을 사랑하고, 대가없이 음악을 나누는 사람이다.

그는 부산중, 부산고,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철을 다루는 엔지니어였다. "전기로(電氣爐) 멜팅 설비가 밥벌이였죠. 고철을 녹여 정제한 뒤 철판을 만들고 앵글도 만드는…. 동국제강이 신규 투자를 많이 할 때, 마산의 한국철강에 4천500억원을 투자했어요. 그때 제가 건설본부를 맡았고, 대전의 국제종합기계라고 만년적자 회사가 있었는데, 저희들이 가서 흑자로 만들었어요. 한 십 년 정도 있으면서 생산 라인도 봤고, 기술 담당도 했고, 연구소장도 했고요. 그런 일들도 나름의 묘미가 있지만, 밥벌이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는데, 저는 늘 음악으로 풀었어요."

말을 만들어 쓴다면, '철강인'의 유별난 음악사랑쯤 되겠다.

"취미로 시작했지요. 중학교 때 광복동 미화당백화점 안에 음악실이 있었어요. 디스크자키가 있고, 작은 흑판에 연주가는 누구, 작곡자는 누구 하고 알려줘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노트에 날짜랑 개인 감상기를 열심히 적곤 했죠. 그게 수십 권 분량이 됐어요. 감상의 성취감을 더 느낄 수 있었어요."

세속의 '취미'야 수없이 많다. 그에게도 다른 '취미'의 접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자꾸 변하지만, 한 가지 일에 심취하게 되는 게 있더라구요. 소년 시절에는 야구에 미쳤거든요. 시합에서 피처를 했는데, 내일 시험인데도 야구한다고 공부는 뒷전이었죠. 누구나 다 한번씩 홍역을 치르는 일들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골프, 낚시. 대기업에서 어느 자리에 이르면 다 골프를 하는 분위기가 있고 저도 유혹을 느꼈지만, 아예 배우지를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돈이 따라야 하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친구들이 있어야 되거든요. 3박자를 갖추기 힘들었어요. 낚시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어떤 사람은 고기를 사 가지고 방생을 하는데, 니는 고기 잡을라 하나' 이 말씀에 딱 손 놨죠. 골프, 낚시 하는 분들, 나름대로 자기 만족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 사람들은 제가 그런 재미를 모르고 산다고 불행하다고 하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음악 모르고 사는 분들이 불행해 보이고요. 다 상대적이겠죠."

음악을 골프, 낚시와 같은 '취미' 반열에 두는 것은 겸손의 표현이다. 달리 듣자면, 다른 어떤 취미도 음악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62, 63년 쯤에 서울국제음악제라는 게 열렸어요. 당시 티켓을 살 여건은 못 되고, 어떡하든지 프로그램 팸플릿이라도 얻어야 되겠는데, 연주홀 안에는 못 들어가고 겨우 팸플릿을 구해가지고 밖에서 듣는 거죠. 근 일주일간 '그짓'을 했어요. (음악이 들려옵니까?) 들려오죠. 관심 있게 들으면 들리거든요. 음악제의 모든 연주곡을 그렇게 들었어요. (선생님 같은 분이 또 있었나요?) 없었죠. 혼자 가서 혼자 듣는 거죠. 참 좋았어요."

안의 청중이 먼저 듣고, 건물 벽과 지붕이 듣고, 굽은 통로가 듣고, 그렇게 몇 차례 걸러진 음악을 연주홀 밖에서 '주워' 듣던 가난한 공대생 김중옥. "젊을 때는 하나라도 더 듣겠다"는 집념에 가득찼던 그에게 음악이 어찌 '취미'라고만 할까. 취미를 넘어선 절실함과 진지함이 있었다. 음악이 해주는 '정리정돈' 이야기가 나는 제일 신선했다.

"고전음악을 많이 들으면, 머릿속이 정리가 돼요. 어떤 말이냐 하면, 악보가 과학이거든요. 과학적인 것이 엄청 숨어 있어요. 음악을 들을 때, 다음에는 무슨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기대를 하게 됩니다. 멜로디 높낮이는 이럴 것이다, 하면 그게 그대로 나옵니다. 화성학은 제가 잘 모르지만, 과학적인 어떤 것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선지 위에 작곡이 되지 않습니까. 불필요한 음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안되잖아요. 시간에 의해 검증된 경우, 정리정돈이 완벽한 게 악보입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게 정리고, 필요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위치를 잡아주는 게 정돈인데, 고전음악을 많이 들은 사람은 머릿속부터 정리정돈이 됩니다. 이건 제가 확실하게 느낍니다."

베토벤 음악을 "존경스럽다, 그 안 좋은 건강에…"라고 하고, 모차르트는 '천상의 소리'라는 로맹 롤랑의 말로 대신하고, 말러의 음악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고 하고, 브람스 음악은 "지적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3천 장의 소장 음반 중 가장 아끼는 하나를 꼽아달라고 했을 때,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라고 했다. 디트리트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제랄드 무어가 피아노를 친 것으로 특정했다.

고등학교 때 합창반을 했는데, 당시 음악선생이 나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곡가 윤이상이었다. "독일연방공화국 최고훈장도 받고, 괴테 메달도 받고, 생존시에 유럽 5대 음악가로 선정되었지만, 윤이상 음악은 들어도 잘 모르겠어요. 억지로 이해를 하고 가까이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멜로디도 많지만, 쉽게 시디에 손이 안 가요." 학창 시절 음악수업을 받은 인연에서 인간적인 애착이 있지만, 누구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순수한 음악애호가는 감상의 진실에 그저 충실할 뿐이다. 윤이상 음악을 초엘리트음악이라고 평소 생각하는 나로선 반가운 말이었다. 이웃을 초대해 음악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작은 음악감상회에서 윤이상 음악이 언젠가 한 번 선곡이 될 것이다. 이유는 소박하고 명확하다.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지휘자는 악보를 받으면, 마음 속으로 소리를 다 내보거든요. 악보의 모든 음을 꿰고 앉아 제때 적절하게 나오도록 해줘야 합니다. 작곡자는 연주자들이 쉽게 또 자기 의도대로 연주하도록 작곡하는 게 관건이겠죠. 연주자는 악기 특성에 맞게 최고의 음이 나오도록 해야 하고, 좋은 지휘자를 만나면 소리의 맵시가 더 좋아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평가하고 음악 현상을 완성하는 것은 감상자입니다."

모든 음을 조화롭게 듣다가도 지휘자의 의중을 거슬러 부차적인 소리에 집중하기도 하는 '귀'가 하나의 악기다. 고막 진동의 강약을 심리적으로 또 주관적으로 조절하며,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리적인 소리에 귀가 특별한 변화를 준다. '귀라는 악기' 또는 '귀라는 지휘자'의 마지막 청중은 누구인가. 귀와 뇌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감상가의 마음일 것이다. 냉소적인 평론벽에 빠지지 않는다면, 작곡 연주 지휘에 꿀릴 게 없는 위대한 감상이다. 음악의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이제라도 고전음악과 친해지고 싶은 초심자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을 권했다. "FM라디오입니다. KBS 92.7Mhz 들으면, 해설이 있죠, 시간대별로 장르를 바꿔줍니다. 우리집은 늘 달고 삽니다."

소설가 kimgomc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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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 (Vn)]

이글 보니 괜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네요 ^-^ ㅋㅋㅋㅋ 자랑스럽습니다 라온제나 ㅋㅋㅋㅋ

[엄진용(Tp2nd)]

마니 틀렸는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