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구타교실 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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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2시에 입에 칼을 물고 공동묘지에 혼자 가는 것보다
더 살떨리는 게 있습니다.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중요한 물건을 놓고 와 불 꺼진 교실로 혼자 들어가는 일
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야간 자율학습.
[구타교실] -84- 운명의 한·일전
체육대회에서 다른 반들은 우리 반의 적수가 되질 못했다.
살기를 띄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떼로 뛰어다니는 리카온 무리인
우리들을 이길순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야구부의 에이스 투수가 아닌 축구부의 스트라이커로
착각할 성민수의 활약과 발을 쓰는 축구에서 주먹을 더 많이 쓴 조병국의 활약으로
우리 반은 축구 결승에 안착했다.
농구 역시 성민수의 놀라운 개인기 덕분에 결승에 진출하여
성고문의 체육선생 최덕환이 이끄는 1반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전종목 석권이 꿈만은 아니었다.
성민수는 야구면 야구, 축구면 축구, 농구면 농구 모든 운동의 천재였다.
'드럽게 운동 잘하는 자식 같으니라구'
하지만 조병국은 농구의 우승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준결승에선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 5반칙 퇴장을 당했고
결승전에선 전반 시작 5분 만에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전반 시작 5분 만에 5반칙 퇴장 당한 선수가 역사상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NBA의 난폭꾼 데니스 로드맨도 흉내내지 못할 반칙의 금자탑이었다.
조병국 - "난 원래 그런 놈이야 우하하~"
우리는 농구의 우승에 얼싸안고 기뻐 날뛰었지만
똥행패는 전혀 무표정이었다.
'거짓 웃음이라도 좋으니 기쁠 땐 좀 웃어 주시오.'
전 종목 석권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관문인 축구 결승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주야 바위만한 돌덩이를 들고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우리 반 중에서
발 달린 놈 아무나 나가서 뛰어도 1등이었다.
점심을 먹고 벌어지는 축구 결승전의 상대는 무시무시할 실력의 5반이었다.
운동경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숙명의 라이벌 5반,
5반과의 시합은 숙명의 라이벌전 한·일전과도 같았다.
하지만 5반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다지도 커다란 고통을 당하지는 않을 텐데
우리 반 아이들은 그런 이유로 5반을 극도로 증오했다.
'저 자식들만 우리 학교에 없었다면……!'
5반의 축구 기량은 여름 방학 때보다도 나아졌다.
원래 실력도 우리 반보다 난데다 5반 역시 성민수 같은
야구부를 셋이나 기용했다.
축구 결승의 심판은 이현수 체육부장이었다.
이 역시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똥행패의 협박이 통하지 않는 M고의 몇 안 되는 존재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현수도 똥행패를 께름직하게 생각은 했지만
똥행패의 표정만을 살피며 휘슬을 불 사람은 아니었다.
조병국의 무식한 반칙은 발견 즉시 퇴장감이었다.
우리는 성민수와 조병국이라는 양날개 중 조병국이란 날개는 접고
시합을 해야 했다.
운명의 축구 결승전을 앞두고 똥행패는 우리들에게 작전 지시를 했다.
그의 작전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똥행패에게서 '미드필드가 어떻고, 수비가 어떻고, 공격 형태는 이렇게 해라.'란
말은 아예 기대도 않았다.
"5반에게 축구를 진다면 우리 반은 준우승이다.
중간고사에 이어 또다시 2등을 차지하게 되는 치욕이다.
패배를 당하느니 운동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뛰어라. 알겠나?"
"넷!"
적진 투입을 앞둔 UDT 대원 11명도 이렇게 살기 등등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으리라!
우리들의 경기 전 각오는 중대병력으로 지키고 있는 진지에
적 일개사단이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접한 병사들보다 더 비장했다.
'그래, 어차피 죽을 목숨.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자.'
조병국은 '개새끼들 다 밟아 버리겠어. 우하하~' 하며 반칙의 전의를 불살랐다.
'삐이익―'
숙명의 한·일 전은 시작되었다.
예상보다도 5반은 강했다.
야구부 세 명의 가세로 빈틈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M고 야구부가 왜 1회전에서 탈락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야구부라는 자식들이 하라는 야구는 안하고 축구만 했는지 펄펄 날아 다녔다.
전국대회 4강은 아무래도 야구부 아이들을
축구대회에 내보내는 게 더 빠를 듯싶었다.
5반은 경기 시작부터 우리 반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리들이 육탄으로 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3골은 들어갈 뻔 했다.
성민수에겐 같은 동료인 야구부 두 명이 달라붙어서 옴쭉달싹을 하지 못했고
조병국의 반칙은 우려했던 대로 이현수 심판에게 그 즉시 적발되었다.
일방적 수세에도 몸을 내던져 골을 내주지 않던 전반 종료 무렵,
김응석에게 두 번 기대를 한 것은 무리였을까?
우리편 진영에서 밖으로 걷어낸다는 게 우리 편 골망을 그대로 갈랐다.
순간 우리는 보았다.
경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으로 난입하여 김응석을 때려 죽이려는
똥행패와 이를 결사적으로 막는 똥걸레와 오수비를…….
오수비가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면 김응석은 경기 중 난입한 자기 팀
감독에게 맞아 죽는 사상 초유의 일을 당할 뻔 했다.
전반을 0:1로 마치자 5반 담임 정상배는 음료수를 들고 아이들을 맞았고
똥행패는 몸을 날려 구두 발로 김응석을 걷어 차며 반겼다.
"이 썩을 자식, 한 골을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우리 편 골대에 공을 집어넣어!"
'퍽∼! 퍽∼! 퍽∼!'
'으악∼ 끼야악∼ 크허헉∼'
이 역시 오수비가 말리지 않았다면 경기 중 자살골을 넣고 귀국 후 피살된
콜롬비아 선수의 전철을 밟을 뻔했다.
오수비는 참으로 신기한 여자다. 어느 누구더라도 똥행패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겁을 집어먹는데 똥행패에게 사사건건 대항하다니…….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실수 한 건데 너무 하시잖아요."
하지만 똥행패의 분노는 그를 두 번 참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당신, 교생이면 교생답게 가만히 있으시오. 어디서 지도 선생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한 번만 더 그러면 아무리 교생이라 하더라도 가만 두지 않겠소."
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똥행패의 주먹에선 뼈 분지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똥행패의 위협에 오수비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오수비도 최소한의 겁은 있는 여자였다.
오수비 - "제가 구타를 결사 반대하는 여자라구요? 설마요. 호호~"
똥행패는 김응석의 자살골에 좀체 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김응석, 이 자식. 앞으로 내 눈앞에서 네 녀석이 볼 차는 걸
볼 시엔 그 자리에서 축구공을 터뜨려버리고 죽여버리겠다. 알겠나?"
"넷!"
그리고 김응석은 사자가 식사를 끝내길 입맛을 다시며 옆에서 기다리는
하이에나 같은 똥걸레에게 인도되었다.
어제의 충신이 오늘의 역적이었다.
똥걸레는 모처럼의 먹이 감에 즐거워 보였다.
"아따∼ 이 꼴통 셰끼. 잘 걸려부렀어. 후딱 대가리 안 박는다냐∼!"
전반을 마친 5반 아이들은 선생의 격려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지만
우리들은 동행패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김응석을 일단 주먹과 발로 처단한 똥행패는 우리들을 단상에서 교장이 지켜봄에도
불구하고 야구배트로 열대씩 때렸다.
"이 정신 상태가 썩어빠진 자식들"
체벌을 반대하는 오수비도 무지막지한 똥행패의 만행엔 쳐다보는 방법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반은 휴식은 취하기는커녕 매만 맞다 후반을 맞았다.
김응석은 후반 경기 대신 학생들 때릴 때 만 열과 성의를 다하는
똥걸레의 인도 아래 운동장을 몽둥이와 함께 굴러 다녔다.
자살골을 넣고 곤욕을 치루는 김응석을 바라보자니 우리들은 그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는 김응석이라는 인간을 통해 우리들의 미래를 보았다.
처절한 고통뿐인 미래……!
운명의 한·일전은 후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의 마지막 희망 성민수는 피곤에 지쳐
창백해진 얼굴에 얕은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성민수 나카타를 봉쇄해라. 제발~"
[번 호] 946 / 1445 [등록일] 1999년 10월 16일 09:01 Page : 1 / 15
[등록자] yiyap [조 회] 156 건
[제 목] 구타교실 인물열전 - 김응석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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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시절 음반을 사기 위해 청계천 음반 도매상에 자주 갔습니다.
그 곳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었습니다.
"학생! 야한 잡지 하나 봐."
쭈욱 늘어 서 있는 도색잡지 판매상들
그 중 한 명은 다른 직업이었습니다.
물건이나 가방을 들고 가는 학생들만 보면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학생! 뭐 훔쳐왔어. 나한테 팔아."
그 사람 눈엔 학생은 다 도둑놈으로 보였나 봅니다.
[구타교실] -인물열전- 김응석 편 (1)
구타 machine 똥행패의 하루 일과 대부분이 학생들 패는 것이라면
우리 반의 부동의 꼴찌 김응석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맞는 것이다.
폭력 교사의 유무를 떠나서 내가 선생이더라도 김응석같은 자식은
죽도록 팰 것이다.
안 그랬다간 화병으로 몸져누워 제 명에 못 죽을 것이다.
김응석은 똥행패의 주요 먹이였지만 똥걸레를 비롯한 거의 모든 선생들의
타겟이기도 했다.
똥걸레의 영어 시간,
똥걸레는 누구나 다 아는 전화 생활영어를 자신만이 아는 양
특유의 더티한 발음으로 진행중이다. 그러더니 우리들에게 질문을 했다.
"아따 내가 지금꺼정 설명을 했는데 확인 겸 묻겠다. 전화 잘못거셨는데요는
뭐라고 한다냐?" <= 정답 You have the wrong number.
(이얍의 놀라운 영어 실력 으쓱~)
아이들 대부분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괜히 대답해봤자
똥걸레에게 꼬투리를 잡혀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똥걸레와의 수업 시간엔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었다.
그때 장난기가 발동한 진철이가 김응석의 어깨를 툭툭쳤다.
"응석아. 너 똥걸레한테 점수 딸 좋은 기회다.
내가 말해주는 대로 손들고 대답해."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김응석은 너무도 고마워했다.
"You are idiot. Fuck My ASS."
"우어어. 쉽네. 히히 고마워"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선생님 저요 저요."
똥걸레는 꼴통 김응석이 자진해서 손을 드는 기이한 현상에 놀랐지만
진정한 놀라움은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아따 4반 꼴통이 어쩐일이다냐. 그래 뭐다냐?"
"You are idiot. Fuck My ASS." <= 해석 안함. 이 욕은 벨처투수가 박찬호한테
한 욕 보다 더 심한걸로만 알면 됨.
"뭐... 뭐... 뭣이라고라."
똥걸레는 너무도 놀래서 턱이 빠져 바닥에 구를 만큼 입을 쩍벌렸다.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명색이 영어 선생인데 영어선생한테 영어로 끔찍한
욕설을 퍼붓다니 똥걸레만이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놀라움에
비스킷을 받아 먹으려는 하마들처럼 입을 쩍 벌렸다.
"너 이 꼴통셰끼 다시 한번 말해 봐."
"우히히 놀랍죠? 정말 놀랐죠. 헤헤~"
김응석은 그새 앞쪽은 까먹었다. 놀라운 건망증의 소유자.
"You 음... 뭐더라 그래 Fuck My ASS."
애쓰에 강세를 주고.
똥걸레는 분노를 재확인하고 자신의 흥분 발동장치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김응석은 전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쾌거에
흡족해 하고 있었다.
"임마, 김응석 너 미쳤어?"
라는 나의 말은 흡족한 표정의 김응석의
"뭐 이정도야 기본이지." 에 함몰되었다.
똥걸레는 자신의 흥분발동기 예열장치의 가열을 완료했다.
"저... 저... 꼬... 꼴통셰끼 시방 뭐시라고 지껄였다냐. 이 꼴통셰끼"
김응석이 벨처가 아니 듯 똥걸레 역시 박찬호가 아니었다.
똥걸레는 이단 옆차기 내지 가위차기를 하지 않는다.
똥걸레는 황급히 양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자신의 살상 무기중 하나인
터보 라이터를 꺼내 김응석에게 달려가 목젖을 때리기 시작했다.
"요 싹바가지 없는 셰끼를 봤당가 퍽~ 퍽~ 퍽~"
"켁~ 켁~ 선생님 왜 이러세요."
"니가 지금 몰라서 그런다냐 선생님한테 욕설을 퍼부어. 이 개잡놈의 새끼."
"전 욕 안 했어요."
"이 새끼가 그래도."
똥걸레는 곧이어 대걸레 자루를 꺼내 김응석의 얼굴을 문대다가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교무실까지 끌고 가 무릎을 꿇린 채 슬리퍼로
따귀세례를 퍼부었다. 집요한 똥걸레 음...
그러나 그 장면을 교무실에 들른 똥행패에게 들키고 말았다.
똥행패는 전에 없이 흥분한 표정의 똥걸레에게 물었다.
"김응석 이 자식이 뭘 잘못한 거요?"
"선생님 이 셰끼가 수업 시간에 대답을 해보래니까 대뜸 일어나
Fuck My ASS 라지 뭡니까."
똥행패는 똥걸레의 말이 채 다 끝나기 전 주먹을 들어 김응석의 머리를
내리찧었다.
김응석은 '때려봐. 약오르지' 하는 말하는 두더지처럼 땅바닥으로 푹 꺼졌다.
"이 자식은 원래 그런 놈이요. 뜻도 모르고 떠벌인걸거요.
김응석! 어서 썩 교실로 꺼져."
김응석은 똥걸레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영문을 몰라 연신 고개만을
갸웃거렸다.
김응석은 이후 수업 시간에도 매맞을 건수가 없으면 개발이라도 해서
얻어맞다가 마지막으로 황금박쥐의 국어시간에 프린트 분실을 이유로
오늘 구타의 대미를 장식했다.
황금박쥐는 근래 들어 부쩍 교회 얘기가 많아졌는데 오늘도 교회 얘기로
수업을 끝맺었다.
"너희들도 신앙생활 좀 해라. 신앙이란 건 참 좋은 거야.
내가 얼마 전부터 교회를 다니는데 마음의 평안도 찾아오고 너무 좋더라.
너희들도 예수믿고 구원받아라. 아멘"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M고 3대 마인 중의 한명인 황금박쥐가 그런 말을 하는 데 별로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김응석은 어찌된 영문인지 손을 번쩍 들고 황금박쥐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는 그가 손을 들 때 마다 긴장을 해야 했다.
"선생님, 정말 예수님한테 열심히 기도 드리면 소원을 들어주시나요."
황금박쥐는 자신의 말을 다 지겨워하는데 김응석이나마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 주는 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럼,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나쁜 머리도 좋아질 수 있나요?"
황금박쥐는 김응석의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번 순간만은
신앙인이고 싶어서 응석에게 목검을 휘두르진 않았다.
'예수님, 알라신의 이름으로 참아야 하느니라. 아멘~'
"하하~ 열심히 기도 드리면 머리가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볼 수도 보여질 수도
추측이 가능하리라고 믿어질까가 되겠지. 하하"
김응석은 황금박쥐의 그 말에 황금박쥐가 메시아라도 되는 양
경배하고 어두운 삶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모습이었다.
"그래 나에게도 기회는 있어. 평생을 이렇게 살 수 만은 없잖아.
구원 받아서 똑똑해지자"
이리하여 김응석의 끝없는 교회순례길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는 과연 머리가 좋아지는 신비의 명약을 발견할 것인가?
- WRITTEN by YIY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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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교실] -인물열전- 김응석 편 (2)
허름한 건물의 2층에 교회간판이 보였다.
'천제교회'
"천제, 오호라 천제, 좋았어."
천제교회의 천제란 하느님의 제자를 줄여 천제였다.
하지만 김응석은 천제를 천재로 알고 있었다.
김응석은 교회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만을 내밀었다.
혼자 성경책을 읽고 있던 여전도사는 머리는 빡빡밀고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한 아이가 머리를 내밀자 깜짝 놀랐다.
"어머 놀랬잖아. 무슨 일로 여기 왔지?"
"아 예 저 천재가 되고 싶어서 왔는데요."
"훗~ 여긴 학원이 아냐 교회지."
"예 맞아요. 교회를 찾아왔어요. 전 구원받아서 천재가 되고 싶어요."
여신도는 김응석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 교회는 헌금이나 뜯어먹는
사이비교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맘에 들건 안 들건 한 명의 신도라도 더 모으는 게 중요했다.
"정말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책 읽으면 구원받아서 똑똑해질 수 있나요."
여전도사는 이러한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할지 막막했다. 지금까지 교회를
찾아 온 숱한 사람들 중에 구원받아 똑똑해지겠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신앙 생활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리고 마침
잘됐네. 오늘밤 9시에 수요정기예배가 있으니까 집에 갔다가 와."
하지만 김응석은 집엘 가지 않고 여전도사에게 온갖 황당한
얘기를 해대며 괴롭혔다.
"제가 있잖아요 어쩌구 저쩌구......."
"호호 좀 피곤하구나 이따 얘기하자."
이윽고 교회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이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수요 예배엔 목사가 병을 고치는 특별한
시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의자도 없고 돗자리만 깔아 놓은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예배가 시작되자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흰 머플러를 하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 목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신도들은 사기꾼 기질이 풀풀 넘치는 목사를 보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목사님! 목사님!"
"할렐루루루 룰루루루야"
교회 내부는 롹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목사는 할렐루야를 요들하듯이 떨며 특이하게 외쳤다.
"자. 기도합시다."
신도들은 목사가 기도 한마디씩을 끝낼 때마다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거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여전도사도 연신 저는 죄인입니다 하며 무아지경에 빠져 기도를 올렸다.
그때 기도는 않고 몸을 배배틀던 김응석이 여전도사를 쳤다.
"아줌마, 저 급한데 여기 화장실이 어딨어요?"
여전도사는 응석이의 말은 씹고 계속 기도만을 올렸다.
"으아아악~ 아줌마!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말고 화장실이 어딨어요?
쌀거 같단 말예요."
여전도사는 기도를 예정보다 짧게 끝내고 찐드기 김응석에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기도중엔 그런 말 하면 안돼. 화장실은 바깥으로 나가서 계단 중간에 있어."
"미안해요. 이번만이에요. 헤헤"
'음... 내가 괜히 붙잡았어.'
목사는 이어서 횡설수설 떠들어댔지만 설교의 결론은 언제나 돈이었다.
"죄진 자 들이여. 신체나 정신으로 고통받는 자 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
내게로 와서 모든 고통을 벗고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얻어라.
믿어라 바쳐라 돈 왕창 갖다 바쳐라."
사람들은 목사의 헛소리에 감동 받으며 무릎꿇고 대성통곡을 하는 사람,
제자리에서 펄펄 뛰는 사람, 학질에 걸린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다
쓰러지는 사람, 김응석처럼 코딱지만 파는 인간 등등
여러 가지였지만 대체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순서가 다가왔다.
돌팔이 목사의 환자치료의 순간이었다.
"자 병들고 아픈 자들 다 내게로 오라. 선한 사마리아 여인, 앉은뱅이,
장님, 귀머거리 다 내게로 와서 놀라운 신의 은총을 받으라."
돌팔이 목사의 앞으로 나가는 환자들은 미리 짠 돌팔이 환자들이었다.
그는 각본대로 놀라운 기적을 창출했다.
사이비 목사의 치료는 모두가 동일했다. 손바닥으로 온몸을 치면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섰다.
하지만 기적이 통하지 않는 환자가 있었다.
돌머리를 고쳐보겠다고 앞으로 나간 김응석이었다.
목사는 각본에 없던 못 보던 아이에 놀랐다.
"학생은 멀쩡한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가?"
"예. 아저씨 전 머리가 나빠서요. 머리가 좋아지고 싶습니다."
"머리? 머리가 좋아지고 싶다고"
"예"
'쩝~ 오늘은 뭐 이런 황당한 놈이 온 거야. 에이 모르겠다.'
"아~~~~~ 머리가 나빠 수족이 고생하는 어린양이여. 나의 놀라운 권능 아래
머리가 좋아져라."
하며 닥치는 대로 손바닥으로 응석이의 온 몸을 쳤다.
"으아아아아아. 아저씨 그만 때려요. 맞아서 머리가 좋아졌으면 벌써
천재가 됐어요."
목사는 김응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임마, 너 누구한테 일당 받고 여기 온 거야? 그만 내려 가"
"예?"
"아~~~~~ 하느님의 제자인 이 목자는 이런 중증 정신박약아의 머리도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놀라운 기적을 보시오. 여러분?"
김응석은 히프만을 어루만졌다.
"아 맞아서 엉덩이에 있는 피딱지가 떨어진 것 같아요. 아 쓰라려."
목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횡설수설해댔다.
"이 정신박약아 어린양 피딱지가 떨어지는 듯한 고통을 벗고
머리를 깨쳤습니다."
사람들은 '저 애가 정신박약아였대' 라고 쑥덕거리더니
또 다시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 할렐루야! 오 할렐루야!"
뭐라고 또 중얼거리려는 김응석을 목사는 펄쩍펄쩍 뛰는 척 하면서
발로 제자리로 들어가라며 차 댔다.
"임마, 잔말 말고 후딱 들어 가."
김응석은 머리를 저으며 자리로 들어갔다.
'우씨~ 저 아저씨 사기꾼 아냐. 머리가 하나도 안 좋아진 것 같은데.'
목사는 계속 헛소리를 해댔다.
"이런 기적을 본적 있습니까? 장님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 모자라 저런 중증 정신박약아까지
정신을 맑게 해 주었습니다. 할렐루루루 룰루루루야"
"오 할렐루야! 오 할렐루야!"
단숨에 천제교회는 믿습니다 라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교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하늘로 흔들었고
아기를 데리고 온 아줌마는 애도 포대기 채 내팽개치며 머리를 산발을 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쩝~ 황금박쥐 선생은 이런 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니 참 희한하네.'
"자 이 하느님의 제자의 성전을 하루빨리 지을 수 있도록 바쳐라. 왕창 바쳐라.
마누라하고 애만 빼고 다 갖다 바쳐라. 마누라도 예쁘면 바쳐도 된다.
천국의 문이 그대의 콧구멍 앞에 있노라"
목사의 울부짖음 아래 주목적인 헌금통이 돌았다.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조차도 돈을 뭉텅이 채로 헌금통에 집어 넣었다.
헌금통이 김응석 앞까지 왔다.
"학생도 구원받으려면 헌금해야지."
"우어어 제가 돈이 없거든요."
주머니를 뒤지던 김응석은 안되겠다는 듯 손목에서 오천원 짜리
전자시계를 풀었다.
"이거라도 받으세요."
여전도사는 기도 안 찼다.
"학생! 여긴 전당포가 아냐. 그리고 전당포에서도 이따위 전자시계는 안 받아."
예배가 끝나자 신도들은 너도나도 목사의 손을 잡으려고 발버둥쳤다.
구원받은 김응석도 사람들을 밀치고 목사의 손을 움켜잡았다.
목사는 성령이 충만한 듯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김응석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한번만 더 우리 교회에 와서 깽판 치면 죽여버리겠어. 어서 꺼져"
"우어어어어어어어"
하늘나라, 모든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 WRITTEN by YIY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