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를 처음 만난 날, 민준이는 제 본가 친오빠 외손주입니다. 조카가 결혼해서 두 딸을 낳은 뒤 손주를 바라는 시부님 뜻대로 아들 민준이를 낳았습니다.
특별한 어느 한가위 모처럼 본가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민준이는 먼저 외가인 우리 집에 와 있더군요. 늦게 도착한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에 겨우 일어나 앉아 있던 민준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만면에 가득 미소를 담고 손을 흔들면 반겨 주었습니다. 이제 겨우 일어나 앉은 아가야 였는데요. 아가 민준이의 따듯한 호의가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 마음 깊이깊이 새겼습니다. 민준이가 열 살이 되던 올해 7월 말, 민준이 외할머니이자 내 올케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이상한 옷) 수도복을 입고 나타난 고모할머니인 내가 민준이는 매우 궁금했나 봅니다. “저 할머니는 어디에서 살고 있고, 뭐하며 사는지.” 민준이 엄마가 민준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수녀원을 방문했습니다. 민준이 엄마는 지금 냉담 중입니다. 외인 두 분 시부모님과 남편 어린 삼 남매 뒷바라지에 직장 1인 3역을 하면서 아직 엄두를 못 냅니다. 방문 기념으로 조카사위 세례명을 미리 지어주었습니다. 요셉으로 조카딸이 마리아이니까요. 멀지 않는 날 다시 신앙생활을 재개해서 더욱 예쁜 성가정으로 변화되기를 바라고 그 중심에 선하고 착한 민준이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