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붉은 열매를 만났다. 지금 덜 익은 듯 얼룩진 곳이 있다. 처음 이렇게 눈 앞에서 구상나무 빨간 열매을 본다. 돌려나기를 한 침엽의 끝이 찔리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지 않다. 침엽도 꽃인양 하늘을 보려는 듯 벌어져 있다.
이 열매는 노란 상태에서 점점 붉게 변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얼마나 촘촘히 열매를 맺혔는 지...이는 열매 솎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매들이 꽃처럼 보인다. 하늘을 향한 것 아래를 향한 것 사방으로 돌려난 것 가지가지다. 5미터만 떨어져서 본다면 꽃이 핀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조금 떨어져 찍었더니 정말 화려하다. 열매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식용인 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풍요를 상징한다.
꽃과는 확연히 다른 촛대같은 것이 보인다. 그것은 암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구상나무도 소나무과이므로 양성꽃이 한 나무에 공존하여 윗쪽에 솟는 것은 암꽃이리라 싶다.
붉은 열매가 있는 나무에 초처럼 생긴 꽃도 붉다..아니면 열매들이 일부만 저렇게 크게 자란 것일까? 암꽃이삭은 가지끝에 자주빛이고 타원형으로 변해 솔방울에 된다한다. 정말 붉은 초를 꽂고 성인의 탄생을 축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가...
그래서 구상나무가 서구로 옮겨져 크리스마스용으로 쓰는 목재가 되었을 것이다..지금 이 모습은 크리스마스 츄리에 온갖 장식을 달아놓은 같다...촛대도 꽂은 것 같고...'5월의 크리스마스"라면 어떤가...5월은 석가탄생이 있으니 석가를 위한 츄리라고 해주자...제주토박이가 세련된 모습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한라산을 빛내줍니다...
안개가 모였다 흩어졌다하면서 숨바꼭질 놀이하는 것처럼 산의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도무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변덕이 많을 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진다...그리고 눈길이 자주 간다. 저런 신비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도 베일을 쓰는 것이다. 신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입장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다소곳 하면서 부끄러운 듯 아래로 뜬 눈동자 속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해 있지않은가. 어느 쪽이 더 많은가 기대감이 많으면 신부는 더 행복해 보이고 두려움이 더 많아보이면 불안해진다..그런데다가 슬픔까지 얹혀진 듯한 눈이라면 더욱더 노파심이 난다. 그런 눈동자를 확인이나 해보려는 듯 눈길을 맞추고 싶어진다.
한라산은 정말 안개나 눈 덮였을 때가 더 아름답다. 감춰진 부분에 대해 상상할 수 있고 산신령이라도 별안간 출현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사람은 분위기에 약하다. 분위기를 탄다. 분위기는 기분을 엎 시키고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다. 그래서 픽션의 전설이 탄생된다. 우리의 감성은 분위기에 열려있다...
첫댓글 구상나무를 이렇게 가깝게 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저렇게 나무 하나에 꽃인 듯 열매인 듯 암꽃 숫꽃이 있나 보네요. 덕분에 이 아침이 참 상쾌합니다. ^^
정말 신선하고 맑은 느낌이었습니다...꽃들과 열매가 열정적으로 피어있어 다복해보였구요...
들에도 산에도 풍년입니다.
사진도 글도 잘 보았습니다. 깊어지는 설우님 눈빛도 보입니다.
이 곳에서 여유를 찾습니다.
생생한 구상나무 눈이 시원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