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에는 감나무 한 주 서 있고 밤마다 어머니가 물을 떠놓고 빌던 사발엔 푸른 별들이 감꽃처럼 피었다 졌다
햇빛으로 반질반질 윤나게 장독대 닦던 어머니 몸에서는 코끝이 찡해지는 간장 냄새가 났다
야단맞고 무릎에 턱을 괴고 코를 울쩍이고 울고 있으면 아직 떫고 비릿한 감또개가 내 발등에 뚝 떨어졌다, 눈물방울처럼
가끔 장독대에는 어린 뱀이 똬리를 틀다 가곤 하였지만 뱀은 순해서 혀를 날름거릴 줄도 몰랐고 봄날 자부름에 겨워 자올자올 조는 고양이 콧등에 나비가 앉을락말락 팔랑거렸다 뒤꼍 굴뚝에서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간 아버지와 버들붕어 송사리를 좇아 여울에 간 나를 부르는 저녁연기 몽실몽실 솟고 누룽지처럼 구수하게 눌어붙은 저녁이 왔다
어머니가 짐짓 모른 척 배고픈 새를 위해 보리쌀 한 줌 흘려놓던 곳 밤에는 집도 불빛도 고요히 장독 뚜껑으로 덮어 재우던 곳
나를 업어 키우던 어머니 뒷등처럼 때로는 돌아앉아 박꽃처럼 눈물 훔치던 어머니 뒷등처럼 그렇게 그렇게 뒤꼍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