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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여행의 잘못된 관행 - ‘루트’는 없고 ‘거점’만 있는 여행계획 | | | [샹그릴라] 오지탐험 |
2006.01.21 19:40 |
‘여행루트’는 없고 ‘거점도시’만 있는 여행계획
저는 루트설정이 ‘여행계획의 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여행루트가 가닥이 잡히면 비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산정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이번 여행에 대한 의욕이 이글이글 가슴에서 불타오르며, 중국말
개뿔^^ 못해도 자신감 이빠이 용솟음 칩니다. 반면에 당면한 여행에서 ‘루트’가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고, 미리 경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스로를 지극히 미화한 ‘남의 여행무용담’을
아니꼽고 치사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 찾아 읽거나 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상태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 ‘어디 묻어 다닐 만한 사람들 없을까’ 하며, 정작 여행에는 몰입하지 못하고
관상쟁이처럼 현지에서 만난 여행객들 얼굴만 보게 됩니다. ‘저 넘이 배낭여행 고수일까 아닐까’ 만을 열심히
추측하면서….
그만큼 루트선정 작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루트선정 작업은 생각 외로 그리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여행관련 수많은 데이터들이 수집되어야 하고, 실시간 현지 정보도 상당히 확보해야 합니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정보들 중에서 ‘똥’과 ‘된장’을 잘 구별해 내야한다는 것이지요. 왜냐면 서남부지역 관련해서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가이드북 하나 출판된 것이 없으며, 인터넷 정보 또한 방대하긴 하나, 체계적이지 않고 ‘산만’하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산’보다 클지도…. ㅎㅎ
그런데 배낭여행으로 운남에 오시는 많은 분들은 대다수가 루트계획이 없습니다. 현지에 도착하셔서도 마찬
가지로 그 계획을 잡지 못하십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쿤밍(석림, 구향동굴 포함), 따리, 리장, 샹그릴라 이
지명(저는 ‘거점’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들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네 곳을 다니는 것이 운남에서
배낭여행을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들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터넷에서는 항상 운남성의 이 네 곳 사진들만 올라
오거든요. ㅡㅡ; 좀더 사전지식을 많이 확보하신 부지런한 분들이래야 위의 4개 거점 이외에, 징홍, 원양, 로핑
등을 들어서 알고 계실 뿐입니다. 당연히 ‘어떻게 갈 것’가 아니라 ‘어디를 갈 것’라는 의지만이 생기겠지요.
그러니 ‘루트’는 없고 ‘거점’만이 있는 여행계획이 수립될 뿐입니다. ‘거점’을 선택하는 것이 ‘루트계획’ 아니냐고요?
글쎄요… 다음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다.
(그림 1) 쿤밍 출발을 전제로 한 관행적 루트
운남에서 가장 유명한 이 코스의 거점은 각각 쿤밍, 따리, 리장, 샹그릴라. 만약에 어떤 분이 이번 운남여행을
이 네 곳을 다니는 것으로 해야겠다고 계획을 잡았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쿤밍’에서 4시간 반 이동해서
‘따리’에 도착, ‘따리’를 보신 후 다시 ‘리장’으로 3시간 반 이동, ‘리장’ 주위를 둘러보신 후 다시 ‘샹그릴라’로
4시간 이동. 올라갈 때는 아주 부푼 마음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이동한 12시간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셔야 합니다. 갈 때는 즐거웠지만 내려올 때는? 한마디로 왠지 모르게 ‘찝찝’합니다. 찝찝한 이유는? 여행
중에 가장 아까운 시간이 바로 왔던 길 되돌아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시간 내서 중국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시작된 여행 중에 한번 지나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온다? ‘샹그릴라’까지 가셨다면 12시간을, 만약
‘샹그릴라’에서 ‘더친’ ‘메리설산’까지 올라가셨다면, 20시간 이상을 고스란히 반복하셔서 ‘쿤밍’으로 돌아 오셔야
합니다. 이렇게 이틀이 걸려서 되짚어 내려오는 시간은 하릴없이 낭비되는 시간입니다. 이게 과연 여행루트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모름지기 여행루트는 그 동선이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선을 그리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겹치는
구간이 최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림 1)에서 처럼의 완벽하게 겹쳐지는 여행루트는, 잘 짜고 못 짜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루트라고 조차 볼 수 없습니다. 20시간이면 기차로 ‘계림’에서 ‘쿤밍’까지 오는 시간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쿤밍’에서 출발해서 ‘계림’까지 갔다가 ‘계림’ 관광을 마치고는 다시 ‘쿤밍’으로 돌아와 다음
여행을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정신 나간 계획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그림 2) 쿤밍 - 계림 간 찍고 턴
그런데 왜 유독 운남성에서는 항상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루트는 없고 거점만 있는 여행계획을 짜시기에
그렇습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관계없습니다. 도중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겹쳐지는 길로 인한 시간 낭비를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세이브된 시간을 모아모아 조잡하면서도 비싼 물건들 쇼핑하는데 냅다 쓰는 것이
또 다른 아쉬움이라도 말이죠. ㅋㅋ. 하지만, 보통의 백패커들이 비행기 타고 다니겠습니까? 그럴려면 차라리
‘캐리어’ 끌고 다녔었겠죠. 여튼 백패커들은 쓸데없는 돈은 최대한 아껴 다른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려는 마음상태를
가진 여행객들입니다. 그러기에 완벽하게 겹쳐진 구간 ‘왕복달리기’ 하듯 현재까지 관행처럼 내려오는 쿤밍 출발
운남여행루트 정말 문제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것이 여지까지의 운남 배낭여행의 현주소입니다.
다시 아래의 그림을 보시죠.
(그림 3) 쿤밍 출발을 전제로한 기존 A, B, C, D 루트
표에서 A루트는 금방 제가 분석한 구간입니다. A구간을 나름대로 정복하신 후에도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백패커들은 일단 20시간을 대단한 인내심으로 되짚어 내려온 후에, 다시 B, C, D의 구간을 왕복달리기 합니다.
예를 들어
B를 선택한 경우라면 ‘징홍’ 한 곳만을 보기 위해서 왕복 12시간을 다시 길에 버릴 용감한 선택을 하시는 거죠.
만약 그 후 쿤밍에 다시 돌아와서 C를 선택한다면 또 8시간, 다시 D를 가기 위해서 또 4시간. ㅜㅜ 이게 도대체
여행 계획이냔 말입니다. 이미 비교적 잘 알려진 이 4구간을 모두 다녀오시려면 완벽하게 반복되는 시간이
무려 42시간 이상입니다. KTX를 타면 서울 부산을 20번 왕복했었을 이 시간이, 동일한 경치를 보기 위해 버스
안에서 고스란히 길바닥에 바쳐지는 시간이지요. 이 뿐 아니라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소비되는 시간은?
게다가 버스가 연착이 되기라도 한다면? ㅠ ㅠ
완벽하게 겹쳐져서 왕복하는 루트를 짜는 것을 잘된 루트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현지 특징상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고산지형인 운남에는 도로사정이 턱없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이,
덧붙여지는 그럴 듯한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운남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관행이라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시도도 해보지 않고 지레 포기한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한 서커스단에서 코끼리 한 마디를 어렸을 때부터 길렀다고 합니다. 아주 애기인 그
코끼리를 어떤 말뚝에 묶어 놓았는데 사실 그 말뚝은 그리 굵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너무 어리기에 ‘당시의
그 코끼리’는 힘을 써도 그 말뚝을 뽑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넘이 이런 경험을 오랫동안 하게 되니
나중에는 집채만큼 커버리고 나서도 그 작은 말뚝에만 묶어 놓으면 얌전해졌다는 겁니다. 이미 성장해버린
코끼리는 그 말뚝 아니라 쇠기둥도 뽑아 버릴 수 있겠지만, 그 곳에 묶어놓는 순간 관행에 길들어져 제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의 운남 배낭여행이 이것과 마찬가지의 상황 입니다. 우리 한국 백패커들의 여행문화 수준은 이미
아기코끼리의 단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운남에서 우리는 아직도 관행의 ‘말뚝’을 뽑아버릴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완벽하게 겹쳐지는 길 말고는 아예 다른 길이 없는 줄 압니다. 혹은
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쪽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압니다. 혹시 아직도 식인문화가 남아있을 소수
민족에 잡혀가서.. ㅡㅡ; 그래서 행여 왔던 길의 발자국을 다시 밟지 않고 내려오면 어찌 될세라, 길 잃을까
늘어뜨린 실타래 조심조심 되감아 돌아오듯 다시 되집어 내려옵니다. 과장이 너무 심했지여 ㅎㅎ.
희화화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중도적으로 표현하면 관행적으로 몰려다녔던 이 길 외의 다른 길에는 볼
것이 없는 줄 압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운남은 볼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겹쳐지는 루트로만 성지 순례하듯 다닐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겹쳐지는 직선루트를 짤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관행적 루트만을 남들에게 전파하는 것은 본의 아니게
운남 여행을 ‘왜곡’시키는 결과입니다. 이 말은 저를 포함해서 현지에 있거나 많은 선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정보 생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써놓고 보니 결국은 누워서 침뱉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ㅜㅜ
그럼 어떤 루트가 가능할까요. 저는 ‘운남의 가능한 여행루트들’을 주제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루트’는
없고 ‘거점’만이 있는 관행을 꼬집어 보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 여러 루트를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각 루트설명은 앞으로 천천히 글을 올리겠습니다. 약속!! ^^) 대신 만연한 관행을 깨뜨리는데 작은 힘이 될
가능성만 맛보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4) 쿤밍 출발을 전제로한 A, B루트
(그림 3)에서의 직선루트 A를 (그림 4)의 두 개의 순환루트 A와 B로 변형시켰습니다. 그림이 벌써 예쁘지
않습니까? ㅎㅎ (그림 4) A루트에서 ‘(판즈화)’는 경유도시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로 리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림 4)의 A루트에서는 (그림 3)의 A루트에서 갈 수 없었던 ‘웬모토림’과 ‘루구후’ 중요한 여행지
두 곳을 더 갈 수 있으면서도 루트가 전혀 겹치지 않습니다. 두 곳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웬모토림’은 최근 장동건 주연의 영화 ‘무극’의 촬영지로서, 흙으로 이루어진 숲이 절경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석림보다 훨씬 멋진 풍경이라 생각합니다. (장동건이 토림에 온 까닭을 나중에 토림 설명드릴
때 추가로 말씀드리지요. ^^)
‘루구후’는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운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아직도 유일하게 모계사회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모소족’의 삶과 전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A루트로 리장까지 왔을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따리를 거쳐 쿤밍으로 내려옵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더 있다면 다시 B루트로 선택해 바로 따리로 내려가지 않고, 리장 -> 샹그릴라 -> 더친 -> 메리설산
-> 웨이시 -> 따리 -> 쿤밍 순서로 돌아 올 수 있습니다. 이 B루트상에서 ‘메리설산’에서 ‘웨이시’로
내려오는 구간은 ‘란창강’을 타고 내려오는 삼강병류구간(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된 상당히 넓은 지역)
중 일부로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구간 역시 겹치는
구간이 별로 없지요. 다만 구간 이동시 상당히 빡센^^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쿤밍에서 시작해서 다시 쿤밍으로 돌아오는 바람직한 배낭여행 루트설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감히 최고의 루트라고 말씀드릴 순 없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루트
설정은 운남의 이 서북루트 뿐만 아니라, 동, 서, 남, 북 모든 방위로 가능합니다. 단지 관행상 작은
나무말뚝에 얽매여 그렇게들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더욱이 여행계획을 운남 내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티벳, 사천, 귀주, 광시 등 다른 성에서 진입하거나 빠져 나가는 수많은 좋은 루트를 계획하실 수
있습니다. (역시 앞으로 천천히 소개..)
물론 제가 이런 글을 쓰지 않더라도 적지 않은 분들이 이미 훌륭한 루트를 개발하시거나 전수 받으시어
적극적인 배낭여행을 하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 또한 여행지에서 그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정보의 정리’를 통해 ‘초보’ 백패커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입니다. 스스로 미화시킨 제 여행 무용담을 쓰려거나, 이미 운남과 중국 서남부를
거쳐 가셨을 선배 백패커님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제발 헤아려 주시길…
조잡한 글. 이제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__) 이 글 이후 앞으로 두 차례 더 ‘운남여행의
잘못된 관행’이거나 ‘운남여행을 준비하실 때 꼭 알아두셔야 할 사항’을 제 나름의 경험과 분석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그 후 제 4편부터는 오늘 이 글에서 제가 맛보기로 보여드린 ‘루트계획’의
여러가지 ‘실례’를 소개해 드리며, 각각의 루트로 여행을 할 때, 도움이 될만한 각 지역 여행정보와
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운남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깃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