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술을 주시나요~?
작가: 백화 문상희 (스마트 소설)
[해설]
오늘은 용천골 부농인 하서방네 타작하는 날이다.
하서방 생긴 것은 영락없는 생쥐꼴이었으나
부친에게 물려받은 땅이 백 마지기 천석꾼이었다.
위이잉~위이잉~! 그놈의 탈곡기 차암 실하게 돌아간다.
머리에 수건 불끈 동여맨 장정 일꾼이 네 명이었고
그중에 돌쇠 그놈의 힘이 장사였다.
[하서방]
"돌쇠야~, 딴전 부리지마라잉~?
해지기 전에 마당에 있는 것 다 털어야 한다 알었제?"
[돌쇠]
"알었어라~, 주인어른!"
[해설]
하서방은 서너가닥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헛기침에
훈수를 두고 있었다.
[하서방]
"임자, 나는 마실 가네 잉~!
그랑께 일꾼들 잘 다독이시오 잉~?"
[마님]
"아이고, 또 장터 과부댁 선술집에 가누만!
적당히 드시고 오시오 잉~?"
[해설]
하서방, 볼품없는 생쥐 꼬락서니에 물려받은 땅이
백마지기라니 어깨에 힘을 줄만도 했다.
[마님]
"아따, 빨리빨리 들 하랑께!
일꾼들 배고픙께 빨리빨리 점심상 차리드라고 잉~!"
[해설]
부엌 한켠에서는 시끌벅적 부억떼기 밀치고 마님은
요리에 열중이었다.
이윽고 점심상을 멍석에 내어주니 야단법석이었다.
일꾼들은 식모에게 궁둥이를 붙이고 시시덕거렸고
식모는 어떤 놈이 좋을지 간을 보고 있었다.
[마님]
"돌쇠야, 언능 이리오랑께!
여기 바짝 붙어 앉아봐라 잉~?"
[해설]
마님은 돌쇠에게 고기 한 점을 김치에 척 걸쳐서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밀었다.
[마님]
돌쇠야 눈치껏 해라 잉~!
오늘이 그날이여~!
힘을 쪼까 아껴야 한다 알겠지라?
언능언능 고기를 김치에 싸서 많이 먹어라잉~!"
[돌쇠]
"아따 , 마님 알겠어라!
걱정 붙들어 메시오 잉~!"
[해설]
지가 힘대가리가 없어 애가 안들어섯제
나는 돌쇠 거시기 생각만해도 물이 철철 넘쳐나는구먼,
마님은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님]
"자~, 타작이 다 끝났응께 나락 가마니 헛간으로
빨리빨리 들여놓으랑께!
돌쇠야~, 너는 이리 와서 마당이나 쓸어라 잉?
이따가 힘써야항께 가마니 들지 말고 마당이나 쓸어라 잉?"
[해설]
타작도 끝나고 저녁상도 물렸으니 모두 다 피곤하여
일찌감치 깊은 잠에 들었다.
하서방은 장터 과부댁 주모에게 돈다발 같다 바치고
되지도 않는 힘을 뺏으니 술냄새 진동에 큰 대자로
코를 골며 곯아떨어졌다.
방안 분위기를 이리저리 살핀 마님은 허서방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살금살금 뒷방에 돌쇠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마님]
"돌쇠야, 팍팍 굴러봐 잉~!
어메 좋은거!
나가 애 들어서면 꿍쳐둔 돈으로 한살림 내어줄랑께
팍팍, 힘 좀 써랑께 잉~?
어메 좋은거~, 역시나 돌쇠가 최고여!"
[해설]
돌쇠는 낮에 먹은 고기 힘으로 방아깨비 저리 가라며
힘차게 거시기를 들이밀었고
마님은 비비 꼬는 콧소리에 몸을 뒤틀며 학학,
거친 숨을 몰아쳤다.
[마님]
"어메요,너무좋응께 몸이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여!
돌쇠야, 고마워 잉~!"
[해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마님은 밥상 앞에서 우웩 하고 입덧을 했다
[하서방]
"아따 뭔 일이여 밥상 앞에서.. 어험!"어험!"
[마님]
나가 두 달째 거시기가 없어라,
아무래도 애가 들어선 모양이랑께?"
[하서방]
아, 그것이 참말이여 참말~?
어메~, 이제야 자식구경 해보겠구먼?"
[해설]
해가 바뀌어 들판에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어느 여름날
하서방 대문 앞 새끼줄에 빨간 고추가 내걸렸다
하서방은 입이 귀에 걸려서 백일이 지난 아들을 않고
동네방네 자랑질을 하고 다녔다.
[동네 아주머니 ]
하서방은 하나도 안 닮고 돌쇠를 닮았더구먼, 히히히...!"
[해설]
귀가 어두운 하서방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만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며칠후 머슴살이를 접고 떠나는 돌쇠에게 마님의
서운섭섭한 인삿말이 이어졌다.
[마님]
"돌쇠야, 너가 간당께 나가 서운해부러 잉!
나는 분명히 약속을 지켰응께
가끔씩 너그집에 들러도 되지라 잉?
빈손으로 않갈팅께 가끔 한 번씩 안아주라 알었제!"
[돌쇠]
"걱정 말더라고요 마님!
나는 힘이 남아돈께로 언제든지 오시오 잉!"
[해설]
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술을 주시느냐구요?
돌쇠는 십년치 세경에다 하서방 몰래 마님 웃돈까지 보태서
받았으니 건너마을에 떡하니 널찍한 집하나 장만하고서
밭떼기 너마지기 계약서에 손도장 꾹 찍고 돌아서서
포효를 했다.
[돌쇠]
하하하!
나, 돌쇠!
천하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소이다~!"
[해설]
몇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장날이었다.
장터 튀밥집 앞에 마님과 다섯살베기 아이가 서 있었다.
[돌쇠]
아이구 마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는구먼이라!
그 참, 도련님이 차암 튼실하게 생겼소 잉?"
[해설]
세상이 요지경이라 피임약도 없었던 시절,
남의 씨를 키우고 있는 집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허허 참.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