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08-30 09:00:37
105차 정기 산행기(백운봉) - 정병효
1. 일시: 2006년 8월 27일
2. 곳: 양평 백운봉
3. 참가: 병효(대장), 상국, 인섭, 광용, 재봉, 인식, 민영, 길래, 문수, 병욱, 덕영, 경남(12명)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비가 죽죽 온다.
마누라는 "비 오는 데, 산은 무신 산이냐?"고 비 맞은 중같이 구석에서 궁시렁 궁시렁……
영 찜찜한데 광용이가 핸드폰으로 전화해서는 “비가 와도 그냥 가 보잔다.”… 그래 가자… 오후 늦게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희망을 걸고 별로 높은 산이 아니니 빨리 산행하고 내려오기로 작정하고, 서둘러 경남이 태우고 재봉선사 사무실 앞에 도착해서 처마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으니, 곧 송파팀, 분당팀 속속 도착하고…
졸업하고 첨 보는 얼굴…<인디언>이란다…병욱이와 반갑게 인사하고… 홍천 팔봉산으로 가는데 빗줄기가 가늘어지긴 해도 계속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저번에도 내가 산행 대장 해서 백운봉 갈 때 천둥 번개에 비가 와서 결국 전망대에서 정상을 지척에 두고 되돌아 하산한 적이 있는데… 내 박복한 팔자에 또 이런 일이… 그 먼 길을 돌고 돌아 팔봉산을 찾아 왔는데 이런 황당한 사고가….
오늘 비가 와서 팔봉산 문 닫았단다. 비가 와서 바위가 미끄러워 사고 날 가능성이 많아 팔봉산주께서 입산금지 시켰단다. 어떻게 사정을 해 보려해도 영 완강하다. 며칠 전에 한 아줌마가 절벽 30 미터에서 추락해서 헬기로 실려 갔다나 하면서….
아..욕 나온다… 울고 싶다.
손에 잡힐 듯 코 앞에 있는 팔봉산을 두고 발길을 돌려 광용이 제안으로 백운봉으로 향한다. 꿩 대신 닭이 된 건지..닭 대신 꿩이 된 건지… 비 때문에 못간 산을 비 때문에 가게 되는 건지… 쌔가 빠지게 거꾸로 다시 달려 사나사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 것이 11시 5분 전.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사나사 계곡의 물이 많이 줄었다..전투 준비.. 군장을 꾸리고 등산화 끈 다잡고 산문을 들어선다.
날씨가 비가 올려고 해서 그런지 후덥지근한 것이 몇 발자국 옮기지도 않아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땀이 적기로 소문난 민영이 길래가 땀을 줄줄 흘린다. 민영이왈 "오늘에야 산행에 왜 수건이 필요한지 알겠다"란다.
덕영이가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같은 산을 두 번 째오니 아주 반가운 모양이다. 저 번에 천둥에번개에 쏟아 붓던 빗속에서 발길을 돌린 산우가 덕영, 민영, 광용, 택술, 나였다.
한 시간쯤 올라 가자 여기 저기서 "밥 묵고 갑시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함왕산성터… 꼭두새벽부터 밥 한 숟가락 헐레벌떡 묵고 홍천까지 오락 가락 시간을 보내고 산행한다고 한 시간 동안 땀을 비 오듯이 흘리니 배가 고픈 것도 당연할 것이라… 그래도 전망대 까지 가서 먹어야 산행이 덜 힘들 것 같아 조금 더 가서 능선에 붙고 나서 먹자고 꼬셔서 올라 간다. 다행히 날씨는 점점 좋아진다. 숨이 턱까지 차서야 용문산 주능선에 붙는다.
좌측으로 함왕산..장군봉..용문산..중원산..도일봉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용문산 정기가 마지막으로 불끈 솟은 백운봉이다.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올라 전망대로 간다.
언제 봐도 좋다..온 몸은 씨원하고 맑은 바람이 머리 속까지 정갈하게 한다.. 구름에 가려 용문산 정상은 보이지 않고 발 밑에도 아득한 구름 뿐이다…그래서 더 좋단다.. 모두들 "와""와" "좋다"하다가 바로 옆 능선 등산길에 식당을 차린다.
오늘은 술이 좀 부족하다.. 택술이가 안 와서 그렇단다… 역시 병욱이가 젤로 많이 싸 왔다..이까도 있다..산에서 해물 보기가 만만치 않은데..대단하십니다..광용이 마나님 통마늘에 돼지고기 볶음… 경남이 마나님도 이에 질세라 통마늘에 돼지고기 볶음…덕분에 오늘 나는 포식한다…고맙다 칭구들아.. 산에서 살으리랏다 이까랑 돼지고기 볶음 묵고 산에서 살으리랏다…
비 오기 전에 빨리 가자… 너무 많이 묵었나.. 앞이 무거버서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으로 약간 고도를 낮춘 후 드디어 백운봉이다…코가 땅에 닿인다..산이 지금부터 돌빼이산이다. 줄 잡고..계단 타고…네 발로..두 발로.. 내 뒤에 따라오는 인식이 숨소리가 무슨 쌈하는 황소 숨소리 같이 거칠다 …나도 숨이 꼴딱 넘어간다. 보약이다..폐활량이 커지고 심장이 튼튼해 지는 이유다..
정상이다. 와! 좋다! 병욱이 왈 "담에 또 오자!"
재봉이 침착하게 숨을 고르면서 정상에 오른다. 역시 선사다. 정상에서 백두산 돌빼이도 만져 보고.. 단체 사진도 찍고.. 각자가 내가 왜 산을 오르는지 생각도 해 보고… 이까가어떻다느니 조까가 어떻다느니…씰데 없는 소리도 해 가면서 놀다가 세수골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나는 하산하면서 노란 팬티가 그렇게 화려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우리 마누라 한테도 노란 팬티를 함 선물해 보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길래의 하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거의 뛰다시피 내려간다. 뒤따라 가는 내가 죽을 맛이다. 탁족대라는 곳에서 나, 인식이는 팬티를 입고 폭포 샤워를 했다..나도 벗고 할걸...나머지는 그냥 족만 탁했다.
하산해서 재봉이 문수 나는 택시로 사나사로 이동해 차를 끌고 와 보니 나머지는 그 새를 몬 참고 동네 구멍가게서 맥주를 마시면서 왁자지껄이다.
퇴촌 천진암 바로 아래 한덕수 손두부집으로 이동해서 동동주에 손두부 묵 청국장 등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고 웃고 떠들고..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장의 배려로 버찌차도 한 잔 묵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해 본다.. 산에서 이래 비가 왔으몬 우짤뿐 했노?
오는 길에 경남이와 우리 집 앞에서… 경남이 옛날 집 앞에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