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방학
교육생 중 일부는 벌써 떠났다. 오늘 내일이면 소수만 남기고 교육생 숙소동은 텅 빌 것만 같다. 나 역시 구례를 잠시 떠나 오랫동안 비워둔 내 집으로 갈 생각이다.
이제야 걱정이 앞선다. 여러 변수 때문에 가슴도 답답하고 머리도 아주 복잡하다. 6주간의 방학 때문이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정착 교육은 20회 78차시 수업을 마치고 긴 방학이 시작되었다. 7월과 8월의 더위를 생각하면 방학이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비닐하우스나 노지의 텃밭 교육장에 널려있는 농작물은 어쩐단 말인가. 내 보살핌 없이도 줄기 뻗고 열매 맺어 튼실하고 맛있게 익을 수 있을까.
마음은 텃밭을 떠나지 못한다. 후드득거리던 장맛비가 잠시 멎었다. 목장갑 하나를 챙겨서 장화를 신고 텃밭으로 나간다. 물 빠짐이 나빠서인지 고랑마다 빗물이 고여 흥건하다. 흠뻑 젖은 참외 이파리와 호박잎 사이로 몇 개의 열매들이 씽씽해 보인다. 땅콩과 서리태콩, 쥐눈이콩도 물을 듬뿍 먹어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빳빳해 보인다. 옥수수는 2m 넘는 큰 키로 중간 마디에 어린 열매를 달고 있다. 보름 정도 지나면 옥수수 알맹이가 적당하게 여물어 수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고구마밭을 살펴본다. 펼쳐놓은 손바닥 크기만 한 고구마잎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저 많은 고구마 줄기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욕심으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껍질을 까서 김치를 담아 먹기도 하고 삶아서 무치면 한 끼 나물 반찬으로 충분하다. 행여, 고운 햇살에 말렸다가 고등어찜 바닥에 깔면 온갖 추억을 불러내는 식재료가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학이 너무 길다. 7월 말쯤이면 장마가 끝날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랑과 고랑의 구분도 없이 온통 잡초로 뒤덮이리라. 떠도는 소문으로는 잡초 사이에 농작물이 간간이 보인다고 했다. “설마하니 그럴까!”라고 핀잔을 주었지만, 빈말은 아닌 듯하다. 풀을 매는 호미가 아닌 풀을 베는 낫으로 작업이 바뀐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정착 교육에서 방학은 멈춤이 아니다. 농작물은 방학이 없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도 교육생 중심의 텃밭과 비닐하우스 농작물 관리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손수 심고 물주며 기른 농작물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몸이 멀리 떠나면 마음도 함께 떠나는 걸까. 아니면 몸 따로 마음 따로 아픈 시간을 이기지 못해 틈만 나면 구례에 와 있지는 않을까.
일단 떠난다. 그리우면 돌아오리라. 아니 그립지 않아도 좁은 숙소에 누워있을 수도 있으리라. 발 달린 동물이 뭔들 못할까마는 4개월 보름 동안 알게 모르게 남긴 흔적이 한둘이 아니다. 방학은 방학이 아닐 수도 있다.
첫댓글 무조건 덮어놓고 즐거운것이 방학 아니였던가???
여전히 방학이지만 그리우면 방학인들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