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글판’이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흥국생명 빌딩 앞에 미국 미술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거대한 작품 ‘망치질하는 사람’이 설치됐었지요. 며칠 전부터는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마음을 환히 적시리라(장석남의 시 ’그리운 시냇가’)라는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빌딩 건물에 내걸리는 이 글 판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고 하네요. 처음엔 기업의 홍보물 비슷한 글귀가 많았는데 지금은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귀로 일 년에 네 번 바뀐다고 합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고은 시인의 시 ‘낯선 곳’) ‘착한 당신 피곤해도 잊지 말아요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마종기의 시 ‘바람의 말’)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이성부의 시 ‘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 이 작품을 읽은 주부들은 ‘남편 얼굴이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소주 몇 개, 삼겹살 몇 개, 맥주 몇 개, 라고 멋진 패러디를 하기도 했다고 해요. 참으로 행복한 문화행위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이렇게 좋은 시구를 읽으며 사람들은 위안을 삼지요. (이 글은 한국일보 하종오 문화부장의 글을 참고 했음)
첫댓글 그렇군요. 오늘도 청죽님의 소중하고 귀한 글들을 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 구절에 밑줄을 그을 수 있는 행복감을 만나게 되어서 기쁨니다. 청죽님 덕분에 시를 접하고 싶은 욕심이 날로 더해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