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로 고궁 비엔날레를 기대”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지 종로는 왜 일번지인가?
1392년 조선왕조 개국 이래 500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1897년 대한제국과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이후 600년이 넘는 전통을 담지하면서 종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일번지로 통하고 있다. 그동안 종로가 일번지로 알려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첫째, 정치 일번지로서의 종로가 큰 이유였다. 종로는 조선왕조와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서 국가 정체성을 이루는 정치체의 본거지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청와대를 비롯해서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 정부 기관들이 들어서서 근.현대 국가 조직을 형성해 온 곳이다.
물론 그동안 국회가 여의도로 이전했고, 대통령도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겨 근무를 하는 등 변동이 있었지만 아직도 정부종합청사 등 여러 정부기관이 종로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그래서인지 요즘 종로에 대한 정치 일번지 별칭은 다소 퇴색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 담지된 국민적 인식은 아직도 종로가 정치 일번지임에 틀림없다.
특히 종로 주민이 느끼는 정치의식과 정서는 여전히 종로가 정치 일번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종로에서 배출된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직 대통령을 위시해서 이종찬, 박진, 정세균, 이낙연 전 국회의원 등의 기라성같은 정치인들이 종로 주민을 대표하면서 그들과 함께 연동된 정치적 자긍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그에 편승된 현대 정치사에서의 종로의 위상은 자타공히 일번지로서 명불허전을 이뤘다.
두 번째로 종로가 일번지인 것은 종로의 탁월한 문화다.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 담지된 종로에 대한 명예는 사실 정치적이기보다 문화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이를 정치문화 차원으로 일원화할 수가 없는 것은 종로에 대한 문화적 가치가 너무 심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실이 이전을 하고 정부 기관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종로의 역사 문화적 가치는 옮겨지지 않는다. 전통의 담지자인 우리에게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으며 또한 미래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종로는 문화 일번지로서의 명예와 가치가 소중하다. 국가 정치체가 바뀌고 그에 수반된 정치와 기구가 변해도 종로의 문화는 대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 실시 이후 “종로는 문화로 승부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문화만이 종로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미래 발전을 창출할 수가 있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종로를 종로답게 지키며 종로의 명예를 살리는 첩경은 바로 종로의 문화 전승인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종로구 민선 8기 정문헌 구청장의 정책 행보가 주목 시 된다. 지난달 14일 정문헌 구청장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및 서울역사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은 ‘지역과 함께하는 국가유산 4대 궁 업무협약’인데, 이른바 종로구 관내 궁궐을 활용한 각종 사업과 콘텐츠 발굴을 통해 상호 발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정구청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종로구 관내 4대 궁을 활용한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개발하면서, 그동안 고궁 개방에 대한 문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여 종로 주민의 문화유산 복지혜택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14일 경희궁에서 정문헌 구청장이 ‘종로 문화헌장’을 선포했다.
“700년 위대한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종로의 유산은 과거를 다듬어 현재와 잇고 다시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도록 하는 디딤돌이자 새로운 창조와 혁신의 자산이기에 우리는 종로의 유산을 지키고 보듬어 다음 세대에 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대 내.외 천명한 것이다.
정구청장은 그래서, “종로의 문화유산을 잘 가꾸고 온전히 지켜 그 소중한 가치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헌신한다”고 거창하지만 당연하게 문화헌장을 알렸다.
종로구 지방자치 민선 구청장 시대 29년 만에 비로소 종로의 문화를 지키며 보듬겠다는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는 모습이다. 종로는 철저히 문화로 승부해야 한다. 그래야 종로다운 비전이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문화 인프라가 충분하고, 그보다 큰 문화 콘텐츠가 사방에 깔려 있다. 문화 스토리는 더욱 충만하고, 문화 비전과 산업은 감당 못할 정도다.
예를 들어 종로의 4대 궁궐을 활용한 ‘고궁 비엔날레’같은 국제적 이벤트를 열어도 글로벌 지구촌 축제로 손색이 없으리라 본다. 오래전부터 구상되고 논의되던 종로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국제적 이벤트로서 이번 종로 문화헌장 선포를 계기로 한번 실천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