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일보 칼럼] 부산해운대고 김건한 교사가 학부모님에게 드리는 글
겨울방학이라 안동(처가)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쓰기 시작하여 고치고 고치고 마음만 분주합니다. 방학 기간 중 학생부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다양한 자료와 포럼 등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학부모님에게 보내드립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이 활동하고, 교사가 관찰하여 기록한 내용을 대학(사정관, 교수)이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합니다. 이 중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학생이 '활동'하고, 교사가 '관찰 및 기록'하는 과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학생의 활동입니다. 대학마다 조금씩 다른 점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학생부를 적는 과정의 핵심은 수업 등의 교내 생활에서 발생하는 '호기심'(이것을 왜 시작하는가?)을 바탕으로 '노력'(독서, 봉사, 동아리, 상담, 토론, 검색, R&E, 소논문 등)을 하여 '성장'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됩니다. 또 이 과정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전공, 인성, 관심사 등을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 혼자 상상해보는 예시입니다)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수업시간에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독서 및 검색 등을 통하여 향후 자신이 의사로 활동할 시기에는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봉사 활동을 요양원 같은 곳에서 하며, 노인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등에 대해서 항상 고민합니다. 같이 봉사활동을 가는 아이들끼리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실천하며 더욱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면 좋습니다.
또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으면 동아리를 조직하여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도 좋습니다. 더욱 체계적으로 R&E나 소논문 준비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연구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학생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요소가 됩니다.
가령 노인체험을 통해 더욱 편리한 보조기구를 만들어 본다든지, 대학의 캠프 등에 참여하여(이 부분은 대학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수준 높은 활동을 한다든지 학년이 올라가면서 의사 중에 어떤 분야로 가고 싶은지도 밝히면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이런 것이 선순환이겠죠)
또 노인들이 필요로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 체력, 인성, 감성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한 것들을 깨달으며 체육 시간(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아침 운동을 단체로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학교생활 중에 체력을 단련하는 좋은 시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체육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하 행종) 부분에 적으면 좋겠지요), 음악시간, 미술시간 등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하나의 예시지만 학생부의 독서, 봉사, 진로(진학), 자율, 세특, 행종 등의 많은 요소를 알차게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진로가 중간에 바뀌어도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괜찮다고도 합니다. 아직 성장하는 학생이니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진로탐색 활동을 진지하게 하는 태도를 대학에서 관찰합니다.
수능 공부만 하는 아이들(정시만 준비)은 이런 활동이 거의 없거나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적을 내용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지도 않습니다. 일회성 체험이나 독서들을 기록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지요. 그리고 3학년이 되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자소서 첨삭해주는 교사가 바로 아는데, 대학에서 모를 리가 없습니다. '3년간 해온 활동'이 없는데 아무리 자소서를 꾸민들 학생부에 없으니까요.
몇 등급 정도면 합격합니까?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입학사정관들은 내신 자체보다 학업역량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내신을 포함하여 세특, 독서, 동아리, 행종 등의 많은 부분에서 파악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방금 질문에는 답을 하기가 힘듭니다. 등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등급 자체도 중요하지만 학업역량은 더욱 중요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경시대회 최우수상 받으면 합격합니까?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인기동아리에 들어가서 R&E 활동을 하여 소논문 발표대회에서 입상하면 합격합니까? 대학 캠프에 참가하면 유리합니까? 라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상도 하면 좋고, 최우수면 더 좋고, 소논문도 쓰게 되면 더 좋고, 캠프도 참가하면 더 좋지요. 더 좋다는 것이지 그것 차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항상 '호기심-노력-성장-실천'의 과정이 핵심입니다. 경시대회에서 수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뭐가 성장했고, 다음은 어떤 단계를 고민하는지, 캠프를 왜 참가하게 되었으며, 캠프에서는 무엇을 배웠고, 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해나가는지, 무엇이 성장했는지, 강연을 듣고 어떤 호기심이 생겼으며,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어떤 성장을 하고 실천하며 생활하는지 이런 종류를 챙겨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수시대비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바뀌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교사들끼리도 더욱 교류하고, 공감하고 나누며 아이들이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아이들도 선생님들을 자주 찾으며 상담하고,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친구들끼리도 자주 상담하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바로 원활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도 같이 노력하면 생각보다 더 빨리 좋은 문화가 만들어질 거라 믿습니다.
제 소원은 우리 학교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준비하여 A대 B과에 작년에는 2등급이 합격했다면, 올해는 2.5등급이 내년에는 3등급이, 그다음 해는 더 올리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만 하는 것도, 수능과 논술을 하는 것도,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을 하는것도,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게 맞으며 유리한 점을 고민하여 열심히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높이는 이유는 수능이라는 틀에서만 3년을 고교에서 보내지 말고,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고등학교 시절 동안 하여 좋은 인재로 성장해달라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 큰 부담 없이 자신의 진로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학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