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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장부 살인사건] 김태희
1. 몽타쥬 / 자막 “D-7” (밤)
한적한 저수지. 전화하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강용주 F 나야, 강용주
2. 병원 (밤)
병상에 실려 가는 딸을 쫓아가며 전화 받고 있는 구자형
강용주 F 좀 만나야 겠어.
천천히 멈추는 구자형, 베드를 놓치는 손.
강용주 F 이중장부, 내가 갖고 있거든. --
당혹스러운 표정. 딸 아이 침대는 점점 멀어져 가고
3. CUT TO 회계 법인 사무실 (밤)
퍼팅 연습기 앞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성준호
강용주 F 당신들의 그 추악한 거래를 기록한 비밀장부 말이야.
골프 채를 쥔 성준호의 손에 와락 힘이 들어간다.
4. 차안 (밤)
창 밖을 보며 전화 받고 있는 사내 (한우민), 손목엔 커프스 버튼.
강용주 F 이대로 지진 않아.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차창 밖에는 대형 전광판에 헤드라인 자막
“비리 의혹 회계사 실종 4일째”
5. 뉴스 룸 (밤)
남 데스크와 바쁘게 걸어 오면서 얘기하고 있는 신태윤, 뒤로는 뉴스 원고를 송고하는 사람들. 테잎 배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남선배 누구라구?
신태윤 강용주요. 현성그룹 담당 회계사
CUT TO 모니터 /현성 그룹 회의실 기자회견장
- 검찰청 계단 위를 올라오는 강용주의 침통한 표정, 취재진들.
- 탁자위에 늘어선 마이크와 후레쉬 현성그룹 재무이사 구자형. 90도로 사죄의 인사를 한다
신태윤 E 현성 그룹이 분식회계 사실을 양심선언하자, 강용주 회계사 역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됐죠.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 때문에요.
CUT TO 국회 정문 앞 일각
피켓 들고 시위중인 소액주주들 “땅 팔아, 소 팔아 투자한 돈 물어내라”
“악덕업주와 비리회계사 엄벌하라” 등 적혀 있다.
한우민 소액 주주나 일반 투자자들은 회계 감사를 믿고 투자합니다. 회계사가 부정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이건 명백한 범죕니다.
환호하는 시위대..
신태윤 E 아마 겁이 났겠죠? 기업뿐만 아니라 담당 회계사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다들 들고 일어났으니..
순간 카메라 흔들리고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이는 조민제의 얼굴 잠깐 보인다. “누가 누구한테 범죄자란 거야” 등의 대사 들리는데서
CUT TO 뉴스 룸
화면 가득 떠 있는 강용주의 얼굴 밑에 ‘실종가장 그 두 번째 이야기 - 사라진 회계사 ’라는 부제가 나타나고 있다.
신태윤 E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던 길에 사라져 버렸어요. 감쪽같이
화면이 빠지면 뉴스 편집실에서 신태윤과 남선배가 얘기중
남선배 좋아, 계속 팔로 업하고. 알지? 이런 아이템은 최대한 휴머니즘으로!
신태윤 (익숙한) 한창 일할 40대 가장의 실종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6. 저수지 (밤)
양복을 입은 사내, 자꾸만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습.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이다.
CUT TO 저수지 초입
세단에서 내리는 사내들, 각목이나 파이프등이 위협적으로 흔들린다.
남자 E (울분에 찬) 야,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
양복 사내, 놀란 듯 돌아보려는 찰나, 둔기가 사내의 얼굴로 날아오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암전. 그 위로 타이틀
“이중장부 살인사건“
7. 낚시터 (낮) / 자막 “D-6”
저수지 물가에 놓여있는 사체. 현장 감식반과 오형사가 사체를 찬찬히 살피고 있다.
감식반 시반상태로 봐서 사망시간은 어젯밤 8시에서 12시경, 사인은...
오형사 둔기에 의한 뇌출혈이겠군.
두 사람 옆으로 감식반 복장으로 열심히 증거물 수집하는 척하는 인물. 누군가 보면 신태윤이다. 오형사 이내 알아본다.
감식반 얼굴, 가슴, 손, 발 할 것 없이 몸 전체가 타박상, 자상이야.
신태윤의 몰래카메라 시선으로 보이는 얼굴과 손의 처참한 모습.
순간 카메라 앞을 막는 손. 오형사가 신태윤 옷의 단추 구멍을 막고 있다
오형사 쇼하지 마, 가란 말 안 할 테니. 카메란 안 돼.
신태윤 (멋쩍게 카메라 끄는) 오형사님 (시체 보며) 그나저나 시체가 이 모양이니 신원파악 어떻게 한대요? 댁에 전화해드려요? 며칠 집에 못 들어간다고?
태윤 시선, 사체 쇄골 가운데 문양에 머문다. 가문의 문장 같은 모양이다.
오형사E 그럴 필요 없겠는데?
신태윤 ? (오형사 보면 오형사 손에 들려 있는 신분증)
“삼진회계법인 회계사 강용주”
8. 병원 복도
어두운 병원복도. 탕 탕 탕, 겹겹의 문을 거칠게 열면서 뛰는 사내. 조민제다. 그 상기된 표정위로
조민제 E 왜 안 된다는 겁니까?
9. 시체 안치실 앞 복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형사와 대화중인 조민제.
오형사 (보면) 가족이 아니면... 신원확인이 곤란해서 그럽니다.
조민제 (OL) 피를 나눠야만... 가족입니까?
오형사.. (난감한데).
용주처 E 그렇게 해주세요.
오형사 돌아보면 용주처, 창백한 얼굴이다. 목이 타는 듯 연신 물병을 들이키며 서
있다.
오형사 강용주씨, 부인 되십니까?
용주처 불안한 눈빛으로 끄덕인다. 한손으로는 민제의 손을 꼭 잡은채로.. 오형사 그런 민제와 용주처를 유심히 보면 시선을 느낀 민제는 손을 빼려 하지만 그럴수록 용주처는 더 꾹 눌러 잡는다.
오형사 (헛기침) 사체가 많이 훼손된 상태라 가족이 확인해 주셔야
용주처 (고개를 절래 절래)전 못해요,(민제 보며)나, 벌 받는거죠? 그죠?
오형사 저, 부인. 나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저희 입장이..
조민제 (단호한) 가족들에게 너무 잔인하단 생각, 안 하십니까?
안치실쪽. 복도 팔짱을 낀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태윤.
10. 시체 안치실
사무적으로 사체를 꺼내는 검시관.. 사체 앞으로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조민제. 오형사, 조민제에게 확인을 바라는 눈짓.
조민제 (힘겹게 입을 열며) 강선생님, 오른쪽 손목에 화상 흉터가 있습니다. 나비모양의...
천천히 흰 천 들추는 조민제의 손... 손이 더듬더듬 짚어 가는 사체 의 손목. 선명한 대칭인 삼각형 모양의 화상. 시체 안치대를 꽉 부여잡은 조민제의 손, 분노와 슬픔으로 떨리고 있다.
회계사1 E 강용주 회계사님이요?
11. 회계 법인 (낮) / 자막 “D-5”
몰래 카메라 뷰 파인더에 인터뷰 되고 있는 내용.
회계사1 뭐... 돈 욕심, 자리 욕심에 장사 있나요?
신태윤 E 강용주 회계사가 뭔가 대가를 받았을 거란 얘기죠?
회계사1 (슬쩍 회피) 뭐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구요. 저보다는 아마 (반색) 어 저기 오네요. 조민제 선생
태윤 돌아보면 조민제, 단정한 차림의 출근길이다.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는 조민제의 얼굴.
성준호 E 뭐하는 짓입니까? 지금.
신태윤 돌아보면 성준호 다가온다. 슬금슬금 성준호의 눈치를 보며 제 자리로 가는 회계사들.
신태윤 (명함 내밀며) KBC 신태윤 기잡니다.
성준호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습니다.
신태윤 아, 실종 가장 얘기를 준비중인데요, 강용주 회계사에 대해서..
성준호 대표인 제 허락이 없이 맘대로 취재해도 되는겁니까?
신태윤 (웃으며) 취재가 아니라 사전 조사였거든요.
성준호 (신태윤의 가슴에서 몰래 카메라를 떼내며) 취재가 아니라면 이건 뭐죠?
신태윤 (당차다) 좋아하실꺼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사건, 대표님께서 제일 안타까워 하실테니까요. 무엇보다 국민들에겐 알권리가 .....
신성준호 신태윤을 벽 쪽으로 확 밀친다.
성준호 (버럭) 저 친구는 존경하는 상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는 동고동락하던 동료이자이자 친구를 잃었구요.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젠장. 우리도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거 아닙니까?
신태윤 --
12. 회계법인 대표 사무실 (낮)
커피 마시고 있는 성준호와 조민제.
성준호 알아 듣게 얘기 했으니까 조선생 더 귀찮게 안 할 거야.
조민제 누가 그랬을까요?
성준호 (보면)
조민제 강 선생님 말입니다.
성준호 (천천히 찻잔 내려 놓으며) 글쎄 수사가 진행돼봐야 알겠지. 난 말이야 조선생.
조민제 (보면)
성준호 누가 죽였느니 왜 죽였느니, 이런 말이 다 공허하게 들려. 나한테 중요한건.. 그 친구가 더는 이 세상에 없다는거야.. (허허로운 눈빛)
조민제 (묵묵히 차를 마신다)
성준호 (따뜻한 눈빛) 이제 날 사수라 여기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조선생.
조민제 그럼..
문 쪽으로 향하는 조민제, 책상으로 가는 성준호
성준호 (불현듯 생각난듯) 아.. 조선생
조민제 (돌아보면)
성준호 강용주가 갖고 있던 감사 보고서나 파일들 말인데, 정리해서 가져오지. 아무래도 내가 한번씩 리뷰해야 될테니까..
목례하고 나가는 조민제, 성준호 의미심장한 표정이다.
신태윤 E 증말 냄새나.
13. 강력반 사무실
오형사와 형사들 찌개며 반찬등 백반을 쟁반째 놓고 먹고 있다
털썩 형사들 사이로 끼어 들어 앉는 신태윤. 오형사는 음식 냄새난다는 얘긴 줄 알고 음식 뚜껑 막고 손으로 휘휘 젓는다.
신태윤 꽁꽁 감싸고 드니까 더 나. 그 지독한 냄새...
오형사 (더 철저하게 뚜껑 덮으며 킁킁)
신태윤 (오형사가 닫고 있던 김치 뚜껑 열고 김치 집어 먹으며) 이건 분명히 드럽구 추잡한 음모 협잡 비리형 스캔들이라구요....
오형사 (또 뭔소리라고. 일제히 뚜껑 열고 다시 먹기 시작하는) 지금까지 정황으로는 저수지에 숨어 있다가 퍽치기 당한 거야.
신태윤 (성준호에게 눌렸던 어깨쪽이 뻐근한듯 돌리며) 제가 지금 육감수사하고 오는 길이거든요. 현성 그룹 감사때 강용주 회계사가 이사람 저사람하고 다툼이 많았다네요. 적정을 주자, 말자.
오형사 그래서?
신태윤 소송을 앞두고 강용주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던 누군가 있었어요.
오형사 그게 누군데?
신태윤 제 생각엔...
오형사 (눈빛을 빛낸다)
신태윤 범인이 누구든. 이 얘긴 분명히 먹힌다는 거예요.
14. 회계 법인 문서고
와이 셔츠 한 팔에 토시를 낀 조민제 사다리에 올라선 채 박스를 정리 중이다. 박스들 보는 조민제 시선에
강용주 E 뛰어.
DIS
15. 물품 창고 - 과거
후들후들 떨고 있는 다리. 조민제다 어두운 물품 창고. 높다랗게 쌓여 있는 박스 위에 올라 가 서 있는 조민제. 공포에 떨고 있다
강용주 뛰어 내리라구.
조민제 네?
강용주 니가 재고수량 이상 없다고 사인했잖아. 그럼 이 상자 안에 전부 밀가루가 들어 있을 텐데 뭘 겁내? 뛰어!
조민제 (사시나무 떨듯 하고 있다) 그게... 만약 비어 있으면 그땐...
강용주 몸 성히 걸어 나가진 못하겠지.
조민제 (사색이 된다)
강용주 (쯔쯔) 재고 부풀리기는 분식회계의 가장 흔한 수법이야. 만약 빈 박스라면 그걸 발견 못한 조민제 너 역시 빈껍데기 회계사가 되는 거야.
조민제 내려다 보면 박스들 위태롭게 쌓여있다.
조민제 (울먹) 제가 수습이라 몰라서.. 다들 그렇게 한다길래..
강용주 그게 제일 나빠. 처음부터 쉽게 갈 생각만 할 인간은 이쯤에서 포기하는게 나아. 자네를 위해서도 그 편이 좋아
조민제 (원망스러운듯 보면)
강용주 (매서운 눈빛, 엄명이다) 뛰어 어서.
조민제 비명과 함께 뛰어 내린다. 풀풀 밀가루 날린다.
오형사 E 실례합니다.
16. 문서고 안 - 현재
사다리 앞에 서 있는 민제 돌아보면 오형사가 사람 좋은 얼굴로 서 있다.
오형사 강용주씨 일로 참고인 조사차 들렀습니다
17. 법인 내 휴게실.
음료수 캔등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조민제 오형사 그리고 신태윤
오형사 (캔 건네며) 생전에 제일 절친하셨다구? 사건 당일엔 그럼..
조민제 금감원 연수 때문에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신태윤 최근엔 현성 그룹 감사 때문에 자주 다투셨다면서요
조민제 (신태윤 본다)
신태윤 (싱긋 웃으며) 아, 이번엔 수사참관입니다.
조민제 1,2년차 선생들에게 가르쳐야겠군요. 회계사에겐 고객의 기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요.
조민제 일어선다. 조민제를 잡는 신태윤
신태윤 조선생님 몫은 없었나봐요
조민제 (보는)
신태윤 현성의 분식회계를 묵인해준 대가. 그래서 싸운 거 아닌가요?
조민제 아뇨, 현성 건설의 회계 장부는 완벽했습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습니까? 완벽하게 만들어진 가짜 앞에서 오류를 찾을 수 있겠어요?
신태윤 변명이에요. 그 빈틈마저 적발해야 했어요. 당신들 회계사에게 ‘공인’이 붙고 명예가 허락되는 건 그 때문이니까.
조민제 (입가에 번지는 조소) 그래서... 강용주 회계사가 죽은 겁니다
신태윤 (본다)
조민제 빈틈을 지나치기엔 그 사람 100%의 회계사였으니까...(신태윤 보며)하지만 당신은 100%의 기자로 보이진 않는군요. (싸늘히 돌아선다)
신태윤 ...!!!
18. 법인 비상 계단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고 있는 발. 조민제다. 혼잣말
조민제 (감정을 삭이려는) 12 곱하기 2 곱하기 26은 624. 122 곱하기 2곱하기 12는 2928. 3682 더하기 5982는 9664
이마에 맺히는 땀. 조금씩 물기가 묻어나는 조민제의 목소리와 발에서
DIS
강용주 E (조민제의 목소리와 뒤 섞이며) 24 곱하기 24는 576
19. 아파트 공사현장 계단
시멘트가 우툴두툴한 계단 위를 오르는 강용주의 발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한쪽면이 훤히 드러난 아파트 공사 현장의 계단을 강용주와 조민제가 걷고 있다.
강용주 E (혼잣말처럼) 24 곱하기 24 곱하기 8은 (조민제 보며) 말해 보게
조민제 (아무생각 없다가 헉) 음 음.(긁적긁적) 4608
강용주 빙고. 여기서 문제!!
조민제 (순간 짜증스러운 표정. 또 무슨 짓을 시키려고)
강용주 이 아파트 한 동에 유리가 몇쪽 필요할까?
조민제 (헉, 대충 때려 맞추려는) 빈 창틀 수만큼?
강용주 아무리 하찮은 매니저 따위가 여쭙기로서니 하늘같은 2년차 선생님께서 개무시를 하십니까?
조민제 (짜증 확이다)
강용주 거실 주방까지 다해서 4800쪽이다.
조민제 (그래 너 잘났다) 대단하세요.
강용주 (쯔쯔) 자넨 벌써 졌네.
조민제 (보면)
강용주 날 믿었거든, 유리창 개수는 4800이 아니라 양쪽 베란다 1220쪽을 더한 6020쪽일세. 자넨 내 숫자를 믿은게 아니라 매니저라는 내 권위를 믿은거지.
조민제 (황당)에?
강용주 (다시 계단을 오르며) 회계사가 상대방 기업의 권위에 눌리면 끝장이야. 의심하고 또 의심할것.
조민제 (혼잣말로) 믿을 권위나 있나
강용주 (쓱 돌아본다)
조민제 (움찔)
강용주 근데 자넨 더하기 공부나 더 하는게 좋겠군. 아무리 의심을 찬양해봐야 실력 없는 인간은 권위에 굴복하게 돼 있네.
조민제 (입을 비죽거리며 허위허위 따라간다)
조민제 E 456 곱하기 5567 더하기
20. 법인 비상계단 - 현재 (낮)
숨이 차도록 계단을 오르고 있는 민제. 송글 송글 맺힌 땀. 마치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악에 받친듯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조민제 4356더하기 2345곱하기 5467 곱하기 3456은...(버럭) 젠장.
문 옆 벽에 이마를 기대고 선 조민제, 잠시 후.
신태윤 E (숨찬듯) 와.. 고마워요. 정말.
조민제 고개 들고 보면 신태윤이 헉헉 대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신태윤 (힘들다 계단에 걸터 앉는) 이대로 28층 꼭대기 까지 올라가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요. 여기서 멈춰줘서 고마워요.
조민제 또, 뭡니까?
신태윤 이번엔 본업이에요. 취재. (생긋 웃는) 강용주 회계사에 대해 알고 싶어요.
조민제 ... 왜 이 사건에 집착합니까?
신태윤 (민제 보면서) 글쎄요, 100% 기자가 한번 되볼까 하구요.
조민제 (본다)
신태윤 (손 내민다) 신태윤입니다. 잘 부탁해요.
조민제 (묵묵히 응시한다)
강용주(E) 기업은 제무재표로 말하고 회계사는 감사의견을 말하면 그뿐입니다
21. 현성 건설 회의실 - 과거
구자형 그래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구. 강선생. 그러니까.....
강용주 (버럭, 무서운) 최선을 다해? 뭘? 현성 그룹 최고 엘리트들을 데려다 잠도 안 재우고 숫자 맞추기?
강용주 (한심한듯 .. 바라본다)
구자형 자네가 의견 거절을 주면 당장 채권단의 자금압박이 들어올테고 부도가 날 수도 있어.
강용주 현성을 그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야.
구자형 이번 고비만 넘기면 곧 대선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거야.
강용주 (경멸하는 눈빛) 구제불능이군...
차갑게 돌아서는 용주, 조민제 주춤주춤 용주를 따라 나서는데 자형, 달려와 용주 앞에 선다. 용주 자형을 경멸하듯 보며 지나치려는데 털썩 그 앞에 무릎을 꿇는 자형.
구자형 (고개 숙인 채) 살려줘..
강용주 (본다)
구자형 (간절한 눈빛) 자네랑 나, 벌써 10년이야. 날 봐서라도 살려줘..제발
강용주 무릎 한번 꿇었다고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 꽤나 오만한 자신감이군.
구자형 (참담해진다)
강용주 난... 사람은 믿지 않아. 숫자를 믿지. 정확한 숫자는 내 양심이니까. (뿌리치고나가는)
구자형 (표정)
오형사E 그래서 죽였수?
22. 취조실 (낮) / “자막 D-4”
오형사와 마주 앉아 있는 구자형
오형사 분하구 괘씸해서?
구자형 (소스라치며) 죽이다니요?
오형사 (골프채 클럽) 이건 당신 골프채, (시체 가슴 피멍자국) 이건 당신이 찍어 둔 낙관.
구자형 (보다가 파랗게 질리는데) 아녜요. 난 아닙니다..
오형사 (본다)
구자형 정말입니다... 이 골프채를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요.
오형사 당신 골프채, 지금 국과수에 있다구. 피가 묻었었다면 아무리 씻어도 루미놀에 반응할거구.
구자형 (버럭) 날 죽이겠다고 협박한건 오히려 강용줍니다.
오형사 (의외다) 협박?
구자형 혼자 죽을 순 없었겠지. 내 양심선언으로 비리회계사가 됐으니까.
오형사 (보면)
23. 경찰서 복도
복도에서 커피 마시는 신태윤과 조민제
신태윤 그 양심선언이란 건 결국, 장부상에 기록된 현성의 자산이 모두 가짜다. 그러니까 빚잔치를 해도 돈이 안되니 회사는 일단 살려라...이거군요. (싱긋 웃으며) 양심선언이 아니라 살신성인인데요
조민제 집행유예정도면 감수할만한 희생이죠. 평생을 보장 받았을테니까.
신태윤 그래서 구자형이 범인일 거라고 믿고 있는 건가요?
조민제 제가 확신하는 건 강선생님은 비리 회계사라 아니라는 겁니다.
신태윤 충고 한마디 할까요?
조민제 (보면)
신태윤 강용주가 100%의 회계사라고 했죠?
조민제 (보면)
신태윤 다른 사람을 100% 믿는 건, 프로답지 못해요.
조민제 (그런 태윤을 보다가 피식 웃는다)
신태윤 왜 웃죠?
조민제 어쩌면... 당신은.. 강선생님하고 비슷한 사람인지도 모르겠군요
신태윤 ?
24. 취조실
오형사 사건 당일, 어디 있었어?
구자형 (버럭) 난 아니야!
오형사 그러니까 말해. 어디 있었는지.
구자형 병원! 그날... 그날 내 딸이 세상을 떠났으니까..
오형사 ...!!!
형사1 오형사님...
오형사 왜?
형사1 자수했어요. 강용주 살해범
오형사 !!
25. 강력반 사무실.
험상 궂은 조폭을 앞에 두고 조서를 쓰고 있는 오형사. 그 뒤로 덩치 큰 조폭들 열댓명 우르르 서 있다.
오형사 그래서 지갑 뺏고 핸드폰 뺏자고 사람을 죽였다구?
조폭1 죽이긴, 씨발.. 몇 대 때리기만 했습니다.
조폭2 핸드폰도 안 뺏었거든요?
오형사 시끄러! 그러니까 니들이 돌아가면서 몇 대씩 때려서 죽였으니까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다?
조폭2 (심드렁한 표정으로 실실 댄다)
오형사 (증거물로 압수된 쇠파이프 등 보다가) 골프채는 어딨어?
조폭2 (모르는 듯) 골프채요?
조폭1 (덮으려는듯) 아... 아 골프채.. 저수지에 버렸시다. 왜요?
오형사 (버럭) 불어 이 새끼야, 이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 누구야?
26. 호텔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한우민과 성준호. 보좌관들도 보인다.
한우민 본의 아니게 신세를 졌어요. 성대표
성준호 신세라뇨.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서 한 일이지요. 이런 일로 큰뜻이 꺾여서야 되겠습니까?
성준호 , 한우민을 향해 미소 짓는다.
27. 경찰서 복도
오형사 조폭들을 엮어 데려가고 있고 조민제 따라가고 있다.
오형사 (정복경찰에게 인계하며)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하고 담배꽁초, 놈들 거였어요. 물증도 있고 자백도 있고...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어요. (돌아 들어간다)
조민제 (신태윤 돌아보며) 당신도 정말 이게 다라고 생각합니까? 단순히 돈을 뺏기 위해서?
신태윤 ...
조민제 처음부터 경찰 따윈 믿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신태윤 (본다)
조민제 당신들은 그저 흉내만 낼 뿐입니다. 진심으로 슬프지 않으니까...
진심으로 분노하진 않으니까요.
신태윤 (불쾌하다) 조민제씨
28. 법인 문서고 (밤)
문서고 회의탁자. 준호 박스들을 헤집으며 열심히 찾고 있다.
성준호 젠장 어디 있는거야..
준호, 아예 박스를 뒤집어 탈탈 털기 시작한다.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문서더미들.
DIS
29. 대표 사무실. - 준호의 회상
문서더미들. 강용주가 준호 책상에 내려놓는 문서더미들이다.
강용주 현성, 적정 못 준다.
성준호 그럼 우린 현성이라는 고객을 잃게 되겠지. 아직도 모르겠냐? 칼자루를 쥔 건 현성이야.
강용주 (정색이다) 필드 책임자는 나다.
성준호 (역시 정색하며) 법인 대표는 나야. 내가 니 사장이라구.
강용주 (본다)
성준호 감사를 하지 말고 영업을 하란 말이야. 넌 고객이 원하는 회계서비스만 제공하면 돼!! 그 따위로 고집을 부리니까 만년 매니저지 !!
강용주 1997년 12월, 우리가 따르던 실적 좋은 회계사들이 줄줄이 비리에 엮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담당했던 대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지
성준호 (버럭) 대체 언제까지 그놈의 IMF 타령이야? 10년 동안 지겹지도 않냐?
강용주 (버럭) 처음으로 회계사란 사실이 못견디게 부끄러웠으니까 ..다시는 그 때 그 드러운 기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10년동안 이를 악물고 살아왔어.
성준호 (맞서며) 나도 마찬가지야 !!
강용주 (보면)
성준호 나도 이를 악물고 살아왔어. 그때 그 사람들처럼 하루아침에 모든 걸 뺏긴 채 거리로 나앉고 싶지 않아서.
강용주 그래서 분식회계 과외선생으로 나선 거냐?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성준호 (보면)
강용주 현성에서 새는 돈, 정치권으로 가고 있어. 모르진 않겠지 (장부 하나를 내민다)
성준호 (보고 놀라는) 그래서 경찰에 고발이라도 할 생각이야? (다급해져) 야... 강용주...
강용주 (문서철 들고 간다) 난 형사도 검찰도 아니야. 회계사지. 현성, 다시 실사해서 제대로 감사의견 내리는 걸로 족해. 그래야 강용주다.
성준호, 답답한듯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 어깨를 잡는 손.
DIS
30. 법인 문서고 - 현재
놀라서 돌아보는 준호. 그 앞엔 조민제가 서 있다.
성준호 조..조선생.
조민제 뭘. 그렇게 찾고 계십니까?
성준호, 난감한 표정이다.
31. 법인 창가 (밤)
여의도 높은 빌딩과 화려한 조명을 바라보며 서 있는 조민제와 준호
조민제 이중장부, 찾고 계셨습니까?
성준호 (긴장하며) 뭐?
조민제 저도 찾고 있습니다. 현성의 자금이 흘러간 곳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자들이 강선생님을 해친 겁니다. 강선생님의 입을 막기 위해서.
성준호 (조민제 보며) 민제야, 우리 그만 용주 보내주자.
조민제 (보면)
성준호 산 사람들이 너무 오래 슬퍼하고 연연해하면 떠난 사람들이 좋은데 못 간다더라. 너두 이제 곧 시즌 시작인데 언제까지...
조민제 (자르며) 전... 사람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이중장부 꼭 찾아낼 겁니다. 두고 보십쇼. 강선생님 억울한 죽음 제가 꼭 되갚아 줄겁니다.
성준호에게 등을 돌려 가는 조민제. 성준호,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32. 복도 (밤)
어둡고 긴 복도를 걸어가는 조민제의 차가운 얼굴.
F.B 법인 사무실 - 과거
조민제 선생님, 이대로 당할 순 없어요... 현성의 비자금 파일...
강용주 민제야..
조민제 (본다)
강용주 감사 조서로 거래를 하는 순간.. 난 더 이상 회계사가 아니다.
차분히 걸어가는 민제 바스러질 정도로 꽉 쥔 주먹.
33. 대표 사무실
책상 서랍을 여는 성준호. 서류들 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낸다. 결심한 표정이다.
34. 저수지 일각 / “자막 D-3”
사건 현장을 뒤지고 있는 조민제. 그런 조민제를 ?는 누군가. 조민제, 그 움직임을 느끼고 있다. 조민제에게 점점 더 다가 오는 듯한 느낌. 조민제 긴장한 얼굴로 휙 돌아본다. 신태윤이다.
신태윤 실망이네요 지금쯤 범인 숨통이라도 조이고 있을 줄 알았더니...
조민제 (대꾸 없이 하던 일 계속 한다)
신태윤 믿고 싶진 않겠지만 이 사건 진짜 퍽치기 소행일 수도 있어요.
조민제 (보면)
신태윤 낚시꾼들 주머니를 털던 노숙자가 자취를 감췄대요. 횡재했다면서 돈 자랑을 했었다는데 강용주 사건이 커지면서 사라진 모양이예요.
조민제 강선생님, 이중장부가 있었어요. 현성과 정치권의 거래가 담긴...
신태윤 그걸 왜.. 이제 말해요?
조민제 나한텐 물증도 없고 자백도 없으니까요..
신태윤 (종종 걸음으로 따라 잡는) 그래서 감식반이 못 찾은 범인 흔적을 당신 같은 아마추어가 찾겠다구요?
조민제 (그제야 돌아본다) 매출이 있으면 당연히 수입이 있고, 거래가 있으면 기록이 남기 마련이에요.
신태윤 (본다)
조민제 (화 난)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신태윤 (피식 웃는다) 아직도 권선징악을 믿나봐요? 서른이 넘었는데
조민제 (웃지 않는다) 인과응보를 믿죠. 서른이 넘었으니까.
일어서 가는 조민제, 신태윤, 역시 일어서 가려다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본다. 손을 뻗어 꺼내는 신태윤. 혈흔이 묻은 넥타이 핀(한우민의 커프스 버튼과 셋트일 것 같은) 이다. 얼른 주머니에 넣는다. 신태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35. 백화점
타이 핀을 들고 점원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는 신태윤. 점원 뭔가를 열심히 적기도 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화 받는 신태윤
신태윤 네, 신태윤입니다. (표정)?
36. 커피 ?
고급스런 커피 숍. 성준호와 마주 앉아 있는 신태윤
신태윤 제보할 게 있으시다구요?
성준호 (유들유들 웃으며) 다시 보니 꽤 미인이군요. 신기자.
신태윤 감사합니다만.. 그런 건 이미 알고 있는데요.
성준호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데)
신태윤 제가 알고 싶은 건 강용주의 이중장부 쪽이에요.
성준호 (정색하고) 언제까지 조민제에게 끌려다닐 생각입니까?
신태윤 본다
성준호 (신태윤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유들유들) 사람이란 건 말입니다. 신기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상한 동물이 아니에요.
신태윤 무슨 뜻이죠?
성준호 (대봉투를 건넨다) 이 사건, 아주 인간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고 난 생각해요.
성준호를 쏘아 보던 신태윤. 천천히 대봉투를 열어 본다. 사진을 꺼내는 신태윤, 놀란 눈으로 성준호를 바라본다. 사진에는 용주처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조민제의 환한 얼굴.
37. 라면 집 / 자막 “D-2”
민제가 라면 집으로 들어선다. 건물 틈새에 차려진 작고 낡은...
끼리끼리 와서 라면 먹는 사람들. 민제 혼자 의자를 꺼내 앉는다. 막 나무 젓가락을 뜯는데 주방 아줌마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을 놓아주고 간다.
FLASH 생전의 강용주 라면에서 계란을 꺼내 민제에게 얹어 준다.
조민제 닭은 잘 드시면서.. 계란, 싫어하세요?
강용주 (라면만 먹으면서) 난 유형자산만 취급한다. 부산물은 니 담당이야.
조민제 (어이없다) 계란이 싫으면 그냥 싫다구 하지...
강용주 대꾸 없이 라면 먹으려는데 강용주의 젓가락을 타닥 잡는 또 다른 젓가락. 강용주 보면, 조민제다.
조민제 (위의 강용주 목소리 톤 흉내내며) 라면값 배분은 부담 능력 기준입니다. 수혜 이익 기준이 아니라.
강용주, 쿡 웃음이 터진다. 민제도 따라 웃는다. 닮아가고 있다.
다시 민제시점. 민제 보면 늘 그랬던 것 라면 두 그릇. 민제 그릇에 계란 두 개. 반대쪽엔 계란이 없는 라면이 놓여져 있다.
조민제 (울컥) 아줌마-
서빙 (돌아보면)
조민제 (차마 치워 달라는 말을 못하고 있는데)
신태윤 E 이모, 깍두기 좀 더 주세요.
조민제 보면 신태윤, 생긋 웃곤 라면을 맛있게 먹는다.
신태윤 내가 쓸만할 때도 있죠?
조민제 (대답은 않지만 싫지 않은 표정)
신태윤 (라면 국물 마시면서) 추자도에 가면 해삼 넣구 해장라면 기막히게 해주는 집이 있는데 ...(슬쩍 민제 보며) 가 보셨어요?
조민제 (무심결에) 아직...
신태윤 (굳은 표정으로 젓가락 놓는다) 왜 거짓말 했어요?
조민제 (무슨 뜻이지? 싶어 보면)
신태윤 금감원 업무연수로 제주도에 갔던 당신 동료들, 마지막 코스가 바로 추자도 해삼 라면집이었어요. 당신은 전날 이미 서울에 올라와 있었지만..
조민제 (본다)
신태윤 대체 왜 날 속인거죠?
조민제 (얼굴 색 하나 안 변하고) 이상한 일이군요. 사람을 믿지 말라고 충고한건 신 기자님 아닌가요?
기막힌 신태윤, 그러나 여유로운 표정의 조민제 라면 값까지 식탁에 올려 놓고는 밖으로 나간다.
38. 여의도 거리 일각
걸어가는 조민제를 돌려 세우는 신태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신태윤 말해요. 강용주가 죽던 날 당신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조민제 (말 할 가치도 없다는 식이다. 앞서 걷기만 한다 )
신태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당신을 도와주고 싶었어. 강용주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믿고 싶었다구.
조민제 특종을 하고 싶었겠죠.
신태윤 ...!
조민제 그날두 난 ... 이중장부를 찾고 있었습니다.
신태윤 (보면)
조민제 강선생님 소송에 반전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으?까요.
신태윤 그 이중장부... 정말로 존재하긴 하는건가요?
조민제 (보면)
신태윤 (사진을 꺼내 조민제에게 보여주며) 성준호 대표가 내게 주더군요.
조민제 (놀란다) 이건...
신태윤 알아요. 아픈 강용주씨 부인을 대신 돌봐주고 있었다는건.
조민제 (보면)
신태윤 처음엔 정말 치정살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뇨.
당신은 불완전한 강용주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예요.
조민제 무슨... 뜻입니까?
신태윤 강용주는, 당신의 영웅이니까요.
조민제 (차라리 흥미롭다는 표정이다)
신태윤 현성 감사를 앞두고 강용주는 유혹에 넘어 갔어요. 돈이든,지위든 그리곤 적정 의견으로 태도를 바꿨죠.
조민제 --
신태윤 강용주의 변절에 당신은 절망했겠죠. 일에 미쳐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결점쯤은 보완해 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당신이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건,
조민제 --
신태윤 바로 당신의 영웅이 재판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비리 회계사로 낙인 찍히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재판 전에 강용주를 살해했어요.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타락한 영웅에 어울리는 단죄였죠.
조민제 (와락 신태윤의 멱살을 잡는다.)그만 해!! 더 이상 강선생을 모욕하면 가만 두지 않아..
신태윤, 똑바로 조민제를 쏘아 본다, 분노인듯 슬픔인듯 복잡해지는 조민제의 얼굴. 그리고 스르르 주저 앉는 조민제. 그 뒤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퀵 서비스 오토바이. 신태윤 민제를 보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조민제의 등에는 단도가 꽂혀 있다. 경악하는 태윤. 아스팔트 위에 얼굴을 묻은 조민제 꿈 꾸는 듯한 표정
강용주 E 일어나. 일어나라. 신입
39. 모텔 방 (황혼)
강용주 발로 조민제의 머리통을 툭툭 건드려 깨우고 있다. 런닝에 트렁크 차림의 두사람. 조민제는 연필 들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강용주 (버럭) 일어나라구, 인마
조민제 짜증스러운 듯 눈을 뜨다가 무서운 표정의 강용주를 보자 벌떡 몸을 일으킨다. 못마땅한 듯 꼬놔보는 강용주
강용주 (쯔쯔) 아직 와꾸도 안 만들었는데 잠이 오냐? 잠이 와?
조민제 (잠을 ?으려 머리를 흔든다)
강용주 (조서 리뷰 하면서) 리드시트하고 실사조서 샘플링 내놔라.
조민제 (부리나케 이 서류 저 서류 뒤지기 시작하지만 없다. 망연자실)
강용주 (보던 조서 더미를 조민제 얼굴에 집어 던진다)얼빠진 새끼!!
조민제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굳어진다)
강용주 필드에 나오는 놈이 리드시트도 안 그려 놓고. 나를 뭘로 보고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을 붙여준 거야? 나가, 이새끼야.
조민제 (울컥 치밀어 올라, 서류 던지며) 나가면 될 거 아냐?
강용주 (어이 없어서 보면)
조민제 (터져 나온다) 쪼잔하고 승질 드럽구 밑엣 놈 갈구는 맛에 사는 이 숫자 강박증 환자. 나라고 뭐 당신이 좋아서 지원한 줄 알아?
강용주 (이것 봐라) 니가 지원 했다구?
조민제 (버럭) 사람들이 다 당신을 싫어하니까!! 내가 십자가를 진겁니다.
강용주 (점점 흥미롭다) 니가.. 예수라도 되냐?
조민제 난 장수생에 지방대 출신인데다 이쪽으론 빽도 줄도 없으니까요. 눈치라도 빨라야 먹구 살것 아닙니까?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민제, 강용주 태연한 표정이다.
40. 모텔 옥상 - 석양
옥상을 가로 지르는 긴 빨랫줄. 모텔용 수건들이 주루룩 널려 있다. 그 너머에 팬티와 런닝 바람으로 쪼그려 앉아 있는 민제. 처량한 기분이다.
강용주 E (계단 씬처럼) 여기서 문제!!
조민제 (듣기도 싫다, 몸을 휙 돌려 앉는다)
강용주 (그 옆에 앉으며) 이 모텔의 객실 회전율은?
조민제 (여전히 듣고 싶지 않은데)
강용주 맞추면 다음 시즌 때는 다른 팀으로 보내주지.
조민제 (솔깃해서, 용주 쪽으로 몸을 돌리며) 전체 .. 객실이 몇 개나
강용주 (쯔쯔쯔) 층당 객실이 열다섯, 7층건물이다
조민제 (골 아프다) 됐습니다. 그놈의 숫자놀이도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강용주 (그래도 굴하지 않고) 오늘은 객실 점유율이 57%구나.
조민제 (보면)
강용주 (타올 가르킨다) 방에서 두 개씩 나왔을거 아니냐.
조민제 (타올 세다가) 소모품 120 이네요.
강용주 누군가는 수건을 만들고 누군가는 수건을 빨고 또 누군가는 부지런히 수건을 쓰면서.. 그러면서 사는거야. 수건 120개란 숫자는 그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낸 흔적이지..
조민제
강용주 조민제 선생. 너한텐 그 숫자가 그렇게 가볍냐?
조민제 ---
강용주 나한테 숫자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땀 냄새 나는 안간힘이지.
진짜 땀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아. 재무제표에 들어있는 숫잔 직원들의 땀방울이고 우린 그 땀방울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거야. 그걸 믿고 투자든 거래든 안심할 수 있도록..
조민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강용주 차변과 대변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진짜란걸 증명해 내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의 손맛을 조선생도 알게 되길 바라네.
조민제 ...
강용주 서울 올라가면 다른 팀으로 보내주지.
강용주, 돌아서 간다... 조민제 한결 환해진 얼굴.
바람에 펄럭이는 타올들.. 그 위로 정겨운 두사람의 대화.
조민제 E 다음 시즌엔 방 두 개 잡아주세요. 사람들이 오해해요
강용주 E 미친 놈. 우리 출장비로는 2인 1실 밖에 안되는데 우리끼리 경비 통제를 못하면 그러고도 회계사냐?
조민제 E (싫지 않은) 네네 어련 하시겠습니까?
41. 모 텔 - 새벽녘
연필을 들고 계산기를 두들기던 조민제 안 풀리는지 골머리를 ?이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계산기를 두드리던.. 그 순간.
조민제 으흐흐흐~!!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 강용주 깰까봐 소릴 죽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 만으로 환호하고 있다. 마치 골든볼을 성공시킨 축구선수의 골 세리머니 같은 동작이다. 돌아누운 강용주.. 입가에 슬몃 미소가 감돈다.
DIS
42. 병실 (밤)
행복한 민제의 얼굴, 민제 천천히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병실. 불마저 꺼져 있어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다. 민제 고개를 돌리는 곳에 우두커니 놓여 있는 꽃바구니. “삼진 회계 법인 대표-성준호” 다시 눈을 감는 민제. 조용히 흐르는 눈물.
43. 법인 대표 사무실. - 밤
어두운 사무실 전화를 걸고 있는 성준호의 뒷모습.
성준호 마음이 급하셨나 봅니다. 평소답지 않게 터프하셨어요.
집안 단속을.. 잘 하라구? (버럭) 다 된 밥에 재를 뿌린건 당신이야 !! 경찰이 나서면 이제 어떻게 책임질꺼야!!
부서져라 전화기를 끊는 성준호. 분한 모습이다.
44. 경찰서(낮) / “자막 D-1”
종종 걸음으로 오형사의 뒤를 따라 다니는 신태윤. 오형사는 무심히 화초에 물 주기 쓰레기 분리수거통 정리등 소일을 보며 다닌다.
신태윤 내 말이 맞다니까요. 조민제가 강용주의 이중장부를 찾는 걸 알고 누군가 미리 선수를 친거예요.
오형사 (돌아보지도 않고)
신태윤 이건 강용주 살인사건 패키지라구요. 이렇게 감이 없나? 형사가.
오형사 물증이 없는데 난들 어떡하냐구우. 이렇게 상식이 없냐, 기자가
신태윤, 생각 많은 얼굴이다.
45. 병원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민제. 태윤이 그 옆에 와 앉는다.
신태윤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요. 내가 지나쳤어요.
조민제 (차갑게 앞만 바라보고 있다)
신태윤 하지만 정황상.. (그만 둔다. 변명을 하려던 자신이 우스워진다)
조민제 현성에 적정을 주자고 고집을 부린건... 강선생님이 아닙니다.
신태윤 (의아한듯)
강용주 E (술에 취한 노랫 소리 고래고래)
46. 집 앞 거리 (밤) - 과거
강용주와 조민제, 술에 취해 어깨 겯고 비틀거리며 고성방가중. 지나가는 사람들 힐끗거리며 쳐다 보기도 하지만 거리낌이 없다.
조민제 성준호 그 멍청한 놈. 아무것도 모르면서 현성한테 적정을 주라뇨...
이번 기회에 아예 독립할까요? 선생님하고 저야 천하무적 척척박사 아닙니까.
강용주 (그저 앞만 보고 간다)
조민제 그런데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현성 비자금..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척 보면 아세요?
강용주 조민제의 머리를 딱 때린다. 조민제 장난인줄 알고 엄살떠는. 강용주 조민제의 턱을 들어 눈을 맞춘다. 어느새 술기운이 사라진 강용주의 눈.
강용주 척 보면 안다!!
조민제 (꿈벅꿈벅)
강용주 이렇게 말하는 놈들은 다 사기꾼이다. (걷기 시작하면서) 척 봐선 몰라.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거지.
조민제 ...네...
강용주 난 널 안 믿어.
조민제 (본다..서운하기도 하다) 선생님.
강용주 무엇보다... 나를 안 믿는다.
조민제 ...!!
강용주 그래서 조직이 필요해.. 내 대신.. 나를 감시하고 얼러주는 사람들. (걸어가는)
조민제 ... 야, 강용주!
강용주 (이 자식이?의 느낌으로 돌아보면)
조민제 그래두 난 너 믿는다, 인마.
강용주 (황당한 표정)
조민제 (눈가 젖는) 난 조직이구 나발이구 필요 없어. 널 믿으니까.
강용주 ...!
조민제 (강용주에게 다가와 어깨동무하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2차는 니네 집이다! 너, 형수님 본지도 오래됐잖아. (전화하는 시늉. 강용주 흉내 내며) 나야... 애는... 오늘 들어간다. 술상 봐 놔라.
강용주 이 새끼 이거 일부러 술취한 척 하는 거지!
조민제 앗 우리 개용주 선생님 눈치도 빠르셔. (도망가는)
47. 강용주 집(밤)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강용주, 휙 날아와 얼굴에 맞고 떨어지는 염색약통. 눈을 질끈 감는 강용주. 조민제 시선으로 서민적인 아파트에 유행이 한참 지난 인테리어, 그나마 잘 돌보지 않고 살아온 흔적이 역력하다.
거실로 후다다닥 뛰어 나오는 예은 (17) 평범해 보인다.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용주 처. 잡히는대로 예은을 향해 살림집기며 옷가지들을 던진다. 여느집 엄마와 딸의 드잡이로 보이지만 얼굴과 손에는 검정이 묻어 있다.
강용주 (버럭) 다들 뭐하는 짓들이야?
용주처, 그제야 그 눈에 용주가 들어왔다. 민제에게도 어색하게 인사를 하는 용주처. 그러나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는 예은
용주처 (겁에 질린 파리한 얼굴) 당신 .. 오늘도 못 들어 온다구 했잖아요.
용주 (대답대신 예은 보며) 강예은. 뭐해. 아버지 후배한테 인사 안해?
예은 (코 웃음) 웃겨 증말...
방으로 들어가려는 예은, 화가 난 용주가 예은의 팔목을 낚아 챈다.
용주 너 이놈의 자식. 이게 무슨 버르장머리야.
예은 (대들며) 아빠 노릇이나 제대로 한 다음에 인사를 챙기던 버릇을 가르치든지 해야 하는거 아냐?
용주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보면 용주 처 널부러진 식탁 위에서 물컵째 뭔가 들이키고 있다. 덜덜 떨리는 용주 처의 손. 용주, 그제야 집안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술병들이 눈에 들어온다. 불안해진다. 민제, 더는 이 자리에 있어서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조심스레 현관밖으로 나간다.
강용주 (애써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니 엄마.. 언제 부터냐.
예은 알 리가 없지. 아빤 늘 바빴고 집에선 시체처럼 잠만 잤으니까.
강용주 (할 말이 없다)
강용주 , 믿기지 않는 시선으로 용주처에게 다가간다. 용주처, 식탁위며 싱크대 널부러진 술병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화가 난 용주, 용주처의 팔목을 잡는다. 겁에 질린 눈으로 용주를 바라보는 용주처. 민제 밖에서 벽에 기대 밤하늘을 보고 서있다.
용주E (용주처 쏘아보며) 얼마나 마신거야..
용주처E 여보..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용주 말해..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이 지경이 된거냐구...
용주처 (물기 어린 눈으로) 난 그냥..그냥 마셔요.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용주처 팔을 빼려는데 그 손에 묻은 검정을 보는 용주,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염색약 통. 무슨 일이냐는 듯 예은 돌아본다.
예은 엄마 매일 연습해, 아빠 한 달에 한번은 꼭 염색하러 이발소 가니까, 엄마가 잘하면 아빠 집에서 염색할 거라고...
용주 --
후다닥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용주. 도망치듯 빠져 나가는 뒷모습이다. 민제, 걱정스럽다.
48. 아파트 단지 입구
참담한 얼굴로 앞서 걷고 있는 강용주. 조민제 강용주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걷고 있다.
조민제 선생님.. 저....
강용주 조선생 내가 말이지.
조민제 (보면)
강용주 현성 일을 하루라도 빨리 결판을 내야겠어. 그렇지?
조민제 오늘은 댁에 들어가시죠. 가셔서 따님이랑 형수님을..
강용주 (자르며)너무 오래 끌었어. 어차피 의견거절을 줄테니 구이사에게 미리 언질이라도 해 두는게 좋겠지. 내가 구이살 만나야겠어. 지금.
조민제 (용기를 낸 조언) 현성 일은 내일도 안 늦어요.
강용주 닥쳐!! 일하기 싫으면 관둬.. 나 혼자서라도 갈 테니까.
씩씩 거리며 가는 강용주
49. 병원
씩씩 거리며 들어선 병원, 강용주의 발걸음 멈춘다. 할 말을 잃은 듯한 강용주. 조민제 시선에 들어오는 병실 창가로 보이는 구자형 가족의 한 때. 딸애 생일 잔치인듯 보인다. 구자형 어울리지도 않는 고깔모자를 쓰고 아내와 딸과 행복한 한 때를 셀카에 담고 있다. 깨뜨리고 싶지 않은 한때다. 병실을 바라보는 강용주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조민제, 안쓰러운 심정이다.
강용주 (힘 없이) 가자. 조선생
강용주 발길을 돌린다. 축 늘어진 어깨 조민제 안쓰러운데, 문득 돌아서는 강용주 , 조민제 놀라서 보면 병실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강용주. 구자형의 멱살을 움켜 잡는다. 사색이 되는 구자형. 자형처와 딸도 깜짝 놀라는데, 민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강용주 (눈에 눈물 어리며) 이래도 돼? 너.. 너 이자식.
구자형 (본다)
강용주 왜! 내가 왜 너 땜에...(버럭) 넌 이렇게 사는데...나는 왜..왜!!
억울함, 질투심, 그러나 제대로 정리 되지 않은 심정을 내뱉듯 토로하는 강용주, 분노와 슬픔으로 핏발선 눈. 강용주를 말리는 조민제 안쓰럽다.
50. 병원 정원
벤치에 앉아 있는 강용주와 조민제 . 복잡한 얼굴의 두사람.
강용주 조선생...
조민제 (보면)
강용주 (차마 말하지 못하는)...
조민제 (주저하는 마음을 안다) 늦었어요. 그만 일어나시죠?
강용주 (일어나지는 않으면서) 그래.. 가야지. 가야지.
조민제 (일어서며) 오늘은 푹 주무세요. (대수롭지 않게) 현성 적정 주고 시즌 마감하면 한동안 또 정신 없을테니..
강용주 (정색을 하고)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조민제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현성 선생님 뜻대로 하세요. 적정 주고 싶으시잖아요.
강용주 (무섭게 노려본다) 건방진 새끼
51. 사무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는 강용주, 분한듯 민제 주위를 돌면서.
강용주 그렇게는 못해. 현성, 적정 못 준다. 말도 안돼.
조민제 (달래듯) 잘못했습니다. 제가 경솔 했어요. 없었던 얘기로 해요.
강용주 나쁜 자식. 이제 머리 좀 굵어졌다고 너까지 날 우습게 보는거냐?
조민제 필드 인차지로써 말씀 드리죠. 현성, 적정 줄 수 없습니다. 됐죠?
강용주 그래, 절대 용납 못해!
돌아서 가려는 조민제, 그 손목을 잡는 강용주, 조민제 보면
강용주 (말없이 고개 숙인채 있다)
조민제 선생님 말씀이 옳아요. 정확한 숫자는 선생님 인생의 자긍심인데. 제가 잘못...
강용주 (OL) 내 인생이... 자긍심 같은 걸 가질게 못되니까..
애엄마... 밝고 씩씩했어. 내가 저렇게 만든 거야.
조민제 선생님 ..
강용주 구이사 말처럼... 현성 잘 하겠지?
조민제 !
강용주 (자조적 웃음) 나보단, 낫잖아?
갑자기 표정 굳어진 조민제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린다. 강용주 멍한 표정.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조민제.
조서를 책상에 던져 놓는다. 강용주 놀라서 조민제를 보면 강용주의 멱살을 잡는 조민제.
조민제 다시 말해 봐!! 뭐라구?
강용주 (본다)
조민제 내가 말했지, 내가 믿는 건 당신이라구! 어디든 당신 믿고 따라 간다구!
강용주 ...
조민제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당신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지마.
울음을 삼키며 말하고 있는 조민제, 강용주도 콧날이 시큰해진다. 책상에 던져진 조서에는 적정..의견과 강용주와 조민제의 싸인
52. 병원 정원 - 현재
벤치에 앉아 있는 조민제와 신태윤
조민제 타락한 영웅에 대한 단죄라고 했습니까?
신태윤 (멋쩍은데)
조민제 만약, 누군가 단죄 받아야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접니다.
신태윤 (보다가) 그날.. 강용주씨를 만나러 간사람, 이중장부를 가져가고 강용주씨를 살해한 사람. 윤곽이 드러났어요.
조민제 (본다)
신태윤 방송을 할 생각이예요. 수사,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조민제 역시 특종 때문이라면, 포기할 수 없었나 보군요.
신태윤 (보다가) 뭐 ..인과응보를 믿게 됐다고 해두죠.
마주 보는 조민제와 신태윤, 서서히 감도는 미소.
53. 법인 대표 사무실.
탁자에 마주 앉아 있는 성준호와 신태윤. 성준호 허리까지 젖힌 채 여유 있는 얼굴이다.
성준호 내가 죽였다? (피식 웃으며) 왜요?
신태윤 (성준호의 웃음이 불쾌한데) 강용주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기에 빠뜨린 사람들과 거래를 하고 싶어했어요. 이중장부를 가지고 말이죠.
성준호 내가 강용주를 위기에 빠뜨렸다?
신태윤 강용주는 현성에 적정의견을 줬죠. 성대표님이 원하던 대로
성준호 (본다)
신태윤 막상 일이 터지자 법인과 상관 없는 강용주의 독단적인 행보였다고 하셨죠.
성준호 소송에 나서면 우리 법인이 싸워야할 적이 누군지 아십니까?
신태윤 --
성준호 대형은행들, 제일 큰 시장이죠. 내가 왜 적을 만듭니까?
신태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분이시군요.
성준호 (팽팽한) 불법은 아니니까요.
신태윤 그래서 강용주를 죽이고 이중장부를 뺏었나요?
성준호 (버럭) 그 이중장부, 이미 내가 갖고 있었습니다.
신태윤 (의외다)
성준호 그 정도는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입니다. 그 친구한테는 조민제라는 아킬레스건이있으니까요
신태윤 조민제씨가 왜요
성준호 현성 사태때 왜 조민제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신태윤 ...?
성준호 조민제 빼주는 조건으로 강용주가 주더군요, 이중장부.
신태윤 ...!!
FB 전화 받는 성준호 / 문서고 뒤지는 성준호
성준호 E 그날 전화를 받긴 했습니다. 생각했죠. 또 다른 이중장부가 있나?
신태윤 --
성준호 하지만 난 직감했어요. 전화 한 놈은 강용주가 아니란 걸.
신태윤 어떻게요?
성준호 이래뵈도 내가 그 자식이랑 20년된 사입니다. 저 살겠다고 누굴 협박하는 건 꿈도 못 꾸는 답답한 자식이예요.
신태윤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꺼죠? 7월 17일 로얄 백화점에서 성대표님께서 카드로 결제하신 타이 핀이죠. 현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타이핀을 보여주는 신태윤, 성준호 얼굴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떠오른다. 의아한 신태윤
성준호 제가... 선물한 겁니다.. 그분께
효과음 E 박수소리, 트로트 음악소리
54. 지방의 재래시장
푸드덕 닭들이 날고, 한우민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대선 행보에 한창이다. 당원들과 매스컴이 한우민을 따라다니고 있다. 신태윤도 보인다. 한우민 신태윤을 보자 반갑게 인사한다.
한우민 어이쿠.. 신기자 오랜만이예요 (악수하며 어깨 두드린다)
신태윤 (타이 핀 가르키며) 타이핀이, 늘 인상적이세요.
한우민 하하, 요즘 신세대 유권자들에겐 옷차림도 전략이라질 않습니까?
신태윤 (웃으며) 그러게요. 참 이상하죠? 의원님 같은 분이 왜 그렇게 정치자금은 구식으로 받아 챙기셨는지 모르겠어요
한우민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매서운 눈빛) 무슨 말인지?
신태윤 (타이 핀을 보여준다) 이 타이 핀, 사건현장에 발견됐습니다.
한우민 (표정 굳으며) 그래서... 내가 죽였단 겁니까?
신태윤 (회심의 미소) 누구요?
한우민 (!!)
신태윤 강용주 회계사 말씀이신가요? 한의원님
한우민 (지지자들이 다가오자 온화한 얼굴이 되는 한우민. 귀에 대고 낮지만 위협적인) 상상은 자유지만 신기자. 난 공직자예요. 성급한 기사를 내면 소송도 불사할겁니다. (무리 속으로 가는데)
신태윤 큰 특종에는 언제나 소송이 따르는 법이니까요.(멀어지는 한우민에게) 훈장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신태윤, 취재 결과가 만족스러운 듯. 몰래 카메라를 확인하면
55. 뉴스 편집실 / “자막 D-day”
CUT TO 모니터 한우민 , 사건 현장에 타이 핀이 떨어져 있었어요.
한우민, 내가 죽였단 겁니까? 라고 말하는 장면. - 신태윤 촬영장면.
신태윤 (흥분했다, 남선배에게 동의 구하며) 어때요?
남선배 어떻긴 뭐가, 어차피 방송엔 쓸모도 없잖아
신태윤 무슨 뜻이에요?
남선배 잊었어? 휴머니즘으로 가기로 했잖아. 사라진 가장을 찾는 가족들의 절절한 심정, 넌 그런 걸 취재했어야 한다구..
편집실을 나가는 남선배, 그 앞을 막아서는 신태윤 단호한 얼굴
신태윤 누구예요? 한우민 측이에요? 지금이 어느 시댄데..
남선배 (냉정한) 까불지 마. 신태윤 제대로 못한 건 너야 임마.
신태윤 (뜻밖이다)
56. 납골당
조민제가 강용주 유골함 앞에서 얘기중이다.
조민제 당신이 내린 답은.. 틀렸습니다...
내가 찾은 정답 역시... 당신 마음엔 안 들겠지만....
(그리운 듯, 손을 유리에 대어 본다) 거기선, 혼자여도 괜찮습니까?
조민제가 스쳐 지나가는 납골당. 여러 사람들의 유골함 가운데 조민제의 시선이 멎는 곳. 또 다른 강용주의 납골당이다. 차가운 얼굴로 그 유골함을 바라보는 조민제. 유유히 스쳐 지나간다.
57. 뉴스 룸
뉴스 룸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신태윤
FLASH -편집실
남선배 너, 몰래 카메라 썼지? 유도성 질문에, 게다가 현장에서 채취한 타이핀, 임의로 갖고 있었잖아. 저쪽에서 취재 윤리 위반 물고 늘어지면 다치는 건 우리야.
신태윤 경찰이 수사를 덮은 상황에서 타이핀을 갖다 주면 그 즉시 창고로 직행했을 거예요. 그보단 낫잖아요?
남선배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좀 더 확실한 상태에서 하란 얘기지
신태윤 방송이 반향을 일으키면 수사도 재개되고 진범도 잡을 수 있어요.
남선배 니..공명심 때문은 아니구?
신태윤 (본다)
뉴스룸의 신태윤 결심한듯 방을 나선다.
58. 부조
신태윤, 몇 개의 테잎을 들고 들어 온다.
신태윤 하나만 물어요. 이 결정 방송국 차장으로 내린 결정이예요?
아니면 기자로서 신념 때문이예요?
남선배 (보지도 않고) 둘다.
신태윤, 거수 경례 하곤 나간다. 남선배 테잎 보면
테잎 제목 “사라진 가장들, 3인의 기록”
59. 방송국 복도..
부조에서 나오는 태윤, 뜻 밖에도 민제가 쇼핑백을 들고 기다린다.
조민제 당신한테 해야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신태윤 (보면)
조민제 오는 동안 어려웠을텐데... 고맙습니다. 진심이예요. 그동안 못되게 굴었다면 사과 합니다. 그리고 신기자..(힘겹게) 사실은..
신태윤 (단호한) 아뇨,, 내가 먼저 말 할께요
조민제 (의아해서 보면)
신태윤 방송... 우리가 하려던 방송 못하게 됐어요.
조민제 (신태윤을 주시하는)
신태윤 이해 못하겠지만, 언론이란건..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그러니까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용의선상에 있다하더라도 그대로 방송을 하는 건 인권침해가 될 수도 있어요..
조민제 포기하겠다는 말이군요
신태윤
조민제 처음부터 방송을 하겠다고 한건 당신이었어요. 나한테 허락 받을 일은 아니죠.
싸늘하게 돌아서 가는 조민제. 신태윤도 돌아서려는데
신태윤 조민제씨.
조민제 (돌아 본다)
신태윤 (뭔가 미안하고 안타까운 생각에 불러는 놨지만)
조민제 (가려다) 아, 그 용의선상에 당신도 들어가는 겁니까? 신태윤 기자.
신태윤 무슨 뜻이죠?
조민제 당신 말처럼 그 막강한 언론의 힘을 빌어 당신은 강용주를 비리 회계사로 보도했어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신태윤 (파랗게 질린다)
조민제 (단호한) 그 때 이미 강용주는 죽었다고 난 생각합니다.
왜 모든 사람들은 의심하면서 당신 자신은 의심하는 법이 없죠?
신태윤 (당황) 기자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요.
조민제 변명입니다. 적어도 노력은 했어야죠. 당신들에게 막강한 권력과 명예가 주어진건 그 때문이니까.
신태윤 ---
조민제 다행히 당신에겐.. 아직 속죄할 시간이 남아 있군. 건투를 빕니다.
신기자..
싸늘한 웃음을 남기고 돌아서 가는 조민제.
60. 스튜디오
시계를 보는 신태윤. 방송시간이 임박했다. 신태윤 주먹을 꼭 쥔다. 온 - 에어 불이 들어 온다. 이윽고 큐 싸인이 들어 온다. 시그널.
자세잡고 방송시작하는 신태윤 .
신태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 리포트” 신태윤입니다.
가정에서는 사랑받는 아버지며 직장에서는 성실한 동료였던 이들이, 이른바 실종 가장이 되어 거리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리던 신태윤, 멈칫한다. 스튜디오 한켠에서 신태윤을 주시하고 있는 조민제. 서늘한 눈빛이다. 신태윤 묘한 오기가 발동한다. 보란 듯이 더욱 자신감 있게.
신태윤 왜 그들은 집을 떠나야 했을까요? 무엇이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시사 리포트가 취재했습니다.
조민제, 실망과 분노로 싸늘하게 등을 돌린다. 그때 조민제의 전면으로 비치는 모니터 실종가장(노숙자) 오진우의 행복한 가족사진이 떠오른다. (이 모습 위로 계속 되는 신태윤의 멘트)
신태윤 E 한 때 유능한 펀드 매니저였던 오진우씨, 그는 회사에 수백억대의 손실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흔들리는 표정의 조민제, 휙 몸을 돌려 신태윤을 향한다. 이제 모니터에는 오진우의 노숙자 시절 사진이 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조민제, 넋이 나간 듯 보인다.
신태윤 (조민제에게 신경이 쓰이는데) 이 모습은 불과 몇 달 전 사진과 같은 사람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돕니다.
61. 법인 사무실
CUT TO 티브이 / 노숙자와 양복입은 오진우 대비된 사진
신태윤 E 사진을 찍은 제보자 역시 오씨의 왼쪽 손목에 있는 리본모양의 화상흉터를 보고서야 오씨인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성준호 느긋하게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62. 차안
CUT TO DMB 모니터 / 진행하고 있는 신태윤.
신태윤 오씨는 해고 당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을 시도했고, 이 상처는 바로 분신이 남긴 화상이었습니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방송을 보고 있는 한우민
63. 스튜디오
신태윤 도망치듯 다시 사라져 버렸지만, 오씨의 경우는 이제는 고인이 된 강용주씨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인 경우입니다.
신태윤, 터치 스크린 누르면 검찰에 출두하던 강용주 영상이 플레이 된다. 신태윤 아직은 눈치 채지 못한듯 데스크에 세팅 된 영상을 보며 원고를 읽는다
신태윤 현성 그룹 부실감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강용주 회계사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는 신태윤, 모니터 속 강용주 취재진에게 떠밀려 머리가 흩트려 진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 그 손목은 깨끗하다. 화상 흉터 하나 없이...
F.B. 10씬 - 조민제 / 강선생님 손목에 화상 흉터가 있습니다. 나비모양 같은.
신태윤 (당황을 감추며) 실종된지 4일만인 지난 주 토요일,
모니터에는 포토라인에 선 강용주 초췌한 몰골. 흰머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F.B 49씬 -강예은/ 아빤 한 달에 한번은 염색하니까
F.B. 7씬 - 피떡이 된 시체의 머리카락. 흰머리 없다.
신태윤 (사색이 되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최근 경기도 한 낚시터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변사체로 발견되어...
F.B. 7씬 - 몸 전체가 타박상, 자상이야.
7씬 - 시체가 이 모양이니 신원파악 어떻게 한 대요?
9씬 - 가족이 아니면 신원확인이 안됩니다.
9씬 - 가족들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 안 하십니까?
신태윤, 점점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럽다
조민제 그런 신태윤을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64. 부조
남선배, 몸을 일으키고 수런거리는 사람들. 신태윤이 왜 저래?
65. 스튜디오
신태윤,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프롬프터를 읽어 내려간다.
신태윤 경찰은... 강용주 회계사 살인사건을.. 폭력배에 의한 퍽치기 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조민제 E 처음부터 경찰 따위는 믿지 않았어. 진심으로 분노하지 않으니까.
신태윤, 문득 스튜디오 한켠의 조민제를 본다. 조민제를 바라보는 신태윤 까닭모를 두려움으로 눈동자가 흔들린다. 조민제 신태윤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잔뜩 긴장했지만 애써 감추고 있는 표정.
남선배 (E)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신태윤 E (알 수 없는 불안함, 민제 보며) .
F.B. 36씬 - 조민제,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태윤, 원고를 잡고 있던 마지막 힘마저 기진한 듯 촤르르.. 떨어져 내리는 원고.. 조민제 역시 태윤을 바라보는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조민제 E (달려가는 듯 숨이 찬 혼잣말) 안돼...안돼요.
F.B. 저수지/ 다급하게 달려오는 민제 . ..
강용주 E- 나는 계산이라면.. 한 번도 틀려 본적이 없는데..
누워 있는 강용주, 그 옆에 자살임을 암시하는 약병.
강용주 E- 이상하지. 민제야, 왜, 왜.. 답이 안 나오냐...
강용주의 주검을 바라보는 민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시신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어루만지는 조민제.. 민제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데 누군가의 손이 쓱 들어와 강용주를 더듬는다. 민제, 한가닥 희망으로 올려다 보면 노숙자 오진우가 (위 사진속 행색) 강용주의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이며 핸드폰을 꺼내고 있다. 시계를 끌러 손목에 차고 좋아하는 오진우. 울컥 분노로 치밀어 오르는 조민제, 오진우의 멱살을 와락 부여잡는다. 놀라지도 않고 조민제의 손을 치우는 오진우. 오진우 손목에 있는 화상이 도드라진다.
오진우 (씩 웃으면 누렇다 못해 검은 이빨) 산 사람은 살아야죠.
조민제 (분노로 핏발 선 눈) 뭐..이 새끼야? 어떻게
뭐라고 중얼 거리며 침 퉤 뱉으며 가 버리는 오진우,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조민제. 결심하는 눈빛
신태윤 E (조민제 똑바로 보며) 당신.. 당신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F.B. 19씬 -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습니까? 완벽하게 만들어진 가짜 앞에서 오류를 찾을 수 있겠어요?
신태윤을 바라보는 조민제의 차가운 시선. (조민제의 관점에서)
F.B. 물가에 서있는 사내의 뒷모습. 오진우가 노상방뇨중이다.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는 오진우, 그 손목에 화상.
조민제 - “ 이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 돌아보는 사내, 강용주가 아닌 노숙자 오진우. 둔기로 내리치는 사내, 흐느끼듯 무너져 앉는 그 얼굴은 조민제. 신분증 꽂아 두는. 오형사가 내미는 신분증, 강용주
신태윤, 불안한듯 흔들리는 눈빛. 더 이상 프롬프터를 볼 수가 없다.
남선배 E 인마, 너 뭐하는 거야 지금?
태윤, 원고를 읽어 보려고 원고를 챙기는데 파르르 떨리는 원고들..
남선배 E 신태윤. 신태윤.. 정신차려. 지금 생방송중이라구!!!!.이 자식아..
스튜디오 앞에서 막, 손짓하는 무대진행들. 방송 온에어 불빛이 흔들리고 시계 역시 자꾸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신태윤에겐 이 스튜디오에 조민제와 신태윤만이 맞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신태윤 E 권선징악을 믿나요?
조민제 E 인과응보를 믿죠.
F.B. 1씬 저수지에서 전화를 걸던 사내. 나야 강용주..
앞 모습이 보이면 조민제다.
F.B. 2씬 구자형, 전화 받는 모습 DIS 사체 낙관, 골프채를 휘두르는 조민제.
F.B 3씬 성준호 전화 받는 모습 DIS 조민제 넥타이 핀과 신용카드 성준호에게 건넨다.
F.B 4씬 한우민 전화 받는 뒷 모습 DIS 강용주의 시신을 보고 경악하는 조폭들, 보고를 받고 놀라 차 밖으로 나오는 사내. 한우민. 노숙자 복장의 조민제가 지나가면서 한우민과 시비가 붙는다. 타이핀이 조민제 손에 들어온다.
신태윤 조민제를 바라보는 눈빛. 겁에 질려 있다.
신태윤 (조민제를 본다 믿기지 않는 현실)왜 이런 일을.. 도대체..왜
조민제 (씁쓸한 조소) 나한테 묻고 있는 겁니까..
VER1. - 부정의 화면에 긍정의 멘트
F.B 주차장.
바쁘게 차를 향해 가는 성준호. 애원하듯 매달리는 조민제. 그러나 성준호 야멸차게 떠나간다. 참담해지는 조민제
조민제 E 가장 그럴 듯한 이유로.
F.B 양주 바.
바에 나란히 앉은 성준호와 한우민.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교환하는 두사람. 성준호, 한우민에게 타이 핀 케이스를 건넨다. 바의 기둥 뒤 민제가 그 둘을 바라보고 있다.
조민제 E 더할 나위 없이 신사적으로
F.B 검찰청
시위대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한우민과 신태윤, 울분으로 가득찬 조민제 신태윤 쪽으로 달려들지만 이내 제지당하고 만다. 그 소란에 돌아보는 신태윤의 얼굴.
조민제 E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공명정대한 목소리로, 당신들이 죽인거야.
검찰청 일각
검찰에 구인되는 강용주, 인파 속에 조민제를 스쳐 지나가는 강용주. 강용주 조민제를 돌아본다. 강용주의 표정.. 그 위로.
조민제 E 땀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숫자는 인간을 배신해선 안된다.
조민제 하루하루 안간힘을 쓰며 지켜온 신념을.. (점점 격앙되며) 당신들 멋대로 조롱하고 비웃고 배신하고 손가락질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아 버린거야.
신태윤 ---
조민제 (젖은 눈) 당신들이 강용주를 죽인거라구.
신태윤 (마치 방송 내용인듯) 그래서.. 사람을 죽였나요?..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조민제, 스튜디오 한켠에 오진우 가족의 행복한 한때의 사진.
66. 부조
남선배 (톡백, 버럭) 야 신태윤 너 지금 무슨 소리야!
67. 스튜디오
팽팽하게 맞선 신태윤과 조민제.
신태윤 (기막힌 현실이다) 거짓 장부를 만든 사람들이
CUT TO 사무실 구자형, 서류 보던 구자형 고래를 든다.
CUT TO 법인 대표 사무실, 성준호 골프채 치다가 돌아보는
신태윤 E 그 사실을... 묵인하라고 강요한 사람들이
CUT TO 차안, 신문을 접는 한우민
신태윤 강용주를 비리 회계사라 쉽게 매도했던 .. 나 같은 사람들이..강용주를 죽였다.. 그 얘길 하려구 그렇게까지 끔찍한 일을 .. 저지른건가요?
조민제 (젖은 눈) 당신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뭔지도 모르잖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68. 부조
톡백 누르며 소리지르는 남선배
남선배 야. 신태윤, 너 생방송이라고 네 멋대로 하겠다는거야? 뭐야?
69. 스튜디오
환한 무대 위의 신태윤, 그리고 어둠속의 조민제가 대조적이다.
신태윤 (안타깝고 어이없다) 그런 짓을 저지른 당신이.. 당신이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민제 (씁쓸한 미소 희미하다) 말했잖아.. 인과응보를 믿는다구.
신태윤, 복잡해지는 얼굴인데 조민제 차츰 차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조민제를 찾아 헤매는 신태윤의 눈망울. 뭔가를 호소하는 듯.
신태윤 (카메라 너머 조민제를 향해) 그래요... 강용주 회계사에겐 이중장부가 있었어요. 현성과 한 정치인의 탐욕스러운 거래를 낱낱이 기록한.... 비밀장부. 그리고...
70. 도로
멈춰 서 있는 한우민의 차. 그 옆에 한우민 길길이 뛰면서 전화
한우민 막어.. 당장 막으란 말이야.. 이 개새끼야.
71. 부조
미친듯이 톡백을 누르고 있는 남선배.
남선배 야 인마. 너 미쳤어?
72. 스튜디오 (밤)
이어폰으로 흘러 나오는 남선배의 소리
남선배 E 죽고 싶어?
신태윤 (침착하게 이어폰을 빼둔다) 그리고 강용주 회계사에겐 또 하나의 이중장부가 있었어요.
CUT TO 어둠 속 어딘가.
신태윤의 소리에 멈칫 놀라 서는 조민제
신태윤 그 이중장부는 바로 ..
팟~! 하면서 꺼지는 화면 .
신태윤 (일어서며) 조민제씨,,(떨리는 목소리) 당신이에요.
CUT TO 어둠 속 일각
조민제, 흔들리는 눈빛, 문을 열고 나간다.
신태윤, 조민제를 찾아 헤매며
신태윤 알고 있나요? 강용주는 단 한번, 감사 조서로 거래를 했어요.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일을 저질렀죠.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당신.. (하는데)
짝- 신태윤의 뺨을 갈기는 손.. 남선배다. 신태윤을 무섭게 노려 보는 남선배. 신태윤, 담담한 표정으로 스튜디오 철제문을 열고 나간다.
73. 계단
어두운 계단 위를 숫자를 중얼 거리면서 올라가고 있는 조민제.
강용주에 대한 그리움과 자책감으로 고통스러운 얼굴이다.
다른 계단에서는 신태윤이 안타까운 얼굴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74. 옥상 (밤→낮)
조민제가 문을 열고 들어온 옥상. 밤 하늘이다. 조민제 누군가를 찾는 듯한 얼굴로 뒤 돌아보는데 그곳에 긴 빨랫줄에 수건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 석양 무렵의 모텔 옥상이다. 차츰차츰 환해지는 조민제 벅찬 얼굴이 된다.
75. 계단 (밤)
신태윤,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옥상 문을 연다
76. 옥상 (밤)
밤 하늘. 신태윤, 조민제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높은 빌딩 숲 조명들로 빛나는 옥상 어디에도.. 조민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신태윤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에필로그
법인 복도 - 과거.
문 열고 나오는 1년차 조민제, 한결 앳되고 촌스러운 모습. 크로스로 맨 검정 서류 가방, 한 손에는 회계감사기준서를 들었다. 영락없는 신입사원이다. 길다랗게 꺾어진 복도 저 끝, 문 열린 강용주의 사무실이 보인다.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이다.
성준호 E 오늘부터 강용주 선생 팀이야. 성격은 까칠해도 기본은 탄탄히 배울 수 있을테니 열심히 하라구
불쌍한 듯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선배 회계사들.
장난스럽게 ‘이제 너 죽었다’라는 제스쳐를 하는 사람도 있다.
회계사1 개용주가 인차지야? 나 같으면 사표낸다.
어느 새 조금 더 가까워진 사무실, 강용주가 후배 회계사들 서너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리뷰 조서로 탕탕탕 머리를 때리고 있다. 강용주 팔에는 토시..
조민제, 심호흡한다. 강용주를 보면 바닥 여기 저기 널려진 조서들 사이를 팔짱을 끼고 씩씩거리며 맴을 돌고 있다.
강용주 (갑자기 서류 집어 던지며) 다 나가!
슬금 슬금 빠져 나가는 여타 회계사들. 조민제 엉겹결에 같이 나가려는데 회계사1 붙잡아 두고 나가는.
조민제 (우물 쭈물) 아, 안녕하십니까? 1년차 조민제입니다.
강용주 (무시. 그저 골몰한듯 이리저리 맴돌고 있다)
조민제 1년차 조민제, 잘 부탁(하는데)
강용주, 불현듯 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전자계산기를 두드려댄다. 조민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은데 순간 뭔가 계산이 맞은 듯 “으흐흐”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강용주. 조민제,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다가 강용주와 눈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