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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홍천 천렵
1.일시: 2016년 7월 9일 토요일
2.참가인원: 딱선생, 바람, 그윽한마소 그리고 나
3.날씨: 장마중임에도 불구하고 날을 기가막히게 잡아 비는 안오시고, 며칠 전에 내린 비로 홍천강의 지류인 우리의 놀이터는, 빗물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 준 덕에 먹어도 전혀 손색이 없이 뽀얀 새색시 얼굴처럼 청초하고 맑았다. 이른 아침에는 약간의 운무가 끼어있었으나 오후 접어들면서 파란 하늘이 언듯 언듯 보이며 물놀이하며 고기 잡기 좋은 날씨였다.
출발
2016년 7월 하고도 9일 하고도 토요일 하고도 오전 하고도 6시에 '그윽한미소' 의 집에 집결하여 '딱선생'과 나 그리고 '그윽한미소'가 합류하여 홍천으로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7월의 천렵은 정말이지 날짜를 잘못 잡으면 꽝이 될 공산이 다분히 있는 시절이다.
더위도 어느 정도 바쳐줘야 할 것이고 장마라는 복병을 피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비가 온 뒷끝이라면, 물이 불어 언감생심 물에는 들어갈 수 없을 뿐더러 족대질과 우리가 주종으로 하는 어항을 장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거기다가 오늘 초빙해야 할 족대질의 신인 '남인 이 빠졌으니 우리는 필사적으로 어항을 놔야 천렵이라는 명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족대질은 물이 다소 불어 있더라도 천변 풀숲으로 이동하며 잡을 수 있으나,
어항은 물이 불었다면 이건 한마디로 꽝 꽝 꽝이다!
그런데 오늘 모든 필요 충분 조건이 완비되었으니 이 아니 좋을손가! 아니 '남인'이 빠졌으니 충분 조건이 되시겠다!
새벽 4시 50분 경에 집을 나서 첫 버스를 타고 시간을 가름해보니, 집결 장소인 '그윽한미소'의 집까지 오전 6시까지 가기에는 아무리 서둘러도 무리다.
그렇다고 무슨 훌륭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기에 새벽부터 택시를 집어타고 주안까지 나오기가 거시기 하질 않는가!
순리대로 대중 교통이 오는대로 타고 오니 정확하게 15분이 늦는다,
'딱선생'에게 득달같이 전화해서 합정역에서 나를 픽업하라고 일렀다. 그러면 일분 일초도 아낄 수 있으니...
합정역에서 합류하여 출발하는데 도로 사정이 되우 심상치가 않았다.
벌써 휴가철에 진입했는지, 강원도 가는 고속도로는 몇킬로미터씩 정체구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믹히고 뚫리고를 반복하는데, '바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애초에 가기로 했던 밤벌 유원지보다 더 좋은 곳을 발견했다면서 연신 거기오는 길을 설명한다. 뭐라카노 시방?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밤벌유원지 가기 10km전에서 강촌 IC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다리가 보이는데 그리로 오라는 것이다.
아! 생략법의 귀재이며 말 줄임의 천재인 '바람'!
실제로 그길을 따라갔더니 10km 전방이 아니라 3km이고 강촌 IC에서 우회전하자마자 다리가 보이긴 하나 '바람'이 얘기한 규모의 다리가 아니라 쪼매난 다리로, '그윽한미소'가 확인차 차를 몰고 그리로 들어가니 아니다.
오히려 그곳이 아담하니 고기잡고 놀기 좋을 것 같았다.
다시 메인도로로 나와 우회전 직진하니 왼편으로 홍천강이 흐르며 다리가 보인다. 다리가 보이면 무조건 밑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다. 이런 내용들을 전화로 말할 때 전부 빼먹고 얘기한 것이다.
'바람'의 말중에 아치형 다리가 문득 생각이나서 왼쪽을 보니 아치형 다리가 보인다. 중간에 두개의 다리를 잘라먹고 왼편으로 진입하여 아치형 다리 아래로 오라는 말도 잘라먹었다. 알아서 내말을 잘 듣고 추리해서 오라는 얘기다.
머리 나쁜 사람은 '바람' 의 얘기를 듣고 길을 찾지도 못한데이!
다리 아래에 도착하니 그이름도 찬란한 '바람'이 거기 있었다!
홍천강가에 있는 모곡 유원지!
정확하게 이곳 이름이 모곡 유원지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캠핑카들이 들어서 있고 이미 와있던 차들로 강변이 가득하다.
우리가 놀기에는 다소 번잡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내 마음을 간파했는지 '그윽한 미소'가 장소 헌팅을 하러 '바람' 과 '딱선생' 을 대동하고 길을 나섰다.
나만 빼고...
얼마 전 온 비의 여파인지 아니면 날씨 탓인지 운무가 강변의 산위로 고즈넉히 내려 앉아 있다!
'바람'이 맡아 논 다리 밑 우리의 임시 아지트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비릿한 강변의 내음과 피부로 스며드는 촉촉한 공기를 느끼며, 언듯 언듯 졸고 있는데, '바람'이 다른 곳으로 출발하자고 다그친다.
강변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노는 건 젊어서나 하는 것이고, 우리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평상이 있고, 옷도 갈아 입고, 씻을 수 있는 이런 곳에서 놀아줘야 한다. 이 말은 '그윽한 미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들어본 즉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난장은 모든 것이 불편하다. 우리는 고기잡는 것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여타의 일로 산경을 소모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리고 이 평상을 빌리는 조건이 기가막히지 않은가? 음식을 두가지 시키면 공짜다. 두가지 음식값이 십일만 냥이다.
해서 이집 주인장이 강력하게 권하는 매운탕과 백숙을 먹는 걸로 하고 짐을 풀었다. 이 와중에 '바람'은 여전히 구시렁 구시렁거리며 난장치기에 더 마음이 가는 모양이다. 난장이 돈이 안들어 좋긴 하지만 모든 게 불편하다.
짐을 풀자마자 일단 '딱선생'의 감자 튀김 그리고 옥수수를 작살내 주시고 뒤이어 나오는 매운탕에 쇠주 한잔!
주인장 하는 말이 이 매운탕에 들어간 물고기는 오리지날 홍천강 산이며 우리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는 매운탕의 귀족 쏘가리, 빠가사리, 꺽지가 주종이라고 한다. 덧붙어 하는 말이 양념도 최소한으로 하여 물고기 고유의 맛을 살렸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인공조미료맛이 하나도 안나면서 담백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재료 자체가 으뜸으로 좋으니 맛은 말해 뭐하겠는가?
55,000원 값이 아깝지 않을 훌륭한 맛이다!
서면 복지관 전경.
앞에 화면에 흰 트럭 옆에 서있는 차가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 '바람'이 뽑은 BMW!
모곡리 도로 전경.
이 개울에 있는 고기를 다 쓸어버릴 기세다. 고기잡는 도구들이 총 출동이다.
족대 어항 낚시대까지...
고기들아 비상이다 다들 피해라!
잘하고들 있어?
총감독 포스.
홍천강의 지류로서 수량이 물놀이하기도 좋고 고기잡기 마춤이다.
이집 주인 아주머니가 강추한 다리 산책길. 이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이 나온다는데, 걷기가 그만이라고 한다. 먹구 놀기 바빠 이길을걷지 못했으니 이것도 한으로 남는다.
저 건너 바위 아래는 내 키 보다도 더 깊어, 우리같이(여기 출몰한 인간들 다)수영을 못하는 인간들은 잘못하면 황천행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빠진다한들 물살이 세서 얕은 곳으로 금방 나올 수 있다.
그밑에는 이곳의 대장 물고기가 살고 있을텐데...
아까보니 언듯 팔뚝만한 것이 쓱 하고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레벨의 고기가 아니다.
부지런히 이리 저리 어항 장착에 몰두하는 '그윽한미소'!
손으로 떠서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맑디 맑다. '그윽한미소'가 수영하며 언듯 물을 먹어보니 달디 달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산삼 썩은 물일텐데!
보에서 열심히 고기를 잡는 '딱선생'!
워낙 낚시를 좋아하여 전국의 낚시터를 궤고 있을 정도인데 먹고 살기 바빠 못가는 한을 오늘 여기에다 쏟아붓는다.
물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다. 고길 잡든 아니든 이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도 넘친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내가 나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에 몰입중이다.
어딜 또 가는 겨?
이 동네 고기 씨를 말리려고 작정했어?
수중보의 낚시 동영상!
물소리가 압권이다.
몸에 닥지 닥지 붙어있는 도시의 스트레스가 이 물소리로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자세 죽이고!
많이 잡았어?
허리에는 고기주머니를 매달고 이리 저리 어항에 정신줄을 놓고 들어온 고기들을 수집중이다.
고기 이름들은 잘모르겠으나 꺽지도 보이고 피라미 마자 등등이 보인다. 족대질로 잡았으면 고기가 더 다양하고 좋았을텐데...
나홀로 족대질을 하며 이리 저리 바위를 들춰보지만 매번 꽝 꽝 광이다.
다시 한번 족대의 신에게 사사 받아야 할 판이다.
고기주머니는 앞에 차고 있는데 거기에 고기가 들어 있을까나?
눈먼 고기들이 가득 들어왔다. 이 어항은 바닥이 약간 찢어져 있는데 얘네들은 이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어번 이 어항으로 설치를 했는데 그 이후로 고기가 들지 않는다.
뚫린 곳을 간파했는지 허당이다.
이 밑에가 깊다. 나중에 이곳으로 놀러 온 아이들은 어디서 수영을 배웠는지 유유히 이곳을 왔다 같다 하면서 물과 한몸이 되어 유유자적이다. 그래서 뭐든 어렸을 때 배워야 하는데, 우리는 이제 몸이 뻣뻣해서 이런데서 놀면 사망이다.
우리중 누구 하나 물에 빠지면 아무도 구할 수 없으니 제대로 수영하는 인간들이 우리중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잘 가봐야 2m 이상을 갈 수가 없다. 그러니 각자 조심할 일이다.
수영을 배워야 할 것 같으다! 아흐!
낚시대로 수중 물고기와 대화 중이다. 낚시대 끝에서 수중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간파된다.
톡톡치고 도망가는 놈, 건드리는 놈, 냅다 입에 물어 입이 바늘에 걸리는 놈, 물비린내가 슬슬 올라오는데 비린내에 단내가 버무려져있다. 비릿하면서 달작지근한 냄새다.
..
잡는 건 신통치 않지 줄은 자꾸 꼬이지, 에이 씨 낚시는 이제 작파다. 물놀이 돌입이다.
물이 그리도 좋아?
수영을 잘해야 시원하게 물살을 가를텐데, 이놈의 뻣뻣한 몸이 당최 말을 들어 먹어야지!
악동의 미소!
앞으로 닉네임을 악동의 미소로 바꿔라!
드디어 '딱선생' 이 고기 손질 시작이다. 사실 고기잡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 고기 손질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고기가 크기나 하나 작은 고기가 손안에서 이리 삐지고 저리 삐지고, 정말 뭐든 공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입에다 음식을 집어넣을 수 없다.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이라!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도 말라!
진리중의 진리다!
놀면서 꺼진 배를 채우려 고기도 튀기고 수박도 갈라먹고...
우리는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는 먹기 위해 뭐든 했으니깐!
냇가에서 유유히 놀던 아이들인데 이렇게 튀김 옷을 곱게 차려입고 기름속에서 오물거리고 있다.
또 살생의 죄업을 한꺼풀 더 덮었으니 이 일을 어이할꺼나!
그런데 정말 맛은 죽인다.
쇠주가 팍팍 당긴다.
튀김을 찍어 먹는 간장 소스를 이집 여주인에게 얻어오면서 물물교환 형식으로 튀김하고 수박하고 보냈다.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잡은 양이 꽤 되는 모양이다.
튀김 동영상!
한점 두점 먹다보니 튀김도 바닥이다. 이렇게 잡아 튀김을 해서 먹은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딱선생' 이 지인으로 부터 얻어 논 붕어를 먹을 시간이 없어 냉장고에 얼려 논 것을, 오늘 커다란 냄비에 살이 풀어지도록 푹 삶아 깨알같은 마음 씀으로 억센 가시를 일일이 발라내고 있다.
붕어의 가시는 웬만큼 푹 삶아도 잘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억세다. 이런 가시들이 입안에 자주 출몰하면 맛이 반감된다.
해서 '딱선생' 이 번거롭지만 우리의 입맛을 위해 우리의 보양을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질 않는다.
이 민박집에서 기르는 똥개!
오늘 찬조 출연해달라고 섭외중이다.
생긴 건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똥개 모습인데 글세 진도개라고 한다.
똥개 취급해서 미안타! 사람이 그리운지 연신 달라붙고 핥고 난리다. 붙임성이 대단한 놈들이다.
아무튼 사람이고 짐승이고 붙임성은 좋은 덕목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수제비를 뜯어 넣는 우리의 딱'선생'
수제비 투척을 위한 공동작업중.
나같은 찍쇠는 공동작업 생략!
어죽 동영상!
걸죽한 어죽!
간혹 잔 가시가 출몰하기는 했지만 '딱선생 의 수고로움 덕분에 한결 맛잇게 먹었다.
정말이지 보약 한첩을 다려먹은 것 같이 뱃속이 미어터질 것 같은 포만감이 엄습한다. 바닥을 박박 긁어 먹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난 천렵이다!
천렵이란 게 이런게 아니고 무엇인가 시름도 내려놓고 걱정도 날려버리고, 싫컷 놀고 먹고 자연과 동화되어 마음을 씻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천렵이다. 몸도 마음도 보양하는 일거양득의 짓거리 천렵!
얼시구 천렵 좋을시구 천렵!
다먹고 보따리도 다 싸고는 이집 주인장이 먹고 가라는 커피를, 미어터지는 배를 옆에다 밀어넣고 커피를 마신다.
한적한 홍천의 신선한 밤공기가 폐부로 깊숙히 침투한다.
이곳은 물도 좋고 가족 단위로 놀고 가기가 좋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고기잡고 산책하고 물놀이하기 마춤한 장소인 것이다.
강추합니다!
2016년 7월의 여름 한복판도 이렇게 천렵을 하면서 지나간다.
다들 먹고 노느라 수고했다!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더 족대의 신을 초빙하여 족대질도 제대로 배워보고 걸판지게 놀아보면 어떨까?
나의 집 도착시간 12시.
첫댓글 정말 근래에 다녀온 천렵중 최고 였던것 같다...시원하게 물놀이 하고 맛난것도 배터지게 먹고...ㅎㅎㅎ
다들 즐거웠지?!!!!! 특히 딱선생이 고생 많았다..중생들 해 맥일라고..배따고 살 바르느라...
최고였다.!! 그리고 고생은무슨 중생들 맛있게 먹는모습보기만해도 흐믓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