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아문] 호념과 부촉
김도현 교무
[원불교신문=김도현 교무] “희유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을 잘 호념하시며 모든 보살에게 잘 부촉하십니다.”
『금강경』 2장에서 수보리가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이다. 호념은 부처님이 그 보살을 마음으로 염려하여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고, 부촉(付囑)은 보살들에게 앞으로의 일을 격려하고 부탁하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강조하는 ‘반야’는 ‘연기된 모든 존재는 공(空)하다는 것을 보는 지혜’를 말한다. 이는 나를 버리고 일체 생령을 위한 마음을 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너를 위한 공부, 우리를 위한 공부, 공을 위한 공부이다. 반야의 종착지는 무아봉공이다. 원래 내가 없기에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는 마음으로 공중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반야지를 가진 불보살의 모습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내’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에 근기가 낮은 공부인은 이해하지 못하고 수행에서 물러난다. 이런 어리석은 제자들에게 부처님은 한없는 호념과 부촉의 마음을 보낸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화엄을 21일간 설명했지만 알아듣는 사람이 없자, 아함 12년·방등 8년·반야 21년으로 이어가며 차제설법(次第說法)을 하였다고 한다. 제자들의 근기를 하나하나 살피며 가르치기를 반복하고 반복해서 피안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도 최초법어를 통해 법을 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를 알아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생활의 정법을 모르고 허위와 미신에만 정신이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민은 깊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방편교화를 시작한다. 증산교의 치성하는 법을 이용하고 보통 사람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말씀과 태도를 보이니, 소태산 대종사가 천제(天帝)와 대화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믿고 따르는 사람이 4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특별히 진실하고 신심 굳은 사람 8명을 골라 첫 제자로 삼아 지도한다. 이후 저축조합, 방언공사, 법인기도를 이어가며 제자들에게 ‘나를 버리고 일체 생령을 위하는 마음’을 이끌어낸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제자들의 근기가 순숙된 후에 기존의 ‘저축조합’의 이름을 ‘불법연구회 기성조합’으로 바꾸며 정법교화의 시작을 알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고뇌와 제자에 대한 호념과 부촉을 읽을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말한다. “만일 제자가 스승 신봉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스승이 제자 사랑하고 생각하는 마음의 반만 되어도 가히 그 법이 건네게 되리라.” 당신의 고뇌와 경험이 절절히 녹아있는 법문일 것이다. 이러한 스승님의 호념과 부촉을 남김없이 수용하여 실천하는 것이 공부의 지름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희유하시다고 찬탄하는 수보리 존자와 같이, 스승님의 호념과 부촉을 마음 깊이 찬탄하며 신봉하고 사모하는 공부인이 되어야겠다.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