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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홉 분 예상을 훨 뛰어넘는 숫자였지요. 그래, 더도덜도 말고 이만큼만 ~ ^^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요. 하루하루가 어찌 그리 바쁜지, 책 몇 줄 읽기가 참 쉽지 않은 나날입니다. 더구나 영화라니요! 근데 희안한건 말이죠. 친구만나 커피마시고, 밥먹고, 이야기하고....널널한 시간 테레비 보고, 누구누구하고 통화하고, 이런 일 저런 일, 어쨌거나 할건 다 한단 말이죠. 책읽을 시간은 죽어라 없는데도....
그나저나 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려고 할까요. 우선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령 책읽기를 통해 문화적 교양을 쌓으면 아이들 교육에 보탬에 되지 않을까. 맨날 반복되는 무료한 생활,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질것 같아서. TV드라마 시청하느니 차라리 책을 읽는게 낳을 것 같아서 등등. 하지만 이런 표면적 이유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삶을 진지하게 반추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성찰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들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생각만으로 책을 지속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해야 책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뭐 활화산처럼 타오르는것까진 아니라도 지식욕, 삶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랄까, 예술의 아름다움에 무작정 빠져들기. 마담 보바리가 그랬듯, 판타지의 세계, 비록 허구적 상상력의 세계지만 소설이나 영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대책없는 열정 따위 말이죠.
신년초 직장이며 가정일로 두루 분주할텐데 모임 날짜 잊지 않은 회원님들, 그리고 새로 오신 신입회원님들, 함께 영화보고 책 읽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늘그렇듯 오늘 역시 쫒기듯 끝난 영화감상었지만, 담주 토론시간만큼은 영화까지 한데묶어 풍요롭게 이야기하고, 여유 만끽하는 시간이었음 좋겠습니다.
* 참석자(9명)/ 조율연, 황은숙, 김초희, 홍수현, 강은정, 김기향, 강선순(신입), 김은경(신입), 박선옥(신입)
오 겡끼 데스까? ~ 아나따와 겡끼 데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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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영상파 신예 감독인 이와이 슌지가 자작 소설을 영화화한 <러브 레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막인즉, 와타나베 히로코가 졸업 앨범에서 적어 온 주소는 그녀의 옛 애인과 동명이인이자, 여자 동창생인 이츠키의 주소였던 것. 그러나 이 우연한 실수 때문에 와타나베 히로코와 이츠키 두 여성 사이에는 기이한 펜팔이 시작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내막이 밝혀지기까지 두 여성은 모두 각각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 특별한 여정은 빛바랜 사진처럼 한갓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잃어버린 시간들이 현재의 삶에 가진 생생한 의미를 일깨워 주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러브 레터>는 현전하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과거란 단순히 지나가 버린것.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매 순간 순간 현전- 어떤 것이 지금 실재로 나타나는 것- 하고 영향을 미치며,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영화 <러브 레터>에서 보면, 죽은 애인의 옛 주소를 찾아 편지를 띄우는 히로코의 가슴에 남아 있는 그리움이 그것이고, 기일에 내리는 눈을 보고, "그 애가 뿌리는 것 같구나"라고 하는 후지이 이츠키의 어머니의 말이 그것이며, 조난 사고 이후 다시 산에 오르지 못하는 친구 아키바의 죄의식 또한 그것이다.
이렇듯 과거는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안에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며, 현재가 근거하고 있는 심연이자 바탕인 것이다. 이것이 곧 현전하는 과거이고, 이러한 시간의 바로 인간의 시간이다 . - 김용규 <영화관 옆 철학카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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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화 속 명장면이라는게 있는데, <러브 레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 히로코가 사고로 죽은 연인 후지이를 떠올리며, 눈덮인 멀리 산 정상을 향해 "아나타와 오겡키 데스카~ " 라고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싶은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후반부, 이츠키가 자전거를 타고가며 히로코와 아키바 옆을 서로 스쳐가는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포착하는데, 히로코가 누군가에게 '이츠키~ '하고 부르자 자전거를 타고가던 후지이는 얼핏 뒤를 돌아보며 한동안 서있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나, 당신, 아니 우리 모두는 그 어느땐가 서로 스치듯 지나친 적이 있을까요. 글쎄, 서로 스치긴 했지만 관심없어 무심히 봤을지도, 아님 기억 속에 아스라히 사라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곁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렇듯, 과거의 잃어버린 일, 시간들, 혹은 추억을 망각 속으로 묻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과 과거는 그냥 망각의 대상으로 폐기되어야 하는지, 아님 지금 살아가는 마음 속에 남아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러브 레터>를 생각하니 문득......
첫댓글 저도 이 장면이 참 기억이 남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눈이 정말 많이 많이 쌓여 있는 풍경에서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반대로 포근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얀색이 주는 순백의 느낌과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한 느낌...
1인 2역을 했던 배우도 기억에 남습니다. 보면 두 여주인공의 성격이 전혀 반대적인 성향인것 같아서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많이 봐왔던 장면이지만 러브레터는 이번 기회에 처음 보게 되어 남달랐습니다
그렇죠? 순백의 눈이 없었다면 아마 모래없는 사막 같지 않았을지. 그래서 더욱 계절에 맞는 영화더라구요. "솜이불을 덮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표현이 멋지네요. 정말 그런 표현처럼 포근한 영화였습니다. 한데 1인 2역에 동명이인이다보니 좀 헷갈려서... ^^ 여주인공 연기도 훌륭하지 않았나요? 감독이 원래 뮤직비디오 전문이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처럼 아름다운 화면도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