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의 출발지는 창녕군 영산호국공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전날 박진 전투 기념비에서 만났던 관계자들을 또 만나기도 했습니다. 호국공원에 들어가는 길 옆의 깎아지른 절벽이 정말 굉장했습니다. 그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은 다들 놀라시더라구요! 언덕 꼭대기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미국인으로서, 또 주한미국대사로서, 60년전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 미군들을 아직까지도 이렇게 기억해 주시는 이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저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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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전의 희생을 기리는 묵념
기념비에서 바라보니, 아래로 창녕군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북한군의 남진 최후 지점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갑자기 정신이 확 깨는 듯 했습니다. 이날 새로 합류한 참가자들과 더불어 창녕군을 내려다보며, 북한군이 조금만 더 뚫고 들어와서 부산으로 가는 길목까지 내려왔더라면 한반도 전체가 그들 손에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는 새삼 놀랐습니다.
이날은 자전거를 타면서 인구의 도시 이주에 따른 시골 풍경의 급격한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수월했던 오전 시간에는 (가파른 언덕이 별로 없었거든요!) 자전거를 타면서 학생들과 학업, 고민, 장래 희망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학생들도 저에게 이것 저것 질문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관한 질문부터 저의 외교관 생활, 그리고 35년전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이야기까지 참 다양했죠. 점심 때가 다 되어서, 우리는 이방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식사는 이방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그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합니다. 한 때는 학생 수가 최대 80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유치원 과정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총 40여명의 학생만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깔끔한 시설도 좋았고,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돕기 위해 최근 부임한 미국인 교사를 포함한 18명의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이분들이 자아내는 따뜻하고 가족같은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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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산토끼’로 유명한 이방 초등학교
김석연 교장선생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가 도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곳 학생들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크셨습니다. 참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자녀들을 도시 학교로 보내려고 애를 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곳의 아이들이야 말로 진정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고 배우는 환경에서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오후 시간에 시골길을 따라 달리면서 우리는 대구의 외곽 지역으로 접어들었는데 도시 근처라 그런지 벌써 개발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한국 최대의 내륙 습지인 우포 늪을 향해 달려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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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 늪
8년 전 저는 한국과 미국이 모두 가입해 있는 람사르 협약의 당사국 총회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체결, 발효된 람사르 협약은 전에는 단지 매립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늪과 습지가 사실 그 자체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국제 사회의 의식있는 결정이었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습지가 야생 동식물의 번식지로서, 그리고 특히 토양 침식을 막는 방어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습지에서 살고 있는 물새들의 우아한 자태를 보고 있을 때, 한 학생은 저처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광경은 특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앞으로 35년 후, 그때에는 학생 스스로가 자녀와 손자 손녀들과 아름다운 이 곳을 함께 방문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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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고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다시 자고. 인생의 평범함속에서 잠깐 엿보는 대사님의 행동하는 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우방이며 함께하는 동반자임을 영원히 미국민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주세요. 건강하시고요.
우리나라 사람보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하시는 대사님께 사랑과 존경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부지런하시고,진취적이면서 한국의 옛것을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이런 대사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과 미국의 우호와 협력이 더욱 강화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ㅎㅎ현풍 할매 곰탕 드시고 가이소..흐미..대구는 다 좋은대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ㅎㅎㅎㅎ
처가집 영산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나의 등산코스인 영산호국공원이 오늘따라 새롭네요...박진 기념비등..
존경하는 대사님 ! 항상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