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르샹피오나 최고 공격수 파울레타의 파리셍제르망(PSG) 적응이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다.
이번시즌 PSG는 팀의 간판 스타였던 호나우디뉴(23. 브라질)을 바르셀로나로 보냈지만 지난 두시즌간 그가 리그 17골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였던 것에 비해 세시즌간의 르샹피오나 생활 동안 무려 65골을 터트린 파울레타를 영입함에 따라 공격력은 오히려 향상됐다는 평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리그내에서의 이적이기에 별도의 적응기가 필요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파울레타는 7라운드가 끝난 현재 2골(pk 1골 포함)에 그치고 있다. 파울레타의 부진 탓인지 이번시즌 명가 부활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PSG는 3승 1무 3패 11위에 머물러 있다.
성인팀에 첫 선을 보였던 1994년과 1999/00시즌 데포르티보에서 30경기(12경기 선발 출장)에서 8골에 그친 것을 제외하고는 매시즌 두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파울레타 스스로도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파울레타: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토록 시즌 초반 득점포가 침묵한 것은 처음이다. 데포르티보는 물론이고 보르도에서의 나라면 지금쯤 2~3골은 넣었을 것이다."
그의 부진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득점의 적음때문이 아니다. 문전 근처에서의 예리함만 살아있다면 단기적인 골가뭄의 극복은 시기상의 문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에 중계되었던 스페인과의 A매치에서 나타났듯이 현재 파울레타에게는 경쟁자들마저 인정하게 만들었던 득점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조급함 때문인지 전반적인 슈팅 타이밍이 너무 빠른 가운데 때로는 자신감 결여로 인해 머뭇거리다 기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나마 슈팅 찬스를 많이 잡았던 국가대표 경기와 비교할때 클럽에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듯 싶다.
9월 14일 있었던 툴루즈와의 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90분 풀타임 출전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 1회에 그친 파울레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과 겉도는 자신의 현실에 대해 고민을 나타냈다. 그 자신의 문제와 더불어 팀원들과의 유대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파울레타: "단순히 득점의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오는 득점 기회 자체가 너무 적다. 왠지 팀과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다. 분명 현재 나는 정상이 아니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도 파울레타에게 1200만 유로라는 거금을 투자한 PSG의 감독 바히드 할리호지치의 근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인 할리호지치는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담을 들려주며 파울레타의 분발을 촉구했다. 낭트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할리호지치 또한 팀동료들의 따돌림을 당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할리호지치는 파울레타의 득점 감각을 살려주기 위해 기존의 투톱 전술에서 원톱을 축으로 한 4-2-3-1로의 변화를 꾀했다. 지난 20일 갱강과의 경기에서 PSG는 이번시즌 3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골을 기록 중인 브라질 출신 공격수 레이나우도(24)를 벤치에 앉히고 파울레타 밑에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 파울레타에 대한 지원을 강요(?)했다.
이날 PSG는 튀니지 국가대표 미드필더 셀림 베나추르(22)를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앙에 배치하여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지난 한일 월드컵 튀니지의 전경기에 풀타임 출장하며 국내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베나추르는 시즌 첫 출장이었던 갱강과의 경기에서 좌측의 브란코 보스코비치(23.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우측의 파브리스 피오레스(28. 프랑스)를 대동하고 팀의 공격을 지휘했는데 파울레타와의 호흡에서 경기 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파울레타의 득점력이 살아날 경우 굳이 투톱을 쓸 필요가 없음을 감안할때 향후 베나추르의 중용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갱강과의 경기에서 파울레타는 비록 필드골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하여 시즌 2호골을 기록한 것 외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두차례 날카로운 슈팅과 팀의 첫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이전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경기력을 보이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할리호지치 감독은 파울레타의 부활과 베나추르의 활약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성적향상이 시급한 팀 사정으로 인해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에게도 어느정도 수비 가담을 요구할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 베나추르는 이러한 요구에 완벽히 부응하며 감독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했다.
할리호지치: "경기 전 베나추르에게 파울레타에 대한 지원 못지 않게 수비에도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베나추르는 경기 내내 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파울레타는 경험 많은 선수답게 늘어난 팀의 공격 지원을 잘 소화해냈다."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르샹피오나에서 10경기 이상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베나추르는 경기 후 자신의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며 주전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적료의 액수나 그동안 프랑스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보나 향후 팀의 중심이 될 것이 분명한 파울레타와의 첫만남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베나추르가 향후 파울레타의 도우미로서 PSG 주전을 꿰찰 수 있을지 여부는 명문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려 하는 소속팀의 성적, 파울레타를 앞세워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2004에서 내심 우승을 노리고 있는 포르투갈의 성적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