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8>책소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청년1부 김영걸
“그는 세상을 쾌락으로 꽉 채워 놓았다. 자고, 씻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놀고, 기도하고, 일하는 것처럼 자기가 조금도 개의치 않는 가운데 인간들이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것들을 주었다. 그러니 무엇이든 비틀지 않으면 유용하게 써먹을 길이 없는 게야. 우리로선 지독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는 셈이지. 우리 편에 본래 주어진 거라곤 단 하나도 없으니까.”
삼촌 악마가 조카 악마에게 보내는 편지다. C.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는 어떻게 크리스천 청년을 지옥까지 안전하게 끌고 갈 수 있는지 삼촌 악마가 그 꿀팁을 전해주고 있다.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게 만들기, 믿음 안에서 사랑과 결혼 못 하게 막는 법 등등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것은 ‘쾌락’에 대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쾌락은 마귀의 것이고, 우상숭배로 빠지게 만드는 마귀의 무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본래 모든 즐거움과 쾌락은 하나님의 발명품이며 마귀는 그저 그걸 교묘하게 비틀고 꼬아서 이용할 뿐이라고 한다. 즐거움과 쾌락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그렇다면 왜 나는 내 삶 속에서 그 쾌락을 누리지 못하고 죄의식과 자책에 그렇게도 시달렸을까? 그건 마귀가 쾌락을, 죄를 포장하는 데 교묘하게 이용했고, 나는 그 쾌락을 마다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두 가지의 즐거움이 있는 셈이다. 허락된 즐거움과 허락되지 않은 즐거움. 그리고 이제껏 허락되지 않은 즐거움을 내가 자꾸만 선택했던 까닭은 곧 하나님이 진짜 즐거움, 쾌락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몰랐던 탓이고, 이미 세상에는 즐거움의 탈을 쓴 죄가 너무 곳곳에 널려있는 탓이 아니었을까. 남녀 간의 사랑에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속에도, 휴식과 취미에도 안전한 쾌락이 드문 세상이다.
C.S 루이스는 진짜 쾌락을 안전하게 누리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나의 자아와 아집을 고집하지 않고 주님 앞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원수(예수님)가 자아를 버리라는 건 아집으로 소리치고 주장하기를 그만두라는 뜻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들이 아집을 버리고 나면 진짜 각자의 개성을 전부 돌려준다고. 원수(예수님)는 인간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정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들과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신 것들을 구별하기가 힘든 시대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내 것이라 여긴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소망인 것 같다. 이제까지는 너무 스스로의 쾌락을 챙기고 붙잡으려고 애써 온 것은 아닌지, 하나님 앞에서 내 것들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함께 누린 좋은 것들이 얼마나 있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아직은 그런 것들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죄책감 없는 쾌락. 죄에 매여 신음하는 게 아니라 쾌락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누리는 즐거움. 그렇게 점점 쌓이는 하나님과의 추억들. 그런 것들이 우리 삶에 풍성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의 것들을 부인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쁨을 포기하더라도 하나님 자체가 나의 기쁨이, 영원한 즐거움이 되는 성숙한 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