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단순한 신이 그 나라의 기후와 지역적인 특징, 문명적인 특성에 맞게 여러 형태로 발전해 오다가 16세기 말부터 지금과 비슷한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1590년경에 처음으로 신에 뒤축이 생겼고 ‘초핀(쇼핀느, Chopine)’라고 부르는 높은 굽의 슬리퍼가 16~17세기에 크게 유행했는데, 이것이 구두의 조상이라고 한다.
초핀의 굽은 귀족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는데, 귀족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있던 것은 빨강색의 굽이었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의 국왕인 루이 14세는 키가 작았기 때문에 높은 굽의 초핀을 애용했다고 한다. 초핀 중에는 굽의 높이가 40cm 정도 되는 것도 있었는데 이런 신을 신으면 혼자 걷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째든 키가 커 보이게 하려고 신었던 초핀은 당시 남성 귀족들에게 인기가 있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여성의 구두인 하이힐의 원조인 셈이다.
그런데 하이힐을 신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7세기 유럽의 도시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배설물은 주로 거리에 버려졌다. 그래서 도시의 거리는 항상 각종 쓰레기와 오물로 덮여있었기 때문에 그런 더러운 거리를 걷기 위해서는 굽이 높은 신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났을 경우 남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싸우기 힘들었기 때문에 굽이 높은 신을 신지 않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