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잔혹 동화다.
동화의 내용은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옛날 옛적에 ~와 ~가 살았어요... 마음씨 고운 ~는 사람들로부터 늘 칭찬을 받는 착한 아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착한 ~를 시기한 주변인들의 괴롭힘으로 착한 ~는 고통을 받지만, 이런 ~를 불쌍히 여긴 ~가 ~를 도와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고,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와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끝 -
어렸을 때는 성인이 되면 백마탄 왕자처럼 멋진 남자가 나타나 나에게 구혼을 하고 그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결혼하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결혼 이후에 펼쳐질 또 다른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동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런 환상을 가지는 것이 전혀 이상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의 결말과는 달리 잔혹하게도 우리를 괴롭힌다. ‘저 사람이 없으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없으면, 난 못 살 것 같아...’ 이렇게 운명은 시작되고 그 ‘운명’은 곧 ‘저주’가 된다. 없으면 못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인간하고 같이 있으면 죽을 것’ 같은 아이러니에 곧 봉착하게 된다. 거의 예외 없이 모든 부부들이 이런 권태로움과 갈등을 겪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3-40%에 육박한다는 통계치만 보더라도 불행한 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로 거듭나기!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발명한 제도 중 가장 훌륭한 제도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 남녀의 비율이 거의 1:1이라는 점과 한 배우자와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서로를 경제적, 물질적,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서로의 건강과 안녕에 도움이 될 뿐아니라, 자녀들을 기르는 데에도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신화가 깨어질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수명이 연장이 되면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100세 시대를 맞이했고 잘 하면 120살까지도 거뜬히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수명이 겨우 4~50년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배우자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동안만큼이라도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혼하는 부부와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며, 상대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결혼 후 1년미만인 부부가 30년된 부부보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미끼를 던지지 않는다’는 말은 결혼을 잘 유지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그런데, 10년 전 20년 전의 기억만으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변함없이 그것만 해준다면, 서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가끔 잡채를 해준다. 그 때마다 나에게 “너는 잡채를 좋아하지?”라고 말씀하시는데, 지금 나는 잡채를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엄마의 기억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구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고, 서로 존중해주며 평소에 상대방에게 칭찬과 배려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잔고를 많이 쌓아둘 필요가 있다. 통장에 잔고가 없는데 빼서 쓰기만 하면 남는 것은 빚밖에 없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는 두 커플의 엇갈린 사랑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비슷한 나이와 집안, 외모, 학벌 등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결혼해 사는 두 커플이 있다. 가난하지만 알콩달콩 친구처럼 사는 유나(엄정화)와 민재(박용우), 부족할 것없이 모든 걸 다 갖추었지만, 서로 관계가 소원한 커플 영준(이동건)과 소여(한채영)이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삶에 염증을 느낄 즈음에 새로운 사랑이 그들앞에 나타난다. 각자는 배우차의 눈을 피해 사실상 외도를 하며,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그러나 이대로 삶을 살아가기엔 아직은 젊다. 두 커플 다 결혼한지 5-6년정도지나 권태기가 올 즈음인데, 아직 아이가 없다. 그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줄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일까... 점점 위험한 관계가 지속된다.
소여는 하루는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영준에게 다가가 이렇게 묻는다.
"당신한테 나 여자에요?“
“와이프지...”
두 사람의 대화는 단절된다.
결혼은 법이라는 제도로 묶여 있는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래서 좋든 싫든 참고 견디고 버티면 된다고들 한다. 그렇게 20~30년이 훌쩍 흘러버리면, 그제서야 진정한 부부애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수십년이상을 정말 친구처럼 잘 지내는 커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그런 의미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2014, 진모영>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추천해본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한 원로 배우가 "지금까지 많은 부부들을 만나오면서 한 가지 생각한 것이 있다. ′부부 사관학교′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성숙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맨 땅에 해딩하듯 결혼하면서 맞춰가면 된다고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고 삶은 너무 복잡다단하다. 그리고 이미 상처받을 대로 너덜너덜해진 이후, 그 상처를 보듬는 것도 너무 힘들다. 먼저 자신의 미해결된 문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가족과의 문제, 자신이 처한 현실, 앞으로 살아갈 미래, 그리고 배우자에 대한 이해, 서로 원하는 것과 상대가 싫어하는 것, 타협할 것과 수용할 것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Love Now// -2007
-감독 정윤수 / 출연 엄정화(서유나), 박용우(정민재), 이동건(박영준), 한 채영(한소여), 최재원(강철주), 오지영(오미선), 최용민(강 전무), 이영숙(강 전무 처)
-부자는 아니지만 알콩달콩 친구같은 커플 유나(엄정화)와 민재(박용우), 젊고 부자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진 커플 영준(이동건)과 소여(한채영). 두 커플이 우연히 철주(최재원)의 개업식에서 만나게 된다. 대인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잠에 빠진 듯 눈을 감고 있는 젊은 CEO 영준(이동건)의 행동이 민재(박용우)의 눈에 거슬리고, 그의 옆에 있는 아름답지만 왠지 슬퍼보이는 소여(한채영)가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민재와 소여은 홍콩에서, 유나와 영준은 일 때문에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없는 무언가에 끌리게 된다. 금지된 사랑이 시작되고 죄책감과 질투가 엇갈리면서 갈등하게 된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