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토요일, 김회장님댁 퇴비 나르기 농활을 자원하여 10시에 도착했습니다.
집집마다 밭둑에는 농협에서 구매한 퇴비포대가 수백포씩 쌓여있습니다.
외발 수레는 짐을 실을 때부터 좌우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끌고 갈 때에도
힘을 균등하게 분배를 잘 해야 하지요. 그래서 처음할 때는 쪼매 힘듭니다.
20kg 퇴비도 도시 직장인에게는 약간 부담이 되는 중량입니다.
땅은 녹아서 신발에 뭉쳐서 달라붙고 호흡도 가쁘기에 적당한 숨고르기도 필요합니다.
원래 퇴비는 마굿간을 치우며 나오는 동물의 분뇨와 짚, 낙엽, 풀 등을 잘 썩혀서 만드는데,
시골에는 모두 연세높은 어르신들만 계시기에 매년 농협에 신청해서 구매합니다.
좌우를 둘러보면 도시에 사는 아들딸, 사위들이 일손을 돕는 풍경이 자주 보입니다.
노동의 흔적을 증명하는 인증샷도 필요하지요.
점심식사 전에 겨우내 땅속에 저장했던 구덩이를 파내어 보니 무우는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낫으로 대충 잘라서 한입 먹어보니 바람도 안들고 아주 시원한게 맛이 좋네요.
흙을 30cm 이상 덮었는데도 지난 겨울의 추위가 혹독했는지 배추는 절반 이상이 얼었네요.
그나마 맛뵈기용 몇포기는 건졌으니 다행입니다. ㅋ
이웃밭에는 마늘과 양파가 겨울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켭니다.
죽은 듯 흔적도 안보이던 대파가 따스한 봄기운을 맞으며 부활을 선언합니다.
김회장님댁에서 맛난 점심을 얻어 먹었습니다.
닭찜, 마늘장아찌, 된장국에 특이한 김장아찌도 맛보았네요.
그리고 빠질수 없는 막걸리 한잔.
원주 치악산에 있는 석경사(石鏡寺) 주지스님의 공력과 기행을 듣노라니 귀가 번쩍 뜨입니다.
매일 생식 한컵만 드시며 절도 직접 지었고, 쌀 한가마니도 가볍게 들며,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도...
점심을 잘 먹고나서 이북식 무 짠지도 선물로 받아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정회장님집 앞에 있는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받기로 하고 장비를 가져 갔습니다.
전동드릴로 구멍을 내고 수액세트를 꽂으니 바로 수액이 또록 똑 토옥 떨어지네요.
- 빠샤! 이거 혹시 식물학대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
- 아니, 그럼 곡식들 거둬 먹는 것도 학대인가요?
고로쇠와 단풍나무에 작업을 마치고 집앞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니 바람도 없고 아주 따뜻합니다.
미니 채반에다가 맛있는 순무김치는 막걸리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민바오로 어르신도 오셔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뒤에 있는 두 자매는 등산길을 잃어서 이 쪽으로 잘못 내려왔다는데
얘기를 나누다보니 같은 민씨라고 즉석 종친회로 발전합니다.
- 내가 82세인데 항렬이 ㅇㅇ이여. 그러니 내가 할아버지네, 안그려?
- 네네 그렇네요, 그런데 민씨네 딸들이 정말 똑 부러지고 살림 잘하고 술도 잘하고...(언니뒤에도 막걸리 병이...)
급기야 민바오로 어르신이 귀한 농주도 한병 풀고...
다음주에는 칡도 캐고 거름도 내고 슬슬 농사준비에 돌입해야겠습니다.